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호

“4시 15분 J관 3층 눈화장 진하게 한 돼지년 봐라”

‘온라인 비수(匕首)’ 악플 넘쳐나는 대학가

  • 유설희 | 자유기고가 zorba8251@naver.com

    입력2015-06-23 16: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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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전충(복수전공생)은 마테오(S대 건물) 오지 마”
    • 여성 혐오, 학내 왕따, 교수 공격…
    •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커뮤니티 두드러져
    • SNS 저질 언어 일상화, 인성교육 부재, 분노조절장애 탓?
    “4시 15분 J관 3층 눈화장 진하게 한 돼지년 봐라”
    대학생들이 교내 게시판 등에 쏟아내는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우리 사회 최고 지성의 요람인 대학에서 사용하는 언어 수준이 심각한 지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생들은 대학별로 있는 전교생 대상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모여 의견과 정보를 자주 주고받는다. 필자는 최근 서울시내 10개 대학 커뮤니티의 언어 사용 실태를 취재했다. 서울대 스누라이프, 연세대 세연넷, 고려대 고파스(안암캠퍼스)·쿠플존(세종캠퍼스), 서강대 서담, 성균관대 성대사랑, 한양대 위한, 중앙대 중앙인, 명지대 뮤존, 동국대 디연, 국민대 국민인닷컴이 그 대상이다.

    이들 대학 커뮤니티는 재학생만 회원으로 가입해 이용할 수 있다. 게시물을 올리거나 읽는 것도 회원에게만 허용된다. 필자는 취재를 위해 이들 대학의 일부 재학생들을 섭외해 커뮤니티에 로그인했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공격

    취재 결과, 상당수 대학 커뮤니티에 극단적인 막말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특정 학생에게 실시간으로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더러 있었다. 이런 글은 주로 익명게시판에 집중됐다. 특히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커뮤니티에서 막말이 두드러졌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 이 세 대학 커뮤니티는 표현의 자유를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허용한다. 예를 들어 서울대와 성균관대 커뮤니티의 경우 세 대학 커뮤니티에 견주어 훨씬 엄격한 규칙을 적용한다. 서울대는 ‘김치녀’ ‘전라디언’(전라도 주민을 비하하는 용어) ‘노운지’(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용어) 같은 26개 일베(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준말) 용어를 금지어 목록으로 만들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성균관대는 한발 더 나아가 게시판에서 반말도 못 쓰게 한다.

    둘째, 이 세 대학 커뮤니티의 이용자 수는 타 대학 커뮤니티의 이용자 수를 압도한다. 커뮤니티가 활발할수록 악성 게시물 수도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명문대로 통하는 이 세 대학에서 막말과 악성 게시물이 범람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다.

    취재 대상인 10개 대학 커뮤니티에 넘쳐나는 막말은 여성 혐오, 교내 특정 학생 왕따, 교수 비난, 극우적 의견 등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여성을 증오하고 깎아내리는 말이 가장 많았다. 대학생들이 게시한 관련 표현은 다음과 같다(괄호 안의 굵은 서체 글은 필자가 붙인 설명).

    “계집들이랑 싸우는 주된 이유. 이년들은 진짜 말이 안 통함.”

    “한국녀들 왜 성향이 변한거냐? 어머님 시절 한국녀들은 희생정신 개 쩔지 않았냐? 요즘 김치녀들 왜 그럼?” (‘김치녀’는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말)

    “김치년들 또 나대네. 잘 벌리니깐 인기가 많은 거지 ㅉㅉ”

    “확실히 문과 계집들 중에 걸레가 많은 것 같다. 금요일이면 빤스 보여줄 기세로 입고 오는데 출첵하는 입장에서는 개꿀”

    “걸레년들. 지는 사랑하는 사람이랑 해서 당당하다고 지랄하면서 정작 그런 글은 익게에다가 쓰고 현실에서는 감추거나 구라치기 바쁨. XX년들 ㅋㅋㅋ” (‘익게’는 익명 게시판)

    “군대 문제만으로 여혐은 당연한 현상이다. 피 같은 청춘 2년을 욕설, 폭력이 난무한 곳에서 뒹구는데 이 나라의 반이나 되는 인간들은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안가고 있으니 당연히 여혐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지. 내 보기엔 병역의무의 평등이 실현되지 않는 한 여혐은 사회에 만연해질 것 같다.” (‘여혐’은 여성 혐오)

    “한국식 페미니스트는 이런 거다.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가 해대는 무수한 갑질을 최대한 거창한 수식어로 어디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들. 핵노답” (‘핵노답’은 핵폭탄급으로 답이 없다는 뜻)

    “옛날 남성 우월적인 시대에 살고 싶지 않냐? 요즘 시대는 ×× 직장 짬차기 전까지 여자가 무조건 갑이고 나같이 외모도 안 되는 남자는 그냥 ××× 대우 받고 ×× 근대 사회 귀족 자제로 태어나서 첩 끼고 살고 싶다”

    “여자는 케 술집여자화 되냐. 창녀가 우리나라 여성상이냐. 먹는 거, 행동하는 거, 입는 거 다 창녀 따라가네. 화장 짙어진 거, 옷 짧아진 거, 성형 ×나게 해댄 거, 머리 염색하는 거. 기생이 여자로써 최고였던 문화라 그런가. ×같네 하여튼”

    “××년들은 이과 공부를 안 함. 그래서 더 감성적인 쓰레기가 되서 졸업하고 취업도 안 됨.”

    지면에 못 옮길 수준

    위의 사례들은 그나마 수위가 낮은 편이라 지면에 실을 수 있었다. 실제로 대학 커뮤니티에 게재된 상당수 글엔 심한 욕설이나 모욕적인 표현이 워낙 많아 지면에 옮길 수도 없다. 옮기려면 ×표를 너무 많이 쓰게 돼 의미가 통하지 않을 정도다. 대학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일부 대학생들은 여성들을 ‘김치녀’ 외에도 ‘삼일한’ 같은 비하 표현으로 칭했다. 삼일한은 ‘3일에 한 번씩 패야 하는 존재’라는 의미다. 일부 대학생은 ‘여성 성기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로 여성을 지칭했다.

    대학 커뮤니티엔 같은 대학의 복수전공 학생, 타 학과 학생, 편입생, 분교생을 비하하고 왕따시키는 말도 많았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와 관련된 막말 사례는 어느 학교 커뮤니티인지 출처를 밝히기로 한다.

    연세대와 고려대 서울 본교의 학생 몇 명은 같은 대학 지방 캠퍼스 학생들을 ‘원주충’이나 ‘썩창’으로 표현했다. 학내 왕따 문제는 비단 두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10개 대학 커뮤니티 모두에서 이와 관련된 막말이 자주 올라왔다. 자신보다 학벌이 좀 달린다고 여기는 같은 학교 특정 학생들에게 차별적인 언사를 서슴없이 쓰고 있었다.

    중앙대 커뮤니티 ‘중앙인’엔 “강의시간에 토론하는데 계속 했던 말 또 하고 이상한 근거 들어서 억지논리 펼치기에 뭐하는 새낀가 했더니 안성충이었음 ㅋㅋㅋㅋㅋ 그것도 중복학과 세탁충 ㅋㅋㅋㅋ 진짜 안성년들 암 걸린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일부 중앙대 서울 본교 학생들은 안성캠퍼스 학생들을 이렇게 ‘안성충’이라고 불렀다.

    동국대 커뮤니티 ‘디연’에선 “동국대 경주캠퍼스 학생들이 ‘디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자”는 글이 대거 올라왔다. 한 학생은 “내가 노력해서 설캠 들어왔고 디연은 설캠 들어온 사람의 권리 같이 느껴지는데(대부분 디연 유저는 당연히 설캠 커뮤니티인 줄 알거임. 저도 이번에 통합 커뮤니티란 걸 알았음) 경캠이 이무렇지 않게 들어오는 게 기분 나쁘다”라고 썼다. 여기에 “서울캠과 경주캠은 재단만 같지 전혀 다른 학교입니다” “그냥 다른 학교인데 왜 같이 써야 하는지. 명목상 이름만 같다고 다 같은 건지?”와 같은 댓글이 무수히 달렸다. 욕설은 없었지만 경주캠퍼스 학생들이 상처받을 수 있을 만큼 노골적인 차별이었다.

    “4시 15분 J관 3층 눈화장 진하게 한 돼지년 봐라”
    “4시 15분 J관 3층 눈화장 진하게 한 돼지년 봐라”
    비인기학과 학생 비하

    여러 대학생은 상대적으로 비인기학과여서 자신들보다 ‘학내 지위’가 낮은 것으로 여기는 타과 학생이나 편입생에 대해 막말을 퍼부었다.

    서강대 커뮤니티 ‘서담’에는 ‘복전충’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복수전공을 이수하는 학생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한 학생은 “복전충 ××들아, 마테오(서강대 건물 이름)로 좀 오지 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은 “본전공자도 수강신청을 못하잖아 ×××들아”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커뮤니티 ‘쿠플존’에는 ‘편입생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 경험’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전문대 다니면서 욕 얻어먹다가 우리 학교 편입하고 주위 사람들에겐 ‘세종’ 빼고 ‘나 고대 다녀!’ 이러는 애들 너무 많이 봤다 ㅠ 페이스북 학교 보면 그냥 ‘고려대학교’ 라고 적혀 있지 않나. 졸업하면 안암캠에서 찍은 졸업사진 도배해놓으면서 ‘아 4년 동안 힘들었다.’ 이지랄 하지 않나. (4년은 개뿔) 기가 차더라;;; 학벌세탁하려는 놈들은 반성하고. 편입생들 보면 공부는 지지리 안하고 (못 하는 거 같음) 수업 따라오기 벅차하고 그런데 정작 노는 거는 4년제 캠퍼스생활 엄청 잘 즐긴다. 그래서 편입생에 대한 시선 안 좋음.”

    ‘서담’에는 서강대 게임교육원(SAGE) 학생들을 비하하는 악플이 올라왔다. 한 학생이 ‘겜교육원 애들도 서담 가입 가능하냐?’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다른 한 학생은 “유니브에 겜교육원인데 학교 소식 관심 많은 새끼 있던데 ×× 극혐. 민감한 주제에도 종종 쓰던데 게다가 좀비형 좌파임ㅋㅋ좌파. 서강인들 하고 같은 수준으로 생각하는 듯”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에 또 다른 학생은 “설마 진짜 ‘sogang.ac.kr’로 발급해주는 거 아니겠지, 이메일. 아 제발 서강대 코스프레 ㄴㄴ좀”이라고 거들었다.

    교수들도 학생들의 막말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을 가르치는 스승에게까지 막말을 해대는 것은 우리 정서상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익명의 공간에서 일부 학생은 사제 간의 도리 같은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벗어던진다.

    한 학생은 특정 교수가 지방캠퍼스 소속이라는 이유로 비하했다. A대학 커뮤니티에는 ‘××캠 영문과 교수 수준ㅋㅋㅋㅋㅋㅋㅋㅋ’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타 대학 어문계열 교수들은 음운론, 의미론, 통사론 연구하는 마당에 고작 한다는 게 동물농장 번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TCT(※번역능력인증시험) 3급만 따도 개나 소나 하는 동화책 번역이 영문과 교수라는 인간의 수준ㅋㅋㅋㅋㅋㅋ”이라는 내용이었다. B대학 커뮤니티에서 한 학생은 대학 총장과 이사회를 향해 “암적 존재” “쌩쑈를 한다” “조선시대 예송논쟁 뺨치는 현실성 없는 헛소리나 해대고 있다”고 악플을 달았다.

    “인생 피고 싶으면 단원고 가라”

    교내에서 특정 학생을 지켜보면서 그에 대한 욕설이나 성희롱을 ‘실시간’으로 대학 커뮤니티에 올리는 사례들도 눈에 띈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이런 일은 더 빈번해진다. C대학 커뮤니티엔 ‘오늘 오후 4시 15분경 J관 3층 눈 화장 진하게 한 돼지년 보아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니년 얼굴 쳐다본 게 아니라 너 몇 키로 나갈까 생각한거야”라면서 해당 여학생을 희롱했다.

    D대학 커뮤니티에서 한 학생은 “×××××(D대학 건물 이름)에서 한국자본주의 얘기로 파오후 두 마리 좀 닥쳐라 열띠게 얘기하는 척 하면서 땀내 풍기고 퍼허퍼허 거리지 말고”라는 글을 올렸다. ‘파오후’란 살찐 사람들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살이 찐 사람들이 숨 쉬는 소리를 의성어로 표현한 것이다. ‘퍼허허허 거리다’도 살찐 사람의 모습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아마 글쓴이는 수업을 받는 도중에 토론자를 비하하는 이런 글을 올린 듯했다.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확산 같은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서도 적지 않은 대학생이 커뮤니티에서 막말을 퍼부었다. E대학 커뮤니티에서 한 학생은 세월호 희생자가 많이 발생한 단원고의 특별전형과 관련해 ‘니들 인생 피고 싶으면 단원고 가라 의대 프리패스권 준댄다ㅋㅋㅋ’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은 이 글에서 “단원고 저거 원래 1등급이 아예 없었다메? 리본충들 알아줘야 한다 진짜ㅋㅋ”라고 썼다. 세월호 참사 때 많은 사람이 노란 리본을 단 것을 빗대 사고 피해자들을 ‘리본충’이라고 비하한 것이다.

    F대학 커뮤니티에는 “나이 먹은 늙은이들 진짜 노답인 듯”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학생은 “메르스 쳐 걸려와 가지고 초토화시켜놓네. 중국 간 저 인간도 특유의 똥고집 부려서 출국한 거겠지 ㅉㅉ”라면서 메르스 감염자들을 힐난했다.

    대학 커뮤니티 운영진은 악성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읽을 수 없도록 처리하고 있다. 악성 게시물을 반복 게재해서 문제가 된 학생에겐 활동제한, 강제탈퇴 같은 제재를 가한다. 그러나 이런 검열이 무색하게 대학 커뮤니티엔 막말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그런데 각 대학 커뮤니티는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대학 갤러리에 비하면 ‘양반’ 축에 든다. 후자에선 극단적 막말이 난무한다. 디시인사이드는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원조 격이다. TV 프로그램, 연예인, 스포츠, 대학 등 다양한 주제별로 ‘갤러리’라는 게시판이 운영되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대학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디시인사이드 대학 갤러리에도 게시물을 활발하게 올린다.

    “잡대 출신 조교 XX들”

    이들이 대학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대학 커뮤니티보다 제재가 덜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디시인사이드 서울대 갤러리 등 10개 대학 갤러리를 살펴본 결과, 상당수 회원은 대학 커뮤니티에 악성 게시물을 올려온 대학생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자신의 학생증 사진을 올리면서 인증을 했고, 자신이 악성 게시물 게재로 인해 대학 커뮤니티에서 강제탈퇴당했다고 당당히 밝히고 있었다. 다음은 디시인사이드 대학 갤러리에 올라온 게시물 중 비교적 정도가 덜 심한 사례들이다(괄호 안의 굵은 서체 글은 필자가 붙인 설명).

    “사실 여대가 존속하는 것이 스스로 열등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년들은 공학으로 보내준다 하면 가차 없이 여대를 버릴 년들이지만 애써 ‘사회에선 여대를 우대한다’는 헛자위를 해대며 태생적 단점인 이공계 공부 할 생각은 없고 쓸모없는 학점 경쟁 후 취업이 안 되어 명문여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들이밀며 듀오충이 된다.” (‘듀오충’은 결혼정보회사 회원을 의미)

    “○○○ 놈들 유배 보내야 된다…아주 없애거나. 부들부들…동아리 거리제 할 때도 물어봐야 하는 부분일 듯, 망대생 맞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 타 학과를 지칭)

    “잡대 출신 조교 ××들 갑질 하는 거 보면 죽빵 날리고 싶지 않냐. 자교 출신이 저 지랄 해도 ×× 때리고 싶은데 개꼴통 새끼들이 저 지랄하는데 ×× 급혐.” (다른 대학 출신 조교에 대한 막말)

    “지금 ○○○에 사람 얼마 없는 것 같아서일지는 몰라도 남녀 한 쌍이 지금 대놓고 떠든다...‘말도 안돼~~’ 이 지랄 하는데 죽여 버리고 싶다. 아니 대놓고 저렇게 크게 떠들어도 되는 거냐...소곤거리는 건 ×같아도 내가 봐줄 수 있는데 이건 너무 심하잖아 ×××들이” (○○○은 모 대학 도서관을 일컫는 말로, 이곳에서 실시간으로 특정 학생들을 비난하고 있다.)

    “4시 15분 J관 3층 눈화장 진하게 한 돼지년 봐라”

    서울시내 한 대학가.

    게시물에 따르면, 비난받는 사람이 원인을 일부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측면은 있다. 그렇다고 해도 불특정 다수가 보는 게시판에다 욕설을 내뱉거나 죽여버리고 싶다고 하는 건 정도가 지나치다. 왜 대학 커뮤니티에서 이런 막말이 만연하는 걸까.

    요즘 대학생들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C 같은 것을 손에서 놓지 않고 지낸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인터넷에서 수시로 활동한다. 그런데 이런 곳들에선 저급한 언어가 활개를 치고 있다. 대학생들도 SNS와 인터넷에서 이러한 수준의 언어를 자주 접하게 되고 또 이를 즐겨 쓰게 되다보니 이런 언어가 어느덧 일상화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양대 경영학과 재학생 허모 씨는 “상당수 대학생은 인터넷에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자주 내뱉는다. 그러면서 별다른 죄책감을 갖지도 않는다. 늘 쓰던 이런 욕설이나 상스러운 말을 대학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도 쓰는 것”이라고 했다.

    두 얼굴의 대학생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학생들의 막말이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웅 고구려대 청소년복지상담학과 교수는 “학생들은 명문대만 가면 된다는 일념 아래 입시교육만 받았다. 인성교육은 뒷전으로 밀렸다”고 지적한다. 특히 교내 커뮤니티에서 성별이나 학력을 이유로 사람을 증오하거나 무시하는 것에 대해 여러 전문가는 “인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 죄의식 없이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미성숙한 청소년기 수준에 인성이 머물러 있다”고 본다.

    몇몇 전문가는 분노조절장애 탓일 수도 있다고 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분노조절장애로 진료받은 환자 중 20대가 2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정부 통계를 보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애인을 살해한 20대 남성의 숫자도 늘고 있다. 서울지역 대학의 상담전문가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고 체득하지 못하면 분노조절장애에 걸리기 쉽다”고 말했다.

    요즘 상당수 대학생은 극심한 취업경쟁으로 인해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이를 여성이나 타 학과 학생에 대한 막말 공격으로 해소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좌절감을 극복하기 위해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공격하는 것 같다. 또 수능을 치르고 힘들게 들어온 대학 안에서라도 인정을 받으려는 심리로 학내 서열화를 조장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사람이 쓰는 말과 글은 그 사람의 인격이자 그 사람 자체다.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재학생 김모 씨는 “많은 대학생이 두 얼굴을 갖고 산다. 겉으론 유순하게 행동하지만, 익명의 교내 커뮤니티에선 상당수가 복면을 쓴 욕쟁이·악플러·일베로 변한다. 게시판에서 저급한 막말과 욕설이 난무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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