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호

주말 부부, 기러기 남편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입력2015-09-23 1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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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운 정 고운 정’은 한 공간에서 부대끼며 생겨난다. 부부가 떨어져 있으면 감정보다는 이성이 작용한다. 이성은 내가 결혼생활을 통해 얻는 득실만 계산한다. 갈등의 골이 깊은 부부는 더 그렇다. 이때 어느 한쪽이 외도라도 하면 ‘계산’이 맞지 않는다. 결혼관계는 끝장난다.
    주말 부부, 기러기 남편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일러스트·김영민

    진료를 하다보면 우울증을 앓는 ‘기러기 아빠’를 종종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혼자 한국에서 지내다 견딜 수 없어 아내에게 들어오라고 했지만 아내가 들어오지 않아 결국 이혼한 아빠도 있다. 그렇게 혼자가 된 뒤에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언어장애와 보행장애가 발생했다. 하지만 아내와 자녀는 그를 돌보지 않았다. 마음이 짠했다.

    두 자녀를 유학 보내고 생활비까지 대느라 거의 ‘알거지’가 된 기업 임원도 생각난다. 기나긴 기러기 아빠 생활에 지친 그는 둘째가 대학에 들어가자 아내에게 ‘이제 돌아오라’고 했지만, 아내는 대학생이 된 자녀를 돌봐야 한다는 핑계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자의 반, 타의 반 은퇴한 후 재산을 정리해 미국으로 갔다.

    하지만 미국 생활에 익숙한 아내는 남편을 노골적으로 따돌렸고 자식들도 아버지를 귀찮게 여겼다. 상처받은 가장은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간 모아둔 돈은 미국에 정착하느라 다 써버렸다. 남은 거라곤 혼자 말년을 보낼 자그마한 오피스텔 하나가 전부였지만 아내는 생활비를 계속 보내라고 다그쳤다. 그는 죽을 궁리를 하다가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부부가 결혼하는 이유는 함께 살기 위해서다. 그런데 살다보면 직장 문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살거나, 둘이 있으면 늘 부딪치기 때문에 일부러 떨어져 살기도 한다. 사이 좋던 부부가 떨어져 살면서 관계가 서먹서먹해지기도 하고, 만날 싸우던 부부가 주말 부부가 되면서 관계가 좋아지기도 한다. 아내가 조기 유학 간 아이를 따라가면서 남편이 기러기 아빠가 되는 사례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구나



    가장 흔한 것은 직장 문제 때문에 떨어져 사는 경우다. 주말 부부가 되면 처음에는 애틋할지 몰라도 점점 힘들어진다. 우선 육체적으로 힘들다. 주말마다 차를 몰고 오건, 버스를 타건, KTX를 타건 주말 부부는 둘 중 한쪽이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집에 오면 피곤해서 자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 그런 배우자를 보고 상대 배우자는 자신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고 생각한다.

    주말에 시댁이나 처갓집에 간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둘이서 있을 시간이 없다. 부부가 둘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면 갈등이 심해진다.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거나 못 가던 모임에 가도 갈등이 불거진다. 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일순위여야 한다. 그러고 나서 남는 시간이 있으면 시댁, 처갓집에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야 한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경우라면 일단 함께 사는 게 ‘정답’에 가깝다.

    자녀가 있다면 갈등은 더욱 심하다. 맞벌이 부부라면 아내는 평일에 계속 일하고 아이까지 돌보느라 힘들다. 주말에 남편이 오면 아이들을 돌봐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남편 생각은 반대다. 주중에 낯선 타지에서 일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주말에라도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다. 갈등이 안 커질 수 없다.

    아내가 주말마다 집으로 오는 경우는 더 힘들다. 남편이 알아서 집안일을 해놓았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빨래나 집안 청소에 여자처럼 신경 쓰는 남자는 드물다. 밀린 집안일을 하다보면 아내는 진짜 힘들다. 남자가 그 나름대로 집안일을 해놨는데도 구석구석 먼지를 찾아내서 걸레질을 다시 하거나, 남자가 해놓은 빨래가 마음에 안 들어 다시 삶아 빠는 여자도 있다. 남자는 짜증이 난다. 여자가 괜히 트집을 잡는 것 같다. 도와줄 마음이 사라진다.

    아내가 지방 근무 발령을 받고 남편이 아내의 지방행을 극구 말리는 경우에도 갈등이 생긴다. “아이나 키우면 되지, 직장에 그렇게까지 충성할 필요가 있냐”고 하는 남편도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남자는 순환보직 때문에 지방근무를 신청해야 하는데 아내가 “나 혼자 일하면서 애까지 보라는 거냐”면서 말린다.

    남편이 보기에 아내의 일이, 아내가 보기에 남편의 일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이처럼 상대방이 나의 일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 즉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문제가 된다. 이런 경우 먼저 그 일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동안 한쪽이 희생했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희생할 차례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 때문에…’는 핑계?

    허구한 날 다투다보니 차라리 떨어져 지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한다. 가정이 화목했다면 지방근무를 거부했겠지만, 집에만 가면 다투고 짜증이 나다보니 흔쾌히 받아들인다. 같이 살면서 한쪽이 다른 한쪽을 너무나 숨 막히게 하는 경우, 간섭이 심한 경우라면 떨어져 사는 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부부간 갈등의 골이 깊은 경우, 떨어져 지내는 게 서로에 대한 감정을 더 멀게 만들기도 한다. 함께 사는 동안에는 싸울 때는 싸워도 한 식탁에서 밥 먹고, 한 이불 덮고 자면서 섹스를 한다. 부부가 서로 미워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참는다. 머릿속으로야 수도 없이 이혼을 생각하지만 그때그때 감정이 풀리기도 하고 이혼을 망설이기도 한다.

    그런데 떨어져 있게 되면 감정은 작용하지 않고 이성만 작동한다. 감정이라는 것은 한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면서 발생한다. 그래서 ‘미운 정, 고운 정’이라는 거다. 감정은 서로를 묶어주는 힘이 된다. 떨어져 있으면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다. 이성은 내가 결혼생활을 통해서 얻는 득실만 계산한다. 그러다가 어느 한쪽이 외도라도 하면 ‘계산’이 맞지 않는다. 결혼관계는 끝장난다.

    남자가 직장에서 지방 발령을 받았는데, 자식 교육을 이유로 남자 혼자만 가는 경우가 있다. 여자는 남편의 외로움과 자식 교육 중에서 자식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지방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사실 자식이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학교를 다닌다고 좋은 대학에 간다는 보장은 없다. 이사를 자주 다니는 게 아니라면 가족은 함께 사는 게 바람직하다.

    지방에서 혼자 살게 될 가장이 외롭고 힘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반면 대도시 학교에 보내고 고액과외를 시킨다고 아이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불확실하다. 공부 못하는 아이는 어디를 가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자식 교육은 핑계이고, 아내가 지방에서 사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남편은 직장 동료도 있고 일도 있지만 아내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살아야 한다. 대도시에 비하면 지방은 아무래도 문화시설도 부족하다. 그렇다 해도 무조건 지방에 못 내려간다고 버티기보다는, 일단 가보고 적응하려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남편도 아내 처지를 존중해주기 마련이다. 그때 서울이나 대도시로 다시 옮기면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는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사는 경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이들이 자녀를 조기 유학 보내면서 길게는 수년 동안 떨어져 살기도 한다. 집집마다 사람마다 생각도 사정도 다르겠지만, 내 생각을 말하라면 부부는 물론 자녀를 위해서도 여기엔 절대 반대다.

    ‘글로벌 리더’ 환상

    조기 유학을 보내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우선 ‘글로벌 리더’에 대한 환상을 지닌 부모가 있다. 아이가 한국에서 공부를 잘하니 미국 대학에 보내 글로벌 리더로 키우겠다고 꿈꾼다. 주로 미국 생활을 해본 적 없는 부모들이 품는 환상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한국인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설혹 성공한다 한들 나이 마흔 넘으면 다들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 그때는 자리가 없어서 못 들어온다.

    자녀가 대학 입시에서 ‘인 서울’(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은 할 정도인데, 그걸로는 성이 차지 않는 부모들이 있다. 한국의 주요 대학에는 못 들어갈 것 같자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을 탓하면서 미국 아이비리그에 보내겠다고 한다. 미국 대학에서 한국 학생을 뽑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SAT(미국 수학능력시험) 평균을 올리기 위해서다. 아이비리그 정도 되면 SAT 점수는 이미 높다.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한국 학생들을 뽑는 이유는 다양성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조기 유학한 아이들은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특목고나 민사고 나온 아이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교포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설혹 아이비리그에 들어간들 부모가 생각하듯 탄탄대로가 열리는 게 아니다. 졸업 후 미국에서 대기업에 취직하더라도 근무지가 미국 아이들이 잘 안 가는 시골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유학을 마치고 한국 기업에 취직하면 된다? 요즘은 국내 대기업들도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쌍수를 들고 채용하지 않는다. 막상 뽑아놓으면 적응을 잘 못한다. 하버드대 나온 사람이 서울대 나온 사람보다 더 똑똑한 건 아니다. 세계대학랭킹센터(CWUR)의 2015년 대학평가 순위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세계 1위, 서울대는 24위다. 스탠퍼드대는 2위, 연세대는 98위다. 랭킹 순서대로 미국 명문대 출신자들이 더 똑똑할까.

    대학 순위는 졸업생이 얼마나 똑똑한지를 보고 매기는 게 아니다. 대학의 연구비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노벨상을 탈 만큼 훌륭한 교수진을 갖췄는지 등이 순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나온 학생들은 다 실력이 비슷하다. 하버드대, 도쿄대, 서울대 졸업생들은 실력 차이가 거의 없다. 그러니 기업들은 미국 명문대와 한국 명문대 출신이 지원했을 때 같은 조건이라면 한국 명문대 출신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 돈, 그 정성이면…

    아이는 착한데 공부 못하는 게 창피해서 한국의 이름 없는 대학에 보내느니 미국의 아무 대학에나 보내겠다는 부모도 있다. 그런데 꼭 명문대를 나오지 않아도 대학 학점이 좋고 성실하면 일단 어딘가에 취직은 된다. 처음부터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가진 못해도 회사에 들어가 열심히 하면 원하는 곳에 경력직으로 옮겨갈 수 있다. 더구나 유학 보낼 돈으로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지원해준다면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하지 않더라도 아이의 인생은 순탄할 수 있다.

    요즘 기업들은 지원자가 외국의 이름 없는 대학을 나왔을 경우 공부도 못하고 성실하지도 않다고 여긴다. 아이가 한국에서 이름 없는 대학에 가더라도 서울대 간 것처럼 칭찬해주면서 유학 비용으로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주면 뭐가 돼도 된다.

    아이가 말썽을 피워 조기 유학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중산층 이상에선 아이가 학교나 집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유학을 해결책으로 모색하기도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성적에 집요하게 매달리던 부모들도 아이들이 외국에서 공부하면 훨씬 관대해진다. 한국에 있을 때는 모르는 게 없고 자신감으로 충만해 아이들을 압도하던 엄마가 외국에 가면 위축되고 만다. 한국에 있었다면 중·고교생 자녀에게 사사건건 간섭했겠지만, 외국에서는 그러지 못한다. 그러면서 자녀와의 갈등이 해소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 있었을 때도 그렇게 아이의 성적에 관대하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했더라면 아마 외국까지 갈 이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조기 유학을 보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실익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특히 가장이 먼저 나서서 조기 유학을 보내는 게 아니라 아내의 결정으로 조기 유학을 강행할 때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기러기 아빠는 돈벌어주는 기계가 되기 십상이다. 부유층이 아니면 유학비와 외국 생활비 등 경제적 부담이 무척 크다. 남편도 한국에서 최소한도로 생활해야 하니 생활비는 이중으로 들어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당수 조기 유학 가정이 빚으로 버틴다. 기회가 닿아서 온 가족이 외국에 나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이도 가족과 함께 외국에서 지내며 학교를 다닌다면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기러기 아빠를 하면서까지 아이를 조기 유학 보내는 것은 내 주변의 여러 사례에 비춰볼 때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자식이 유일한 희망?

    아이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조기 유학을 보내야겠다는 엄마를 말리기는 쉽지 않다. 이런 엄마는 대개 자식이 우선이고 남편은 뒷전이다. 자녀 양육에서는 맹목적이 되기 쉽다. 남편 수입의 상당 부분을 자녀를 위해 지출한다. 아이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고, 그것이 정말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다.

    남편이 “아이에게 너무 신경 쓴다”고 하면 “다른 부모들은 더 하다”고 대꾸한다. 그러면서 자녀 양육을 위해 필요한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가장 좋은 이유식을 먹여야 하고, 가장 좋은 유치원에 보내야 한다. 형편에 맞지 않는 사립학교에 보내야 한다. 선행학습은 기본이고 영어를 익히기 위해 조기 유학도 보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자녀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고 아이가 반드시 성공할까. 그렇지 않다. 자녀의 처지에서도 엄마, 아빠가 행복하게 지내야 행복하다. 부모가 서로 사이가 좋고 둘 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다면 자녀도 열심히 할 것이다. 그러나 엄마가 아빠를 희생하게 만들고 그 대가로 자신이 사교육을 받는 상황이라면 아이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자식이 공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부모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서다. 그런데 엄마가 억지로 공부를 시키면 아이 마음속에는 미움이 싹튼다. 엄마를 위해서 공부하고 싶진 않다. 그런 자녀를 아빠가 위로하려들면 아이 엄마는 “쓸데없는 짓 한다”며 끼어든다. 그렇게 부모가 서로 싸우게 되면 자녀는 살아갈 이유를 잃는다. 사랑받고 싶은 사람도, 닮고 싶은 사람도 없어진다.

    때로는 남편이 일정 부분 원인을 제공한다. 남편이 아내에게 무관심하면 아내는 결혼생활이 힘들고 외롭다. 시댁과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보니 자식이 유일한 희망이 된다. 그런 자식마저 성공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결혼생활은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여긴다. 남편은 엉망이라도 자식 하나는 건지겠다는 마음이다.

    게다가 남자가 인성에 문제가 있어 아내와 자식을 욕하거나 폭력을 휘두른다면 조기 유학의 형태로라도 떨어져 있는 것이 행복하다. 이런 경우 자녀의 해외유학은 아내에게 남편과 떨어질 최고의 명분을 제공해준다. 이런 관계라면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해도 아내는 한국에 들어와 남편과 살고 싶지 않다. 아내가 원하는 것은 결국 남편과의 별거다.

    ‘엄마 지옥’에서 아이 구하기

    반대의 경우도 있다. 엄마의 아집과 독선으로 유학을 가서도 아이가 괴로워한다면 가장은 아내와 이혼을 해서라도 자녀를 유학이라는 지옥으로부터 구해낼 의무가 있다. 엄마, 아빠가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자녀에게 큰 기쁨이 되는 건 없다. 아내가 남편을 사랑하지 않고 자녀만 사랑하다보면 부부 사이가 좋을 수 없다. 여기에서 비롯된 과도한 관심, 통제, 집착, 소유욕은 자식을 숨 막히게 한다.

    진정 자녀가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자녀에 대한 관심을 줄이는 대신 남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키워야 한다. 자녀가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상의해야 한다. 남편도 자녀 양육에 참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조기 유학은 남편과 자녀를 분리시킨다. 아빠가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다.

    자살을 생각하는 기러기 아빠들은 자신들이 덫에 빠졌다고 여긴다. 아내는 절대 돌아오지 않겠다고 바득바득 우긴다. 지금 자녀가 한국에 돌아오면 불행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남편은 돈 버는 기계로 살아간다. 남편이 ‘송금 기계’로 살다가 우울증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기라도 한다면 정상적인 아내, 자녀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조기 유학을 멈추게 하려면 송금을 중단하면 된다. 남편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는 아내는 남편을 이해할 것이다. 행복하게 살 것이다. 남편에 대한 애정이 없는 아내는 남편과 싸울 것이다. 결혼생활이 파국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라도 죽는 것보다는 낫다. 유학에서 돌아온 자녀가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자녀를 돌아오게끔 한 것은 아버지다. 자녀의 불행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그러니 자녀가 힘들다는 말을 반복해도 짜증 내지 말자. 좋은 대학에 가라고 강요하지 말자. 일단 아이를 충분히 위로하자. 따뜻하고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자. 아버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평생 고통받는 것, 그리고 좋은 대학 못 가고 좋은 회사 못 들어가 힘들게 사는 것 중 어느 쪽이 자녀에게 더 괴로울까. 생각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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