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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의 골프경영 ⑮

필드 매력과 反매력이 드러나는 곳

  • 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경영학 박사 yoonek18@chol.com│

필드 매력과 反매력이 드러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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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매력과 反매력이        드러나는 곳

조영남의 골프는 성격만큼이나 자유분방했다.

“영남아, 머리 들지 말고 오른쪽 어깨 집어넣고!”

보통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주문하는 이런 말을 이렇게 큰 소리를 내면서 자기최면을 거는걸 보니 역시 평범한 개성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남들은 나보고 즉흥적이라느니 럭비공 같다느니 얘기하는 모양인데 천만의 말씀이지, 나는 인생은 경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자다가 일어나서 갑자기 화투 그림 그리는 사람 봤어요? 다 평소에 구상했던 거라니까요!”

가수로 데뷔한 그는 화가로, 방송인으로, 작가로, 칼럼니스트로 파격과 변신을 주저하지 않는다. 흡사 우리 시대의 문화유목민 같다.

“가수가 노래나 하지 왜 책 쓰고 그림 그리고 방송하느냐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고정관념이에요. 한 구멍만 파야 되는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넓은 세상에는 여러 구멍을 파는 게 좋잖아요. 골프장도 홀마다 다르고 골프채도 서로 다르니까 작품이 되는 거지.”



조영남씨와 라운드하면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는 샷을 하는 사이사이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불렀다. 누군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 배를 잡고 웃는다. 순식간에 감정을 공유하는 공감형 엔터테이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를 시작한 후 좋아진 게 뭐냐는 물음에는 이렇게 대답하기도 했다.

“인생 경영을 배우죠, 성깔도 죽이게 되고. 그리고 같이 놀아주는 동반자들이 진짜 고맙죠. 고마운 사람 많은 걸 알면 저절로 건강해지는 거 아닙니까, 하하!”

조영남씨의 매력은 자유분방함과 즐거움을 주는 데 있다. 인생이 팍팍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재주껏 조영남씨와 라운드를 한 번만 해보면 근심걱정이 곧바로 사라질 것이라고 감히 추천한다.

조용필이 한석규를 만났을 때

연예인 중에 또 한 사람, 조용필씨가 떠오른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가장 라운드하고 싶은 연예인이다. 그와는 안양 베네스트CC에서 골프를 함께 한 적이 있다.

나에게 가수로서 조용필의 이미지는 ‘작은 거인’ 그리고 ‘절대고독’이다. 그의 대표곡들은 대부분 가슴속 깊은 곳까지 밀려오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담고 있다. 특히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 겨울의 찻집’ ‘허공’ ‘킬리만자로의 눈’ 등은 절대고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청년시절부터 그의 노래를 수없이 듣고 따라 부른 골수팬이다.

그의 골프스타일은 ‘단정한 샷 +예리한 퍼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담한 체구지만 티샷은 늘 똑같은 리듬과 템포로 끝까지 뻗어주기 때문에 거리도 만만치 않다. 골프를 잘하려면 노래방을 가라던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골프 샷은 리듬과 템포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인데, 나는 조용필씨의 샷을 보면서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는 아웃코스 5번, 6번 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하면서 39타를 쳤고 인코스에서는 42타를 쳤다. 안양베네스트에서 81타를 친다면 다른 골프장에서는 대부분 70대를 칠 수 있는 실력이다. 안양베네스트에서 점수가 잘 안 나오는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코스가 길다. 그린 앞에 벙커가 위협적이다. 그린이 빠르다. 그래서 늘 침착하고 예민하게 계산을 해야 한다.

그에게 골프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를 묻자 “그냥 취미”라고 답했다. 취미가 있어야 삶의 균형이 잡힌다는 것이다. 흔히 여가경영학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이라는 이론을 강조하는데, 일에 빠진 사람일수록 여가가 더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조용필이라는 가수야말로 평생 노래에만 광적으로 빠져있는 인물 아닌가. 그는 누구보다 더 삶의 균형이 필요할 것이다.

“원래 인기인들이 더 외로움을 타는 거 아닙니까? 유명인이라 아무나 만날 수도 없고 아무 곳에나 갈 수도 없는데, 골프장이야말로 외로움을 달래기 좋은 곳이죠.”

조용필씨와 자주 골프를 하는 M 회장의 해석이다.

이날 그늘집에서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마침 뒤 팀에서 치던 탤런트 한석규씨 일행과 우연히 만났다. 한석규씨는 대뜸 볼펜과 메모지를 들고 조용필씨에게 다가가더니 사인을 부탁했다.

“아니, 사인은 내가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가 조 선배님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데 오늘은 꼭 사인을 받아야겠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나는 M 회장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인기인들이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요?”

“아 글쎄 다들 마음을 달래려고 친다니까요.”

왠지 쓸쓸해 보이는 얼굴과 수줍음을 타는 미소,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노래할 때의 모습 못지않게 조용필씨는 필드에서도 무척 매력적이다. 이 가을에 꼭 다시 한 번 라운드하고 싶은 이유다.

심신을 연마하는 곳

여자 연예인 중에는 이경진, 선우은숙, 고은아, 문희씨 등과 라운드한 일이 인상에 남는다. 내가 봤을 때 골프 실력은 선우은숙씨가 가장 나았던 것 같다. 이경진씨는 얌전하고 착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골프장에서는 강한 집념을 보여주었다. 얼굴을 보면 아무래도 악역은 안 어울릴 것 같고 골프도 마냥 예쁘게 칠 것만 같지만, 그러나 이경진씨의 스윙은 매섭다. 자그마한 체구인데 스윙 아크가 크고 임팩트가 아주 강하다. 그만큼 비거리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퍼팅할 때는 매우 신중하고 퍼팅을 놓치면 크게 안타까워한다. 심지어 다시 한번 연습퍼팅을 하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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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경영학 박사 yoonek18@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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