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들은 대학별로 있는 전교생 대상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모여 의견과 정보를 자주 주고받는다. 필자는 최근 서울시내 10개 대학 커뮤니티의 언어 사용 실태를 취재했다. 서울대 스누라이프, 연세대 세연넷, 고려대 고파스(안암캠퍼스)·쿠플존(세종캠퍼스), 서강대 서담, 성균관대 성대사랑, 한양대 위한, 중앙대 중앙인, 명지대 뮤존, 동국대 디연, 국민대 국민인닷컴이 그 대상이다.
이들 대학 커뮤니티는 재학생만 회원으로 가입해 이용할 수 있다. 게시물을 올리거나 읽는 것도 회원에게만 허용된다. 필자는 취재를 위해 이들 대학의 일부 재학생들을 섭외해 커뮤니티에 로그인했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공격
취재 결과, 상당수 대학 커뮤니티에 극단적인 막말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특정 학생에게 실시간으로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더러 있었다. 이런 글은 주로 익명게시판에 집중됐다. 특히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커뮤니티에서 막말이 두드러졌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 이 세 대학 커뮤니티는 표현의 자유를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허용한다. 예를 들어 서울대와 성균관대 커뮤니티의 경우 세 대학 커뮤니티에 견주어 훨씬 엄격한 규칙을 적용한다. 서울대는 ‘김치녀’ ‘전라디언’(전라도 주민을 비하하는 용어) ‘노운지’(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용어) 같은 26개 일베(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준말) 용어를 금지어 목록으로 만들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성균관대는 한발 더 나아가 게시판에서 반말도 못 쓰게 한다.
둘째, 이 세 대학 커뮤니티의 이용자 수는 타 대학 커뮤니티의 이용자 수를 압도한다. 커뮤니티가 활발할수록 악성 게시물 수도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명문대로 통하는 이 세 대학에서 막말과 악성 게시물이 범람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다.
취재 대상인 10개 대학 커뮤니티에 넘쳐나는 막말은 여성 혐오, 교내 특정 학생 왕따, 교수 비난, 극우적 의견 등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여성을 증오하고 깎아내리는 말이 가장 많았다. 대학생들이 게시한 관련 표현은 다음과 같다(괄호 안의 굵은 서체 글은 필자가 붙인 설명).
“계집들이랑 싸우는 주된 이유. 이년들은 진짜 말이 안 통함.”
“한국녀들 왜 성향이 변한거냐? 어머님 시절 한국녀들은 희생정신 개 쩔지 않았냐? 요즘 김치녀들 왜 그럼?” (‘김치녀’는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말)
“김치년들 또 나대네. 잘 벌리니깐 인기가 많은 거지 ㅉㅉ”
“확실히 문과 계집들 중에 걸레가 많은 것 같다. 금요일이면 빤스 보여줄 기세로 입고 오는데 출첵하는 입장에서는 개꿀”
“걸레년들. 지는 사랑하는 사람이랑 해서 당당하다고 지랄하면서 정작 그런 글은 익게에다가 쓰고 현실에서는 감추거나 구라치기 바쁨. XX년들 ㅋㅋㅋ” (‘익게’는 익명 게시판)
“군대 문제만으로 여혐은 당연한 현상이다. 피 같은 청춘 2년을 욕설, 폭력이 난무한 곳에서 뒹구는데 이 나라의 반이나 되는 인간들은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안가고 있으니 당연히 여혐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지. 내 보기엔 병역의무의 평등이 실현되지 않는 한 여혐은 사회에 만연해질 것 같다.” (‘여혐’은 여성 혐오)
“한국식 페미니스트는 이런 거다.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가 해대는 무수한 갑질을 최대한 거창한 수식어로 어디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들. 핵노답” (‘핵노답’은 핵폭탄급으로 답이 없다는 뜻)
“옛날 남성 우월적인 시대에 살고 싶지 않냐? 요즘 시대는 ×× 직장 짬차기 전까지 여자가 무조건 갑이고 나같이 외모도 안 되는 남자는 그냥 ××× 대우 받고 ×× 근대 사회 귀족 자제로 태어나서 첩 끼고 살고 싶다”
“여자는 케 술집여자화 되냐. 창녀가 우리나라 여성상이냐. 먹는 거, 행동하는 거, 입는 거 다 창녀 따라가네. 화장 짙어진 거, 옷 짧아진 거, 성형 ×나게 해댄 거, 머리 염색하는 거. 기생이 여자로써 최고였던 문화라 그런가. ×같네 하여튼”
“××년들은 이과 공부를 안 함. 그래서 더 감성적인 쓰레기가 되서 졸업하고 취업도 안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