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호

성적 올리려면 ‘함께’ 책 읽어라!

언어·학습능력 좌우하는 독서능력 키우기

  • 윤동수│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 이사 dsyoon@jinhak.com

    입력2012-09-21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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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적 올리려면 ‘함께’ 책 읽어라!
    “학교 다녀왔습니다!”

    학교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온 두 아이, K모 군(15)과 L모 양(15). 이들의 방과 후 모습은 어떨까. 먼저 K군의 집으로 가본다.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 들어선 K군은 방 안에다 책가방을 던져놓고는 곧장 거실의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앉는다. 손발 씻고 숙제부터 하라는 엄마의 말도 들은 체 만 체 현란한 손놀림으로 게임 캐릭터를 조종하느라 바쁘다. 속이 상한 엄마의 목소리가 커지자 그제야 K군은 방에 들어와 침대에 엎드려 책을 편다. 엄마에 이끌려 억지로 책상 앞에 앉아도 잠만 쏟아질 뿐이다. 결국 K군은 몇 장을 못 넘기고 책상 위에 엎드려버린다.

    L양의 집은 어떨까? 역시 씩씩하게 인사를 하며 집으로 들어온 L양. 방에 가방을 내려놓고 숙제부터 꺼내 거실의 책상으로 간다. 얼마 전 TV를 없애면서 만든 가족의 공동 책상이다. L양은 여기서 숙제도 하고 책도 읽고 아빠, 엄마와 이야기도 나눈다. 숙제를 끝낸 L양은 어제 읽다 만 책을 찾아 들고 조용히 읽기 시작한다. 그 사이 일을 마친 엄마도 손에 책을 들고 L양 옆에 나란히 앉았다. 고요히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리는 이 순간이 L양은 제일 좋다.

    언어능력이 성적 키워드



    상담을 요청해 오는 부모 중 상당수가 K군의 사례처럼 ‘도통 책을 읽지 않는’ 자녀, 시키지 않으면 ‘스스로 책을 펴 들 줄 모르는’ 자녀에 대한 고민으로 한숨을 내쉰다. 우리 아이도 L양처럼 스스로 알아서 숙제를 하고 책을 찾아서 읽는 주도적인 아이였으면 좋겠는데 마음처럼 잘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속상한 마음에 잔소리만 늘고 아이와의 관계는 더 서먹해지는 것 같다. 내 아이, 이대로 괜찮은 걸까?

    K군과 같은 상황이라면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업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자율적인 학습의 비중이 높아지는 고등학교 이후 단계에서는 짜인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수동적 공부’가 더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스스로 공부해본 경험이 적고 독서습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율적 학습자로 거듭나기 어렵다. ‘학습’도 꾸준한 연습과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성장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L양은 어떨까?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자신의 공부 스케줄을 관리하고 원하는 책 목록을 작성해 꾸준히 읽어왔다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업에 대한 저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왜일까? L양과 같은 자율적 학습자는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스스로를 조절하는 과정을 충분히 익혔고, 이미 ‘나만의 학습방법’을 발견해 변화하는 학습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힘을 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스스로 학습하는 힘’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답이 없을까? 내 아이가 학생인 이상, 그것도 공부로 평가받는 대한민국의 청소년인 이상 당장은 성적에 신경 써야 하지만 그 너머를 긴 안목으로 바라보며 자녀의 전체적인 ‘학습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부모로서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성적 올리려면 ‘함께’ 책 읽어라!
    성적 올리려면 ‘함께’ 책 읽어라!
    학습능력도 높고 성적도 잘 나오는 아이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지능지수(IQ)로 대변되는 좋은 머리? 꾸준한 공부습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모두 일리 있는 답이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에 나타난 결과를 종합해볼 때, 성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언어능력’이다. 여기에서 언어능력이란,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네 가지 기본 언어 활용능력의 정도를 뜻한다. 즉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데 뛰어난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학습능력이 우수한 편에 속하며 이는 성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시험을 비롯한 현재의 평가방식이 주로 읽고 쓰는 활동을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읽고 쓰는 능력의 정도가 학업성취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 키워드임을 알 수 있다.

    은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과계열 응시생 35만 여 명의 언어영역 성적과 영역별 성적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그래프에 따르면, 언어영역 성적은 외국어영역 및 사회탐구영역의 성적과 76% 정도의 상관율을 보인다. 언어와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수리 나형 성적 역시 64% 정도로 비교적 높은 상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언어 성적이 좋을수록 다른 영역의 성적 또한 좋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결과는 언어 성적이 여타 과목에 미치는 영향력 내지 설명력의 정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성공에 대한 지능지수의 설명력이 2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한다면 70%에 달하는 설명력은 상당한 것이라 하겠다.

    왜 그럴까?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다양한 과목은 국어 즉, 언어로 되어 있다. 저마다 다루는 내용과 표현방식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국어인 한국어로 묻고 답하고 쓰고 푸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언어능력 즉, 문제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높은 아이들이 국어와 영어과목과 같은 언어 관련 과목은 물론이고, 다른 과목들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계와 학교현장에서 국어과목을 ‘도구교과’로 보고 다른 과목들의 기본 바탕이 되는 핵심교과 중 하나로 다루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점에 근거한다.

    핵심 인재 되려면

    물론 단순히 언어 점수가 높다고 해서, 혹은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것에 능하다 해서 무조건 공부를 잘한다, 성적이 높다, 학습능력이 뛰어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학업을 지속하는 가운데 어떠한 방식으로든 재차 평가를 받아야 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선적으로 스스로의 언어능력을 점검해보고 이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학습능력을 증진시키는 주효한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제대로 읽고 쓰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은 학생의 경우 학년이 올라갈수록 좋은 성적을 받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수업과 시험에서 활용되는 어휘의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시험 등 관련 문제들에서 요구하는 내용들도 언어를 활용해 통합적·비판적으로 사고하기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사이 ‘말하기와 듣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입학사정관제 등 면접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앞으로의 평가 영역은 ‘언어 활용능력’의 전반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이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소통능력과 발표력, 문서작성 능력 등 언어를 활용하는 능력이 대학과 같은 고등교육기관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걸쳐 ‘핵심인재’의 주요한 요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서능력이 언어능력 좌우

    결론적으로 자녀의 학습능력을 높이려면 언어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게 하루아침에 될까? 어릴 적 무엇을 제대로 읽거나 써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어떻게 언어능력을 높인다는 말인가? 말은 잘해도 무엇을 읽으려면 앞이 캄캄하다는 아이도 많고, 잘 읽어도 무엇을 쓰라고 하면 백지 앞에서 좌절하게 된다는 아이도 많은데 말이다.

    모두 맞는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언어능력을 향상시키기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과거에 이와 관련된 활동을 한 경험이 부족할 경우에는 더욱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이제 막 푸르디푸른 나이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늦었으니 도리가 없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해답은 책이다. 다독(多讀)을 통해 쌓은 ‘독서능력’이야말로 언어 활용능력의 발달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학습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책을 읽는 행위인 독서가 주는 효용은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해진 바 있다. 그러나 익히 들어 익숙함에도 마음만큼 제대로 따라주지 않는 것 또한 독서다. 특히 자녀가 책을 많이 읽고 깊이 사고할 수 있도록 부모로서 조언하고 교육하는 길은 더욱 멀고 험하기만 하다.

    이는 눈앞에 아무리 좋은 책이 있어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과목별 공부, 시험, 성적 등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의 현실에 기인한 바가 크다. 즉, 책을 많이 읽으면 좋다는 것은 잘 알지만 그렇다고 학기 중 수업내용이나 시험범위와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책들을 읽자니 마음이 불편하고 조급해진다는 것이다. 당장의 성과를 중시하는 부모, 조급한 마음으로 자녀를 닦달하는 부모들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독서의 효용’은 단순히 책을 읽는 가운데 얻을 수 있는 지식적 측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책을 읽기 전, 읽는 중, 읽은 후의 전반적인 ‘읽기 행위’에 초점을 둔 ‘일련의 독서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왜 그런가? 이는 책을 골라 손에 들고 읽어 내려가는 과정 그리고 그 후 다양한 독후활동을 통해 읽은 내용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의 총합이 ‘독서’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과정들 자체가 언어의 활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서는 언어능력은 물론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실천방법 중 하나다.

    성적 올리려면 ‘함께’ 책 읽어라!
    독서와 학습능력 함수관계

    일례로 우리는 책을 읽기 전부터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선택한 책은 어떠한 방식으로 읽을 것인가, 언제 어디에서 읽을 것인가, 다 읽고 난 후에는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부딪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사고하게 됨은 물론이다. 이렇듯 한 사람이 새로운 내용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그렇게 유무형의 지식들을 삶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학습능력’이라고 본다면 독서의 과정 역시 학습능력의 향상과 밀접하게 연관됨을 알 수 있다.

    성적 올리려면 ‘함께’ 책 읽어라!

    독서는 인내력과 책임감을 키우는 좋은 훈련법이다.

    실제로 독서와 학습은 여러 가지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점은 학습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인지적·정의적·태도적 측면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이를 정리해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독서를 통해 키울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의 측면이다. 인지적 능력은 ‘세상 속의 다양한 텍스트를 올바르게 구별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당장 눈앞에 있는 교과목의 내용이 아니더라도 인접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내용의 책을 읽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지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독서를 통한 예습·복습의 효과’를 살펴본 실험결과 를 통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이 결과에 따르면, 수업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내용이라도 수업 전후에 각각 이를 읽게 한 후 수업했을 때 성적이 더 높게 나왔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는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학습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학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둘째로 정의적 측면의 능력을 들 수 있다. 정의적 능력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의사소통 능력은 물론, 스스로를 참아내고 조절할 수 있는 ‘자기조절 능력’을 아우른다. 특히 이 자기조절 능력은 학습 과정에서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당장의 과업에 몰두하고 집중하기 위해 스스로를 참아내고 조절할 수 있는 ‘자기조절 능력’이야말로 독서를 통해 기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아무리 인지적 능력이 뛰어나도 정의적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학업생활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나가기 어렵다.

    세 번째로 태도적 측면을 들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꾸준히 읽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속속 읽어낸다는 것은 무한한 연습과 반복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행위다. 또한 책을 읽는 주체는 자기 자신이므로 한 권의 책을 펴 든다는 것은 매순간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매우 의지적인 행동이다. 이처럼 독서는 인내력과 책임감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며 학업에서 가장 중요한 ‘학습태도’를 성숙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성적 올리려면 ‘함께’ 책 읽어라!
    과거에 책을 꾸준히 읽어온 학생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부침 없이 성적을 유지, 향상시킬 수 있는 것도 이러한 태도적 측면에 기인한 바 크다. 대학 등 고등교육 단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꾸준한 독서습관은 오히려 고등교육 단계에 이르러 더욱 요구되는데, 은 이를 방증한다. 이 그래프는 성균관대가 책을 대출한 양과 평균 성적을 조사해 그룹별로 비교한 것이다. 도서 대출량이 많을수록 성적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어린 시절 책을 읽은 경험이 별로 없거나 부족한 학생들은 책을 선택해 읽고 다시 다른 책으로 옮겨가는 과정 자체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읽겠다고 결심하고서도 금세 싫증을 느끼거나 읽기를 중단해버리는 원인도 ‘시간’을 들여 내용을 읽고 내 것으로 소화해야 하는 독서과정 자체에서 학습태도가 아직 제대로 잡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녀가 인내력과 집중력이 부족한 편이라면 흥미를 가질 만한 책을 골라 우선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어내는 습관부터 들일 수 있도록 조언하는 게 좋겠다.

    독서, 강요하지 말라

    그렇다면 어떻게 책을 읽도록 만들 것인가? 우선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성적이 상위 20%인 중·고등학생과 하위 20%인 학생의 독서환경과 습관을 비교한 다음의 표를 먼저 살펴보자. 여기에는 독서환경과 습관이 중·고등학생들의 학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드러나 있다.

    무엇이라도 읽을거리가 있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상위 20% 성적대에 훨씬 많이 포진해 있다는 결과는 사실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하위 20% 성적대에 머물러 있는 아이들 중에서도 일간신문을 정기구독하거나 집에 100권 이상의 책이 있고 서점에 자주 가는 등 독서환경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성적 올리려면 ‘함께’ 책 읽어라!
    비슷한 환경 안에서도 이렇듯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바로 ‘행동’에 있다. 주위에 책을 소장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실제 독서량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그리고 읽는다 해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제대로 된 독서법을 활용하고 있는지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독서환경을 조성하는 것만큼 실제로 책을 읽어내는 ‘실천으로서의 독서활동’이 중요하는 뜻이다. 단순히 책만 사다준다거나 서점에 자주 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긴 부모라면 이 점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그래도 고민은 남는다. 어떻게 하면 책을 즐겁고 꾸준히 읽도록 이끌 수 있을지 하는 것이다. 이 고민의 방점은 바로 ‘즐겁게 꾸준히’라는 데 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억지로 읽게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영영 책과 멀어질 우려가 있다. 효과적인 독서지도법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 논의된 바 있지만 그 요체를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독서(督書)하지 말라! 감독하는 독서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부모들이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자녀 혼자 책을 읽도록 시킨 후 끊임없이 그 결과를 확인하고 검사하는 것이다. 그래서는 자녀가 독서에 흥미를 붙일 수도, 독서에 마음 놓고 빠져들 수도 없다. 중간 중간 독서 진행상황을 간단히 묻고 조언할 수는 있지만 마치 감시하는 듯 일일이 체크하고 결과를 보이라 주문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감독하는 독서의 결말은 으레 평가가 되기 마련인데, 감독과 평가는 결코 자발적인 독서가 주는 효용을 넘어설 수 없다. 자녀가 책의 내용을 층분히 이해하고 음미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물리적·심리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독서가 재미있어진다. 책을 읽는 과정 자체가 신이 나고 행복할 수 있다.

    둘째, 독서(毒書)하지 말라! 자녀의 수준에 맞는 책을 권하라는 뜻이다. 독서도 자녀에게 맞는 좋은 책을 읽어야 득이 된다. 내 자녀의 독서 이력과 독서능력에 맞는, 다시 말해 수준에 맞고 흥미와 관심 분야에 맞는 책을 적절하게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온다면 자녀들이 읽을 만한 책들을 엄선해놓은 기존의 권장도서목록을 참고해라. 이를 주어진 순서대로 읽기보다는 자녀와 함께 대화하며 더하고 덜어내 ‘나만의 목록’을 작성해보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무엇이든 내 손으로 ‘노력’을 더해 만들어낸 결과에는 애정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자녀가 나만의 독서목록을 아끼며 하나하나 읽고 지워나간다면 성공이다.

    마지막으로 독서(篤書)하라! 자녀와 부모의 관계가 책을 통해 더욱 도타워질 수 있도록 ‘함께’ 읽으라는 뜻이다. 주지하다시피 사람 사이의 관계는 하루아침에 가까워지거나 깊어지기 어렵다. 독서능력의 향상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자녀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할 때 그 관계가 한층 더 깊어질 수 있는 것처럼 독서 역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책을 선택하고, 매순간 인내심을 가지고 독서행위를 실천할 때 비로소 독서능력의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시간, 공간부터 확보

    위 세 가지 독서방법을 일상의 차원에서 실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무엇보다 책을 읽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시간이 어렵다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라도 꼭 확보해야 한다. 가족 간의 대화도 공통된 관심사 내지 화젯거리가 있을 때 좀 더 수월해진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읽은 책이 이를 위한 가장 훌륭한 시작이 될 것임은 물론이다.

    혹시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우리 아이들의 평균 기대수명이 얼마일지 잠시만 떠올려보자. 내 아이가 살아갈 20년 후 세상은 또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빠르다. 지금 당장 시작하라. TV와 컴퓨터에서 눈을 떼고 내 아이와 서로 마주 보자. 그리고 어제 읽은 책과 오늘 신문에서 읽은 기사의 내용을 이야기하자. 늦지 않았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말한 인생시계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인 내 아이의 인생은 하루 중 이제 막 여명이 스며들기 시작한 신새벽이다. 내 아이가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인생의 아침을 더욱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함께 책을 읽는 부모가 되자. 부모가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은 부모가 세상을 떠나도 그 자리를 대신해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이고 ‘책을 읽는 습관’이다. 잊지 말자. 독서능력에 내 아이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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