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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안보 빨간불

세끼 밥상이 모두 외국산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식량 안보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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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안보 빨간불
반면, 우리와 같은 식량 수입국들은 곡물 부족으로 국가적 위기에 직면했다. 2007년과 2008년 이집트, 인도네시아, 아이티 등 60여 개국에서 식량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했으며 러시아로부터의 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들에선 2010년 러시아의 밀 수출 금지 조치로 사회적 불안이 심화됐다. 2012년 7월 이란에서는 사료가격 상승으로 닭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식량 부족으로 인한 곡물가격의 상승이 식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을 유발해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곡물가격의 급등과 각국의 식량자원 무기화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좀 과장해 말하면 정부와 유관기관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머지 않은 장래에 우리 국민이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실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우선 자급률이 너무 낮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사료를 포함한 전체 곡물자급률은 2011년 현재 22.6%이지만 이를 곡물별로 보면 쌀 83.0%, 콩 6.4%, 밀 1.1%, 옥수수 0.8%로 쌀을 제외하면 0.8~6.4% 수준에 불과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증가로 육류 소비가 늘고 이로 인해 사료용 곡물수입이 많아지면서 1970년에 80.5%였던 곡물자급률이 1980년 56.0%, 1990년 43.1% 등으로 낮아져 현재는 20%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특히 주곡이면서 물량 규모가 커 곡물자급률 산정 시 비중이 높은 쌀의 경우 2010년에 이어 2011년, 2012년에도 생산량이 계속 줄어 앞으로 곡물자급률은 20%를 밑돌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쌀 생산 농가가 갈수록 줄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의 곡물자급률은 더욱 낮아질 게 확실해 보인다.

국산 밥상은 먼 미래 일?

황성혁 농협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곡물자급률은 전체 소비량 중 국내산의 비중으로 계산된다. 밀, 옥수수, 콩의 수입물량이 매우 많지만 이들은 이미 고정돼 상수화했다. 따라서 우리의 곡물자급률은 주로 쌀 생산의 풍흉(豊凶)에 영향을 받는다. 쌀 생산이 크게 줄어든 2011년에 자급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흉년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반인은 공업 선진국 대부분의 곡물자급률이 우리처럼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 미국(125%), 영국(101%), 프랑스(174%), 캐나다(180%)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곡물을 자급하고 있다. 하루 세 끼를 자국에서 생산한 곡물로 해결하고도 남아서 수출을 할 정도다. 2009년을 기준으로 우리의 곡물자급률은 OECD 34개국 중 28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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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나라는 2011년을 기준으로 1333만4000 t의 곡물(콩 제외)을 수입해 물량 기준으로 세계 5위의 곡물수입국(미국 농무부 통계)이다. 2011년 현재 곡물자급률이 22.6%이므로 우리나라는 하루 세 끼 중 한 끼도 자급을 못하고 있는 셈. 특히 쌀을 제외하면 자급률이 2011년 현재 3.4%에 불과한 점은 상황의 심각성을 웅변해준다.

세계 최대 곡물 수입국이자 곡물 자급률이 바닥에 머물고 있으면서도 곡물의 수입원이 4대 곡물 메이저 회사로 한정된 점은 앞으로 경제침체의 장기화를 대비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에선 극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세계적으로 곡물 수출은 미국 등 5, 6개국에 집중돼 있으며, 곡물 유통 및 물류시설은 카길(Cargill), 에이디엠(ADM), 루이스 드레퓌스(LDC, Louis Dreyfus), 벙기(Bunge) 등 4대 곡물메이저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국제 곡물 교역량의 80% 정도를 이들이 지배한다.

정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한국의 4대 메이저 회사에 대한 곡물 수입의존도는 무려 60~70%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곡물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거나, 공급이 부족할 때는 엄청난 가격 폭등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다. 쉽게 말해 그들이 부르는 게 시장가격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4대 메이저 회사로부터 수입한 주요 곡물의 비중은 콩 65.8%, 옥수수 61.8%, 밀 58.4%에 달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낙찰된 곡물 메이저의 가격이 비메이저의 가격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정부는 식량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6년 12월, 2015년의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처음으로 설정한 바 있다. 이어 2011년 7월에는 2015년과 2020년의 식량자급 목표치를 새로 설정했다. 사료용을 포함해 2015년 30%, 2020년 32%. 2012년 7월에는 목표 달성을 위한 대책도 제시했다. 국내 생산기반 확충, 우량농지 보전, 곡물수입 의존도 축소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지 ‘선언’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이행할 구속력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식량자급률의 점검·평가를 위한 ‘식량자급률점검단’만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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