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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에세이

어울려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

  • 나경원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

어울려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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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려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

3월 14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패럴림픽에서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선수들이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첫 골을 성공시킨 기쁨을 나누고 있다.

기회가 봉쇄된 분야는 스포츠만이 아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준수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장이 장애인을 고용하기보다는 고용분담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게 더 쉽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고용하려면 그들이 이용할 편의시설도 만들어야 하고, 어떤 장애인에게 어떤 일을 어떻게 맡겨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으니 편리하게 돈으로 때우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일할 ‘기회’다. 일하면서 그들의 자존감을 찾고, 자아를 실현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통합되고 싶은 것이다. 땀 흘려 일하고 그 경제적 대가를 받는 것에서 성취감을 얻는 것은 장애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나는 그것을 지난 평창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를 치르며 직접 체험했다. 지적 장애인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조차 반대했다. 하지만 111명의 지적 장애인 자원봉사자가 참여했고,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발달장애인 청년이 “저는 쓰레기통을 비우는 것이 일이에요” 하며 씩씩하게 움직이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하루에 몇 번 쓰레기통을 비우는 것을 자원봉사 업무로 배정했느냐고 비난하던 언론도 나중에는 장애의 특성에 맞춰 각자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업무를 할당한 것에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기회다. 시도라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경험해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아보는 것이다. 장애인을 위해 특별히 무엇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효율 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다. 남보다 더 빨리, 더 좋은 자리에 가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주위를 둘러볼 여유 따위는 없다. 뭔가 기다려야 하고, 조금 손해 보는 것 같으면 선뜻 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한 효율 지상주의가 지난 산업화 과정에서는 성장의 큰 동력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것이 우리 사회의 성숙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된다. 장애인 문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 곳곳의 이러한 생각이, ‘효율’과 ‘경쟁’을 위해서라면 다른 건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서로에 대한 배려나 존중보다는 오로지 속도와 경제성만을 강조해온 것이, 지금 대한민국을 이렇듯 큰 슬픔에 잠기게 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어울려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
나경원

1963년 서울 출생

서울대 법학대학 졸업, 동 대학원 석·박사

부산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 서울행정법원 판사

17·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최고위원·공천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現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회장


더디지만 함께 가는 길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아름다운 사람이 모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누가 해주겠거니 생각하지 말고 나부터 작은 실천을 시작해보자. ‘함께’는 옆집에 사는 장애 아이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거는 것에서 시작된다. 관심을 갖고 보면 나와 조금 다른 모습까지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보이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가짐이, 나로부터의 작은 실천이 우리 사회를 다르게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신동아 201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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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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