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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전문건설 ①

“건설경제 민주화 새 정부 적극 나서라”

일감은 줄고 原請은 쥐어짜고…위기의 전문건설업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건설경제 민주화 새 정부 적극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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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업체 원망은 많지만 운명”

흔히 종합건설업체(종합건설)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된다. 수천 쪽에 달하는 설계도면과 물량내역서 등을 이해한 뒤, 지반 등 시공 여건을 검토하고 용지보상과 주민협의를 수행해야 한다. 전문건설업체(전문건설)는 공사현장에서 직접 시공하는 업체를 일컫는다. 종합업체가 계획을 세우고 관리·조정하는 업무를 한다면, 실내건축과 토공 등 29개 업종의 전문업체들은 현장 인력과 공사 자재를 대면서 공사를 한다. 시공 과정에서 수많은 하도급과 전문 인력을 수급해야 하고 적기에 장비도 조달해야 한다.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져야 준공 일자를 맞출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공정 관행은 분명 불협화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만족할 만한 연주회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종상 전문건설공제조합(공제조합) 이사장은 “곧 연주회를 열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얼마나 많은 하도급 (전문)건설사가 문을 닫았으면 공제조합 역사상 지난해(2011년) 처음 적자가 났다. 81억 원이었다. 구조적 한계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전문건설업체는 다 죽는다. 대한민국 건설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전문건설업계가 무너지면 건설산업의 근간이 흔들린다.”

건설현장의 최일선에서 직접 시공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은 경기 변동에 민감한 만큼, 공제조합은 한국 건설업계 현황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전문건설 조합원이 부도, 파산 등으로 쓰러지면 보증 기관인 공제조합이 공사 계약보증금 등 각종 보증금을 원도급 (종합)건설사에 변제해준다. 쉽게 말해 전문건설의 공사비 지급 보증을 서는 은행이라고 보면 된다.



그의 말처럼, 1988년 조합 창립 이래 2011년에는 2400억 원을 대위변제하면서 처음 적자가 났다. 2010년 대위변제 금액은 1600억 원이었다. 2012년 대위변제 금액은 20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 중 문을 닫는 전문건설사가 늘면서 대신 변제해야 할 금액도 갈수록 많아졌다. 이는 업계 차원을 넘어 사회문제로 직결된다. 통계청의 ‘산업별 취업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2424만 명 중 건설업 취업자 수는 175만 명(7.2%). 현재 1만1489개 종합건설업체에서 60만여 명이, 5만1971개 전문건설업체(전문조합 4만5692개사, 설비조합 6279개사)에서 115만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어지는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원청-하도급은 주종관계

“건설경제 민주화 새 정부 적극 나서라”

대회장에는 이인제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건설교통부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전문건설업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과는 지켜볼 일이다.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전문업체는 종합업체의 저가수주 부담과 각종 불법·불공정 행위에 놀아난다. 최저가로 수주한 공사는 보통 낙찰률이 공사 예정가의 69.3%다. 1만 원 예상 공사를 6930원에 따낸다. 그럼 6930원에서 이윤을 떼고, 6000원 정도에 하도급을 한다. 이마저 고의로 유찰시켜 2,3차례 재입찰하거나 최저가 낙찰자와 ‘네고’를 해 금액을 더 낮게 책정한다. 아파트 공사를 해준 전문건설업체 117개 사는 700억 원 상당의 공사비를 미분양 아파트로 대신 받았다. 원-하도급 간 불공정 거래는 노예관계, 주종관계와 같다. 공생발전이라는 인간사회 대의명분을 고려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장 대표를 만나고 며칠 뒤, 정확하게는 2012년 11월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는 전국 7000여 전문건설인이 모였다.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설비건설협회, 전문건설공제조합,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한국열난방시공협회 5개 기관이 공동주최한 ‘전문건설인 한마음 전진대회’가 열린 것. 정부 정책 변화와 지원 요청, 전문업체의 결의를 다지기 위해 마련한 이날 행사는, 그러나 종합업체의 부도로 인한 전문업체의 연쇄도산 탓인지 전반적인 행사장 분위기는 암울했다. 행사 중 전문건설업체의 현실과 애환을 다룬 영상 ‘어느 젊은 건설인의 눈물’이 방영되고, 내레이터의 애잔한 설명이 흘러나오자 참가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건설경기 불황으로 일감은 줄어들고, 원청업체는 쥐어짜는데, 직원급여, 나이 든 부모님, 아이들도 어린데….

건설경기침체와 종합건설업체의 잇따른 부도는 전문건설업체를 연쇄부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데도 정책적 배려와 제도적 장치는 부족하기만 합니다.

7만여 전문건설업체와 300만 전문건설인 가족의 생존을 위해 호소하오니 우리의 친구가 되어주십시오.”

전쟁의 폐허에서 조국 산하를 재건했고, 열사의 땅에서 거친 모래바람을 이겨내며 경제성장 디딤돌 역할을 한 전문업체가 사실상 고사(枯死) 직전이라는 영상이었다.

사실, 하도급의 폐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장 대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발주자-원도급자-하도급자의 구조에서 전문업체는 종합건설사의 하도급을 받아 철근콘크리트, 실내건축, 배관, 창호 등 세부 공정별로 공사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불법·불공정 거래도 여전하다. 실제 B사는 257억 원에 하도급을 했지만, 용지보상비와 민원처리비, 산재 공상처리비 등 60여억 원을 하도급 가격에 포함시켜 물의를 빚기도 했다. 표재석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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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강 기자│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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