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호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外

  • 담당 · 최호열 기자

    입력2015-04-21 1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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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김기찬 · 송창석 · 임일 지음, 성안북스, 264쪽, 1만4000원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外
    플랫폼(platform) 이론이 기업의 수익 구조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다는 장 티롤 교수가 201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코스, 윌리엄슨과 같은 거래비용 연구자들이 주목받던 시대에서 플랫폼 연구자들이 주목받는 시대로 경제경영 분야의 연구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플랫폼이 소유경제를 공유경제로 만들어가고 있고, 사회를 열린 생태계로 진화시키는 중이다.

    2013년 기준으로 블룸버그 통신이 발표한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BBI)에 의하면 유니클로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가 209억 달러로 일본 1위에 올랐으며, 유럽에서는 패션 브랜드 자라를 소유한 스페인 인디텍스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664억 달러)이 1위를 차지했다. 자라는 제품 라인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혁신의 플랫폼으로 성공하고 있으며, 유니클로는 섬유 산업을 기능성 산업으로 바꿔 기발함의 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처럼 현재 비즈니스 세계는 플랫폼으로의 전환이라는 커다란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다. 단순하게 물건을 만들어 파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가고, 매력 있는 활동의 장(플랫폼)을 만들고 그 속에서 비즈니스가 일어나게 하는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 따라서 플랫폼으로의 성공적인 전환 혹은 적응이 비즈니스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이것은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규모가 작든 크든, 개인이든 조직이든 비즈니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환경에 적극적으로 적응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플랫폼의 다양한 정의와 작동 원리를 간결하고 체계적으로 다뤄 IT 시대에 플랫폼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가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애플은 아이폰이 창출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앱을 개발하는 사람들의 창의력 생태계를 구축해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한다. 알리바바와 샤오미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 역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후방 기업 생태계의 구성원들을 유기적으로 조화시켜 그 속에서 다양한 비즈니스가 이뤄지게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플랫폼 전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판(플랫폼)을 깔고, 그 판을 장악하는 개인이나 기업이 승리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책에서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성공한 기업들을 분석했다. 잘못된 전략으로 실패한 기업들도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플랫폼 전략의 성공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며 플랫폼에 대한 전망도 다뤘다. 변화, 창조, 혁신, 협력, 네트워크 시대에서 우리는 스스로가 플랫폼이 돼야 한다. 파트너들에게 꼭 필요한 솔루션이 돼야 하고, 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연결고리가 돼야 한다. 플랫폼의 시대인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담을 헐고 연결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생태계 전체를 보는 눈과 그 상호작용을 읽어내는 힘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돌담을 쌓아 자신의 것을 지켜내는 데 급급한 닫힌 사고에서, 길을 만들고 생태계를 만드는 플랫폼의 열린 사고로 가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강조한다.

    김기찬 |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 _ 신경림 · 다니카와 ·#49804;타로 지음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外
    한국의 신경림 시인과 일본의 다니카와 ·#49804;타로 시인이 나눈 문학적 교감을 기록한 대시(對詩)집. 두 거장의 만남은 2012년 일본 쿠온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한 신경림의 시집 ‘낙타’ 출간기념회에 다니카와 ·#49804;타로를 초청하면서 시작됐다. 2014년 1월부터 6개월간 e메일로 주고받은 대시(對詩)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진행된 대담으로 이뤄진 두 시인의 교류는 유쾌하면서도 밀도 있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두 사람이 시로 소통하는 ‘대시’의 아이디어는 일본의 전통적인 시 창작 기법에서 나왔다. 조선백자 항아리에서 시작된 이들의 시를 통한 대화는 삶과 시대적 문제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계속된다. 두 시인 모두 관념적인 언어가 아닌 현실에 뿌리박은 시를 구사하는 성향이어서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다. 예담, 158쪽, 1만2000원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 _ 김명인 지음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外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김명인 시인이 2001년부터 최근까지 써온 10행 내외의 시 50편을 담았다. 10행 안팎의 짧은 시행을 통해 현재에 속한 시간과 과거에 대한 기억, 미래의 예감을 시간의 주름 속에서 압축시키고 있다. 시적 경험의 균제(均齊)와 조화, 미의식의 필연성을 살펴보려는 시인의 실험이 곳곳에 담겨 있다. 표제작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는 시인이 기차역에서 발견한 영겁의 세월과 찰라가 교차하는 순간을 그리고 있다. 아침 산책길에서 느끼는 단상을 적은 ‘쾌청’, 호미질하는 여자의 모습을 통해 농사일의 힘겨움을 그린 ‘달랑’, 현실과 꿈 사이의 긴장감이 엿보이는 ‘꿈 첩첩’ 등도 가슴에 와 닿는다. 시인은 “대략 15년의 연차를 지닌 시편들을 함께 묶고 보니, 그동안 나의 시 의식은 허무나 죽음에 함몰되었던 듯하다”고 말했다. 민음사, 88쪽, 9000원

    포옹나라 여행기 _ 구은화 · 김세준 지음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外
    어른들이 유년기에 경험했거나 어린 자녀들이 겪고 있을 정신적 결핍을 이해하고, 이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환상동화다.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해서 받고 싶은 생일선물을 말하지 못해 우울한 해리는 하굣길에 솜사탕나무를 발견하고, 판다를 따라 솜사탕을 먹은 후 포옹나라에 들어가게 된다. 포옹나라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너무 다른 나라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지만 포옹나라는 따뜻한 마음과 서로를 꼭 안아줄 수 있는 포옹만 있으면 갖고 싶은 선물과 음식을 마음대로 살 수 있다. 주인공 해리를 따라 포옹나라를 여행하면서 어른들은 배금주의에 젖어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사람과의 따뜻한 ‘정’과 상대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어린이 동화이지만 성인을 위한 동화로도 손색없다. 도서출판 밀알, 64쪽, 9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창의방정식의 비밀

    이동조 지음, 나눔북스, 318쪽, 1만5000원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外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미래는 분명 ‘창의성’에 달렸다. 어떻게 하면 창의성을 키울 수 있을까. 답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많은 연구가와 세계 석학들이 제시하는 창의성의 개념들은 하나같이 모호하고 공허했다. 발명이나 아이디어 발상, 뇌 활동, 상상력, 차별적인 사고…. 그게 정말 창의성의 전부일까. 마치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곳에서만 바늘 찾기’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인류가 여전히 창의성에 대한 진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고심 끝에 찾아낸 나의 창의성은 기존의 개념들과 완전히 달랐다. 그저 우주 만물 자연에서 작동되는 ‘창조 프로세스’를 있는 그대로 포착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내가 새롭게 정의 내린 창의성이다.

    10년 넘게 전국 70여 개 대학에서 ‘창의 관련 특강’을 진행하는 동안 나는 수만 명의 대학생과 창의성에 대한 비밀을 공유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어떤 학생은 “강의를 들은 후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강타당한 듯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취업이나 다양한 아이디어 승부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는 감사의 편지도 쏟아졌다.

    사실 창의방정식은 쉽고 간단하다. 우주만물 세상만사는 모두 하나의 같은 프로세스로 창조된다는 단순한 이야기다. 즉, 모든 창조는 어떤 무대(X)에 서로 다르거나 모순된 요소(yⁿ)가 들어와 두근두근 반응해 하나의 콘셉트(=)를 이루고 전개되어(a) 나타난 결과(b)다. 이 패턴에 임의의 주소 값을 매긴 게 바로 ‘창의방정식(Xyⁿ=ab)’이다. 그러니 이 창의방정식을 거치지 않은 창조란 이 우주 안에 결단코 없다.

    자궁이란 무대에 난자와 정자가 두근두근 반응해 하나로 착상되어 열 달을 거치면 ‘아기’가 창조된다. 같은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남자 대학생과 여대생이 만나 두근두근 반응해 팔짱을 끼는 절차를 거치면 ‘캠퍼스 커플’이 창조된다. 시장이란 무대에 판매자와 구매자가 두근두근 반응해 가격으로 착상되면 교환을 거쳐 ‘경제원리’가 창조된다. 생각주머니에 과거 정보와 현재 정보와 미래 정보가 우연히 만나 두근두근 반응해 착상되면 번쩍하고 ‘영감’이 창조된다. 같은 비전 무대 안에 취업준비생과 기업이 두근두근 반응하는 콘셉트를 찾아 자기소개서를 정리할 때 ‘취업 성공’이 창조된다.

    그러니 뭔가를 창조해내려면 가장 먼저 무대를 세팅해야 하고 무조건 창의방정식이란 동일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단순한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 인간은 누구나 ‘생각의 천재’가 된다. 보다 쉽게 창조할 수 있고 근원적인 원인을 해석할 수 있게 되고, 다음을 예측할 수 있으며 즉각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 방법과 우선순위가 선명해지면서 단숨에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창의방정식은 창의교육, 취업 성공, 예술, 과학, 의학, 비즈니스 전략 등 전 분야에 걸쳐 획기적인 관점을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은 인류가 찾아낸 창의성에 대한 가장 명쾌한 해답이라 자부한다.

    이동조 | 창의방정식 강사, 언론인 |

    인도에 등장한 김정은 그 후의 북한 풍경 _ 김승재 지음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外
    김정은 체제 등장 전후부터 현재까지 북한과 북한 사람들의 실상에 관해 기자의 눈으로 보고 발로 찾아낸 북한 탐사서다. 단연 눈길을 끄는 대목은 ‘24살 김정은의 인도 행적’이다. 후계자 수업의 흔적이 인도에서 포착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책을 통해 처음 알려지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김정일 만년의 행적은 물론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을 움직이는 실세들에 대한 최신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장성택 처형과 관련한 ‘백두혈통’과 ‘혁명혈통’의 반발, 김정은의 형 김정남이 ‘삼대 세습’에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여전히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건재한 사정을 담은 내용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하고 취재한 전문기자의 저서답게 그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로 가득하다. 선인, 317쪽, 1만8000원

    고대조선, 끝나지 않은 논쟁 _ 이도상 지음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外
    고대조선은 우리 민족의 기원에 관한 중요한 문제임에도 여전히 미진하게 다뤄지는 게 현실이다. 그 이유가 식민사관에 있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각종 사료와 고고학 자료를 통해 식민사학으로 얼룩진 한국 고대사의 핵심 오류들을 분석하고 대안까지 제시한다. 1부에서 식민사학의 실체와 그 문제점을 밝혀 우리가 주체적인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3부에서는 1960년대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부터 2010년 이전 고등학교 국사교과서까지 모든 역사교과서의 고대조선 관련 내용을 꼼꼼히 검토, 문제점을 정리했다. 4부에서는 우리 민족의 기원을 밝히는 담론인 단군왕검 사회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분석하고, 단군왕검 사회를 중심으로 한 고대조선이 우리 민족사에서 어떤 의의가 있는지를 고찰했다. 들메나무, 324쪽, 1만6000원

    누가 진짜 범인인가 _ 배상훈 지음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外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인 저자가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분석한 범죄 사회 대한민국의 현재를 보여준다. 곗돈 사기와 몰카 범죄 등 일상생활의 작은 범죄부터 정남규와 강호순 등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린 강력 연쇄살인 사건까지 범죄 발생 이유와 과정, 수사 과정, 법적 처분과 가해자 피해자 법적 처우까지 범죄 사건이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양상을 사회적 맥락에서 꼼꼼히 짚어내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단순한 범죄 분석 보고서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가 직접 수사 현장에서 발로 뛰며 느낀 갈등과 고뇌, 분노, 눈물, 연민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사회적 관점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범죄 너머의 범죄, 범인 뒤에 가려진 진짜 범인의 실체를 대면하게 된다. 앨피, 318쪽, 1만3500원

    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유럽과 역사 없는 사람들

    에릭R.울프 지음, 박광식 옮김, 뿌리와 이파리, 947쪽, 4만4000원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外
    원래 이 책은 한 유명 출판사가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을 집대성한다’는 취지 아래 동서양의 고전적 명저를 번역 출간하던 대형 기획 가운데 들어 있었다. 2001년에 50권째를 내면서 내놓은 보도자료엔 이 책이 52번째로 출간 예정이라며 번역자까지 밝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은 그 출판사에서 그 번역자의 이름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7년쯤 이 책의 원서를 처음 보게 됐다. 번역 의뢰는 아니었고 검토 의뢰를 받았던 것이다. 출판사에 ‘의미 있는 책이니 출판을 하시라’는 정도로 검토서를 써 보내면서 속으로는 많이 아쉬웠다. 번역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붙잡고 싶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내 깜냥으로는 차마 먼저 나설 수가 없을 따름이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번역 의뢰를 받았다. ‘불감청 고소원’이었다.

    이 책은 큰 책이다. 947쪽이나 되고 원서도 503쪽이다. 다루는 시간이 1400년에서 1980년까지이고, 말 그대로 오대양 육대주가 공간이다. 지구 역사에서 가장 바빴을 600년을 놓고 세계사를 썼으니 큰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또한 이 책은 시각이 넓다. 그러니까 저자는 ‘미국’이라 이름 붙은 국가를, 아니면 ‘문두루쿠족’이라 이름 붙은 인간 집단을 분석의 기본 틀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계속 나눠만 가다보면 다시 조립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계보다 관계를 봐야 한다고 서론에서부터 강조하고, 책이 끝날 때까지 자기 말대로 관계를 볼 때에나 내놓을 수 있는 큰 그림들을 펼쳐 보인다.

    제목 ‘유럽과 역사 없는 사람들’에는 이런 저자의 시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유럽은 1400년 이후 세계 역사를 가치중립적인 의미에서 이끌어왔다. 이따금 다큐멘터리에서 저 아마존 밀림의 어떤 부족을 보여줄 때면 항상 지금 그 모습 그대로 살아온 사람들처럼, 곧 ‘역사 없는 사람들’로 무심코 생각하게 된다. 역사를 살아온 유럽과 역사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은 사람들을 끌어다 묶은 이 제목은 우리가 아는, 또는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를 더 큰 시각으로 다시 보도록 하는 각성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작은 책이다. 긴 시간, 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인간 집단들 간의 관계를 다루다보니 이 책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나폴레옹 정도가 많이 등장하는 축인데, 그나마 ‘나폴레옹 전쟁’에 묶여서일 뿐이다. 이런 중요한 개인들에게도 저자는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런 사람들보다도 더 작은 사람들이 보인다. 연한계약 노동자로 일하러 가면서 받은 선금으로 고별잔치를 여는 가난한 인도 사람이 나오고, 촌락 어른들에게 대드는 파우니족의 ‘젊은개회’ 청년들이 나온다.

    저자가 인류학자여서 가능했으리라 생각하는데, 큰 그림을 보여주되 그 미세한 결들도 드러내는 이 책의 서술 방식에서는 장인의 솜씨가 느껴진다. 이 책을 두고 나온 서평들도 공히 이 특징을 언급하거니와, 이 특징은 이 두꺼운 책을 계속 읽어가게 하는 또 하나의 흡인력이다.

    박광식 | 번역가 |

    철부지 사회 _ 가타다 다마미 지음, 오근영 옮김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外
    고도성장기를 넘어 장기 불황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일본 사회 내에선 성장을 거부하는 심리적 기제들이 사회의 병리 현상으로 대두했다고 한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이른바 ‘붕괴하는 사회’에서 태어난 신인류를 ‘철부지’ 세대라 진단한다. 철부지 증상으로는 참을성과 저항력 결여, 책임 전가, 약물 복용으로의 도피 등을 꼽는다. 저자는 다양한 임상 사례를 통해 이 같은 사회 현상의 기저에 개인과 사회가 공유하는 ‘성장 거부‘의 심리가 깔려 있다는 점을 논증하며 그 처방까지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성장의 과실을 맛보자마자 급강하하기 시작해 상대적으로 더 큰 위험과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성장 거부 현상 역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 책은 일본 사회를 분석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도 통용되는 진단서인 셈이다. 이마, 240쪽, 1만3000원

    지금 행복하세요? _ 신명진 지음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外
    30년 전, 예기치 못한 사고로 한 팔과 두 다리를 잃은 청년이 있다. 그는 또래 아이들과 다른 듯 다르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며 성인으로 성장한다. 스스로 한계를 두고 그 안에 자신을 가두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장애인이지만 누구보다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를 알게 되면서 인생의 큰 변화를 맞는다. 그는 왼팔 하나만으로 한강을 도강했고 장애인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두 다리 없이 백두산과 몽골의 체첸궁산 등에 올랐으며 뉴욕시민마라톤 풀코스를 9시간 50분 만에 완주했다. 지금은 서울도서관 사서로 재직하며 자신의 꿈을 좇아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독자에게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물으며 ‘자신이 만든 한계에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로크미디어. 1만2800원

    이것이 빅데이터 기업이다 _ 함유근 지음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外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를 통해 빅데이터의 개념을 소개하고, 빅데이터가 산업과 경영 전반에 걸쳐 불러일으킬 변화를 예견한 저자가 2년여에 걸쳐 실제로 빅데이터를 통해 신사업과 혁신을 창출해낸 기업 사례를 탐구했다. 빅데이터가 어떤 새로운 비즈니스와 산업을 만들고 있는지, 이들 기업의 비즈니스 방식은 기존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를 깊이 있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빅데이터를 통한 개인별 맞춤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 플랫폼 업체 뉴턴, 7만 개의 변수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함으로써 대출 문턱을 낮춘 제스트파이낸스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결국 다가올 미래에 살아남을 기업은 어떤 형태로든 빅데이터에 기반을 두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현실화되는 미래 기업의 모습을 소개한다고 볼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370쪽, 1만50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한일 교류 2천 년, 새로운 미래를 향하여

    정구종 지음, 나남출판, 665쪽, 3만2000원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外
    한반도에 일본 제국이 건설한 군사시설 답사기 ‘한반도는 일제의 군사요새였다’, 환경재단과 일본 NGO 피스보트가 개최하는 한일 양국 시민 1000명의 크루즈여행 항해일지 ‘피스와 그린은 하나다’에 이어, ‘한일 교류 2천 년, 새로운 미래를 향하여’를 편집하게 됐다. ‘일본 전담 편집자’가 된 것 같았다. 어쩌면 이는 이 책을 만나기 위한 운명이었을까.

    기자의 일을 요약하자면 자료를 모으고, 적합한 취재원을 찾아 만나고, 기사로 정리하는 것이리라.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사회부장을 거쳐 편집국장을 지낸 저자가 발로 뛰어 일본 각계 지식인 23인을 만나 인터뷰했다. 도쿄특파원 시절부터 시작된 일본과의 인연이 30년 넘도록 이어진 것이다. 저자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는 일본연구센터 소장으로서, 한일 양측의 전현직 외교관, 언론인, 경제인, 대학교수 등과 정기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제55회 ‘한일지식인토론회’는 2015년 4월에 개최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일 교류의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조망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여러 일본 전문가와 협의해 인터뷰이 23인을 선별했다. 1300년 전 미야자키 현 난고손 마을의 백제마을 부흥기부터, 500년 전 임진왜란 때 포로로 끌려간 조선 도공의 후손, 30년 전 민주화운동 시기의 한국 사회를 연극으로 조명한 전시를 기획한 일본 연극인들, 한중일 대학생들이 서로의 학교를 방문해 함께 먹고 자며 공부하는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까지, ‘한일 교류의 타임라인’이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서울과 일본 각지를 오가며 진행된 인터뷰는 고스란히 구술사(oral history)가 되어 책에 담겼다. 오가는 말을 다시 헤쳐 모으고 풀어서 리라이팅을 하는 방법도 생각해보았으나 모든 대화를 그대로 싣기로 했다. 두 사람이 한국과 일본 이야기를 나누는데, 바로 옆에서 들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생생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함이었다.

    특정 지역의 환경 상태를 잘 나타내는 종을 ‘지표종’이라고 하며, 이 종에 속하는 생물을 ‘지표생물’이라 한다. 손쉽게 들 수 있는 예는 1급수에 사는 지표생물 ‘쉬리’다. 한일 관계의 지표생물 같은 23인을 만났다. 일본의 정치, 사회, 문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활약하면서 한국과의 접점을 유지한 인사들. 그들의 존재 자체로, 또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한일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일본 관련서를 여러 권 편집했지만 일본에는 한 번도 못 가봤다. 하지만 인쇄소에서 갓 나온 이 책의 가제본을 손으로 쓸어보니, 일본에 한 발짝 다가앉은 느낌이었다. 여행서도 아니고 일본의 풍광을 담은 사진 한 장 없는 책이지만 23명의 일본인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 원장의 추천사 중에서 “착한 이웃이 되려면 우선 서로를 아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구절이 떠오른다. 이 책 편집을 끝낸 후 ‘국화와 칼’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일본의 착한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강가람 | 나남출판 편집자 |

    푼돈재테크 _ 장순욱 지음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外
    다들 돈이 없다고 난리다. 모두가 부자가 되고 싶어 안달이지만 지름길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 기자 출신의 경제평론가인 저자는 한번에 큰돈을 벌 수 없다면 작은 돈부터 모으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하며 한 푼 두 푼 모아 종잣돈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우선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삶이 바뀌지 않는 한 돈은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출 규모를 6개월마다 10%씩 줄이고, 남의 눈을 의식해서 돈을 쓰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 같은 변화를 통해 한 달에 몇 만 원에서 몇 십만 원을 아낄 수 있고, 이것이 1년, 5년, 10년 동안 모이면 엄청난 자산이 될 수 있다. 저자는 푼돈을 아끼고 모은다는 게 단지 금전적 부자로 향하는 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작은 것의 소중함을 깨달음으로써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 더난출판사, 224쪽, 1만3000원

    맛집천국 도쿄 _ 나카가와 세츠코 지음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外
    일본 도쿄는 식탐 여행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중 하나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진짜 맛집은 어디일까’ 궁금한 여행객들을 위해 일본 먹방계의 스타 만화가와 푸드라이터가 뭉쳤다. 도쿄에 가면 반드시 들러야 할 라멘 가게부터 장인의 기술이 녹아 있는 일품 덴푸라와 장어, 그리고 현지인들만 아는 유명 음식점의 싼 런치 코스와 아찔한 단맛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전통 디저트까지 군침 도는 설명이 식도락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100년 이상 도쿄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전통 맛집부터 다른 가이드북에는 한 번도 소개된 적이 없는 핫 스폿까지 도쿄 골목골목에서 찾아낸 보석 같은 정보가 가득하다. 일본인들도 잘 모르는 음식의 유래부터 한국과 다른 일본의 식문화까지 알고 먹으면 더 맛있을 정보가 가득하다. 동아일보사, 142쪽, 1만 원

    한양도성 걸어서 한바퀴 _ 유영호 지음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外
    인왕산-백암을 지나서 낙산과 남산으로 이어지는 18.6km의 한양성곽 길을 걷노라면 동서남북으로 세워진 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을 만나게 된다. 또 그 길목마다에서 600년 장구한 세월을 함께 지내며 만들어진 다양한 흔적과 마주하게 된다. 저자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성성곽’이자 서울의 ‘타임캡슐’인 한양도성길을 걸으며 보고 느낀 풍광에 대한 묘사와 감상도 있지만 각 지점에 얽힌 사건과 사연, 역사적 의미에 대한 해설이 꼼꼼히 들어 있다. 저자는 “직접 다니며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게 되면 소위 ‘장소감‘, 즉 특정 장소가 주는 공감과 체감을 통해 활자만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상상이 펼쳐진다. 이 상상력으로 우리 현실을 바라본다면 더 넓은 세상을 조망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길 것”이라며 직접 걸어볼 것을 권한다. 창해, 340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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