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조윤범의 클래식으로 세상읽기 ③

클래식 음악과 이름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너는 다만 하나의 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 조윤범│현학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yoonbhum@me.com│

클래식 음악과 이름

2/3
클래식 음악과 이름

유명한 이탈리아제 유모차 ‘라스칼라’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극장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인터넷 검색창의 ‘비발디’

그러다가 심심해서 작곡가 비발디의 이름을 쳐봤다. 너무나 유명한 이 작곡가, 당연히 맨 처음으로 검색될 줄 알았는데 결과는? ‘비발디 파크’가 먼저 검색된다. 갑자기 수영장 사진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비발디라는 이름을 붙인 상호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 우리 집 근처에는 ‘비발디 부킹 노래방’도 있다. 음, 왜 하필이면 비발디일까? 사람들이 놀러오는 곳에 유난히 비발디라는 이름이 많이 붙어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음악은 ‘사계’. 그렇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모두 놀러오라는 뜻이다. 너무 개인적인 생각일까? 이보다 더 설득력 있는 이유가 있을까?

컴퓨터 소프트웨어에도 음악용어는 많이 사용된다. 당연히 음악을 위한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음악용어이고, 또 다른 분야의 것에도 적용되고 있다. 일단 음악 소프트웨어를 보자. 수많은 대중음악 작곡가가 미디(MIDI)작업을 하는 ‘케이크워크’는 프랑스의 작곡가 드뷔시의 피아노곡 ‘골리웍의 케이크워크’에서 따온 말이다. 좀 우스꽝스럽게 생긴 아이를 ‘골리웍’이라 불렀고, 그런 아이가 학교에서 상으로 케이크를 받아 우쭐거리며 걸어가는 걸음걸이를 ‘케이크워크’라고 했다. 아주 짧은 피아노곡으로 ‘어린이의 세계’라는 작품집에 들어있는 재미있는 소품이다.

‘피날레’는 코다뮤직에서 만든 악보 사보 프로그램이다. 음악용어로는 모든 음악을 끝내는 마지막 악장을 말하는데, 이를 만든 회사 이름인 코다도 역시 음악용어다. 코다는 한 악장이 끝날 때 마무리를 하는 부분으로 피날레라는 용어와 형제뻘이다.

그밖에도 경쟁사의 소프트웨어인 ‘앙코르’도 두말할 나위 없이 음악회장에서 흔히 듣는 단어이며, 또 다른 제품인 ‘시벨리우스’는 핀란드의 국민적 작곡가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그는 ‘핀란디아’라는 음악을 만들어서 국가의 영웅이 된 거장 작곡가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는 핀란드가 아닌 영국회사다.



음악 소프트웨어가 아닌 경우에도 이런 시도는 종종 있다. 오래전 매킨토시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중에 코플랜드(Copland)라는 소프트웨어도 있었다. 윈도 같은 시스템, 즉 매킨토시의 시스템(Mac OS)의 어느 버전 이름이다. 코플랜드라는 작곡가를 알고 있었던 나는 미국에서 워낙 흔한 이름이라 많이 사용되나보다 생각했는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이 시스템의 테마 디자인을 바꾸어주는 프로그램 이름이 아론(Aaron)이었던 것이다. A를 두개 사용하는 ‘Aaron’이다. 아론 코플랜드. 미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받는 유명한 작곡가다. ‘보통사람을 위한 팡파레’, 발레 서부극 ‘빌리 더 키드’ ‘엘살롱 멕시코’ 등으로 수많은 현대 음악가와 영화음악가에게 영향을 끼쳤다.

‘듀오’와 ‘듀엣’

아파트 이름에도 음악용어는 자주 사용된다. 더 나은 삶과 문화생활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여유와 풍요’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더 샵(#)’은 음정의 반올림이라는 기호다. 우리나라 전화기에 있는 ‘우물 정(井)’자와 같다. 삶의 질이 한층 더 올라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칸타빌’은 ‘노래하듯이’라는 뜻의 ‘칸타빌레’와 마을 ‘빌리지’의 약어인 ‘빌’이 합쳐진 것이다. ‘칸타빌레’는 아파트 외에 다른 분야에도 많이 쓰인다.

‘마에스트로’라는 양복의 이름을 보자. ‘마에스트로’는 예술의 거장을 뜻하는 말이다.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방송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도 여기서 따온 이름이다. 음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마에스트로’와 ‘비르투오소’를 구분해 사용한다. 전자는 음악의 모든 지식을 갖춘 거장, 후자는 연주를 완벽하게 하는 기교가를 말한다.

‘돌체’라는 시계는 ‘아름답게 연주하라’는 뜻의 음악용어 돌체에서 따온 것이다. 우리가 보는 악보에 ‘dolce’는 자주 등장한다.

어떤 결혼정보업체는 두 명이 함께 연주한다는 뜻의 ‘듀오’라는 단어를 상호로 쓰고 있다. 흔히 사용되는 ‘듀엣’은 두 명이 노래를 부른다는 뜻이고, 악기를 연주할 때는 ‘듀오’가 맞다. 세 명이 연주한다는 뜻의 ‘트리오’는 이미 우리 어머니 세대부터 주방세제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오디오 역시 클래식음악에 관련된 이름들을 많이 사용해왔다. 왜냐하면 가장 고음질을 요구하는 소비자는 클래식 애호가이기 때문에 이미지를 그쪽에 맞춘 것이다. 오디오 ‘에로이카’는 베토벤 교향곡 3번의 제목이다. ‘영웅’이라는 뜻의 이 제목은 원래 ‘나폴레옹 교향곡’이었다. 자신이 존경해온 영웅 나폴레옹에게 헌정하기 위하여 그런 제목을 붙였지만, 나중에 그에게 실망해 그냥 ‘영웅’이라고 고쳐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다른 이야기도 있다. 처음에 ‘나폴레옹’이라는 제목을 붙여놓았는데, 어떤 돈 많은 귀족이 이 곡을 돈을 주고 사겠다고 해서 제목을 바꾸었다는 설이다. 나는 후자를 믿는다. 그게 더 인간적이니까. 나 같았으면 그 귀족의 이름을 붙였을지도 모른다.

국내에서 생산된 오디오 ‘쾨헬’은 작곡가나 작품의 이름은 아니었다. 모차르트가 작곡한 작품을 정리한 음악학자의 이름이다. 그래서 모차르트의 작품번호에는 앞에 ‘K. ~번’처럼 그의 이니셜이 붙어있다. 우리는 이것을 쾨헬넘버라고 부른다. 그 외에도 얼마나 많은가. ‘커피 칸타타’나 ‘브라보 콘’ 등 먹을거리에도 음악회장에서 들을 수 있는 이름이 많다.

하이든의 장난

클래식 곡의 이름이 붙게 된 경위는 매우 다양하다. 이번엔 그런 작품들을 한번 살펴보자.

교향곡의 아버지이자 현악사중주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이든의 작품엔 재미있는 제목이 아주 많다. 하이든의 ‘태양 사중주들’이라는 곡을 상상해보자. 제목처럼 밝고, 뜨겁고, 열정적이고… 결코 그렇지 않다. 처음 출판될 당시 악보 표지에 태양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이유로 그렇게 불릴 뿐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책 중에 ‘Perl’이라는 책이 있는데 표지에 있는 낙타그림 때문에 ‘낙타 책’이라고 불리는 걸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농담’이라는 현악사중주곡도 있다. 왜 ‘농담’이라는 제목이 붙었는지는, 문헌에서 찾아보기가 의외로 쉽지 않다. 그러나 마지막 악장을 들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곡이 끝난 줄 알고 있으면 잠시 후에 또 멜로디가 나온다. 이번엔 진짜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소리를 낸다. 하이든은 이러한 장난을 무려 세 번이나 친다. 콰르텟엑스는 이 부분을 이용해서 재미있는 쇼를 한 적이 있다. 곡이 끝난 것처럼 일어나다가 박수가 나오면 다시 앉아서 연주했고, 이내 폭소가 터져 나왔다. 이 곡의 제목을 모르고 본 사람들이 나중에 팸플릿에 적혀있는 ‘농담’이라는 제목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2/3
조윤범│현학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yoonbhum@me.com│
목록 닫기

클래식 음악과 이름

댓글 창 닫기

2022/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