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에너지음료의 성장세는 폭발적이었다. 대한민국 대표 강장 의약품인 박카스와 탄산음료의 대명사인 코카콜라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 특히 젊은층이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에서 열풍이 불었다. GS25의 에너지음료 매출은 2011년 하반기보다 9.2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음료 카테고리 전체 매출 증가율이 23.4%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증가율.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롯데칠성의 ‘핫식스’다. 가히 메가트렌드라 불릴 만큼 판매가 늘었다. 코카콜라, 삼다수, 레쓰비 등 음료시장의 터줏대감을 밀어내며 음료 전체 상품 중 ‘컨디션’에 이어 2위(매출 기준)를 차지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연간 1000만 캔 이상을 팔아 매출이 15배 이상 뛰었다. 욕을 먹을수록 많이 팔린 셈이다.
카페인은 무죄, 의약품으로 쓰여
핫식스는 시장의 대박 팔로어다. 스마트폰으로 따지면 갤럭시와 같은 존재다. 첫 수입된 레드불과 같은 수입산 제품이 엄청난 광고비를 퍼붓고도 판매가 미미한 반면, 핫식스는 뒤늦게 나왔지만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레드불이 ‘날개를 펼쳐라’는 TV 광고를 계속 내보냈지만 정작 훨훨 난 것은 ‘정신 차렷’ 광고를 내보낸 핫식스였다.
여기에서 몇 가지 의문이 도출된다. 첫째는 카페인이 시민단체가 주장하듯 그렇게 몸에 나쁜 성분이기만 하냐는 것, 둘째는 국내에서 팔리는 에너지음료에는 커피 등 다른 음료와 비교해 얼마나 많은 카페인이 들었느냐는 것, 셋째는 카페인이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에너지가 실제 생기느냐는 것, 다시 말해 ‘에너지음료’라는 이름이 타당하냐는 질문이다.
의문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보자. 우선 카페인은 과연 몸에 나쁜 식품인지부터 따져보자. ‘카페인(caffeine)’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커피(coffee)에서 유래했다. 카페인은 1819년 독일의 화학자 프리드리히 룽게가 커피나무의 열매에서 추출한 흰색 결정물질로, 커피의 쓴맛을 좌우한다. 에너지음료가 달달한 것은 카페인의 쓴맛을 뒤엎을 만큼 당분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coffee’의 어원은 아랍어로 ‘힘’을 뜻하는 ‘caffa’이며 에티오피아에서는 아직도 커피나무가 자라는 곳을 가리킨다. 1827년 차(茶·tea)에서 추출된 테인(theine)과 혼용됐지만 1890년대 화학식이 C8H10N4O2로 카페인과 같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카페인으로 통일됐다.

인간은 석기시대부터 식물의 씨앗과 나무껍질, 잎 등을 물에 우려 먹거나 말리고 볶은 것을 가루를 내 식품에 첨가해 먹는 방식으로 카페인을 섭취해왔다. 커피 열매, 녹차 잎, 콜라 열매, 카카오 열매 등이 그것들로, 고대 문헌들은 ‘먹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들뜨는 효과가 있다’고 쓰고 있다. 다만, 그런 현상이 카페인이라는 성분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몰랐을 따름이다. 콜라 열매는 일찌감치 감기약으로, 고대 멕시코 원주민들은 최근까지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를 소화제로 사용했다. 녹차 또한 동아시아 지역서 의약품으로 쓰였다.
지금껏 밝혀진 카페인의 약리작용은 크게 3가지다. 각성작용과 강심작용, 이뇨작용이다. 우선 카페인은 대뇌피질의 감각중추신경을 흥분시켜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하며 기억력, 판단력, 지구력을 증강해준다. 또한 관상동맥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스트레스로 인해 위축된 심장 기능을 강화해주며, 신장의 혈관을 확장시켜 배뇨작용을 돕는다. 노폐물이나 유독 성분의 배출을 촉진한다. 위액 분비를 촉진해 소화에 도움을 주며 알코올과 니코틴, 지방을 분해하는 작용도 일부 가지고 있다.
카페인은 일시적으로 지구력과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 운동선수들이 즐겨 복용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신경계를 흥분시킨다는 이유로 카페인을 금지약물로 지정했지만 최근 제외했다. 카페인은 실제 조산된 신생아의 수면 중 무호흡증과 불규칙적인 심장박동을 치료하는 용도로 활용되며 편두통이나 심장병 치료에도 쓰인다. 카페인의 각종 효과는 일시적이라는 단점을 가진다. 1시간 이내에 나타났다 3~4시간 안에 사라진다. 반감기(카페인이 혈액 중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가 3~4시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커피가 대장암과 뇌종양, 치매 등 불치, 난치성 질환 등에 효과가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해마다 국내를 비롯한 국제 학계에 보고되고 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없다. 세계의 많은 학자가 카페인의 약리작용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