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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철녀들 27

‘로마인 이야기’ 15년 투혼의 女帝 시오노 나나미

“승부 걸지 않는 남자는 매력이 없다”

  • 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로마인 이야기’ 15년 투혼의 女帝 시오노 나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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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은 나의 힘”

시오노는 도쿄 도립학교인 히비야(日比谷)고교를 나왔다. 일본 전역에서 수재들이 모여드는 우수한 학교다. 졸업생의 3분의 2가 도쿄대에 진학하는 이 학교에서 시오노는 도쿄대를 지원했다가 낙방한다. 당시를 회고하는 시오노의 말이다.

“당시 히비야고교에서 도쿄대에 낙방한 학생들은 ‘미야코오치’(都落ち·낙향이란 뜻으로 관청에서는 좌천을 뜻함)로 불렸는데 내가 바로 미야코오치였다. 당시 교토대로 진학해 훗날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동창 도네가와 스스무(利根川進)도 미야코오치였다. 나는 모범생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그에 따르면 공부를 잘하려면 첫째 기억력이 좋아야 하고, 둘째 교사가 말하는 내용에 의심을 품지 않아야 하는데 자신은 교사가 뭔가를 말하면 곧 의심을 품는 의심덩어리였다는 것이다. 그러니 교사의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나를 비롯해 성적이 나쁜 학생들은 선생님 말이 머릿속에 들어오면 다른 것들을 연상해 결국 엉뚱한 것을 생각해버린다. 자연히 선생님이 말하는 다음 이야기는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고교시절 나는 의심을 품지 않는 것이야말로 수재가 되는 요인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의 고교시절은 고독할 수밖에 없었다. ‘왜?’ ‘어떤 조건에서?’라는 두 가지가 설명되지 않으면 수업이 끝난 뒤 꼭 질문하는 학생을 교사들이 반길 리 없다. 더군다나 그 나이에 그리스나 로마에 관심을 갖는 아이가 몇이나 됐을까. 하지만 그는 무엇에나 의심을 갖는 것, 즉 호기심을 자신의 성공요인으로 꼽는다.

“호기심이란 바꿔 말하면 자기를 개방하는 것이다. 개방적인 사람이야말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 호기심을 가진 사람은 찐빵 하나를 만들더라도 팥 대신 크림을 넣어보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생각이 커져 새로운 것을 자꾸 만들어낸다. 다른 데서 받는 자극이 없다는 것은 곧 무균상태, 면역성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상태에서 균이 들어오면 당장 병에 걸린다. 자극이란 독(毒)이다. 요컨대 균이다. 독이니까 해롭지 않을 정도로 계속 받아들여야 면역이 생긴다. 내가 뛰어났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호기심이 강하다는 정도였다. 그런 ‘긍지’같은 것이 30년 뒤의 처지를 갈라놓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네로 황제는 흔히 폭군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오노는 열일곱 살에 황제에 오른 사람(네로)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폭군 네로라는 기존의 평가를 전부 버리고 새롭게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를 보게 됐다. 어떤 사상과 윤리, 도덕으로도 재단하지 않고, 인간의 행위 그 자체를 추적해가는 그의 작업은 남들과 똑같은 사료, 이미 존재하는 것을 토대로 해도 자신만의 시선이 있기에 새롭게 보이도록 하는 원천이다.

‘리스크’를 떠안는 지도자

시오노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뒤에도 주류 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곤 한다. 이탈리아 주재 일본대사관에서 “내일 도쿄에서 유명 대학 교수들이 오니 만찬에 참석해라”고 요청했다가 곧 “교수들이 시오노와 동석하기 싫다고 했다”는 연락을 받는다거나, 누군가 출판사를 통해 마키아벨리 번역집에 발문을 써달라고 연락이 왔는데, 얼마 후 “시오노의 발문은 싫다”고 했다는 얘길 듣는 일이 자주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럴 때마다 ‘두고 보자. 남보다 더 큰 성과를 내면 된다’며 작업에 매진한다고 한다.

그가 로마에 몰두하며 구축한 작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결국 ‘정치 리더십’의 문제다. 단지 로마를 소개하는 차원이 아니라 “정치를 잘못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로마사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시오노는 이 과정에서 인텔리들에게 정치를 비하하거나 경시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정치가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 가장 손해를 보는 집단은 서민이다. 나아가 정치는 축적된 부를 운용하고 지속시키는 작업이기에 단지 정치인에 국한되지 않고 경영자 ·언론인, 심지어 주부들까지 동참해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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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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