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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끼’는 천성 자아도취는 기본 조증(躁症)은 필수

한국 연예인들의 정신세계

  • 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똘끼’는 천성 자아도취는 기본 조증(躁症)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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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가장 농후하게 성격장애를 보이는 연예인들은 록뮤직 스타들이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수는 마약, 섹스, 자살 같은 단어들로 조합된 인생을 산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필두로 커트 코베인, 존 레넌, 마빈 게이 등 제명에 못 간 스타가 수두룩하다.

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것이 경계성 성격장애다. 이들은 보통 사람과 달리 오랜 시간 뒤에 돌아오는 보상을 기다리지 못한다. 이것은 그들을 무대에 오르게 하는 원동력이자 마약에 빠져들게 하는 원인이다. 도박도 마찬가지다. 보통 사람은 복권을 사고 일주일 동안 기다리는 기대감으로 작은 행복을 누린다. 그러나 이들 연예인에겐 그런 인내심이 없다. 일확천금이 즉석에서 오가는 도박을 통해서만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밤하늘에서 별이 지듯, 스스로 빛을 발산하던 스타들은 이런 장애로 인해 끝없이 추락하기도 한다. 아니면 마음 한구석에 추락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산다. 이때 이들이 출구로 찾는 것이 종교다. 여러 연예인은 이색 종교에 곧잘 빠져든다. 리처드 기어는 티베트 불교의 신도로 유명하다. 미국인에게 불교는 동양의 이색 종교로 비친다. 1960년대 미국 히피들은 불교, 힌두교 같은 동양 종교에 심취했다. 점잖아 보이는 리처드 기어의 신앙도 사실은 히피 성향의 발로다. 마돈나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유대인의 카발라 사상에 심취했다. 톰 크루즈와 존 트래볼타는 신흥종교인 사이언톨로지에 빠지기도 했다.

한국에선 신내림을 받았다는 연예인이 더러 나왔다. 중견연기자 안병경과 정호근이 대표적이다. 김수미는 빙의 현상으로 고통받다가 씻김굿을 받았다고 한다. 무당과 연예인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연기자가 배역에 빠져 있는 상태는 무당이 접신한 상태와 다를 바 없다. 사실 무당은 인류 최초의 공연예술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선 연예인에게 ‘공인’이라는 굴레를 씌운다. 그래서 연예인들에게 보통 사람보다 더 모범이 되기를 요구한다. 바른생활형 연예인은 이런 상황에 잘 적응한다. 하지만 부를 가진 스타가 보통사람보다 더 금욕적으로 생활한다는 것은 특이한 일이다. 여기엔 심리적 억압 기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국민 MC’의 영화 취향

‘국민 MC’ 유재석은 바른생활형 연예인의 전형이다. 그가 처음부터 지금의 캐릭터였던 건 아니다. 스무 살에 개그 콘테스트에 등장했을 때는 선배들에게 따로 불려가 혼이 날 정도로 건방진 이미지였다고 한다. 그 후 10년 간의 무명생활을 거치며 사람들이 원하는 반듯한 모습의 연예인으로 변해갔다. 술도 못 마신다는 그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까. 뜻밖에도 그는 도끼나 칼로 사람을 난도질하는 슬래셔 무비나 피가 흥건한 고어 무비의 마니아로 알려졌다. 물론 영화감상 그 자체는 건전한 취미다.

김제동은 ‘힐링 전도사’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연예계의 소문난 주당이다. 그는 어느 날 만취 상태로 귀가한 후 야구 배트로 샌드백을 100번 넘게 두들겼다고 한다. 억압된 심리 상태의 표출로 읽을 만하다.

바른생활형 연예인들이 괴로운 것은 실수를 하면 곱절로 욕을 먹는다는 것이다. 김장훈은 각종 사회봉사활동에 열렬히 참여하는 소셜테이너로 꼽힌다. 그런데 포털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뜻밖에 ‘관종(관심종자)’이 뜬다. 그가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사람들이 꼭 곱게만 보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김장훈은 기내 흡연과 불법 다운로드로 구설에 올랐다. 그가 지금껏 행한 봉사활동을 감안하면 비판을 자제해줄 법도 한데 대중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그의 ‘건전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더 강한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그가 이런 현실을 잘 받아들인다면 다행일 텐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김장훈은 몇 차례의 자살 미수와 공황장애 경험을 갖고 있다. 바른생활형 연예인의 내면은 미국 록스타처럼 타들어가는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연예 콘텐츠 수출대국이다. 연예인의 독특한 성향과 창조성은 비례관계일 것이다. 똘끼 있는 연예인은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 대중은 스타를 더 관대하게 이해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신동아 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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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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