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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프로이트 사로잡은 초능력의 비밀

텔레파시와 투시

  • 맹성렬 |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sunglyulm@gmail.com

아인슈타인과 프로이트 사로잡은 초능력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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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버트 머레이의 텔레파시

지금까지 알려진 텔레파시 능력자 중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을 한 명 꼽는다면, 영국 옥스퍼드대 그리스학 교수였던 길버트 머레이(George Gilbert Aime`′ Murray)일 것이다. 그는 수학자 버트런트 러셀이나 소설가 H G 웰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 등과 오랜 교분을 나눴고, 그런 명사들을 집에 초대해 텔레파시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처음엔 반쯤 장난삼아 시도했는데 실제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자 스스로도 매우 놀랐다고 한다.

머레이 교수의 텔레파시 시연 중에는 토인비 부부와 함께 한 1924년의 사례가 유명하다. 이 시연은 머레이 교수가 밖에 나가 있는 동안 토인비 부인이 마음속에 담고 있던 글귀를 노트에 적은 후 그를 방으로 불러들여 내용을 묻는 식으로 진행됐다. 토인비 부인은 도스토예프스키의 한 소설에 나오는, 레스토랑에서 죽어가는 가난한 노인의 개에 대해 썼다. 이후 방으로 들어온 머레이 교수는 ‘러시아 책에 적혀 있는 상황으로 레스토랑 안에서 어떤 노인의 개가 죽어가는 것에 관한 것’이라고 정확히 맞혔다. 토인비 부인과 머레이 교수가 이전에 그 소설에 대해 대화를 나눈 일은 전혀 없으며, 머레이 교수는 그 책을 읽지 않아 내용조차 몰랐다고 한다.

머레이 교수는 어떻게 텔레파시 능력을 발휘한 것일까? 그는 1915년 7월 9일 ‘심령연구학회’ 회장에 선출된 뒤 기조연설을 할 때 자신의 텔레파시 능력을 언급하면서 “그런 특별한 상태에서 시각적이거나 후각적인 감각이 작동해 상황을 인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날 “앙리 베르그송이 텔레파시가 수시로 어디에서나 작동하고 있으며 그것이 언어를 형성하는 근원이라고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물론 머레이 교수의 텔레파시 실험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는 505번의 실험에서 약 60%의 정답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머레이 교수는 텔레파시 능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 그의 뛰어난 학문적인 업적을 볼 때 허위로 텔레파시에 대해 떠벌리고 다녔을 것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게다가 토인비 같은 명사가 기꺼이 증인이 돼주었기 때문에 신뢰도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텔레파시 실험이 매우 잘 통제된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다. 토인비 부부와 함께 한 실험의 경우, 머레이 교수가 토인비 부인의 생각을 텔레파시로 읽은 게 아니라 노트에 적힌 내용을 투시로 보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탠퍼드연구소의 투시 실험

텔레파시가 타인의 마음을 읽는 것이라면, 투시는 시력에 의존하지 않고 사물을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누가 가장 확실한 투시 능력의 소유자로 기록돼 있을까? 유리 겔라는 염력으로 스푼을 휘게 만드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오랜 세월 쇼 무대를 전전해왔기 때문에 트릭을 쓰는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뛰어난 투시 능력의 소유자로 미국 스탠퍼드연구소(SRI·Stanford Research Institute) 학자들에 의해 면밀한 조사를 받고, 그 결과가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전문지 ‘네이처’에 논문 형식으로 소개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의 뛰어난 능력이 과학전문지에 소개된 덕분에 이후 SRI는 투시 실험을 하면서 미 국방부와 CIA 등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SRI의 유리 겔라에 대한 연구는 전기적으로 차폐된 방에서 이루어졌다. 외부에서 전파 신호를 보내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실험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연구진은 유리 겔라가 들어간 방과 떨어진 다른 방들에 13개의 그림을 둔 뒤 유리 겔라에게 그 형태를 그리게 했다. 유리 겔라는 총 13개의 대상물 중 10개를 투시해 각각의 이미지를 그려냈는데, 아주 정확히 맞힌 것이 3개, 매우 유사하게 맞힌 것이 2개, 주요 모티프를 맞힌 것이 4개였다. 투시 능력이 없다면 가능해 보이는 않는 수준이다.

투시능력자는 또 있다. 2004년 영국 디스커버리 채널은 나타샤 뎀키나(Natasha Demkina)라는 러시아 소녀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소녀는 열 살 때 어머니의 장기가 투시되는 것을 처음 발견했고, 그 후 지역 방송에 출연하다가 서구에까지 알려진 것이다. ‘엑스선 눈을 가진 소녀(The girl with X-ray eyes)’라는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디스커버리 채널은 미국의 전문가들이 이 소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회의적 조사 위원회(CIS·Committee for Skeptical Inquiry)’의 전문가들은 뎀키나를 대상으로 서로 다른 질병을 가진 6명의 환자와 정상인 1명 등 7명의 질병을 알아맞히는 실험을 했다. 최소한 5개는 맞혀야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는데 뎀키나는 4명에 대해서만 제대로 맞힐 수 있었다. 결국 CIS는 그에게 투시 능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런 결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197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마음-물질 통합 프로젝트(Mind-Matter Unification project)를 주도하고 있는 브라이언 조지프슨(Brian Josephson)은 CIS의 실험과 결과 분석의 틀이 초능력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악의적인 형태로 설계됐다고 지적하면서, 뎀키나가 7가지 증상 중 4가지를 우연히 맞힐 확률은 50분의 1이며, 이는 통계적으로 상당히 유의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IS 측은 초상적 현상을 받아들이려면 통상적인 것보다 높은 기준이 필요하며, 뎀키나가 환자들을 보면서 오감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증상을 알아맞히기 수월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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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성렬 |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sunglyul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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