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차례에 걸친 송전선로 설계변경으로 송전탑이 천신일 회장 소유 임야에서 총신대학교 캠퍼스 경계 지점까지 이동했다.(좌)총신대 측이 송전선로 변경에 항의하며 내건 플랜카드.(우)
“MB 친구로 불리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등과 함께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한 ‘박연차 대책회의’에 참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오마이뉴스 3월30일 보도)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007년 대선 때 거액의 불법자금을 받고 구명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천 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대선 때든, 국세청 세무조사 때든, 검찰 조사 때든 언제든 10원 하나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연합뉴스 4월10일 보도)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검찰 수사는 전(前) 정권과 현(現) 정권을 모두 겨누고 있다. 전 정권의 정점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다.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수십억원 상당의 돈과 관련해, 박 회장은 그 돈은 노 전 대통령을 보고 준 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그의 표현대로 검찰이나 법원에서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반대편인 현 정권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 천신일 회장이다. 천 회장은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의 이른바 ‘패밀리 그룹’과 모두 절친한 ‘특수한 포지셔닝’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가깝게 지내온 사람들은 ‘정권 실세’ 차원을 넘어 ‘정권 그 자체’로 불릴 만하다.
“친형님과 진배없는 형님”
천 회장은 이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기에다 6·3동지회 멤버로 2007년 대선 당시 “MB(이명박 대통령의 영문 이니셜)와 아무 때나 밥을 먹을 수 있는 사이(모 언론 보도)”, “막후 실력자”로 통했다. 고려대 교우회장으로서 고대 동문의 절대 지지를 이끌었고 이 대통령에게 특별당비 30억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천 회장은 또 포항에서 사업을 한 인연으로, 친구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천 회장은 노 전 대통령-노건평씨 형제와 수십 년간 운명적으로 엮여 있던 ‘노무현 패밀리의 일원’인 박연차 회장과도 둘도 없는 사이다. 천 회장 스스로 언론에 “박 회장은 친동생 같은 아이”라고 말했다. 천 회장의 한 지인은 천 회장과 박 회장이 끈끈한 인연을 맺게 되는 스토리를 ‘신동아’에 설명해주었다.
“천 회장과 박 회장은 PK동향 출신으로 원래 박 회장은 천 회장의 동생과 친구관계였어요. 천 회장의 동생이 세상을 떠났을 때 박 회장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이후 두 사람은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냈어요. 둘 다 사업을 하는 공통점이 있고요.
천 회장은 1968년부터 1973년까지 국회의원 비서관을 하면서 정·관·재계 고위인사들과 친분을 쌓아갑니다. 1977년 (주)제철화학을 설립하면서부턴 사업적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죠. 천 회장은 인맥 형성에 탁월해요.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 이건희 전 회장과도 관계를 맺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의 해외여행은 천 회장이 운영하는 세중나모여행사가 주로 맡고 있죠.
천 회장을 매개로 이건희 전 회장과 박연차 회장도 서로 만나는 사이가 됩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박 회장이 골프 라운딩 도중에 이건희 전 회장 측과 스스럼없이 통화하는 걸 봤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돌았죠. 이건희 전 회장이 맡던 레슬링협회장 자리를 천 회장이 맡고, 그러면 박 회장은 협회 부회장이 돼 천 회장을 돕는 식이죠. 박 회장에게 천 회장은 친형님과 진배없는 참 고마운 형님이죠.”
천 회장이 1982년 세중나모여행사를 설립하자 박 회장은 해외출장 시 이 여행사만 이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정권 시절에도 박 회장은 노건평씨에게 로비해 농협에서 휴켐스를 인수한 뒤 천 회장을 이 회사 사외이사에 앉혔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3년 천 회장의 회사인 세중게임박스(현 세중아이앤씨)의 지분 2.09%를 인수하는 데 7억원을 들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