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부곡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청호 구의원.
9월 8일 오후 부산 부곡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난 부산 금정구의회 이청호 의원(42)은 기자를 보자 헛웃음부터 쳤다.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와 정장근 통합진보당 부산시당 금정구위원장이 자신의 징계를 요청해 오전에 ‘소명’을 하고 왔다고 했다.
▼ 제소 이유가 뭔가요?
“몇 가지 있는데요, 이른바 ‘유령당원’ 명부를 공개해 당 기밀인 당원명부를 유출했고, 동아·조선·중앙일보와 종합편성채널 기자들과 개별접촉을 했고, 제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삽질’이라는 단어를 써 건설노동자를 폄하했다는군요. ‘삽질’은 헛된 일을 했을 때 이르는 비유어 아닌가요? ‘MB 삽질’이라고 쓸 때는 말을 않더니….”
▼ 어떻게 소명했습니까?
“당원명부를 언론에 유출한 적도 없어요. 내가 7월 26일 국회에서 손에 들고 기자들에게 보여준 당원명부는 이름과 주민번호 등을 암영 처리해 누가 누군지 알 수도 없어요. 그리고 메이저 신문과 인터뷰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됩니까? 진실을 호도하고 알리지 않는 게 더 문제죠. 적어도 이번 통진당 사태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가장 ‘팩트(사실)’에 가까운 보도를 했어요.”
▼ 특정 기자에게만 정보를 흘렸나요?
“아뇨. 저는 모든 기자에게 정보를 제공했어요. 그런데 ‘한겨레신문’이나 ‘시사IN’은 한 번도 인터뷰를 요청하지 않았어요. 그럼 어떻게 진실을 알려야 합니까? 가만히 있을까요? 사실, 부산시당에서 ‘보수 신문과 인터뷰하지 말라’는 결정문을 낸 뒤에는 하지도 않았어요. 내가 당 게시판에 글을 쓰는 게 두려웠던 거죠. 내 글을 언론에서 인용 보도하니까요. 남아 있는 주체사상파(주사파)들 심정은 이해됩니다. 뭐, 제명되면 중앙에 항소해야죠.”
제명되는 상황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는 세월 좋게 날씨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으로 5개월간 내분을 거듭한 통합진보당 사태가 9월 10일 강기갑 대표의 대표직 사퇴와 탈당 선언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12월 5일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새진보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가 10개월간의 논의 끝에 출범시킨 통합진보당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원내 제3당의 침몰, 그 중심에는 이청호 의원이 있었다.
지난 4월 18일 비례대표 부정 경선 의혹을 처음 폭로한 이후 이른바 ‘유령당원 명부’ 공개, 이석기 의원이 설립한 CN커뮤니케이션즈(CNC)의 선거비용 부풀리기 의혹 등을 잇달아 폭로한 것도 그였다. 그의 칼끝은 시종일관 이석기 의원 등 당내 경기동부연합을 겨눴다. 당은 진상조사위원회와 새 지도부를 꾸려 진화와 재기에 나섰지만,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와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불발’로 결국 ‘통진당 엑소더스’ 사태를 맞았다. 마법사 ‘강달프’의 마법도 통하지 않았다.
“결국 이렇게 됐군요. 참 허탈합니다. 그런데요, 통진당 사태의 본질은 계파 갈등이 아닙니다. 비례대표후보 선거에 부정이 있었는데, 이를 부정하고 권력투쟁으로 몰고 간 사람들, 다시 말해 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한 세력인 패권파와의 싸움이었습니다. 끝까지 싸워야죠.”
시곗바늘을 돌려 5개월 전으로 돌아가보자. 그는 4월 18일 당 홈페이지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를 규탄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언론은 이 글을 ‘2012년 통진당 사태 일지’의 첫 장에 기록한다. 요약하면 이렇다.

동시에 비례대표 인터넷 선거에서 앞서던 오옥만 후보가 현장투표에서 윤금순 후보에게 역전당했다며 현장투표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30인 이상 사업장이나 지역의 요청이 있을 때 지역위원장도 모르는 현장투표가 있었다. (이 경우) 투표관리인은 (구)민주노동당계 1명뿐이었으니 ‘박스떼기’ 하나 들고 표를 주우러 다닌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금정구 공동지역위원장인 나조차 30인 이상이 신청하면 이동투표함(현장투표소)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총선 뒤에 알았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는 여성 1등이 1번, 남성 1등이 2번, 청년대표 3번 등으로 순서를 정해놓았다. 오 후보는 현장투표에서 역전당해 여성명부 2위가 됐고, 전체 9번에 배정됐다.
▼ 소스코드 문제는 어떻게 알았나요?
“소스코드가 열렸다는 것은 투표 중에 투표함을 열어봤다는 뜻이잖아요? 큰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한 당원이 올린 글을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내가 실명으로 다시 올렸어요. 나는 항상 실명으로 씁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사람들이 펄쩍 뛰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