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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엔 꽃놀이패 안철수엔 毒杯될까

후보 단일화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문재인엔 꽃놀이패 안철수엔 毒杯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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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는 무소속 대통령이 오히려 잘 할 수도 있다는, 다소 무리한 발언을 자주 내놓은 뒤 이 발언으로 조금 손해를 보는 듯하다. 말이 앞서 자칫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박근혜 후보 측의 맹공도 맹공이지만 ‘정당에 관한 인식이 역시 부족하다’고 국민적 의구심을 재차 확인시켜줬다. 무리한 발언은 이쯤에서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정치혁신에 대한 요구를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안 후보 측과 1차 화력전을 주고받은 문 후보 측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의 지적이 ‘뼈아픈’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두 후보 측은 앞으로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단일화를 전제로 한 이른바 ‘협력적 경쟁’도 이어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양측의 공방이 이어질 텐데 정당 기반이 없다는 점은 안 후보에게 두고두고 불리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정기국회 중의 검증 공세에 대처할 화포 지원에서도 힘이 달리겠지만 정책 측면에서도 정당의 축적된 정보량을 쫓아가기 버거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지지율 뒤지지만 느긋해

상황이 이렇다보면 정치혁신의 기치는 갈수록 퇴색할 것이고, 정치적 공방이 난무하는 속에 안 후보 역시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 없이 싸움에만 열중하는 또 다른 정치인으로 퇴락해갈 수도 있다. 안 후보로서도 결단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안 후보가 단일화 국면에서건 본선 국면에서건 이기려면 그가 던질 최후의 카드는 무엇일까? 정치권 일부 관계자들은 “그것은 정계개편”이라고 말한다. 기존 정당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정치혁신이 불가능하므로 기존 정당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이는 사실 안 후보가 내건 명분에도 합치한다.



만약 안 후보가 무소속 후보로 끝까지 가서 결국 당선된다면 기존 두 정당은 불가피하게 후폭풍에 휩싸이면서 대규모 정계개편을 할 수밖에 없다. 그때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통합지향형 정당을 새로 창당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대통령 안철수를 지지하는 신당이다. 바로 이것을 공약으로 내거는 것이 안 후보가 내세울 최후의 카드다. 안 후보 지지 세력은 아마 이런 통쾌한 결론을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만약 정계개편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안 후보가 정계개편 카드를 쓰려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사람과 함께 거사를 도모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물론 1차 대상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들이다. 이들 국회의원 가운데 안철수 가치에 동조하는 사람들, 안철수가 이루고자 하는 정치혁신 정신에 합치하는 인물일 것이다. 물론 친박(親朴)계 핵심과 친노계 핵심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2차 대상은 2014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정치신인들이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경우 1차 대상이기는 하지만 이들은 과거 정치 시스템하에서 선출된 인물들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신인들이 골간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정계개편을 실제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진통은 불가피할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지금보다 좀 더 다급해지면 이 카드를 꺼내 들 것이다. 이러한 단호함이 안 후보에게 있을까? 적지 않은 이들이 반론을 펴겠지만 아마도 그것은 반론을 위한 반론에 불과할 것이다. 그는 이미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말한 사람이다. 안 후보와 관련해 많은 사람이 유약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관찰한 안 후보는 강골이다. 그것도 아주 강한.

정계개편 카드와 함께 안 후보의 또 다른 카드는 개헌이다. 1987년 헌정체제의 개편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된 바 있다. 사실 개헌은 19대 총선거 당시에 국민적 의제로 채택해야 했다. 19대 국회 원 구성 초기 여야 합의로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개헌을 합의처리한 뒤 이번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것이 바람직했다. 하지만 두 정당은 총선거에 이기는 일이 우선이어서 역사적 과업을 수행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제 개헌은 불가피하게 다음 대통령의 과제로 넘어가고 말았는데, 현 대선 국면에서 어떤 후보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지를 내비치지 못하고 있다.

안 후보는 개헌을 주장하기에 가장 좋은 처지에 있다. 당내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이미 정치혁신을 기치로 내건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계개편을 전제로 한다면 개헌은 정치권 새판 짜기에 좋은 매개변수이기도 하다. 안 후보 캠프에서도 이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계개편과 개헌을 한데 묶어 고려할 것이고 또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에 안철수 후보가 정계개편과 개헌 카드를 던진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몇 개의 시점을 가늠해볼 수 있다. 첫째, 단일화 협상 개시 이전. 둘째, 단일화 협상 종료 뒤 실제 절차 돌입 직전. 셋째, 단일화 절차 진행 중. 넷째,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직후. 다섯째,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이다. 시기를 저울질해서 최대한 극적인 순간을 선택할 것으로 보이지만, 단일화 협상 개시 이전에 이 문제를 제기해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로부터 먼저 답을 얻어내려 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단일화에 들어가는 순간 이탈할 수 있는 표를 미리 잡아두려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문재인 후보는 여론 지지율에서 안 후보에 뒤지는 편이다. 특히 단일화의 키를 쥔 호남의 현재 표심은 안 후보 쪽에 기울어 있다. 그러나 문 후보는 현재의 지지율 추이와 상관없이 다소 느긋한 편이다.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적어도 10%p이상 현저하게 따돌리지 않는 이상 거대한 민주당이 단기필마(單騎匹馬)의 안 후보로 편입되는 것은 야당 지지성향 국민 사이에서도 명분이 다소 취약한 일로 비칠 수 있다. 문재인 후보 측 관계자는 “어떠한 방식의 단일화이든 문 후보로서는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일부 야권 단일 후보 선호도 조사에선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앞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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