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호

유방의 참모들 外

  • 담당 · 최호열 기자

    입력2015-09-23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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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유방의 참모들

    오치규 지음, 위즈덤하우스, 296쪽, 1만5000원

    유방의 참모들 外
    우리는 독불장군으로 일을 이뤄낼 수 없다. 일을 이루려면 사람들이 필요하고, 그들을 잘 조직해 ‘팀워크’를 발휘해야 한다. 유방과 그의 참모들은 역사상 최고 수준의 ‘팀워크’를 보여줬다. 이 책은 동네 친구들로 이뤄진 미미한 조직이 어떻게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을 평정할 정도의 대단한 조직으로 성장해갔는지를 탐색한다.

    유방은 사실 무능한 자였다. 항우 같은 힘도, 미래를 내다보는 식견도,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예의도, 실무를 감당할 능력도, 전쟁에서 이길 병법 지식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무능은 오히려 능력이 됐다. 그는 ‘무능한 능력’을 지닌 자라고 할 수 있다. 그가 강한 항우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무능을 참모로 보완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스럽고, 물처럼 부드럽고,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질박한 사람이었다. 참모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줬다. 시황제나 항우는 깨끗하고 화려한 ‘카펫’을 깔아줬고, 그래서 사람들은 더럽혀지지 않을까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유방은 더럽고 비천한 사람들도 마음껏 놀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줬고, 그들은 그 위에서 모든 능력을 다 발휘했다.



    유방은 미래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이 없었지만 장량이 그것을 채워줬다. 꿈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기반과 여건은 소하가 마련해줬고, 힘든 싸움은 한신이 도맡아 해줬다. 어려운 일들은 진평이 계책으로 해결했고, 여후는 가정을 돌보며 약한 권력을 다졌다. 번쾌는 유방 곁을 늘 지켰고 하후영은 유방의 발이 됐다. 조참은 전쟁과 정치에서 모두 탁월한 능력으로 유방을 보필했고 관영은 과제가 있을 때마다 앞장섰다. 주발은 중후하게 조직을 지켰고 노관은 유방 곁을 따뜻하게 지켰다. 역이기와 수하는 말과 논리로 싸움을 해줬고 숙손통과 누경, 육가는 이미 얻은 천하를 안정시킬 방법을 가르쳐줬다. 영포와 팽월은 적진에 투항해 적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유방과 그의 참모들은 역사상 유례가 드문 아름다운 합주(合奏)를 보여줬다. 이는 그들이 노자(老子)적인 미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체 속에서 개인을 볼 줄 알았고, 자신보다는 상황을 우선시 했고,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았고, 사태를 있는 그대로 파악했다. 날카로운 칼날에 지친 천하 사람들을 부드러운 손길로 위무했지만 당장은 생존하고 이기는 것이 우선이라는 자연의 철칙 또한 무시하지 않았다. 그들의 승리는 자연의 승리, 질기고 강한 야성(野性)의 승리라 할 수 있다.

    400여 년 후 유방과 그의 참모들이 만든 한나라가 붕괴하자 조조와 유비, 손권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선조인 유방과 그의 참모들에게서 교훈을 구하곤 했다. 조직으로 힘겨운 싸움을 하는 우리 역시 조직으로 성공한 그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나는 유방 같은 지도자인가. 나에게 어떤 참모가 필요한가. 나는 소하인가, 장량인가, 한신인가, 아니면 묵묵히 차를 몰아야 할 하후영인가 등을 생각해보는 것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오치규 | ‘유방의 참모들’ ‘삼국지 권력술’ 저자 |

    삼국지의 여인들 _ 민희식 지음

    유방의 참모들 外
    한양대 교수를 지낸 저자가 한국어판은 물론 영어판, 일어판, 불어판, 중국어판 등 전 세계 삼국지를 숙독하고 쓴 삼국지의 영웅과 그들의 여자 이야기. 책에 나오는 영웅과 여인들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니다. 미인계로 동탁을 쓰러뜨린 초선은 여포를 사랑했던 것일까, 조조를 사상 최대의 쾌락에 빠뜨려 패퇴시킨 추씨의 뇌쇄적 마력은 무엇인가, 원소의 첩이었다가 조조 조비 조식 3대가 탐하게 된 절세미녀 견부인의 삶은 어떠했을까, 유비는 왜 두 부인을 죽게 하고 남자 같은 손인의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했을까. 영웅과 그 여자들의 이야기를 저자만의 시각으로 해석해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준다. 냉혹한 전쟁의 실상과 전장 속 여인들의 지략과 생존본능, 그리고 그녀들의 마력과 대담성을 과감하게 파헤쳤다. 문학의문학, 336쪽, 1만4500원

    산천독법 _ 최원석 지음

    유방의 참모들 外
    지리학과 인문학을 결합해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 ‘한국의 풍수와 비보’ 등을 펴낸 저자가 이번엔 대중이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현장성에 무게를 두고 이야기를 녹여냈다. 우리 민족은 유달리 산을 가까이한다. 주말만 되면 너나없이 산을 찾는 무의식적 심리 근저에는 우리 민족에게 내장된 산악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우리에게 산은 몸에 유전적으로 내장된 생명의 뿌리이자 큰 몸”이라고 말한다. 삶과 공간의 관점에서 산이 갖는 의미를 탐색하는 것을 시작으로 어머니로서의 산 이야기, 산이 안고 있는 동물과 식물 이야기, 산에 담긴 생각과 역사 이야기 등을 다양한 시각자료를 곁들여가며 차근차근 들려준다. 깊은 인문학적 지식과 다양한 현장 경험, 풍부한 시각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읽는 맛이 더하다. 한길사, 360쪽, 1만8000원

    중세의 죽음 _ 서울대학교중세르네상스연구소 지음

    유방의 참모들 外
    삶을 이해하려면 죽음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죽음이 인문학의 영원한 주제인 이유다. 강상진(철학), 이종숙(영문학), 박흥식(서양사학), 주경철(서양사학), 신형준(고고미술사학) 등 유럽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연구해온 문학, 철학, 역사학, 예술, 미술사 연구자 8명이 유럽 문명의 내면에 드리운 ‘중세의 죽음’을 조명했다. 1부는 중세 ‘죽음의 춤’에 대한 분석, 연옥이라는 제3의 장소의 탄생, 미술의 주제로 살펴본 예수의 죽음, 죽음에 대한 12세기 유럽의 철학적 담론이 담겨 있다. 2부는 아서왕의 죽음, 귀네비어와 란슬롯, 햄릿의 죽음, 돈키호테의 죽음 등 문학 속 죽음이 실려 있다. 중세는 그냥 흘러가버린 먼 과거가 아니라 근대 세계를 잉태한 시공간이고, 죽음은 모든 것이 끝나는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여는 태초와 같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산처럼, 264쪽, 1만5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살고 싶은 집 단독주택 3년 후

    유은혜 지음, 동아일보사, 311쪽, 1만8000원

    유방의 참모들 外
    몇 년 전 대한민국 주거 문화의 흐름을 바꿔놓은 ‘땅콩집’이 등장하면서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를 반영하듯 관련 책이 적잖이 발간됐고, 2012년 출간한 ‘살고 싶은 집 단독주택’도 그중 하나였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문득 책에 소개한 사람들은 여전히 만족하며 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고, 그것이 이 책의 시작이었다.

    반짝 인기가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지속되었다. 이쯤 되면 단순한 호기심이나 막연한 동경이 아닌 보다 현실적인 장점이 있을 터. 나 역시 단독주택을 꿈꾸는 한 사람으로서 그사이 달라진 트렌드와 더 새롭고 스마트해진 집들이 궁금했다. 이 책은 3년 전 책에 소개한 사람들과 그 이후 새롭게 단독주택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을 통해 달라진 집의 형태와 주택 트렌드를 정리한 것이다.

    3년 사이 달라진 트렌드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작은 집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도심 자투리땅을 활용한 협소주택이 지어지고, 넓은 땅이라도 꽉 채우기보다 필요한 만큼만 콤팩트하게 짓는 사례가 늘고 있다. 둘째, 건축가와 집 짓기가 대중화하면서 단독주택의 디자인 수준이 높아졌다. 셋째, 거주 공간에서 나아가 진짜 삶의 도구로서 집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대표적인 게 집과 일터를 합친 복합공간이다. 집의 일부를 경제활동 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삶의 여유를 누리는 동시에 유무형의 수익 창출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그 변화의 중심에 바로 단독주택이 있다.

    이 책에는 이러한 변화 키워드를 엿볼 수 있는 16곳의 집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도심의 협소주택부터 서울의 아파트 전세 값으로 수도권에 마련한 마당 있는 집, 3대가 함께 살기 위해 선택한 단독주택, 뜻 맞는 사람들이 함께 지은 동호인 주택, 주거공간과 일터를 한곳에서 해결한 집, 평범한 사람들도 생각해볼 법한 실용적인 세컨드하우스까지 다양한 목적과 스타일을 가진 집들이다. 세월 지나 낡으면 쓸모없는 집이 아니라 사람처럼 나이 들면서 상황에 맞게 공간도 변화하고 쓰임새도 달라질 수 있는 집들이다.

    다채로운 스타일만큼이나 눈여겨봐야 할 것이 집을 통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화려한 인테리어보다는 그들의 집에 대한 생각과 막연하던 꿈을 실행하기까지의 진솔한 스토리에 무게중심을 뒀다. 저마다 다른 이유와 목적으로 단독주택을 선택한 집주인의 이야기 속에서 집이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에 머물지 않고 삶을 리모델링하는 기반인 동시에 정신적, 물질적인 면에서 의미 있는 생산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진화 중임을 감지할 수 있다. 여기에 집 구하기, 집 짓기와 고치기에 관한 정보와 더불어 집주인들의 경험에서 우러난 생생한 조언과 달라진 건축법규까지 유용하고 현실적인 정보도 담았다.

    이제는 집 자체가 아닌, 삶을 위한 집에 투자하는 시대다.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 활용에 그치지 않고 삶을 리셋하는 방향으로 더 넓어지고 깊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 속의 사례들이 집에 대한 사고의 확장을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유은혜 | ‘살고 싶은 집 단독주택’ 저자 |

    브랜드비즈니스 _ 데니스 리 욘 지음, 김태훈 옮김

    유방의 참모들 外
    위대한 브랜드들의 성공적 구축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7가지 원칙을 정리했다. 브랜드 구축 컨설턴트인 저자는 25년간 뉴발란스, 노티카, 버거킹, 랜드로버, 소니 등 세계적 기업들에 브랜드 운영화를 조언해온 전문가다. 각 원칙에 해당하는 사례로 IBM, 나이키, 치폴레, 룰루레몬 에슬레티카, 칙필레, 쉐이크 쉑, 파타고니아를 비롯해 IT, 스포츠용품, 항공사, 자동차회사, 요식업체 등 다양한 기업의 성패 사례를 들려준다. 그는 브랜드를 사업의 핵심에 두고, 그것이 정의하는 핵심 가치에 따라 사업의 운영 체제를 최적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CEO부터 직원, 협력업체, 고객 모두가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공유하고, 기획과 개발, 유통과 판매, 서비스, 예산 편성과 마케팅 등 기업의 모든 활동 브랜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더난출판, 312쪽, 1만5000원

    유대인 경제사1·2 _ 홍익희 지음

    유방의 참모들 外
    세종대 교수인 저자는 32년 동안 코트라 등 우리 경제의 최전선에서 근무하며 세계 곳곳에서 유대인의 부와 권력을 목격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3년 펴낸 ‘유대인 이야기’가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그 내용을 보다 심화해 10권으로 확대 출간한다. 5000년의 핍박과 고난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이 어떻게 세계경제를 주무르게 됐는지를 입체적으로 소개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우리 경제위기 극복 해법도 살펴볼 예정이다. 이번에 출간된 1권 ‘세계 경제의 기원’과 2권 ‘고난의 역사’에선 수메르 문명에서 출발한 유대인 조상들이 이집트와 로마 등 주변 강대국들에 부대끼면서 생존한 고대 수난의 역사를 다뤘다. 구약성서 등에 기록된 유대인의 수난과 질곡의 역사와 함께 경제적 관점에서 고대 각 제국과 사회 발달사를 개괄했다. 한스미디어, 각권 360쪽 내외, 각권 1만8000원

    사업의 철학 _ 마이클 거버 지음, 이재용 옮김

    유방의 참모들 外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창업하지만 10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4%에 불과하다. 이들은 왜, 어떻게 성공했을까. 37년 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사업 노하우를 전수해온 저자는 사업의 본질과 성공의 조건에 대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기업가의 시각’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창업하면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리사는 식당을, 헤어드레서는 미용실을, 편집자는 출판사를 차리고, 프로그래머는 콘텐츠 사업에 진출한다. 저자는 이것이 바로 사업 실패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즉, ‘기업가의 관점’이 아닌 ‘기술자의 관점’으로 사업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사업 원형’을 갖추는 사업 개발의 7단계 전략을 통해 원점에서부터 사업을 재구축하도록 돕는다. 라이팅하우스, 340쪽, 1만6000원

    번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우리는 지금 역사를 쓰고 있다

    팡리즈 저, 권중달·이건일 공역, 삼화, 508쪽, 2만 원

    유방의 참모들 外
    중국 대륙이 낳은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팡리즈의 연설문집인 이 책(원제 ‘我們正在寫歷史’)은 1987년 타이완의 經濟與生活출판사에서 원견총서(遠見叢書)1로 출판됐다. 이때 이 책을 바로 읽을 수 있었던 역자는 반우파 투쟁과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공산독재가 강화된 상황에서 대학교수인 팡리즈가 학생들에게 민주화의 필요성을 과감하게 역설한 것이 경이로웠다. 그 때문에 그는 공산당에서 두 번이나 쫓겨났고, 대학 부총장에서 천문대 연구원으로 좌천됐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박해받을 것을 알았지만 천체물리학 논문조차 마르크스 이념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공산당의 간섭을 받으면서 민주화가 안 되면 연구조차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민주화 투쟁을 감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틈틈이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는 높은 사람이 내려주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강연했다. 그런 의미에서 공산당은 그를 민주투사로 만들었다.

    중국에서 민주화 주장은 1919년에 베이징대 학생들의 5·4운동에서 최고조에 달한 바 있다. 그러나 군벌내전, 중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 공산혁명,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민주주의의 싹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5·4운동이 일어난 지 70년 만에 공산정권하에서 팡리즈에 의해 과학과 민주를 주장하는 민주화운동이 다시 일어났다. 물론 2년 뒤인 1989년 톈안먼 사건으로 이 운동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팡리즈는 미국으로 망명해야 하는 운명에 놓였지만.

    반대로 팡리즈 이후 26년이 지나면서 대륙에는 통제가 좀 느슨해진 게 사실이다. 그리고 중국은 거대 강국이 되어 G2로 당당히 세계를 이끄는 위치로 급부상했다. 이를 보면서 민주주의 없이도 잘살 수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설사 경제적으로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대중이 정치의 주체로서 쟁취한 민주주의가 아니라면 왕정(王政)과 다름없다. 민주주의란 통치자가 성인(聖人)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고, 설사 통치자가 악인(惡人)이라고 하더라도 그 악인을 바꿀 힘을 대중이 갖는다면 희망을 가지고 스스로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제도다. 이것이 팡리즈가 희망한 내용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이탈리아·일본에서는 성군론(聖君論)이 있었다. 사실 성군이란 독재의 다른 이름인데, 그것은 침략 지향적 역사에서 증명된다. 그래서 진정한 평화를 위한다면 대중이 주체적 자아로서의 자각을 통해 스스로 역사를 결정하는 민주제도를 실현해야 한다. 이른바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이 굴기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고 칭찬받는 덩샤오핑의 시혜론(施惠論)에 맞선 팡리즈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팡리즈 같은 주체적 자각을 통한 민주주의 쟁취의 역사를 갖지 못한 우리 입장에서 팡리즈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권중달 | 중앙대 명예교수

    아Q생명의 여섯 순간 _ 왕후이 지음, 김영문 옮김

    유방의 참모들 外
    중국 신좌파 리더이자 세계적 사상가인 저자는 손꼽히는 루쉰 연구자이기도 하다. 그는 여전히 근대 중국인의 각성을 촉구하고 혁명을 추동해낸 루쉰의 ‘아Q정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아Q정전’을 재해석함으로써 ‘신체는 튼튼해졌지만 머리를 가누지 못하는’ 현대 중국의 문제를 환기하고, 이를 극복할 방안을 제시한다. 아Q가 겪는 ‘실패의 고통’ ‘어디로 가야 할지 모름’ ‘성 결핍과 굶주림’ ‘생존본능의 돌파’ ‘혁명의 본능과 무의미함’ ‘죽음의 공포’ 등 여섯 가지를 계기로 사람은 현실을 직시하고 혁명으로 나가게 된다고 주장한 그는 특히 루쉰의 ‘절망을 이기는 법’에 주목한다. 그는 이를 ‘정신승리법’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도덕혁명과 생명주의로 집약된다. 도덕혁명이란 육체를 초월하는 정신적 자각이고, 생명주의는 루쉰식 저항의식이다. 너머북스, 264쪽, 1만6000원

    아세안 영웅들 _ 문수인 지음

    유방의 참모들 外
    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10개국은 우리가 즐겨 찾는 관광지이자 두 번째로 큰 교역 지역이지만 그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다. 이 책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아세안 지역의 역사 속 영웅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베트남 쩐흥다오 장군은 원제국 침략에 맞서 나라를 구한, 우리의 이순신 장군 같은 존재다. 13세기 중반 몽골은 인도차이나반도 남단까지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쿠빌라이 칸의 아들 토간이 원정대를 이끌고 나섰다. 쩐흥타오는 몽골의 수십만 대군에 결연히 맞섰고, 지형에 익숙한 이점을 활용해 게릴라전술을 펼쳐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외에 태국의 세종대왕으로 불리는 람캄행, 앙코르제국의 대왕 자야바르만 7세, 필리핀의 간디로 불리는 호세 리잘 등을 소개한다. 매일경제신문사, 278쪽, 1만3000원

    전쟁과 문명 _ 허남성 지음

    유방의 참모들 外
    전쟁은 문명 탄생 이전부터 인류가 끊임없이 겪어온 위기였다. 전쟁은 무엇이고, 왜 생기며, 어떻게 진화해왔을까. 또한 사람들은 전쟁을 어떻게 바라볼까. 육군사관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국방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는 저자는 우리에게 전쟁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창을 제공한다. 저자가 보는 전쟁은 ‘종합적인 사회현상’이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진화하는 전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군사 문제뿐 아니라 정치, 외교, 경제, 문화 등 인간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과학기술, 철학, 정보 등 여러 분야의 융합과 상호작용까지 종합적으로 살폈다. 또한 22년간 진행되고 있는 북한 핵 위기의 배경과 경과를 정리하고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의도와 그것이 우리 안보에 지니는 함의도 면밀히 살폈다. 플래닛미디어, 420쪽, 2만50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날아라 버스야

    정현종 지음, 문학판, 308쪽, 1만5000원

    유방의 참모들 外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리는 한국에서 강산이 다섯 번 이상 변했을 50년 세월 동안, 예술이 인간과 사회를 고양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고 고유한 작품 세계를 지켜가는 시인 정현종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감사하고도 위안이 된다. 열림원의 새 문학예술 브랜드 ‘문학판’은 정현종 시인의 등단 50주년을 맞아 ‘정현종 문학 에디션’을 총 5권으로 펴냈다.

    정현종은 한국 현대시사에서 독보적이고 개성적인 시 세계를 보여주는 시인이자 뛰어난 번역가다. 세계적인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작품을 번역해 국내 최초로 소개한 바 있다. ‘정현종 문학 에디션’의 첫 3권은, 이 두 시인을 포함해 70대 중반에 접어든 정현종의 가슴을 여전히 문학청년처럼 두근거리게 하는 외국 시인 3명의 작품 번역과 감상으로 이뤄졌다.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네루다 시 여행’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로르카 시 여행’이 그것이다.

    ‘사유 깃든 시 여행’의 또 다른 특장은 시인이 쓴 시 감상을 육필로 음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인이 온몸으로 관통해 읽은 그 시간이 글자 한 자 한 자에 그대로 묻어난다. 그리고 만년필로 글을 쓰는 시인의 손을 사진으로 찍어 아이콘으로 삽입했다.

    ‘정현종 문학 에디션’의 네 번째 책인 ‘시인의 그림이 있는 정현종 시선집 섬’은 2009년에 열림원에서 낸 ‘그림이 있는 포에지’ 시리즈의 하나로 출간된 바 있는데, 이 독특한 시선집은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들을 수록하고 있다. 시인은 ‘시인이 그림을 그리면 선 한 줄도 다르다’는 편집진의 끈질긴 설득 끝에 그림 의뢰에 응했으며 결과물은 기대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육필 시들은 시인에게 강력한 영향을 준 또 한 명의 외국 문인인 니체가 쓰던 원고용지에 편집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시만큼이나 시적인 또 한 권의 작품이 나왔다.

    다섯 번째 권인 ‘날아라 버스야’는 10여 년 전에 나온 산문집의 개정판으로 시인의 예술론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산문 모음이다. 편집진은 오랫동안 절판됐다가 빛을 보게 된 산문에 싱그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책 전체를 초록색 글씨로만 인쇄했다. 아울러 초등학교 학생에게 ‘날아라 버스야’에 얽힌 내용을 설명해준 뒤 머릿속에 떠오른 버스를 그리도록 해 표지와 면지 등에 디자인했다. 이것이 현실을 넘어서는 비상을 보여주는 산문집 ‘날아라 버스야’의 내용 전체와 탁월하게 맞아떨어졌다.

    ‘정현종 문학 에디션’에는 각권의 장정과 판형과 표지 색상은 어떤 식으로 조화를 이뤄야 할지, 거장 시인의 역사적인 소장본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내면과 외면이 아름다운 책을 어떻게 만들지 세심하게 고민한 시간이 고스란히 담겼다. 독자들이 이 책을 만지고 열어보면서 종이책에 대해 새삼 사색하는 시간을 갖기를 희망해본다. ‘좋은 책은 하나의 세계인데, 그것도 놀랍고 새로운 세계이다. 우리가 쓰는 글은, 그것이 좋은 글인 한, 그러한 세계에 대한 그리움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작가의 말 중에서)

    박은경 | 동문선출판사 편집장 |

    소심해서 그렇습니다 _ 유선경 지음

    유방의 참모들 外
    우리는 소심함을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고쳐야 할 약점으로 치부하곤 한다. 저자는 소심함에 대해서 조금 다르게 이야기한다. 늘 위축돼 있고, 우유부단하며,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상처받는 사람이 아닌, 조금 더 오래 생각하고, 남의 편의를 위해 자신의 불편을 감수할 줄 알고 무엇보다 적극적이진 않더라도 세상의 안녕을 위해서 기꺼이 손해를 감수할 줄 아는 소극적 평화주의자라고.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바라본 보통의 사람, 보통의 느낌으로 가득하다. 섬세한 눈으로 바라본 하루, 가족, 타인 그리고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은 마치 옆에서 나의 일상을 지켜본 것처럼 공감을 준다. 소심하다고 할까봐 입 밖으로 꺼내기 주저했던 감정들이 때로 다른 사람을 헤아리는 거울이 되고 세상을 보는 따뜻한 눈이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동아일보사, 318쪽, 1만3000원

    우리가 이래서 사는가 보다 _ 이병복 구술채록

    유방의 참모들 外
    40여 년간 극단 자유를 이끈 연극인이자 무대미술이란 장르를 개척한 무대미술가 이병복의 구술을 정리한 채록집. 연극인 이전에 한 집안의 장녀로 성장해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가정의 어머니로 살아온 그의 생애가 들어 있다. 경북 영천 만석꾼 집안의 양반가 자제로 태어난 성장기부터, 피난지에서 결혼해 어렵게 밑천을 장만해 4년간 떠났던 프랑스 유학 이야기, 파리에서 돌아와 의상실을 하면서 극단 자유를 창설하고 국내 최초의 복합 문화공간인 카페 떼아뜨르를 개관해 한국 연극 예술의 질적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시절 등이 대하소설 같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거의 없던 시기에 전문가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한 여성 원로의 생애를 조망하는 청현문화재단의 ‘여성생애사 구술채록 총서’ 첫 번째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400쪽, 3만3000원

    진품명품 수집이야기 _ 전갑주 지음

    유방의 참모들 外
    국정교과서 직원이던 1983년 달항아리 모양의 백자를 산 걸 계기로 수집의 맛에 빠진 32년 수집광인 저자의 진품명품 수집 이야기를 담았다. (주)한국교과서 사장답게 옛 교과서와 교육자료가 주 관심사지만 6·25 전쟁 흔적 자료, 역사 자료, 근현대 생활 사료 등 다양한 수집품이 20만여 점에 달한다. 오렌지색 공중전화기, 빨간 우체통 등 서민의 일상을 보여주는 생활용품도 있다. 수집품이 넘쳐나 시골 폐교를 사들였지만 10개 교실을 꽉 채워도 모자라 회사 창고 세 곳과 사무실에도 수집품을 갖다놓았다고 한다. 수집품을 사는 데만 지금까지 빌딩 한 채 값이 들었다는 저자는 “대한민국은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뤘다. 그 성공의 DNA를 보여주는 자료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출간 이유를 밝혔다. 한국교과서(주), 240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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