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호

고객의 미래 바꾸는 ‘모임 공간’ 비즈니스

시간과 장소를 파는 기업 (주)피투피시스템즈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입력2015-09-22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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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룹스터디 장소 찾아 헤맨 기억…공간 대여 비즈니스로
    • 한겨울 전단지 배포…“일출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 14년 만에 전국 136개 지점, 매출 400억, 폐점률 0
    • ‘애니팡’ 만든 선데이토즈…일요일마다 토즈에서 준비
    • “직원·협력사와 5년 내 아시아 석권할 것”
    고객의 미래 바꾸는 ‘모임 공간’ 비즈니스
    9월 8일 오후 서울 반포동 상가건물 5층. 입구에 들어서자 강연이나 소모임을 할 수 있는 계단식 라운지와 초록 잔디, 침엽수와 활엽수가 손님을 반긴다. 앙증맞은 카페에선 은은한 커피향이 풍긴다.

    테라스 라운지는 마치 영국 런던의 코벤트가든을 옮겨놓은 듯하다. 라운지를 등지고 뻗은 30여 m의 메인스트리트 양옆에는 책상과 테이블을 갖춘 14곳의 모임 공간이 들어섰고, 개인 우편함과 휴식 공간도 마련됐다. 와인셀러와 프로젝터, 전자레인지가 설치된 다이닝 모임 공간과 방음시설을 갖춰 악기·보컬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 벽면에 거울이 설치된 취업준비생 리허설 공간도 갖췄다.

    이곳은 공간 서비스 그룹 (주)피투피시스템즈가 최근 문을 연 ‘토즈 마이스(MICS)센터’ 신반포점. 누구든 이용료(2시간에 6000원)를 내면 회의(Meeting), 집중 교육(Intensive education), 협업(Co-working), IT 인프라를 활용한 작업(Smart working)이 가능하다. 그래서 머리글자를 따 ‘마이스(MICS)’ 라는 이름을 붙였다. ‘토즈(TOZ)’는 이 회사의 마케팅 브랜드. 김윤환(43) 피투피시스템즈 대표가 말하는 공간 서비스란 ‘고객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과 문화를 제공하는 것’이다.

    ‘모임 공간’ 필요성 절감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구겐하임 미술관에는 ‘미래를 바꾸려면 생각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려면 지금 나의 시·공간을 바꿔라’는 모토가 걸려 있습니다. 맞다고 봐요. 스마트 사회에서의 경제 가치는 창의성이고 창의성은 개인의 두뇌에서 나오는데, 개인의 창의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시·공간을 제공하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일과 공부잖아요? 일과 공부를 위한 최적의 공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사무실 임차하고 집기 마련하는 게 부담스러운 1인 기업인이나 벤처를 꿈꾸는 사람들,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회사원들이 자주 찾습니다.”



    김 대표가 14년 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간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적당한 공간’을 찾아 헤맨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1998년 한국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미국 공인회계사 준비를 하면서 스터디 모임을 위한 공간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고시원, 독서실, 도서관에서 6년간 회계사 시험 공부를 했는데, 그룹 스터디를 할 때 적당한 공간이 없어 난감했습니다. 커피숍이나 식당은 손님들 대화 소리와 음식 냄새로 집중이 안 됐어요. 어렵게 찾은 조용한 찻집이나 학교 잔디밭에서 모임을 했는데, 그때마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죠.”

    이후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그는 자신이 겪은 낭패감을 떠올리며 창업을 결심한다. 개인의 안정된 삶을 위해선 회계사도 좋겠지만, 사회적으로 뭔가 필요한 일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

    “공간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지인들과 상의하면 ‘커피 장사 할 거냐’는 핀잔만 들었어요. 50년간 가구사업을 하신 부친도 ‘회계사 아들이 커피숍 같은 거 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무척 속상하셨을 거예요. 당시 사회적 인식이 그랬으니까요. 그래도 부친은 내색하지 않고 ‘참을 인(忍)자를 가슴에 새기되 그것을 남이 모르게 하라, 사장으로서 일관된 모습을 보여라’며 사업을 지원해주셨어요. 지금도 저의 가장 큰 지지자입니다.”

    장사꾼이냐, 사업가냐

    창업을 생각하던 2000년은 ‘프리챌’ ‘다음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가 급성장하던 시기. 그전까지가 학연, 지연, 혈연 중심의 모임이었다면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하면서 주제별 동호회 모임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해지고 있었다. 김 대표는 3000여 개 인터넷 카페 운영자와 기업 인사담당자를 만나면서 ‘모임 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2001년 한 해 동안 3600명에게 연락해 이 가운데 400여 명을 만나 인터뷰했어요. 공간 서비스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목적의 공간이 필요한지 물었습니다. 300명쯤 만날 무렵 ‘회사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서더군요.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생각이 든 거죠. 스터디, 커뮤니티 모임부터 기업 회의와 세미나, 콘퍼런스를 위한 공간 등 다양한 수요도 확인했습니다. 문을 열면 고객이 달려올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죠.”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인터뷰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친인척을 설득해 창업자금을 빌렸고, 2002년 1월 서울 신촌에 70평(231.4㎡) 규모의 토즈 1호점을 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20만 장 넘게 전단지를 뿌리고 커뮤니티 운영자들을 초대해 홍보했지만, 첫달 이용 고객은 300명을 넘지 못했다. 하루 10명도 채 안 됐다.

    고객의 미래 바꾸는 ‘모임 공간’ 비즈니스

    서울 반포동 ‘토즈 마이스센터’ 신반포점 테라스 라운지.

    “창업 후 2년 동안 이사를 세 번 했어요. 1호점 로고가 찍힌 종이컵을 30박스(1만 개) 구입했는데, 세 번째로 이사한 월셋집에 25박스가 고스란히 쌓여 있었어요. 빚(창업자금) 갚으라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박스야, 어서 여기서 나가다오’라며 박스가 줄어들기만 기도했죠. 1호점에 한 중견기업 직원이 방문한 걸 보고는 기업 고객을 유치하려고 3개월 꼬박 아침 6시부터 세 시간 동안 여의도에서 전단지를 돌렸는데, 얼마나 춥던지…. 그때 제 곁에서 무가지 신문을 나눠주던 분에게 ‘겨울 아침에 뜨는 해가 이렇게 따뜻하고 감사한지 몰랐다’고 했습니다. 말로 다 못하죠, 그때 기억….”

    소비자에겐 공간 서비스업이 아직 생소하던 그 시절, 회의나 스터디 모임을 하려고 커피숍이나 찻집, 패스트푸드점을 찾던 사람들을 토즈 모임센터로 끌어들이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러나 데이터 분석 결과 고객 재방문율이 90%를 넘는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필사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섰다. 할인쿠폰을 나눠주고, 고객 의견은 빠짐없이 기록해 시설과 조명 등을 하나하나 바꿔나갔다.

    지성이면 감천. 1호점은 1년 반이 지나서 마침내 적자를 면하게 된다.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것. 그의 노력은 3호점인 강남점을 열고부터 결실을 본다. 강남점은 매달 6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고, 순이익이 3000만 원을 넘겼다. 창업 초기의 어려움을 견뎌내며 끊임없이 개선책을 모색한 결과였다.

    “4년을 고생, 고생하다가 수천만 원의 월수입을 올리다보니 그냥 여기에서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장사꾼으로 끝내느냐, 사업가로 남느냐를 두고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창업 초기 신촌점 4층 창가에서 고객을 기다리던 때가 생각나더군요. 비가 와서, 눈이 와서, 차가 막혀서 손님이 없을 거라고 합리화한 시간들, 고객 한 분이 얼마나 반갑고 소중했는지를 절감한 그때 기억을 되새기며 ‘갈 데까지 가보자’고 마음먹었어요.”

    ‘애니팡’ 인큐베이터

    그는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다양한 공간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방음장치를 갖춘 소리 부스, 자신의 모습을 사방에서 볼 수 있는 유리 부스, 강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동영상 촬영 스튜디오 부스 등이 그것. 지금은 전국에 21개 토즈 모임센터(Moim Center)를 냈고, 연평균 100만 명의 고객이 방문하는 견실한 회사로 성장했다. 재방문율도 90%에 달한다.

    열정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벤처 창업자들에게 토즈는 일종의 인큐베이터 노릇을 한다. 대표적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과 ‘티켓몬스터’ 관계자들은 창업 초기에 토즈를 활용했고,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도 한때는 매주 일요일 토즈에서 창업을 준비했다. 이 대표가 회사명을 ‘선데이토즈’라고 지은 것도 이 때문. 토즈에서 취업 준비를 한 대학생, 공개입찰을 준비한 회사원들이 ‘성공’한 뒤 감사 인사를 하러오기도 한다.

    토즈 설립 10년차인 2010년, 김 대표는 독서실로 눈을 돌린다. 학생 시절 자신도 독서실에서 오래도록 공부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독서실 공간은 그대로인 데 착안한 것. 2010년 4월부터 2년간 학생들의 행동 패턴을 연구했다.

    “열람실 밖에 휴식 공간인 테라스를 마련했는데, 학생들이 테라스 공간을 선점하려고 경쟁을 벌이더군요. 개별 인터뷰를 해보니, 조용한 책상에서보다 조금 시끄러운 공간에서 공부가 더 잘된다고 해요. 저도 학창 시절에 앞뒤가 뚫리고 약간의 소음이 있는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가 잘됐던 것 같았습니다. ‘함께 공부한다’는 동질감과 경쟁심이 생기니까요. 사람마다 공부가 잘되는 공간이 다른 거죠.”

    미국 하버드대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개인의 학습유형을 7가지로 분류한다. △읽고 쓸 때 집중력이 오르는 ‘언어학습형’ △소리 자극을 받아야 집중되는 ‘청각학습형’ △토론하고 소통하려는 ‘사회학습형’ △밀폐된 공간에서 집중이 잘되는 ‘자기학습형’ △형광펜 등 색과 지도를 이용해 공부하는 ‘시각학습형’ △수와 논리적 사고에 강한 ‘논리학습형’ △몸의 움직임과 촉각에 예민한 ‘신체학습형’이다. 사람의 지능에 따라 학습 유형도 다르다는 것인데, 우리의 독서실은 40여 년간 칸막이가 높은 조용한 공간만 강요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인터뷰 | 김윤환 피투피시스템즈 대표

    “답은 고객에게 있었다”


    고객의 미래 바꾸는 ‘모임 공간’ 비즈니스
    훤칠한 키에 또렷한 이목구비, 중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뮤지컬 배우를 연상시켰다. 김윤환 토즈 대표는 남자다운 외모만큼이나 선 굵은 기업을 추구했다.

    -‘공간’을 팔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뭔가.

    “공간성이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공간성은 인간정신에 자극을 주고, 감성을 일깨우며, 잠재된 영혼(soul)과 소통한다’고 했다. 공간성은 인테리어 디자인뿐 아니라 가격, 교통, 서비스, 문화 등의 복합 요소를 고려해야 하고,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매력적인 가치가 공간에 투영돼야 한다. 공간은 물리적인 장소에 화학적인 시간과 문화가 공존하고, 이들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공간 가치가 높아진다. 결합을 이끌어내는 핵심은 사람이 하는 서비스다. 어떤 공간에서 일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게 아닌, 고객 목적을 실현하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고객이 ‘열정의 시간(Time On Zest)’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회사 브랜드가 토즈(TOZ)인 이유다.”

    -매출액이 매년 두 배씩 성장하고 있다.

    “고객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협력사와 상생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여러 센터를 열게 된 것도 고객들이 매번 우리에게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건넸기 때문이다. 사무실 임차가 부담스럽다는 1인 기업인들의 의견을 청취해 ‘비즈니스센터’를 열었고, 독서실이 답답하다는 학생들 의견을 들어 ‘스터디센터’를 구상했다. 답은 고객에게 있었다. 고객과의 신뢰는 산처럼 쌓이는 게 아니라 탑처럼 쌓아가는 거다. 협력사와는 갑을 관계가 아닌 동반 성장하는 파트너라는 인식도 매우 중요하다.”

    -초기엔 많이 좌절했을 것 같다.

    “내가 처음 창업할 때는 사회·경제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지원 정책이 없었다. 물론 내가 몰랐을 수도 있다. 1호점을 내려고 사업자등록을 하려고 보니 업종 코드도 없었다. 그만큼 초기 사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지원 시스템은 부족하다. 결국은 창업자가 하나하나 부딪쳐가며 풀 수밖에.”

    -창업 생태계의 문제였나.

    “지금도 창업하려는 사람이 창업 생태계에 진입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선수’들만 진입할 수 있다.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겐 정책자금 지원책이나 행정 시스템 등을 쉽게 알려주고 활용하는 생태계가 구축되면 좋겠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시각도 바뀔 필요가 있다.”

    -프랜차이즈?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면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관계는 어느 정도 정리되는 듯하다. 하지만 프랜차이즈를 반드시 나쁘게 볼 건 아니다. 창업 실패 확률을 낮추고 성공 노하우를 쉽게 전수받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분명 기회일 수 있다. 본사와 가맹점 간 건강한 협력 관계 형성이 관건이다.

    -인력 채용은 어떻게 하나.

    “진정성과 인상을 주로 본다. 주인이 돼야 서비스에서 진정성이 묻어나고, 인성과 품성이 좋아야 인상도 좋다고 믿는다. 중소기업일수록 인재를 뽑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지금까지 공채 24기를 뽑았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회사 전통과 문화를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다. 중소기업이 살아나려면 사회적으로 중소기업인을 존중하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중소기업 출신이 대기업이나 해외 유명 회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첫 출발이 중소기업이면 ‘중소기업 출신’이라고 낙인찍는 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초창기에 400명을 인터뷰하고서도 고객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는 실패해 어려움을 겪었다. 생각해보라. 모임은 1년에 한 번 할 수도 있고, 1주일에 두세 번 할 수도 있다. 얼마나 많은 고객을 잠재고객으로 둬야 하는지를 간과한 거다. 나의 경우, 공간 비즈니스라는 사회적 인식이 거의 없어 고객이 직접 체험하는 절대 시간이 필요했다. 창업자들은 좀 더 꼼꼼하게 다양한 가능성을 점검하고 시작하기 바란다.”


    독서실과 다중지능이론

    김 대표는 토즈 R·D센터의 연구 결과와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을 기반으로 5가지 공간을 갖춘 신개념 독서실 ‘스터디센터’를 선보였다. 스터디센터에 들어서면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학습 유형을 확인한 뒤 학습 공간을 찾아가는데, 기존 독서실 공간과 같은 ‘솔리터리룸’에서 공부하다가도 동질감과 경쟁심을 갖게 하는 ‘오픈 스터디룸’으로 옮겨 다니며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2012년 3월 1호점을 연 ‘토즈 스터디센터’는 7월 현재 전국에 84개점을 열었다. 이용료는 월 16만~18만 원. 하루 평균 1만6000명이 스터디센터를 이용하고 좌석 점유율은 106%에 달한다. 센터를 찾는 학습자 중에는 고시촌이나 독서실에 가기 불편한 성인도 30%쯤 된다고 한다. 신청 후 대기 기간이 평균 두 달에 이를 만큼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인기를 끌다보니 메가스터디 같은 대형 학원의 문의가 잇따랐다. 메가스터디와 메가엠디 독서실 공간은 토즈가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그렇게 다그쳐도 안 가던 독서실을 자녀가 스스로 가겠다고 하니 신기하다며 찾아오기도 해요. 기존 독서실은 내 책상만 공부 공간이었는데, 스터디센터는 센터 전체가 공부 공간이니 오랫동안 체류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 겁니다.”

    토즈는 올해 100호 센터를 돌파하고, 향후 전국 독서실 시장의 10%(540개)를 점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처음엔 본사가 직접 투자해 운영했지만, 현재는 본사 투자와 함께 가맹점주와 본사가 공동 투자하거나 가맹점주가 단독 운영한다.

    또한 토즈는 소형 사무실과 세미나실을 갖춘 6곳의 ‘토즈 비즈니스센터’,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IT 인프라와 사무환경을 갖춘 ‘토즈 스마트워크센터’ 70여 곳을 구축하는 등 ‘스마트 워킹’의 표준을 만들고 있다. 정부 세종·서울청사와 국회, 킨텍스 등에 마련된 스마트워크센터는 출장 나온 공무원들의 임시 사무실로 인기가 높다. 공공분야에서만 67억 원의 실적을 올린 것도 이처럼 높은 만족도 덕분이다.

    내친김에 지난 7월에는 기업과 임대사업자에게 IT를 기반으로 사무실의 효율적 공간 배치를 도와주는 ‘스페이스 비즈 그룹’을 출범시켰다. 그동안 축적한 공간 기획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수요에 맞는 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비용 절감에 필사적인 중소기업에 공간 서비스는 필수다. 200평 쓰는 사무실을 70평으로 줄이고, 대신 스마트워크센터를 갖춰 임시직 직원들이 쓰게 하는 등의 공간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줄인 회사도 많다”고 귀띔했다.

    창업 지원, 협력사와 相生

    2001년 5명으로 시작한 토즈는 현재 17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비즈니스센터와 스터디센터 등 전국에 136개 토즈 공간 서비스 지점이 생겼고, 올해 400억 원 매출(지난해는 210억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136개 지점 중 문을 닫은 곳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

    김 대표는 “상권 분석과 수요 예측 등 철저한 데이터 분석이 바탕이 됐지만, 협력사와의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갖췄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스터디센터 예비 창업주 100명을 대상으로 1억 원을 지원하는 ‘토즈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실행한 것도 창업 지원과 협력사의 상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김 대표의 설명은 이렇다.

    “토즈의 협력사 중엔 우리보다 규모가 큰 업체가 많은데, 한번 손발을 맞추면 웬만하면 함께 일합니다. 공사기간을 맞추고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려면 함께 연구개발해야 하거든요. 가령 (가구 제작업체) 시디즈와는 R·D, 도원전자와는 냉난방시설 설치 및 애프터서비스, 아이센트와는 네트워크 구축 등을 함께 합니다. 중소기업은 자체적으로 하기 어려운 연구개발, 시제품 생산, 품질보증 등을 협력사와 손잡고 할 수 있습니다.

    입찰도 최저가 입찰방식이 아니라 협력사가 적당한 마진을 가져가는 단가 입찰을 하는데, 단가는 내부 심사기준을 정해놓았어요. 협력사가 꾸준히 일해야 우리도 좋은 품질의 센터를 선보일 수 있으니까요.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보니 시디즈는 토즈만을 위한 비규격 상품을 만들어 납품할 정도가 됐습니다. 한순간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지속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 파트너십이 중요하죠. 이제는 협력사와 함께 해외시장에 뛰어들어 승부를 낼 겁니다.”

    김 대표는 국내시장을 뛰어넘어 5년 내 ‘아시아 지역 공간 서비스 1위 기업’을 목표로 해외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발상’과 ‘발전’

    김 대표와 2시간 넘게 인터뷰를 하면서 프랑스 동부 알프스의 유명 생수 에비앙(Evian)을 떠올렸다. 1790년 지병인 신장결석으로 고생하던 레세르 후작이 3개월간 에비앙에서 요양하며 이 지역 샘물을 마신 뒤 신장결석이 완화됐다는 그 샘물.

    이 소식에서 영감을 얻은 샘물 주인이 에비앙에 ‘물(水) 치료센터’를 짓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1826년부터는 병에 물을 넣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1829년, 규모는 작지만 최초의 생수회사가 생겨났고 에비앙 시(市)는 이 회사와 1892년부터 2027년까지 에비앙 지역 샘물을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샘물 주인의 경험과 아이디어는 세계에서 처음 ‘돈 주고 사먹는’ 생수를 선보였고, 오늘날 생수 구매는 세계인의 일상사가 됐다. 에비앙의 샘물 주인과 토즈의 김 대표를 보면서 아이디어는 최초의 발상이 아니라 어떻게 잘 발전시켜서 마무리할 것인지에 성공 여부가 달렸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경만 공정거래연구소장의 기업 생태계 분석

    “사전 준비 충실…법 준수하는 건강한 기업”


    고객의 미래 바꾸는 ‘모임 공간’ 비즈니스
    기업은 협력사, 가맹점과의 좋은 협력관계가 장기적 성장을 결정한다. 특히 가맹사업에서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신뢰 구축, 동반성장, 이익의 적절한 분배구조 등은 성공의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법 위반 처벌 전력, 공정위가 운영하는 가맹사업 공개 시스템에 등록한 가맹점의 매출액 파악 등은 기본적인 분석틀이 된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가맹점주와 가맹본부에 대한 인식을 분석하면 그 회사의 기업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한지 알 수 있다. 물론 기업의 상황은 수시로 변한다. 이런 관점에서 ‘토즈’라는 브랜드로 공간 서비스업을 하는 (주)피투피시스템즈의 기업 생태계를 분석(2015년 9월 기준)해보자.

    우선 공정위의 법위반 사실 조사 시스템을 통해 조회한 결과,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은 없었다. 피투피시스템은 현재 가맹사업(스터디센터)을 하고 있어, 관련 법이 ‘가맹사업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인데, 이와 관련한 법 위반 사례는 없었다.

    이 회사가 국내에서 사무실 공간 임대사업을 처음 시작했고, 매출 규모에서 국내 1위 기업임을 감안하면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가 있을 수도 있다. 이때에는 공정거래법의 ‘거래상지위남용’ 혐의로 신고되거나 처벌받기도 하는데, 조회 결과 이런 기록은 없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가맹점주들과 좋은 협력관계를 지속하는 듯하다.

    가맹사업 공개시스템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 회사는 2001년 ‘토즈 모임센터’ 신촌점 오픈을 시작으로 스터디센터, 비즈니스센터 등을 차례로 오픈하면서 2015년 9월 현재 전체 136개 지점을 보유했다. 공정위가 제공하는 가맹사업 공개 시스템을 통해 가맹사업관련 정보를 분석해보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이 회사가 사업은 2001년에 했지만, 가맹사업은 2013년 들어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체로 가맹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직영점 한두 개를 1~2년 해본 후 가맹점을 대대적으로 모집해 가맹사업 규모를 ‘뻥튀기’ 하고 사세를 확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영점을 12년간 하면서 사전 준비를 충분히 했다는 점은 특이하다. 이는 가맹사업을 위한 충분한 숙고 기간을 거쳤다는 점에서 기업 생태계의 건강성을 진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다음으로 가맹점 개설 비용과 평균 매출액을 살펴보자. 2014년 기준 ‘토즈 스터디센터’(사진) 개설 비용은 2억5300만 원이고, 전국 54개 스터디센터 연평균 매출액은 2억500만 원 정도다. 서울의 경우 26개 스터디센터의 평균 매출액이 2억4500만 원이다. 이에 대한 수익률 분석 등은 내부 자료라 개략적인 추측만 가능하다. 실제적인 수익률 등은 가맹점의 개설 조건, 즉 건물 자가 소유 및 임대 여부, 지역 여부 등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므로 가맹본부 방문을 통한 상담이 필요하다.

    ※이경만 소장은 공정거래위 하도급개선과장·가맹유통과장·소비자안전정보과장,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실 행정관, OECD 대한민국정책센터 경쟁정책본부장, 국민권익위 신고심사심의관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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