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한국 대기업 총수들이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는 자리에 불쑥 나타나 정색하며 했다는 말이다. 탈북민 장진성 씨에 따르면 ‘냉면이 목구멍~’ 발언은 북한에서 “밥값도 못하는 사람”에게 하는 욕이라고 한다.
“한국은 의식주(衣食住)라고 하죠? 북한은 식의주라고 합니다. 식량이 귀한 나라여서 먹는 것을 우선시합니다. 먹을 자격 없는 인간은 살 의미가 없다는, 그야말로 심한 욕이에요.”
장씨는 북한 통일전선부에서 근무하다 탈북해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일했다. 네덜란드 레이덴대에서 초빙교수로 북한학을 가르쳤다. 장씨가 북한을 탈출한 시기인 2004년 리선권은 조선인민군신문사 ‘남조선부’ 기자였다. ‘조선인민군’은 북한군 기관지다. ‘노동신문’ ‘청년전위’와 함께 북한의 3대 신문. 리선권의 당시 계급은 중좌(中佐·국군 중령에 해당)였다. “남조선부는 ‘뇌물’ 받을 일도 없어 리선권이 불만이 많았다”고 장씨는 기억한다. 리선권은 그간 한국에 ‘군 출신’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리선권은 10월 5일 ‘배가 나온’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앞에 두고 “배 나온 사람에게 예산을 맡겨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0·4선언 11주년 공동행사 때 고위급회담 대표단과 만나는 자리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고장 난 시계 탓에 늦게 도착하자 “시계도 관념이 없으면 주인을 닮아서 저렇게 된다”고 모욕했다. 리선권이 남북 협상 현장에 나타난 것은 2005년부터다. 2016년 조평통 위원장에 임명됐다. 군에서 잔뼈가 굵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신뢰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리선권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옥탑방에서 땀 좀 흘렸죠?”라고 묻는가 하면 남측 기자들에게 “JTBC는 손석희 선생이랑 잘하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질문하오” “기자 선생들 궁금하게 하느라 날짜 말 안 했다. 기자들이 궁금해야 취재할 맛이 있지”라고 발언하는 등 너스레에도 능하다.
막말과 너스레 전력이 다양하긴 해도 ‘냉면, 목구멍’은 손님에게 할 말은 아니다. 더 황당한 것은 북한 권부에서 실무자에 불과한 리선권을 변호하는 듯한 정부와 여권의 대응이다. 리선권이 말한 것과 한국에 알려진 ‘냉면이 목구멍~’ 발언이 정확히 일치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