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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호 대선특집 | 정부조직 개편 - 교육과학기술부

5년 만에 교육-과학 분리 대학업무 누가 맡냐가 쟁점

  • 김희균│동아일보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 김규태│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5년 만에 교육-과학 분리 대학업무 누가 맡냐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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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MB 정부서 과기부 수장 차관급 바뀌어 불만 팽배
  • ● 과기부는 ‘과거위상’ 찾기, 교육부는 생존 몸부림
  • ● “초·중·고-대학 분리하는건 난센스” 지적 많아
5년 만에 교육-과학 분리 대학업무 누가 맡냐가 쟁점
2012년 10월 13일 오전 9시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는 과학자 수 백 명이 운동복을 입고 모였다. 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과총)가 매년 가을 개최하는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인파였다. 서울 소재 연구소뿐만 아니라 주요 과학기술 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몰려있는 대전 지역에서도 대거 참석했다.

해마다 열리는 행사지만 이날은 좀 달랐다. 유력 대선주자였던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모두 참석해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세 후보는 모두 ‘과학기술부를 독립시키겠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사실 새벽부터 전국의 과학자들이 기차, 버스, 승용차를 동원해 서울로 모인 것은 바로 이런 말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명박(MB) 정권 5년 내내 “과학기술 컨트롤타워가 없다. 과학기술 전담 부처가 필요하다”고 외치고 다녔다. 과학기술자들이 관련 단체를 통해 성명도 발표하고 국회를 방문하는 등 실력행사를 하기도 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에게서 ‘전담부처’ 비슷한 얘기를 공식석상에서 이끌어냈으니 나름대로 ‘투쟁’ 효과를 본 것이다.

교육-과학, 예정된 별거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과학부처 신설을 약속한 만큼 누가 당선되든 교육과 과학이 분리되는 것은 일찌감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MB 정부 들어 2개의 부총리급 부처가 하나의 장관급 부처로 격하됐던 교육과학기술부. 옛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합쳐진 교과부는 결국 5년 천하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남은 관심사는 교육과 과학이 업무 영역을 어떻게 나누고, 쪼개진 부처의 규모가 각기 어느 정도로 줄어들 것인가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012년 10월 창조경제 스마트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박 당선인은 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시한 주요 공약에 과학기술이라는 명칭이 명확하게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박 당선인의 창조경제론에서 그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박 당선인 측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를 통해 ‘창의적인 융합인재 양성’ ‘미래를 이끌 연구’ ‘지식생태계를 위한 법제도’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교육 분야는 정권을 떠나 중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국가미래교육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과학기술계는 적어도 1967년부터 2007년까지 40년간은 자신들을 대변하기도, 더러는 괴롭히기도 했던 전담 부처를 갖고 있었다. 과학기술 관련 업무를 정부에서 독립적으로 다룬 것은 1962년 박정희 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다. 박정희 정부는 공업화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을 수입하고 활용하기 위해 1962년 경제기획원 안에 기술관리국을 설치했다. 그리고 5년 뒤 1967년 과학기술처(과기처)로 독립시켰다. 박 전 대통령은 국가 경제 발전에 과학기술의 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미국 등의 원조를 받아 종합연구소인 과학기술연구원(KIST)을 1966년에 설립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후 과기처는 전두환 정부, 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를 거치면서 독립 부처로 당당히 존재해왔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정치권의 바람을 타지 않았다.

과학기술 전담 부처는 오히려 정권이 야당으로 교체된 뒤 강화됐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과기처를 과학기술부(과기부)로 승격시켰다. 박정희 정권의 산물로 볼 수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강화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어려움을 맞은 시점에서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전 정부들이 정부와 출연연이 중심이 된 과학기술 개발 정책을 중시했다면 김대중 정부에서는 민간 기업과 대학교 등이 중심이 된 민간 중심의 연구개발(R·D)을 강조했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에서 과기부는 부총리급 부처로 또다시 승격됐다. 김영삼 정부 들어 체신부에서 승격한 정보통신부(정통부), 산업정책을 담당한 산업자원부(산자부) 등의 연구 개발을 총괄할 수 있는 기능을 맡으며 핵심 부처로 떠올랐다. 과기 분야뿐 아니라 산업, 환경, 통신, 농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R·D가 필요해졌고, 정부의 연구비 규모도 늘었다. ‘미래의 먹거리 창출’을 위해서는 과거의 과기부보다 종합적인 시각으로 국가 전체의 R·D를 기획하고 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부처가 6개의 정권을 거친 40년 동안 승승장구한 것은 ‘과학기술 경제입국’이라는 명제가 있어서 가능했다. 오랫동안 과기 관련 부처 관료들과 출연연의 연구자들은 과학의 전문성과 순수성을 내세우면서 “비정치적인 분야이니만큼 권력의 변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2008년 교과부가 탄생하면서 부총리였던 과기부 수장은 졸지에 ‘제2차관’으로 떨어졌다. 표면적으로는 ‘과학기술 역량강화와 기술의 실용화 촉진’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과기부와 정통부 등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핵심 부처로 성장 동력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폐지라는 비판이 강하다.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MB 정부 2년차에 접어들면서 과학기술인들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연발협),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등이 이를 주도했다.

과학계의 요구에 따라 정부는 2010년에 청와대에 과학기술, 환경, 정보통신을 담당하는 미래전략비서관을 신설하고 유명희 과학기술연구원 박사를 임명했다. 같은 해 10월 비상설 대통령 자문기관이던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를 상설 행정위원회로 바꿨다. 국과위는 과학기술 정책 기획, 주요 R·D 예산 배분 및 조정, 조사 분석 및 평가, 기술성 평가 등을 담당한다. 위원장은 장관, 상임위원은 차관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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