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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의 휴식과 담담함의 묘미

  • 함정임│소설가·동아대 문예창작과 교수 etrelajiham@empal.com│

오솔길의 휴식과 담담함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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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의 휴식과 담담함의 묘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두 편의 소설 각색 영화가 눈길을 끌었다. 한강의 중편 ‘몽고 반점’을 영상으로 옮긴 ‘채식주의자’(임우성 감독), 그리고 콜롬비아 출신의 매직 리얼리즘의 대가 가르시아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각색한 ‘사랑과 다른 악마들’(일다 이달고 감독, 코스타리카/콜롬비아 합작).

사실 한강은 ‘몽고 반점’ 이후에 ‘채식주의자’라는 중편 소설을 발표했고, 이 작품을 표제작으로 소설집을 출간했다. 소설집 ‘채식주의자’는 ‘몽고 반점’과 ‘채식주의자’ 그리고 ‘나무 불꽃’으로 구성돼 있고, 이들 세 작품은 영혜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세 명의 화자로 진행되는 연작의 성격을 띤다.

소설과 영화가 인접 장르, 또는 근친적 장르라고 말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두 장르가 기본적으로 거느린 서사성(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벅찬 감동을 일으키는 영화에는 강렬한 문학적 체취가 수반된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는 두 가지 점에서 매력적이다. 우선은 탄탄한 서사이고, 서사를 감당할 배우의 연기력이다. 여기에 영상미가 결합되어 일으키는 감동은 활자로 읽을 때와는 또 다르다. 특히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시대나 이국의 공간을 눈앞에 불러와 생생히 보여줄 때는 특별한 여행을 떠난 듯 설렘과 황홀감에 빠져든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된 마르케스 소설 각색 영화 ‘사랑과 다른 악마들’이 그렇고, 위화(余華)의 장편소설 ‘활착(活着)’을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영상으로 옮긴 영화 ‘인생’이 그렇다. ‘활착’은 우리말 번역으로 ‘살아간다는 것’으로 출간됐고, 장이머우 감독은 영어 제목으로 ‘life times’로 번역했고, 그것을 우리는 ‘인생’으로 옮겼다. 고백하자면, 나는 위화라는 대단한 작가가 중국 대륙에 존재한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다. 위화의 경우처럼, 영화로부터 작가를 소개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속죄’(영화 ‘어톤먼트’의 원작)의 작가 이언 매큐언, ‘색, 계’의 작가 장 아이링, ‘브로크백 마운틴’의 작가 에니 프루….

또 2009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소설 각색 영화들처럼 나의 서가에는 소설과 영화가 나란히 꽂혀 소장되는 작품들이 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장편소설 ‘마담 보바리’(1857)와 클로드 샤브롤 감독의 영화 ‘마담 보바리’(1991),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1922), 이 소설을 메타적으로 각색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디 아워스 (The Hours)’(2003), 역시 버지니아 울프와 이 소설에 대한 지극한 오마주로 마린 호리스 감독이 만든 동명 각색 영화 ‘댈러웨이 부인’(2006),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1813)과 조 라이트 감독의 동명 각색 영화, 그리고 최근 한국에 개봉돼 깊은 울림을 남겼던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1995)와 스티븐 달드리의 동명 각색 영화 ‘더 리더 (The Reader)’(2008).



담담(淡淡)과 현현(顯現)의 미학

위화는 1960년 항저우 출생으로 중국 현대문학사에서 선봉문학의 기수로 꼽힌다. 중국 현대문학은 1917년부터 1949년까지는 현대문학시기, 1949년부터 현재까지는 당대문학으로 구분된다. 이 중 1976부터 현재까지를 신시기 문학시기로 부르는데, 1966년부터 10년간 혹독하게 몰아붙인 문화대혁명이 종지부를 찍으면서 1970년대 말부터 변화의 바람이 싹트기 시작한다. 개혁과 개방의 물결에 따라 혁명, 투쟁 일변도에서 선봉문학이라는 기치 아래 새로운 시도를 꾀하게 되는데, 위화는 바로 이 시기 ‘발치사(拔齒師)’에서 작가로 운명적인 변신을 한다.

그가 작가로 나선 때는 선봉문학 초기 단계로 중국 문학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작품들이 필요했고, 그는 천부적인 이야기꾼의 재능과 해학과 유머를 장편소설 속에서 유감없이 발휘함으로써 중국 문학의 새로운 변화의 욕구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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