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北 로켓 제재’ 유엔 안보리의 허와 실

안보리, ‘로켓 발사 규탄’ 의장성명 합의했지만 대북 제재는 솜방망이?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北 로켓 제재’ 유엔 안보리의 허와 실

2/3
‘北 로켓 제재’ 유엔 안보리의 허와 실

2006년 안보리가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서는 박길연 북한대사(가운데).

이와 함께 일본이 안보리에서 ‘강경모드’를 주도한 데에는 일본 국내정치 요소도 작용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낮은 지지율로 정권 유지에 적신호가 켜진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북한 로켓 발사를 지지율 반전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달 연속 10%대에 그쳤던 아소 총리의 지지율이 북한 로켓 발사 이후 24%로 껑충 뛰어오르기도 했다. 안보리 제재에 대한 일본의 관심은 유엔 안보리 현장에서 취재열기로 연결된다. 북한 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되면 가장 적극적으로 취재하는 언론은 일본 언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결의안’을 고집하던 일본이 마지막 순간에 ‘의장성명’에 만족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안보리 의사결정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안보리는 P5 중 한 국가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조직이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 채택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의안 채택은 불가능하다. 일본으로선 대북 제재가 자칫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때처럼 의장성명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공식기록에도 남지 않는 대(對)언론용 성명 발표에 그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했다. 그래서 최종 순간에 미국의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행보는? 중국은 2006년에는 ‘맹방’인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이론적으로는 물리적 강제수단까지 동원 가능한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한 대북결의에 찬성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각국은 자제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북한을 감싸는 태도를 보였다. 왜일까?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대해 “지난 4년간 중국의 대북한 교역이 급증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이해가 커졌고, 중국의 대북경제활동 증가로 북한 엘리트와의 새로운 커넥션이 형성됐다”는 ‘독특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석의 타당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유엔대표부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중국의 경제규모로 볼 때 북한과의 교역량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지난번 1718호 결의안 채택 당시 중국의 강경태도가 예외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정상적 국가 간의 외교관계로 보기는 어려우며, 당대당의 협력 관계차원에서 이해하는 게 맞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의 태도도 주목된다.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규칙은 지켜져야 하며, 위반행위에 대해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밝히는 등 미국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일본 설득에 나서는 등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가 일본과 한국을 의식해 공식적으론 원칙적인 대응의지를 밝혔지만 앞으로 장기적인 대북정책을 염두에 두고 온건한 대응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보리 대북제재는 솜방망이?



안보리는 이번에는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데 그쳤지만 2006년 북한 핵실험 당시에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것도 군사력 동원이 가능한 ‘유엔 헌장 7장’까지 인용한 ‘초강력 결의안’이었다. 결의안 채택 이후 안보리 산하에 별도의 제재위원회까지 설치했다. 그렇다면 그 효과는?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북한이 압박을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제재로 연결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안보리가 강도 높게 북한을 제재했다’는 명분 외에는 안보리 결의가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주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 측근들에게 타격을 준다는 목적으로 제재결의안에 ‘사치품거래 금지’ 조항도 포함시켰다. 이 조항도 결의안 통과 당시 ‘화제성 뉴스’로 다뤄졌을 뿐 이후 북한 권력엘리트에 실질적인 타격을 줬다는 이야기를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국제사회에서 ‘섬’과 같은 존재인 북한은 외교적으로 고립돼도 잃을 게 없는 특수한 국가여서 안보리 제재가 힘을 발휘하기에는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 안보리 결의안을 확정할 당시 결의에 찼던 ‘말’들에 비하면 성과는 부끄러울 정도다.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 결의안을 모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에 안보리는 회원국들에 대북제재 이행방안을 제출토록 요구했지만 실제 리포트를 낸 나라는 192개 회원국 중 73개국에 그쳤다. 리포트를 제출한 회원국들의 제재이행 방안도 강력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과 양자접촉에 나서면서부터는 안보리 결의안 이행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기자들이 안보리 관계자들을 만나 ‘대북 제재결의안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실효성도 작은 것 같다. 어떻게 돼가느냐’라는 질문을 던지면 “북한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선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오곤 했다.

안보리가 이번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해 비록 형식은 의장성명이지만 강도 높은 내용을 채택했음에도 그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자신들에게 실질적으로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북한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2006년 10월 안보리가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 당시 북한의 박길연 유엔대사는 안보리 회의장에서 “안보리가 미국의 핵위협과 제재 압력 움직임을 무시하고 강제적인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깡패 같은(gangster-like) 짓”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었지만 북한과 한국 유엔대사는 당시 당사자 자격으로 안보리 회의에 참석했다. 박길연 대사의 발언은 유엔외교 의전에 비춰봤을 때에 파격적인 것이었다.

북한 박길연 유엔 대사의 안보리 막말

그러자 다혈질인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흥분해 박 대사의 빈 의자를 가리키며 “1960년 니키타 흐루시초프 당시 소련 서기장이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연단을 두드렸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유엔은 북한을 축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비탈리 추르킨 러시아대사는 안보리 의장인 오시마 겐조 일본대사에게 “볼턴 대사가 흥분한 상태라도 적절치 못한 비유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달라”라고 요청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2/3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목록 닫기

‘北 로켓 제재’ 유엔 안보리의 허와 실

댓글 창 닫기

2023/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