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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당쟁(黨爭)’이 아닌 ‘정쟁(政爭)’

  • 조성일│출판평론가 pundit59@hanmail.net│

‘당쟁(黨爭)’이 아닌 ‘정쟁(政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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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화파, 즉 주전론자들은 맞서 싸우다 죽을지언정 머리를 숙일 수 없다는 입장이고, 화친론은 어차피 청나라에 맞설 만큼 군사력이 약하므로 맞섰다가 큰 해를 입기보다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어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입장이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서 행간을 들여다보면 두 사람은 나라의 운명을 위해 명예와 목숨을 놓고 담판을 지은 것이다. 그러나 지향하는 목표가, 또 목표에 이르는 과정이 다를지라도 결국 나라의 안위를 위한다는 것에는 차이가 없었다. 척화파든 친화파든 둘 다 나라를 망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백척간두에 선 나라를 구하려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듯 조선시대에 일어난 수많은 당쟁은 모두 서로를 모함하는 나쁜 의미의 싸움이 아니라 상생의 정쟁이었다. 또한 고도의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주고받는 논쟁이었기에 식견이 없는 사람은 끼어들 틈도 없었다고 한다.

이런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일어난 정쟁의 대표적인 사례가 효종이 죽었을 때 벌어진 예송(禮訟)논쟁이다. 인조의 계비인 조대비가 어떤 상복을 입어야 하는지를 놓고 서인과 남인 사이에 논쟁이 붙었던 것이다. 주자가 지은 ‘가례’에 따라 1년을 입어야 한다는 서인과 ‘예기’ 등에 따라 3년은 입어야 한다는 남인 간의 논쟁이었는데, 그동안 우리는 이 논쟁을 사소하게 상복을 몇 년 입을 것인지를 놓고 벌인 소모적 논쟁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이 논쟁의 이면에는 단순한 1년상이냐 3년상이냐 하는 문제를 뛰어넘어 주자학에 의해 운용되는 조선사회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하는, 당시로서는 매우 중요한 의제가 담겼다.



사실 조선사회에서 관혼상제 같은 예는 생활에서 핵심 기능을 했기에 예에 어긋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왕위 계승 원칙인 종법(宗法)에서는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효종이 둘째아들이라는 점이었다. 따라서 효종은 둘째아들이지만 왕위를 계승했으니까 맏아들로 보고 3년을 입어야 한다는 남인의 주장과 종법은 왕이든 일반인이든 똑같으므로 둘째아들에 해당하는 1년을 입어야 한다는 서인의 주장이 맞섰던 것이다. 예를 둘러싼 순수한 학문 논쟁으로 시작한 논쟁이 점점 격화되어 효종의 적통에 관한 싸움으로 상승작용하면서 정치적인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조선은 세계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500년이나 지속된 나라다. 조선 왕조가 이렇게 장구하게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사색당파와 같은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이 작동했기 때문 아니었을까.

예나 지금이나 어느 나라든 당파는 있게 마련이다. 우리의 정치판을 보더라도 한나라당, 민주당 등 각자의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당을 이루어 서로 자신의 주장을 내놓고 치열하게(?) 싸운다. 일본도, 미국도, 영국도… 세계 어느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고 그들 나라가 망했는가. 그렇지 않다. 조선의 정쟁이란 것도 그런 범주에서 이해해야 한다.

붕당 속에서 피어난 정쟁, 그 정쟁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은 우리에게 중국 송나라 때 정치가이자 당송8대가의 한 사람인 구양수(歐陽脩)의 ‘붕당론(朋黨論)’을 인용하면서 이제 당쟁이 조선을 망하게 한 원흉이라는 ‘원죄’(?)에서만큼은 벗어나야 함을 일깨워준다.

“군자(君子)는 군자와 더불어 도(道)를 함께하고 붕(朋)을 이루며, 소인(小人)은 소인끼리 이(利)를 같이하여 붕을 이루니, 군주가 소인의 위붕(僞朋)을 물리치고 군자의 진붕(眞朋)을 쓴다면 천하가 잘 다스려질 것이다.”

신동아 200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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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일│출판평론가 pundit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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