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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대한민국 건설의 최전선을 가다

“하도급계약서는 ‘乙死조약’ 노예문서 상생 위한 표준하도급계약서 의무화 절실”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종상 이사장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하도급계약서는 ‘乙死조약’ 노예문서 상생 위한 표준하도급계약서 의무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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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토지공사 사장 등 40여 년 경력 ‘건설 전문가’
  • ● 금융기관 역할 넘어, 전문건설업계 동반자 되는 게 제1목표
  • ● 무조건 전액보상 ‘위약벌’ → ‘실손보상’으로 바꿔
  • ● 수직적·종속적인 발주 체계, 수평적·협력적 체계로 바꿔야
“하도급계약서는 ‘乙死조약’ 노예문서 상생 위한 표준하도급계약서 의무화 절실”
6월 18일은 ‘건설의 날’이다. 건설업계는 전체 취업 인구의 7% 이상, 국내총생산(GDP)의 15% 이상을 책임지는 등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큰 기둥이다. 건설을 담당하는 업체는 크게 대형 종합건설업체와 이들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실제 시공을 하는 전문건설업체가 있다. 대형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는 공존·상생해야 하는 관계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박근혜 정부가 주창한 경제민주화를 위해 반드시 해소해야 할 대표적 ‘갑을관계’ 사례로 손꼽힌다.

전문건설업계의 현황과 어려움을 듣기 위해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종상(64) 이사장을 만났다. 공제조합은 1988년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건설전문 금융기관이다. 2013년 말 기준 4만5000여 전문건설업체가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자산 규모가 약 4조4000억 원에 달한다. 연간 11조 원의 보증과 2조 원의 융자를 조합원에게 제공한다. 전국 34개 지점, 450명의 직원이 전문건설업체를 도우려 일한다.

▼ 공제조합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건설은 공사기간이 길고,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얽히는 산업이어서 공사 발주부터 계약 체결, 공사 실행, 완공, 완공 후 유지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보증이 필수 불가결합니다. 또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자금 공급과 보험 등 금융서비스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문건설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라 문턱이 높은 일반 금융기관에서 이런 금융서비스를 제공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공제조합은 건설공사에 필요한 보증과 융자, 공제 등을 전문건설업체에 제공하는 일을 합니다.”

너무나 열악한 실상에 놀라



▼ 2011년 말에 취임하셨죠.

“2011년은 세계금융위기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건설시장에 불어닥친 시기로, 공제조합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건설시장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조합원 부실이 급증해 연간 1000억 원대였던 보증금 청구 금액이 6000억 원을 넘어섰고, 연간 200억 원대였던 보증지급금도 10배 이상 폭증했습니다. 그야말로 태풍의 중심을 지나는 상황이었죠. 지금 생각해도 아찔할 정도입니다.”

▼ 건설 분야 전문가인데, 취임해서 보니 전문건설업계 실정이 어떻던가요.

“건설 관련 분야에서 공직생활을 30년 했고, 현대건설과 도로공사에도 있었고, 한국토지공사 사장도 지냈습니다. 건설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라 자부했는데, 와서 보니 너무나 열악한 실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건설 현장의 최일선에서 직접 시공을 담당하며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절반 이상을 든든히 지키는 전문건설업계가 소위 ‘을’이라는 이유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건설 물량이 줄어드는 등 건설산업 전체가 위기인 상황이다. 또한 최저가낙찰제와 실적공사비 같은 제도가 공사예정 가격 하락을 부추겨 건설공사 채산성이 날로 악화된다. 원도급사인 종합건설업체, 하도급사인 전문건설업체 할 것 없이 건설업계 전체가 총체적 난국인 셈인데, 전문건설업계가 더 아우성인 것은 왜일까.

“원도급사들은 ‘갑’이란 지위를 악용해 하도급업체를 쥐어짜고 있어요. 저가수주를 하더라도 자기 이윤은 챙기고, 손해를 하도급업체에 떠넘기는 것이죠. 건설업계 전체가 이중고를 겪는다면, 전문건설업계는 삼중고, 사중고를 겪는 셈입니다. 하도급사와 상생하기 위해 노력하는 원도급사도 많이 있지만, 일부는 하도급사들을 소모품처럼 갈아치우는 게 현실입니다. 갑을관계가 아니라 주종관계나 다름없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게 문제인가요.

“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한 하도급 입찰시스템부터 문제입니다. 원도급사가 내부적으로 정한 실행공사비를 제시하는 업체가 나올 때까지 고의로 유찰을 시켜 하도급 금액을 후려치고, 낙찰이 되더라도 수의계약을 통해 금액을 더 낮출 것을 강요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도급사로서는 원도급사의 눈 밖에 나면 앞으로 입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도급업체는 입찰 단계부터 일한 만큼 제값을 받지 못하게 돼 공사비 부족에 허덕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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