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은 ‘정규분포곡선의 양극단’에 위치할 뿐 중간에 존재하는 법이 없다. 수십억~수백억대 돈방석에 오른 스타가 있는가 하면, 하루 벌어 하루 입에 풀칠하는 대학로의 가난한 배우도 있다. 멜로물 주인공을 도맡는 미남미녀가 있는가 하면, 코미디나 오락 프로그램에서 외모를 웃음 소재로 활용하는 추남추녀도 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연예인은 양극단의 한쪽인 성공한 편에 속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전체 연예인을 대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예외적 사건이 우리 삶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듯, 소수의 스타가 대중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 정신분석 전문의 존 가트너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연예인에게선 경미한 상태의 조증(躁症), 즉 과도한 활력, 과대망상, 비정상적 들뜸 등이 나타나기 쉽다. 이들의 성공담은 열정, 신념, 강력한 리더십 같은 미사여구로 묘사되지만, 그것은 경조증, 다시 말해 살짝 미친 증상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연예인의 정신세계와 관련해 ‘똘끼는 천성, 자아도취는 기본, 조증은 필수’라는 말도 있다. 한국 연예인들도 예외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이 3가지가 없으면 연예인이 연예인답지가 않으니 이 3가지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 3가지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 열정적 무대 매너가 만들어진다.
연예인의 영어식 표현인 ‘엔터테이너’는 사전적 의미로 분위기를 북돋우는 사람이다. 이들은 평소에도 보통사람보다 조금 더 흥분되고 고양된 상태에 있는지 모른다. TV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멤버들은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정신감정을 받았다. 6명 가운데 박명수와 노홍철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판정을 받았다. 유재석에 비해 두 사람에게서는 산만함이 뚜렷하게 발견됐다고 한다.
박명수는 개그맨이면서 음반을 냈다. 그 후 작곡가와 클럽 DJ를 거쳐 현재는 클럽 사장에 이르렀다. 노홍철은 공대생 출신이다. 대학생 때 여행사와 이벤트 사업, 파티 매니저를 거쳤고 그후 연예인으로 변신했다.
연예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연예인 가운데는 원래부터 독특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 많으며, 이들이 연예가의 극단적 환경에 부대끼다가 그중에서도 가장 유별난 소수가 스타급으로 살아남은 것이라고 한다. 비범함은 어떤 의미에선 비정상성이다.
연예인들에게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것은 자아도취형 성격장애다. 이들은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졌다. 그렇다보니 자신이 원하는 대로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할 때 이를 잘 극복하지 못한다. 최민수의 폭행을 복기해보자. 제작발표회에서 조영남과 김수미가 선제적으로 사고를 쳤다. 최민수는 자신이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이미 기분이 상했는지 모른다. 그는 1993년 ‘엄마의 바다’를 촬영하면서 독고영재가 인기를 끌 때 한동안 출연을 거부했다.
자아도취 커플의 치킨게임
자아도취형 연예인 중 몇몇은, 다른 한편으로 연인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에게 필요한 사람은 동등한 동반자가 아니라 자신을 우상으로 받들어주는 ‘무수리’이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이혼이 잦다는 인식도 이런 성향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 똑같은 자아도취형 스타끼리 만나기도 한다. 이런 커플의 결혼생활은 누가 더 괴팍한지를 겨루는 치킨게임과 같다.
김지미는 한국의 리즈 테일러로 불린다. 여기엔 중의적 의미가 있다. 그녀가 한 시대를 대표한 미녀라는 칭송, 그리고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 것에 대한 조소가 함께 내재됐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더 참고 사는 것이 결혼생활이지만 김지미 같은 최정상의 여성 연예인에게 그런 삶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신성일과 엄앵란은 톱스타 커플로 드물게 결혼생활을 오래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아내 ‘엄보살’ 덕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우리 연예계에서 역대 최고의 나르시시스트로는 단연 신성일이 꼽힐 것이다. 그는 팔순을 코앞에 둔 지금도 젊은 시절 자신의 외모를 묘사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거나 베토벤 헤어스타일을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닌다. 평범한 여성이 이런 인물과 같이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왕년의 톱스타 엄앵란은 오직 인내로써 가정을 지켜낸 것 같다.
연예인은 마약이나 도박에 쉽게 빠지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부와 명예를 다 가진 연예인들이 이렇게 스스로 망가지는 것은 왜일까. 이 역시 성격장애로 설명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하니 이를 즉각 이완시킬 수 있는 수단에 쉽게 중독되는 것이다.
‘콜로세움’ vs ‘나는 가수다’
미국 심리학자 아널드 루드빅이 1000명 넘는 예술가의 전기를 분석한 결과, 가수나 배우는 작가나 작곡가에 비해 정신질환 발생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자신의 성공 여부를 무대에서 즉각 확인한다는 점이다. 우리 연예인들도 자신의 성공 여부를 TV 화면이나 영화 스크린에서 즉각 확인한다. 성취감이 큰 만큼 실패에 대한 두려움, 스트레스, 실망감도 엄청나다.
‘나는 가수다’ 같은 TV 음악 프로그램은 고대 로마제국의 콜로세움과 같다. 가수들이 노래로 맞붙고, 이들 중 누군가는 방청객들이 엄지를 아래로 내리는 순간 ‘킬’ 된다. 검투사들이 콜로세움의 잔인한 군중 앞에서 목숨 걸고 싸우듯, 우리 가수들도 수십만~수백만의 냉정한 시청자 앞에서 목숨보다 더한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피 말리는 정면승부를 벌인다. 이 스트레스, 정말 장난이 아닐 것 같다.

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들이 열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