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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으로 엿본 연예계 성(性)비리 실태

“단순 만남 소개비는 500만~1000만원, 동거 대상 연예인은 부르는 게 값”

  • 김범석│ 일간스포츠 연예팀 기자 kbs@joongang.co.kr│

장자연 사건으로 엿본 연예계 성(性)비리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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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으로 엿본 연예계 성(性)비리 실태

3월18일 기자회견을 연 장자연씨의 전 매니저 유장호씨.

“네 몸이 보고 싶다”

K는 나중에서야 A가 여러 매니저에게 이런 방법으로 술 접대를 받았다는 걸 알았다. 캐스팅 권한을 가진 ‘갑’의 지위를 이용해 매니저와 신인 연기자를 불러낸 것이다. 캐스팅 단계에서 A로부터 밤에 불려나간 매니저가 최소 10명이 넘었고, 신인 여자 연기자를 혼자 두고 자리를 피해준 매니저에게 출연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게 됐다.

K는 “주연 여배우에게는 온갖 아양을 떨면서 힘없는 신인이나 단역에게는 차갑게 군림하는 A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고 화가 치밀었지만 원래 이 바닥이 다 그런 것 아니냐며 분을 삭여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드라마에는 여주인공의 친구 역과 대사가 있는 조연을 신인들이 맡았는데 대부분 A가 건드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A는 이 미니시리즈를 끝으로 방송사에서 나와 거액을 받고 외주 드라마 제작사로 스카우트돼 현재 프리랜서 PD로 활동하고 있다.

겸손하고 양심적으로 일하는 PD도 많지만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PD도 적지 않다는 게 매니저와 캐스팅 디렉터들의 증언이다. 신인은 캐스팅을 통과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편집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인은 드라마가 종영될 때까지 프로듀서의 술자리나 회식 제안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고 한다.

한번 눈 밖에 나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중간에 하차하거나 편집 과정에 가위질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PD의 부당한 접대 요구에 나약하고 힘없는 연기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수직구조인 것이다.



2008년 개봉한 코미디 영화의 편집실에서 벌어진 구타사건도 감독의 부적절한 관계 제안이 불씨였다. 당시 촬영을 마치고 편집 중이던 모 감독은 한 조연 여배우의 연기분량을 걷어내고 있었고, 이 소식을 듣고 찾아온 영화 제작자와 시비가 붙어 치고받는 주먹다짐으로까지 번졌다. 감독이 촬영 도중 이 여배우에게 “사귀자”고 프러포즈했는데 거절당하자 분하고 괘씸한 마음에 그 여배우가 나온 장면을 모조리 편집하는 걸로 보복했던 것이다.

한 영화 제작자는 “나름대로 자체 정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영화계에서 여성 연기자를 성적 대상으로 생각하는 감독이 있다”며 이 방면에서 악명 높은 Q감독의 사례를 설명했다.

Q감독은 자신이 연출하는 거의 모든 영화의 여주인공과 ‘섬씽’을 갖는 걸로 유명하다. 국제무대에 진출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 많은 여배우가 그의 작품에 캐스팅되길 원할 것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작품에 대한 ‘애정’만큼 여배우에 대한 집착과 애정 공세가 거세서 웬만한 여배우가 아니고는 견딜 수 없다고 한다. 워낙 집요하고 끈질기게 관계를 요구해 체념 상태에서 감독의 요구를 들어주는 여배우가 많다고 한다. 그의 영화에 톱스타보다 늘 신인 연기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오디션을 보거나 미팅을 할 때 매니저없이 따로 오라고 신신당부하는 것도 Q감독만의 특징이다. Q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카페에서 여배우와 미팅을 했을 때 일이다. 매니저는 밖에 세워놓은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Q가 여배우를 데리고 뒷골목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음이 다급해진 매니저는 여배우에게 “괜찮겠느냐”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 여배우는 “실장님, 불안하니까 뒤에서 감독 모르게 따라와달라”고 부탁했다. 카페에서 맥주를 마신 Q감독은 여배우에게 노골적으로 “네 몸이 보고 싶다”며 잠자리를 요구했고, 이에 놀란 여배우는 혼비백산해 도망치듯 마수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당시 매니저는 “한 방에 뜨고 싶은 신인이라면 그런 유혹에 충분히 흔들릴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일을 겪은 뒤 Q감독이 만든 새 영화를 볼 때마다 씁쓸한 웃음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피아노맨’

한 전직 매니저는 “영화 제작자의 여배우에 대한 횡포도 만만치 않다”고 고발했다. 2007년 지방에서 올 로케로 촬영한 모 영화 촬영지 숙소에서 벌어진 일이다. 40대 노총각이던 영화사 대표 C는 자신이 제작하는 모든 작품의 여주인공과 돌아가면서 사귀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당시 한 여주인공이 이를 강하게 거부해 자주 마찰이 있었다고 한다. C는 밤마다 여배우를 자기가 묵는 방으로 불러 연기에 대한 품평을 늘어놓으며 생트집을 잡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문밖에는 늘 여배우의 매니저가 지키고 있었지만 C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배우가 펑펑 울 정도로 괜한 신경질을 부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당시 매니저는 “여름이었다지만 영화사 사장이 트렁크만 입고 자기가 묵는 방에 여배우를 오라 가라 하는 저의가 대체 뭐였겠느냐”면서 “몇 번 그런 수모를 겪은 여배우들은 거의 대부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영화사 사장의 모종의 거래에 응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드라마 캐스팅 디렉터는 “모 드라마 PD의 경우 작품을 할 때마다 의외의 신인이 반드시 등장하는데 십중팔구 그렇고 그런 관계로 보면 맞다”며 “식사자리 같은 사석에서 드러내놓고 애정을 표시할 때도 있어 중견 연기자들이 민망해할 때도 많다. 염치를 모르는 건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마치 자신이 대단한 권력을 쥐었고 이를 자랑하는 것처럼 보여 어이없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사극 연출가로 유명한 한 중견 PD도 연기 지도를 해준다는 핑계로 여배우의 몸을 더듬는 등 온갖 추태를 부려 여배우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특히 녹화가 없는 날 신인을 사람들이 없는 대본연습실로 불러내 온갖 민망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매니저는 “여자 몸을 잘 더듬는다고 해서 ‘피아노맨’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한 가수 매니저 L의 목격담도 충격적이다. 신인 가수의 경우 소속사 사장보다 더 받들어 모셔야 할 사람이 프로듀서와 작곡가다. 이들에게 한번 미운 털이 박히면 원하는 곡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데뷔 시기가 늦어질 수 있어 소속사 사장이 이들을 접대할 때 미성년자인 신인 여가수를 술자리에까지 부른다는 게 이쪽 불문율이라고 한다.

‘물뽕’의 위력

매니저 L은 “프로듀서가 가라오케에서 신인 가창력을 테스트한다는 명분으로 이 노래, 저 노래를 시키는데 군기를 잡기 위해서인지 아이가 거의 쓰러질 때까지 시킬 때도 있다”며 “만약 힘 있는 기획사의 신인이었다면 과연 이렇게 막 대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결국 수십 곡의 노래를 부른 무명 여가수는 자리가 파한 뒤 굴욕감과 수치심 때문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고 한다.

간혹 술 접대뿐 아니라 노골적으로 잠자리를 요구하는 작곡가도 있다. 히트곡 제조기로 유명한 모 중견 작곡가는 유명 톱가수 이름을 들먹이며 “누구누구도 신인 때는 다 이렇게 컸다. 아무개는 얼굴도 모르는 방송국 간부들과 매일 밤 동침해야 했다”며 2차를 강요해 악명이 자자하다. 매니저도 이를 말릴 마땅한 방법이 없어 신인과 함께 비애를 느낀다고 한다.

술 접대 자리에서 신인의 술잔에 환각 성분의 약을 몰래 타서 먹이는 비정한 사람들까지 있다고 한다. 신인의 저항감을 줄여 접대 상대에게 잠자리까지 제공하게 하려는 추악한 범죄 행각이다. 이때 보통 술에 히로뽕을 타는데 이를 은어로 ‘물뽕’이라 부른다. 이 물뽕을 마시면 상대방의 작은 관심이나 호의에 몇십 배 감동하게 돼 잠자리 제안도 별 거부감 없이 순순히 따른다고 한다. 환각 상태에 빠지면 처음 보는 사람의 “밥 먹었니?” 같은 의례적인 말에도 이를 대단한 호의로 받아들여 쉽게 몸과 마음을 준다는 증언이었다.

한 매니저는 “물뽕은 웬만해선 소변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기 때문에 가라오케나 클럽에서 흔히 사용된다. 마시면 기분이 업(up) 되고 성욕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곧잘 악용된다”고 말했다.

경력 10년차 가수 매니저 P는 “1990년대만 해도 여성 가수나 소녀 그룹의 경우 방송사 간부나 기획사 사장, 매니저와 은밀한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런 친구들은 가장 먼저 솔로 활동을 하게 지원해주거나 가요 프로 MC를 맡게 해 다른 멤버들보다 성공 속도가 훨씬 빠른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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