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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재

블루오션, 베트남 돼지농장에 진출한 사람들

“시장이 커지는데 가만히 있으면 되겠습니까”

  • 이혜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블루오션, 베트남 돼지농장에 진출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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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베트남 돼지농장에 진출한 사람들

축산업계 대부로 불리는 ㈜다비육종 윤희진 대표이사.

다비-CJ의 진출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돈육시장은 축소되고 있는데, 베트남은 이제 막 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돼지를 키운 경험으로 다시 한번 신흥시장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돈도 벌면서 우리나라의 선진 기술도 알려줬으면 합니다.” (윤희진 대표이사)

국내 최대의 종돈회사인 다비육종에 베트남 시장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베트남에는 재래종이 절대다수로 개량된 돼지가 20%뿐이다. 재래종은 출하체중이 50~60kg이고 생산성도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1kg을 찌우는 데 먹여야 하는 먹이(사료) 양도 많았다. 개량종에 대한 수요가 느는 건 바로 이 때문인데, 이때 꼭 필요한 것이 씨돼지, 즉 종돈이다. 튤립을 꽃피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종자를 사듯 양돈업자들은 종돈을 산다는 원리다.

베트남에서 농장을 운영하면 생산 비용이 적게 든다. 한국의 경우 전체 경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5%인데, 베트남에서는 5%도 안 된다. 투자비용-베트남 정부에 50여 년간 빌린 땅의 임차료, 축사 짓는 데 들인 인건비와 건축비 등-도 한국의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

또한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치안도 좋고, 기반시설도 갖춰진 편이다. 사료와 약품도 현지 진출한 다국적기업에서손쉽게 구할 수 있다. 베트남에 진출하기에 앞서 캄보디아, 중국,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연해주 등을 다녀왔지만 캄보디아는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의약품, 기술자가 없었고, 우즈베키스탄은 시장이 불안하고 연해주는 정치가 불안했다.



베트남행을 결정됐다고 해서 일이 만사형통으로 풀린 건 아니다. 땅을 빌리는 과정에 면서기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했고, 공무원들이 자료 공개를 꺼려 정보 얻기도 어려웠다. (라이벌이 될) 기업농을 방문하기도 어려웠다. 다행히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농장 10여 곳을 방문해 돈사 형태는 어떤지, 종돈은 어디서 구입하는지, 분뇨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질병은 어느 정도인지, 임금은 얼마인지, 여름에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이렇게 준비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

수의사도 베트남으로

다비-CJ의 베트남 진출 밑그림을 그린 윤희진 대표는 축산업계 대부로 통한다. 서울대 축산과 출신으로 1968년, 전자산업과 함께 축산업을 양대 신규 투자 사업으로 삼은 삼성에 입사해 기업농 관리를 배운 그는 선진사료를 성장시키고 연간 30만5000두 분의 종돈과 정액을 보급하는 다비육종을 만들었다. 관제조합만 있던 우리나라에 돼지농장 주인들이 주도하는 최초의 계열회사업체인 도드람양돈사업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지냈고, 전국양돈세미나를 개최하며 선진기술을 적극 도입해 한국양돈사(史)를 다시 썼다. 돼지 구제역 파동 뒤에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구 돼지콜레라박멸대책본부)를 만들기도 했다.

“결벽증이 있는 제가 돼지를 어떻게 키울까 싶었는데, 도리어 그걸 활용해 위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종돈장 시장을 개척해왔습니다. 잘할 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재미있게 할때 행복을 느낀다고 하는데 저는 제가 잘하는 종돈 일을 계속할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그래서 더 큰 시장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현지에 체류하는 직원들도 3개월에 한 번씩 베트남에 들르는 윤 대표 못지않은 열의를 갖고 있었다.

“수의사지만 앞으로 축산문제를 총괄하는 축산 컨설턴트가 되고 싶습니다. 대학 때부터 반려동물이 아닌 사업동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졸업 후 다비에 입사해 돼지농장에서 일했는데, 경험을 쌓고 싶어 6개월 전 베트남으로 왔습니다.” (김태연 다비육종 수의사·30)

“5년 전만 해도 젊어서 그랬는지 광활한 시장에서 한번 일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논산에서 하던 돼지농장도 당시 상황이 안 좋았는데, 이참에 새로운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성장시켜놓고 보니 흐뭇합니다.” (윤우식 다비-CJ 제네틱스 현지법인장 · 39)

다비-CJ 농장의 특징은 건물 레이아웃이 좋다는 것이다. 평지에 돈사 26동(1동의 길이는 각 75.6m)이 이열 종대로 13동씩 있다 보니 사료차가 건물 외벽으로만 다녀,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돼지를 52주로 나눠서 주간별로 관리한다. 적정온도도 다르고(갓 태어난 돼지는 32℃, 어미돼지는 24℃가 적정한 온도다.) 걸리는 질병도, 치료법도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더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쿨링시스템이다. 더위가 심해서다. 팬(fan)의 강도와 물의 양에 따라 온도가 조절된다. 물 사용량은 한국의 10배다. 번식돈사와 이유자돈사, 비육사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돈사구조와 환기시스템도 다르다.

분뇨처리 방식도 뛰어나다. 돼지 오줌은 침전조를 통과한 후 메탄 발효를 시키는 라군(lagoon) 시스템을 거친다. 오염수가 일반 수영장 크기의 웅덩이, 라군 6개를 거쳐 맑은 물로 변하려면 총 6개월이란 시간이 걸린다. 라군 안에는 바실루소라는 유기물을 넣어 호기성 발효를 돕는다. 또한 태반, 분뇨 등을 발효시킨 바이오 가스를 에너지로 쓰고 있다.

외모가 돼야 뽑힌다

일반 농장에 비해 직원 학력도 월등히 높다. 직원 대다수가 호치민대, 홍방대, 달랏대의 축산과 수의과 출신이다. 교배팀, 분만자돈팀, 육성비육팀, 공무팀으로 나뉜 55명은 다른 농장 직원보다 임금을 20% 더 받고 있는데, 절반이 여성이다. 팀별 회의를 자주 하는 이들은 농장 옆 기숙사에 사는데 만족도가 높아, 이직률이 낮다.

베트남에선 보통 종돈 분양할 때 계약한 마리수보다 5%를 더 주는데, 이 농장은 돼지 출하한 달 내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법을 택했다. ‘이 농장에서 출하한 돼지가 잘못되었을 경우, 새로운 돼지를 다시 주는 식’이다. 그렇다고 잘못된 돼지를 다시 받지는 않는다. 병을 옮길 수 있어서다.

또한 현지 입맛을 고려해 종돈을 공급하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비계가 적은 피에트레인(PP) 종 돼지를 절대적으로 많이 생산하는 것도 그래서다.

“현지에 가보니 피에트레인 종자를 쓴 돼지가 비쌌습니다. 모색(毛色)이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것인데, 성장도 빠르고 (비계가 적은) 근육형이라 인기가 좋았습니다.” (윤우식 현지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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