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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호 대선특집

권력 좇던 해바라기 검찰 권력 칼날 앞에 벌벌 떨다

박근혜 정부 검찰개혁

  • 이상록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myzodan@donga.com

권력 좇던 해바라기 검찰 권력 칼날 앞에 벌벌 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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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 폐지 약속

권력 좇던 해바라기 검찰 권력 칼날 앞에 벌벌 떨다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과 유진그룹 등으로부터 내사ㆍ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10억 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된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12월 2일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김광준 검사 비리 의혹부터 검찰의 집단 항명까지 한바탕 회오리가 지나간 직후였다. 더 이상 수박 겉핥기 식의 검찰개혁이 아니라 핵심을 손대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진 시점에서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것. 박 당선인이 내놓은 검찰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대검 중수부 폐지 △검사장급 고위간부 축소 △상설특검제 도입 △검찰 직접 수사 기능 축소 등이다. 모두 검찰이 지금까지 누려왔던 막강한 권한을 줄이면서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다양하게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역대 정권이 건드리지 못했던 검찰개혁의 ‘뜨거운 감자’를 도마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 잇따라 불거진 문제들로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박 당선인이 고강도 개혁안을 내놓을 수 있었던 원인이 됐다.

먼저 주요 수사를 도맡아 해온 검찰 사정(司正) 수사의 상징인 대검 중수부를 없애기로 했다. 그동안 중수부가 해온 고위 공무원이나 대기업의 부정부패와 비리 등 중요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 특수부에 맡기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정권 차원의 하명(下命) 수사, 표적 수사, 편파 수사 논란을 없애는 한편 검찰 스스로도 수사권을 이용해 정치권에 줄 대기 하는 관행이 사라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총장 지휘 아래 대형 부정부패 수사에 모든 화력을 집중할 수 있는 중수부와 달리 크고 작은 여러 사건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일선 검찰청 특수부가 중수부만큼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당선인은 또 현재 54명인 검사장급 고위 간부 자리 가운데 14개 자리를 순차적으로 감축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도 “검찰의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가운데 14명은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박 당선인은 고위 공직자 비리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는 상설특검제를 도입하고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 해결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대신하겠다는 것. 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전 대선 후보가 내놓은 공수처 설치 방안보다는 실효성이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검찰 고위 공직자 수사는 기업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실마리를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공수처는 기업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기 때문. 돈을 주는 쪽인 기업에 대한 수사를 하지 못한다면 공수처가 사회에 만연한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를 제대로 가려낼 수 없다는 얘기다.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선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축소하면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쪽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합리적으로 나누겠다는 게 박 당선인의 뜻이다. 박 당선인은 또 검찰총장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물을 임명하고 검찰 인사위원회에 실질적인 권한을 주는 방식으로 투명한 검찰 인사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절반 이상 참여시키고 검찰총장 자리를 외부에도 개방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문 후보의 방안만큼 파격적이지는 않다.

독립성 보장에 개혁 성패 달려



법무부와 검찰은 박 당선인의 이런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 현재까지 아무런 의견도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뇌물 검사, 성추문 검사, 브로커 검사에 사상 최악의 검찰 항명 파동까지 겪은 마당에 검찰이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것. 이 때문에 검찰 관계자들 대부분이 “지금은 자숙하고 반성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 당선인이 내놓은 검찰개혁 구상은 2013년 초 정권인수위원회가 출범하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이 무리 없이 검찰개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전제 조건은 무엇일까. 공약한 대로 검찰개혁을 실천에 옮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검찰 인사가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법조계에서는 입을 모은다. 역대 정권이 검찰개혁을 외치면서도 결국은 실패한 이유가 바로 검찰 권력에 기대 정권을 손쉽게 유지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정권과 검찰이 야합하는 순간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정권에 줄을 서는 정치 검사들의 편파 수사도 끊이질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검찰개혁의 성패(成敗)는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악용하느냐, 그렇지 않고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해주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 스스로가 검찰 권력의 유혹을 뿌리쳐야만 진정한 검찰개혁에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검찰을 줄 세우지 않고 하명 수사를 지시하지 않을 때, 진정한 검찰 독립과 검찰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에 대한 실질적인 개혁도 중요하다. 검찰이 장악하고 있는 법무부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 검사들이 법무부에 앉아 스스로 검찰 인사를 하게 하지 말고, 검찰과 법무부를 실제로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막강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검찰 권력 가운데 일부를 내려놓게 하는 것도 차기 정부가 시급하게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처럼 검찰 권력이 강한 나라는 드물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만드는 한편 박 당선인이 공약한 것처럼 수사권도 검찰과 경찰에게 합리적으로 나눠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檢 “어쩌다 이 지경이…”

박 당선인이 검찰개혁에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공약한대로 검찰개혁을 추진한다면 지금까지 역대 어느 정권도 하지 못한 진정한 검찰개혁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와 동시에 중요한 것이 앞서 언급한 대로 검찰 인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정권의 눈에 드는 검사가 중용되는 게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 존경받고, 실제 일을 잘하는 검사가 중요한 자리에서 일할 기회를 얻는 공정한 인사를 하는 게 검찰개혁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어쩌다 검찰이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요.”

요즘 검찰 간부들은 하나같이 이런 말을 한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바닥까지 떨어진 검찰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그 공은 이제 박 당선인에게 넘어갔다. 예전처럼 검찰 권력을 사유화(私有化)한 또 한 명의 대통령으로 남을지, 투명한 검찰 인사와 독립성 확보를 바탕으로 검찰개혁을 이뤄낸 첫 대통령이 될지는 박 당선인 본인의 결정과 선택에 달려 있다. 앞으로 펼쳐질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검찰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그러한 변화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우리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더 이상 예전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신동아 201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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