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호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프로젝트: 사람 살리는 균, 나라 살리는 균

  • 입력2018-10-31 11: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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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락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 회장 “예방의학에서 화장품까지 미생물에서 답 찾아”

    • 윤복근 광운대 바이오의료경영학과 교수 “수입균은 그만, 토종균으로 글로벌시장 선점해야”

    10월17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6회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포럼.

    10월17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6회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포럼.


    10월 17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제6회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포럼’이 열렸다. ‘글루텐 분해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 참가 신청자가 준비된 좌석의 두 배가 넘어 주최 측을 당황케 했다. 올해 1월 26일 이곳에서 첫 포럼이 열릴 때만 해도 “마이크로바이옴이 도대체 뭐냐”고 묻던 이들이 다수였지만, 이제는 ‘글루텐 분해 마이크로바이옴’의 효능과 산업화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답할 정도로 청중의 인식 수준도 높아졌다. 불과 열 달 만에 일어난 변화다.


    인간의 건강과 질병, 성격까지 좌우하는 미생물

    환영사를 하는 안봉락 회장.

    환영사를 하는 안봉락 회장.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 안봉락 회장은 회의장을 꽉 채운 청중들에게 감사와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와 발전은 세계적 추세입니다. 향후 글로벌 경쟁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가 바로 마이크로바이옴입니다. 그동안 인간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 유전자 연구에 집중했다면 이제 우리 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 유전자, 즉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을 표적 연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기질환, 비만, 당뇨, 고혈압, 우울증, 자폐증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인간의 건강과 질병 치료에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 저희 협회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서 마이크로바이옴의 산업화를 위한 포럼을 벌써 6회째 개최하게 됐습니다. 이 포럼을 통해 학계, 정계, 산업계, 언론계, 국가연구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나라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서 국제적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는 길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토론하기를 바랍니다.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은 우리나라의 미래 신성장동력산업이자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축사를 하는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

    축사를 하는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

    지긋지긋한 양돈장 냄새 민원 싹 사라진 이유

    실제로 안봉락 회장은 요즘 미생물의 놀라운 힘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산업 현장에서 토종 미생물을 활용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사료에 미생물을 타서 주면 돼지의 장이 튼튼해져서 설사를 안 하고 분변에서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아 양돈장 주변의 민원이 사라집니다. 설사를 안 하니 사료를 적게 먹는데도 성장 속도는 더 빨라서 출하 시기가 단축됩니다. 폐사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육질은 더 좋아지니 일석사조가 따로 없죠. 제주도에 50억 원을 들여 양돈장을 지은 분이 있었는데 냄새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잦자 지자체에서 양돈장을 없애라고 했어요. 50억 원을 날릴 판이니 죽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미생물을 뿌리자 그 냄새가 싹 없어졌습니다. 그분이 지금도 그 동네에서 양돈업을 잘 하고 있어요. 제주시 일부 하수종말처리장과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은 미생물로 냄새를 잡고 있어요. 이처럼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합니다.”




    미생물과 인간은 공동운명체

    ‘글루텐 분해 유산균의 특성 및 활용 방안’에 대해 발표하는 김민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글루텐 분해 유산균의 특성 및 활용 방안’에 대해 발표하는 김민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마이크로바이오타(Bicrobiota)과 게놈(Genome)의 합성어다. 미생물군유전체로 번역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의 몸에 서식하며 서로 유익을 주는 공생관계 미생물의 유전정보 전체 또는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 자체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인간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에 주목해야 하는가.

    인간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는 약 100조 개. 그런데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수는 1000조 개가 넘는다.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숫자보다 인체 내 미생물의 숫자가 10배 이상 많은 셈이다. 또한 이 미생물들은 단순히 인간 몸속에 기생하는 불청객이 아니라 숙주인 인간으로부터 살 곳과 먹을거리를 제공받는 대신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유해균을 막아주고 대사작용과 면역조절기능을 하면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운명체다. 이처럼 인체 내 100조 개의 미생물 유전자가 건강과 질병, 심지어 기분까지 좌우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은 ‘제2의 게놈’ 또는 ‘제2의 뇌’로 불리기도 한다.


    건강을 지켜주는 85:15의 균형

    ‘장누수증후군과 글루텐 분해 유산균의 산업화 적용’에 대해 발표하는 윤복근 교수.

    ‘장누수증후군과 글루텐 분해 유산균의 산업화 적용’에 대해 발표하는 윤복근 교수.

     제6회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포럼에서 ‘장누수증후군과 글루텐 분해 유산균의 산업화 적용’에 대해 발표한 윤복근 광운대 바이오의료경영학과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 전도사’로 통한다.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는 윤 교수는 전문 연구자의 영역에만 머물던 마이크로바이옴을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직접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소책자를 만들어 배포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어떻게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 책에 실린 윤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인간의 장 속에는 약 100조 개 이상의 다양한 미생물이 살고 있다. 그 무게는 1.5kg에 달하는 양으로서 대장에 가장 많은 세균이 살고 있고, 소장과 여성의 질 내에도 많다. 이러한 미생물들은 인간의 장속에서 서로 경쟁적인 세력 다툼을 하며 균형을 유지하면서 공존한다. 장내 미생물의 종류는 크게 유익균, 중간균, 유해균으로 구분하며, 이러한 미생물의 균형이 우리의 건강과 직결된다.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은 유익균과 유해균의 비율이 85:15를 유지한다. 이들은 우리가 먹은 음식물 중 소화효소가 분해하지 못하는 음식물을 분해하고, 소화 과정에서 발생한 독소가 혈액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어막 역할도 하며,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 비타민 생성과 장내염증을 억제하는 생리화합물 생성 등 인체에서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다양한 대사산물들을 만들어 내면서 인간의 생존과 건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토종균 확보가 글로벌 경쟁력 좌우

    윤 교수는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논문을 검색해 보면 이 분야에 대한 과학계, 의학계, 바이오 연구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00년 78편에 불과했던 논문이 2016년 7434편으로 100배가량 늘었고 그 가운데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을 다룬 논문이 6000편에 이른다. 그는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속속 세계적인 저널에 발표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매년 2만여 편의 논문이 발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각국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어느 나라가 산업화를 선도하느냐도 주요 관심사다. 윤 교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토종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유산균 제품은 거의 100% 수입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된장, 고추장 같은 자연발효 비중이 크다보니 산업화에 쓰일 복합균이 없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 균주를 가져다 제품을 만들면 외국 제품을 수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서양의 균은 대부분 치즈에서 추출하는데 평생 김치와 장류를 먹고 살아온 한국인 몸속에 서양 균이 들어가면 생존율이 떨어지고 그만큼 효능이 감소합니다. 반대로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에서 뽑은 토종균이 한국인에게 잘 맞는 것이죠. 미국인에게는 미국 균주를, 한국인에게는 한국 균주를 써야 효과가 커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마이크로바이옴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에서 추출한 글루텐 분해 유산균을 공동 연구 개발해 특허출원(락토바실러스플란타룸 M-0601균주)을 한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11월 21일 국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콘퍼런스 개최

    제6회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포럼이 열린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봉락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 회장(오른쪽)과 윤복근 광운대 바이오의료경영학과 교수.

    제6회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포럼이 열린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봉락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 회장(오른쪽)과 윤복근 광운대 바이오의료경영학과 교수.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는 동아일보사와 공동으로 11월 21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1회 국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올해 6회에 걸쳐 진행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포럼을 결산하는 행사로 국내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최신 동향과 시장 현황, 바이오 헬스 케어 분야 적용 사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 제안과 함께 발제자와 패널의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윤복근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포럼이 5회까지 활용한 스타트업 기업들의 사례 발표 위주였다면 6회에서는 글루텐이라는 특정 주제 하나만 가지고도 다양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될 만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진척됐음을 보여준다. 또한 포럼이 회를 거듭할수록 이 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오는 11월 21일에 열리는 제1회 국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콘퍼런스는 한 해를 결산하는 행사로 국내 토종균 연구개발 현황과 산업화 가능성,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각종 규제 개혁 등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를 계기로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안봉락 회장도 “향후 예방의학 분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며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를 인류에 기여하는 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기사는 신동아 2018년 12월호에 게재됩니다.


    제6회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포럼 발제자 및 패널 등 주요 인사. 앞줄 왼쪽 둘째부터 변지영 (주)마이크로바이옴 대표, 윤복근 광운대 바이오의료경영학과 책임지도교수, 안봉락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 회장,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 김민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뒷줄 왼쪽부터 천세철 건국대 환경보건과학학과 교수, 김두환 건국대 생명자원식품공학과 교수, 윤남근 대전보문산생태요양병원 이사, 김성진 경희대 치과대 교수, 박관선 일본 규슈대 서울사무소장.

    제6회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포럼 발제자 및 패널 등 주요 인사. 앞줄 왼쪽 둘째부터 변지영 (주)마이크로바이옴 대표, 윤복근 광운대 바이오의료경영학과 책임지도교수, 안봉락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 회장,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 김민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뒷줄 왼쪽부터 천세철 건국대 환경보건과학학과 교수, 김두환 건국대 생명자원식품공학과 교수, 윤남근 대전보문산생태요양병원 이사, 김성진 경희대 치과대 교수, 박관선 일본 규슈대 서울사무소장.

    <알림> 제1회 국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콘퍼런스

    11월 21일 수요일 오후 1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1회 국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콘퍼런스가 열립니다. ‘마이크로바이옴 R&D 최신 성과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을 주제로 열리는 이 행사는 동아일보사 신동아와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가 공동주최하고 김경진·이용주·윤종필 국회의원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주관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와 유관기관, 기업 들이 후원합니다. 참가 신청: 02-322-7788(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 행사 문의: 02-361-1070(동아일보 출판국)


    글루텐 분해 유산균을 활용해 출시된 제품 ‘글루텐 쿡’.

    글루텐 분해 유산균을 활용해 출시된 제품 ‘글루텐 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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