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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미국 독립 이끈 작지만 힘찬 외침

  • 김학순│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미국 독립 이끈 작지만 힘찬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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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혁명”

‘상식’이 나온 직후, 미국 독립이 가능할 뿐 아니라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대륙에 가득 찼다. 그해 7월 4일 발표된 미국 독립선언문은 페인의 주장을 대부분 담았다. 이 책을 발표하기 전에는 독립해야 한다거나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는 게 상식이 아니었다. 미국이 독립하기 전 영국 왕은 상원과 하원에 권력의 일부를 나눠줘 당시에는 나름 이상적인 군주제로 평가됐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아메리카 사람들은 왕을 부정하지도 독립을 주장하지도 않았다. 많은 미국인이 조지 3세를 싫어했지만, 왕이란 왕을 죄다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상식’을 꼼꼼히 읽어보면 놀라운 사실 하나가 발견된다. 영국 왕 조지 3세의 이름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모든 왕, 모든 불합리한 권위, 전 세계의 크고 작은 폭군 모두를 공격하는 글이었다.

에피소드지만 ‘상식’은 제목 덕을 많이 본 베스트셀러라는 뒷얘기가 전해진다. 페인은 이 책의 제목을 ‘명백한 진리(Plain Truth)’로 결정해놓고 있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제목을 제외하곤 ‘상식’이라는 표현이 세 번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필라델피아 의사이자 페인의 후원자였던 벤저민 러시의 권유로 밋밋한 ‘명백한 진리’ 대신 ‘상식’으로 바꿨다.

그렇다고 제목에만 성공요인이 있는 건 아니었다. 문장의 묘미를 아는 페인의 글솜씨로 유럽 대륙의 급진적인 철학자들이 강조하던 양식과 스코틀랜드 지식인들이 중요시하던 상식을 교묘하게 결합할 수 있었던 게 또 다른 성공요인이었다. 라틴어 문구를 인용하지 않고 어려운 철학을 들먹이지 않은, 페인의 쉬운 문체도 한몫했다.

미국의 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상식을 쓴 작가의 펜이 없었다면 (조지) 워싱턴의 칼도 아무 의미가 없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상식’은 세계 민주주의의 주요 문헌이 됐다. 페인은 자기 묘비명에 단 한 구절 ‘상식의 작가’라고만 새겨달라고 했을 만큼 이 책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컸다.



페인은 프랑스혁명, 영국의 급진주의적 민주화운동에서도 활약상이 두드러져 ‘세계 혁명의 전도사’로도 불린다. 민주주의의 3대 종주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모두에서 현대적 민주주의가 발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미국 독립선언 11년 뒤 유럽으로 건너간 페인은 프랑스혁명과 영국 민주화운동에도 개입한다. 그는 ‘인권’(1791)이라는 책을 통해 프랑스혁명을 지지한다. 영국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에드먼드 버크가 세계 보수주의의 바이블이 된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에서 혁명을 비판하자 페인은 ‘인권’으로 반박했다. ‘인권’은 ‘상식’의 개정판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다. 조지 왕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라고 부추겨 영국 급진주의 운동의 핵심 문헌으로 떠올랐다. 그러자 영국에서 반란 선동이라는 죄목으로 페인 체포령이 떨어졌다. 프랑스 명예시민이 된 페인은 1792년 프랑스 국민의회의 헌법제정 의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토머스 페인 유골분실사건’의 저자 폴 콜린스는 페인을 ‘걸어 다니는 혁명’이라고 일컫는다. 페인의 전기를 쓴 W. E. 우드워드는 “페인은 인간의 자유와 인류의 권리에 대한 그의 주장을 세계가 수용할 준비를 갖추기 한 세기 전에 태어났다”며 그의 선견지명을 높이 샀다.

페인의 사상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시대를 초월해 영향을 미쳤다. ‘상식’이 출간된 후 지금까지 200여 년 동안, 페인은 세계 각국의 급진주의자와 혁명가들의 수호성 노릇을 해왔다고 ‘상식의 역사’ 저자 소피아 로젠펠드는 말한다. 세계의 수많은 자유주의자, 페미니스트, 민주사회주의자, 사회민주주의자들이 그를 사상적 선조의 한 사람으로 여긴다.

신동아 201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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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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