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라스 라운지는 마치 영국 런던의 코벤트가든을 옮겨놓은 듯하다. 라운지를 등지고 뻗은 30여 m의 메인스트리트 양옆에는 책상과 테이블을 갖춘 14곳의 모임 공간이 들어섰고, 개인 우편함과 휴식 공간도 마련됐다. 와인셀러와 프로젝터, 전자레인지가 설치된 다이닝 모임 공간과 방음시설을 갖춰 악기·보컬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 벽면에 거울이 설치된 취업준비생 리허설 공간도 갖췄다.
이곳은 공간 서비스 그룹 (주)피투피시스템즈가 최근 문을 연 ‘토즈 마이스(MICS)센터’ 신반포점. 누구든 이용료(2시간에 6000원)를 내면 회의(Meeting), 집중 교육(Intensive education), 협업(Co-working), IT 인프라를 활용한 작업(Smart working)이 가능하다. 그래서 머리글자를 따 ‘마이스(MICS)’ 라는 이름을 붙였다. ‘토즈(TOZ)’는 이 회사의 마케팅 브랜드. 김윤환(43) 피투피시스템즈 대표가 말하는 공간 서비스란 ‘고객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과 문화를 제공하는 것’이다.
‘모임 공간’ 필요성 절감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구겐하임 미술관에는 ‘미래를 바꾸려면 생각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려면 지금 나의 시·공간을 바꿔라’는 모토가 걸려 있습니다. 맞다고 봐요. 스마트 사회에서의 경제 가치는 창의성이고 창의성은 개인의 두뇌에서 나오는데, 개인의 창의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시·공간을 제공하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일과 공부잖아요? 일과 공부를 위한 최적의 공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사무실 임차하고 집기 마련하는 게 부담스러운 1인 기업인이나 벤처를 꿈꾸는 사람들,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회사원들이 자주 찾습니다.”
김 대표가 14년 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간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적당한 공간’을 찾아 헤맨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1998년 한국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미국 공인회계사 준비를 하면서 스터디 모임을 위한 공간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고시원, 독서실, 도서관에서 6년간 회계사 시험 공부를 했는데, 그룹 스터디를 할 때 적당한 공간이 없어 난감했습니다. 커피숍이나 식당은 손님들 대화 소리와 음식 냄새로 집중이 안 됐어요. 어렵게 찾은 조용한 찻집이나 학교 잔디밭에서 모임을 했는데, 그때마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죠.”
이후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그는 자신이 겪은 낭패감을 떠올리며 창업을 결심한다. 개인의 안정된 삶을 위해선 회계사도 좋겠지만, 사회적으로 뭔가 필요한 일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
“공간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지인들과 상의하면 ‘커피 장사 할 거냐’는 핀잔만 들었어요. 50년간 가구사업을 하신 부친도 ‘회계사 아들이 커피숍 같은 거 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무척 속상하셨을 거예요. 당시 사회적 인식이 그랬으니까요. 그래도 부친은 내색하지 않고 ‘참을 인(忍)자를 가슴에 새기되 그것을 남이 모르게 하라, 사장으로서 일관된 모습을 보여라’며 사업을 지원해주셨어요. 지금도 저의 가장 큰 지지자입니다.”
장사꾼이냐, 사업가냐
창업을 생각하던 2000년은 ‘프리챌’ ‘다음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가 급성장하던 시기. 그전까지가 학연, 지연, 혈연 중심의 모임이었다면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하면서 주제별 동호회 모임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해지고 있었다. 김 대표는 3000여 개 인터넷 카페 운영자와 기업 인사담당자를 만나면서 ‘모임 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2001년 한 해 동안 3600명에게 연락해 이 가운데 400여 명을 만나 인터뷰했어요. 공간 서비스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목적의 공간이 필요한지 물었습니다. 300명쯤 만날 무렵 ‘회사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서더군요.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생각이 든 거죠. 스터디, 커뮤니티 모임부터 기업 회의와 세미나, 콘퍼런스를 위한 공간 등 다양한 수요도 확인했습니다. 문을 열면 고객이 달려올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죠.”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인터뷰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친인척을 설득해 창업자금을 빌렸고, 2002년 1월 서울 신촌에 70평(231.4㎡) 규모의 토즈 1호점을 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20만 장 넘게 전단지를 뿌리고 커뮤니티 운영자들을 초대해 홍보했지만, 첫달 이용 고객은 300명을 넘지 못했다. 하루 10명도 채 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