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최초 공개

“북한은 모욕적 협상 응했다 뒷돈 요구한 적도 없다”

남북 정상회담 비밀접촉 주역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북한은 모욕적 협상 응했다 뒷돈 요구한 적도 없다”

4/5
‘所管의식’ 탓에…

“북한은 모욕적 협상 응했다 뒷돈 요구한 적도 없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입을 다물고 있으면 남북관계가 더 악화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정상회담 논의 과정 및 협상 결과에 자부심을 가진 듯했다. 하지만 결국 남북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2009년 11월 7일, 14일 개성에서 통일부와 통일전선부가 정상회담 조건을 놓고 대화했으나 협상이 결렬됐다. 통-통 회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역시 그간 엄밀한 증거(hard evidence)가 포착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 임 전 실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이 지금껏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지 않아서다.

▼ 정상회담 논의가 이뤄지는 흐름에 불만을 가진 쪽에서 싱가포르 협상 사실을 언론에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그런 게…. 쉽게 말하면 국회의원으로 일할 때하고 장관 할 때하고 달라지더라고요. 그 점만 제가 얘기할게요. 우리나라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일종의 흔히 얘기하는 소관(所管)의식이 있습니다. 열심히 하려는 것도 좋고, 책임지고 챙기는 것도 좋은데, 그게 일을 이뤄지도록 하는 쪽으로 그렇게 해야 하는데….”



대북 라인이 ‘협상파’와 ‘대화파’로 갈라져 남북관계가 꼬였다는 관측도 있다.

▼ 현인택 당시 통일부 장관은 원칙을 강조했고, 임 전 실장은 대화를 강조해 서로 부딪쳤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통일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의 의견이 달랐다면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저를 싱가포르에 보냈겠습니까. 한번 생각해보세요.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제가 장관 자격으로 다녀온 것인데, 대통령이 그런 어설픈 상태로 보냈겠습니까.”

▼ 11월 7일, 14일 개성회담에선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그것은…. 나는 그것에 대해선 모릅니다. 내가 맡은 미션은 통-통 회담을 잡아놓고 오는 것까지였습니다. 통-통 회담이 잘못된 것으로 봅니다. 장관급 회담에서 이만큼 해간 것을 두고 실무적으로 뭘 논의했는지는 알지 못해요.”

그는 “내가 직접 한 일만 말하겠다”고 했다. 개성회담 때 그는 노동부 장관이었지만 이후 대통령실장을 맡았다. 대통령실장은 대통령과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수석비서관 회의는 물론이고 각종 긴급회의에 당연직으로 참석한다. 그랬던 그가 11월 7일, 14일 발생한 일을 실제로 모르는지, 알면서도 모른다고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정상회담 논의가 결렬되는 과정과 관련한 그의 언급에는 행간을 읽어야 할 대목이 많다.

“장관급 회담서 이만큼 해놨는데…”

흘러나오는 얘기는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북측이 쌀, 비료의 선(先)지원을 요구하면서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등과 관련해 싱가포르 협의 내용을 뒤집어 결렬됐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남측이 싱가포르 협의 때보다 많은 최소 10명 이상의 국군포로, 납북자 고향방문을 요구했으며 서울 혹은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해 북측이 “왜 말을 바꾸느냐”고 반발하면서 회담이 결렬됐다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의 설명은 이렇다.

“북한 처지에서 보면 (정상회담 대가로 쌀, 비료 등) 요구하지 않은 것을 요구했다고 지금 우리 측에서 얘기하는 것인데, 북한이 그런 요구를 했다면 제가 협상을 했겠습니까. 또 북이 그런 요구를 했는데 대통령이 협상을 허용할 리가 있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이 문제는요, 남북대화를 아예 안 할 거라면 몰라도 앞으로 남북이 대화할 때 이 문제와 관련한 팩트가 매우 중요해요. 김양건 부장은 그렇게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임 전 실장은 1월 9일 인터뷰 때 이 대목에서 이러저런 얘기를 했으나 나중에‘오프 더 레코드’를 요구해와 관련 언급은 기사에 싣지 않는다.

▼ 남측이 고향 방문하는 국군포로, 납북자 수를 10명 이상으로 늘리고 회담 장소를 판문점으로 하자고 해서 결렬됐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러니까….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한다면 국군포로를 어떻게 데려옵니까. 평양 갈 때 데려오는 거지. 그것을 판문점으로 바꾸자고 그러면 되겠어요, 얘기가? 생각해 보라고요.”

이와 관련해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말로는 원칙을 지켜가면서 대화하자고 해놓고 결정적 순간에 거꾸로 약속을 지키지 않아 망신을 줬다고 생각한다. 국군포로, 납북자를 남쪽으로 보내기로 한 것은 북한이 대단한 결심을 한 것이다. 통 큰 양보를 하면서 정상회담에 합의했는데 남측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여긴다”고 주장했다.

“당시 협의 토대로 대화 시작해야”

▼ 북측이 뒤통수 맞았다고 여긴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내 얘기가 바로…. 신뢰라고 하는 것은….”

그가 말허리를 돌렸다.

“그때가 진행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였단 말이에요. 일부 실무적 사안이 조금 남았는데, 통-통 회담이 그것을 완성하기 위한 회의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그간 논의돼 정리된 내용이 아닌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식이었으면 신뢰가 깨지죠. 다 얘기가 끝났는데 새로운 문제를 내놓으면…. 어느 쪽에서 뭘 새로 제의했는지 저는 모르겠어요. 통-통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는 앞으로의 남북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북측에서 인도적 조치는 아무 것도 안 하겠다고 하면서 쌀부터 달라고 했으면 저쪽이 깬 겁니다. 우리 쪽에서 인도적 조치와 관련한 얘기를 하지 않으면서 ‘너네는 무조건 달라고만 하느냐’고 했으면 우리가 북측에 실례를 한 거고요.”

4/5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목록 닫기

“북한은 모욕적 협상 응했다 뒷돈 요구한 적도 없다”

댓글 창 닫기

2022/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