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00여 년 전 고대 수메르 기록에 치안활동을 하던 조직이 나온다. 기원전 1400년경 이집트에 해양경찰 형태의 조직이 만들어졌다. 또 기원전 600년경 페르시아에는 도로와 우편경찰 조직이 만들어졌다.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는 로마에 체계적인 경찰 조직은 필요했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로마를 14개의 지역으로 나눠 각각의 지역에 치안장관을 임명해 지역 치안과 소방을 맡겼다. 신성로마제국이나 프랑스에도 일찍이 경찰조직이 존재했다.
근대 경찰은 1829년 영국에서 출발한다. 그럼 그전에 존재했던 경찰은 뭔가? 경찰 기능을 행사했으니 경찰은 맞지만 근대 경찰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근대 경찰의 조건은 무엇인가. 가장 큰 차이는 전문성에 있다. 로마나 프랑스에서 경찰은 순찰, 수사 등 경찰 고유의 일만을 전담하던 조직이 아니었다. 일반 행정업무도 담당하고, 세금을 걷기도 했다. 감옥 관리도 이들의 업무였다. 하지만 19세기 초 영국에서 근대 경찰이 출범하면서 비로소 경찰은 순찰이나 수사와 같은 치안업무만 담당하게 됐고, 순찰 부서와 수사 부서를 분리해 전문성을 강조했다.
다른 나라도 아닌 영국에서 최초의 근대 경찰이 탄생한 것은 특이하면서도 역설적이다. 사실 영국은 가장 늦게 경찰을 만들어야 정상인 나라였다. 영국은 유럽의 다른 모든 국가가 경찰이나 이와 비슷한 조직을 갖고 있을 때도 경찰 만드는 것을 거부했다. 1829년 경찰이 만들어지기까지 경찰 없이 수백 년 이상을 버텨왔다. 경찰을 혐오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게 경찰인데 영국은 왜 경찰을 그토록 멀리했을까. 그렇다고 영국의 치안 상태가 경찰 없이 잘 굴러갈 정도로 양호하지도 않았다.

현재 형태의 ‘근대 경찰’은 1829년 영국에서 창설됐다.
영국은 원래 ‘고함 지르기(hue and cry)’나 ‘10호반(tithing)’ 같은 제도로 치안을 유지했다. ‘고함 지르기’는 말 그대로 도둑이 들거나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면 고함을 질러 이웃의 도움을 청하는 제도다. 고함이 들렸다 하면 의무적으로 도와주도록 했다. 동화 ‘늑대와 양치기’에서 동네 사람들이 양치기 거짓말에 쉽게 속은 것에는 고함을 치면 의무적으로 뛰쳐나와서 도와주게끔 돼 있는 탓도 있다.

영국 경찰의 성공 비결은 정치적 중립이었다.
영국은 ‘10호반’ 10개를 모아 100가구로 이뤄진 ‘100인제(Hundred)’를 편성해 일종의 자경대 대장 격인 컨스터블(Constable)을 선출했다. ‘100인제’가 여럿 모여 오늘날 영국의 주(州)가 되는 샤이어(Shire)가 됐으며 샤이어의 우두머리를 리브(Reeve)라 불렀는데 미국 보안관인 셰리프(Sheriff)의 어원이 바로 샤이어 리브(Shire Reeve)에서 유래했다. 1215년 최초의 인권보장 헌장으로 유명한 마그나카르타가 만들어지고 1285년 윈체스터 협약이 체결된다. 윈체스터 협약의 결과로 작은 도시에도 야간에 파수를 보는 야경인(Night Watch)제도를 도입했으며 모든 주민에게 범죄자를 추적할 의무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