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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의회의 정보기관 통제시스템 해부

1년에 1200회 브리핑한 CIA vs 4년간 14회 보고한 국정원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한·미 의회의 정보기관 통제시스템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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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의회의 정보기관 통제시스템 해부
“정보위에도 수석전문위원 이하 5명의 직원이 있지만 모두 각 상임위를 돌며 순환근무를 하는 입법공무원이다. 정보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조력 대신 의사일정을 진행하는 정도다. 미국의 경우는 상하원 모두 위원 1명당 1인 이상의 전문위원이 있어서 정보위 직원이 전문위원급만 상하원 각각 30명 선에 달한다. 이들은 모두 정보업무에 전문지식을 인정받은 사람들로 선발된다. 다른 상임위와의 형평성 때문에 정보위 직원수를 늘릴 수 없다면, 정보위를 맡은 의원의 경력 높은 보좌관을 지정해 보안심사를 거쳐 업무에 참여할 수 있게라도 해야 한다. 최소한 국방위 등 다른 안보분야 상임위에서 보좌진이 수행하는 조력은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도 정보위에는 두 명의 국정원 직원이 파견돼 있지만, 이들의 업무 역시 제한적이라는 게 정보위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박영선 의원은 “청와대 파견처럼 아예 사표를 쓰고 국회에 온다면 모를까, 지금은 전문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온 건지 국회 동향을 파악하러 온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런가 하면 정보위원 본인들 역시 전문성 부족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국정원 1차장을 지낸 염돈재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은 “외국 의회의 정보위에는 주로 원로급 의원이 임명되어 임기 중에 교체되는 일이 거의 없지만, 한국은 국내정치 상황에 따라 위원을 자주 바꾸기 때문에 교체율이 100%에 달한다”고 전했다. 한 정보위원 보좌관은 “솔직히 정보위가 재선에 도움이 되거나 이해관계가 얽힌 상임위는 아니지 않나. 정치상황에 따라 상임위 배정이 자주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보위원의 잦은 교체는 보안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임기마다 수십 명의 ‘전 정보위원’이 양산되는 구조다 보니 체계적인 보안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이는 정보위원회의 스태프를 늘리거나 보좌관들에게 조력을 맡기는 등 외국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들이 내놓는 가장 강력한 반론이기도 하다. “지금도 걸핏하면 정보위 정보유출로 골치를 앓는데, 비밀 접근권한을 가진 사람을 늘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염돈재 원장의 말이다.

“민주국가의 제도적 발전에 따라 정보기관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것은 분명 거부할 명분이 없다. 그러나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가진 우리가 미국식 정보기관 통제를 무조건 정답으로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1994년의 정보위 도입 역시 당시의 여건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다소 성급했던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비밀공작의 사전보고는 우리 처지에서는 생각하기조차 쉽지 않다. 당장 국회의원 자신들도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정보위원이 국가기밀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국정원장의 증언이나 자료를 공개하거나 누설할 경우, 형법을 적용하거나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도록 관계법령은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에 가깝다. 정보위원장이나 간사가 국정원장과 상의해 일부 내용을 발표하는 것은 일종의 관례가 됐고, 심지어는 상의되지 않은 내용이 정보위원 개개인을 통해 새어나가 기사화하는 사례 역시 비일비재하다. 1980년대 정보유출 문제로 의원이 사임한 전례도 있어 이후에는 비슷한 사례가 완전히 사라진 미국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국회 연락관을 지낸 한 국정원 관계자는 “명목상 비공개 증언일 뿐 기자회견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국정원과 정보위 사이에 신뢰관계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보위가 국정원의 예산이나 활동에 대해 제대로 된 감독권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정보기관이 정보위에 제공하는 정보의 수위가 다른 것 역시 신뢰의 문제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보고사항의 외부 유출 문제는 국정원과 정보위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대표적인 것이 2003년 7월 정보위를 통해 언론에 유출된 북한의 고폭실험 관련 보고내용. 당시 국정원 핵심관계자의 회고다.

“북한이 1980년대부터 핵폭탄의 뇌관에 해당하는 고성능폭약 실험을 해왔다는 사실은 우리 측의 정보역량이 총동원돼 수집한 기밀 중의 기밀이었다. 당시 고영구 원장이 보고한 이 내용은 정보위원들의 개별 언론플레이를 통해 이튿날 대대적으로 기사화됐다. 국정원에서는 이에 대해 국회법 위반 등으로 고발할 것을 검토했지만 윗선의 방침에 따라 끝내 단행하진 못했고, 대신 ‘이런 일이 반복되면 현안보고는 재고할 수밖에 없다’며 유감을 표하는 것으로 끝내야 했다. 이후에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졌지만 고발이나 윤리위 제재가 이뤄진 경우는 없다.”

특히 이러한 정보유출은 외국 정보기관과의 공조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국정원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외국 정보기관과의 정보교환을 통해 얻는 정보의 양이 상당한데, 국정원 정보가 국회를 통해 유출되는 과정이 반복되면 이러한 협조관계는 깨지고 만다는 것이다.

정보누설이 반복되는 원인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정보위원들이 지목하는 ‘정보 누설 반복의 원인’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은 이와 관련해 중요한 힌트를 던져준다. 여당 측 인사들은 “야당에서 정보기관 업무에 대해 필요 이상의 것을 알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하고, 야당 측 인사들은 “정보유출을 핑계 삼아 정보위의 감시기능을 약화시키기 위해 국정원과 여당이 유출 사례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신사협정’이라는 이벤트

정보기관 연구를 오랫동안 진행해온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국 가장 큰 원인은 정보위원회의 지나친 정치화”라고 말한다. 보고된 사항이 소속정당이나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맞으면 곧바로 언론플레이에 활용하는 패턴이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이들 정보 내용이 대부분 해당시기 정부의 안보정책이나 정보기관 운용방식을 비판하는 데 쓰였음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한국의 정치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게 아니고 보면, 고민은 결국 제도의 문제로 되돌아간다. 이와 관련해 살펴봐야 할 미국과 한국 정보위원회의 가장 큰 차이점이 구체적인 운영규칙의 유무다.

미국 의회는 상하원 모두 수십쪽 분량의 정보위 운영규칙을 제정해 운용하고 있다. 보고내용 유출 행위에 대한 처리 절차는 물론, 회의의 공개 여부에 관한 결정기준, 정보기관의 예산안 제출 방식과 범주, 시한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문서들이다. 국회법과 국정원법의 몇몇 조항에 근거해 주먹구구식으로 정보위를 운영하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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