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나와도 팔리지 않아…매수세 꽁꽁”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돈줄 차단
금리 인상에 대출금 못 갚아 ‘투매’ 일어날 수도
10년주기설, 벌집순환모형 ‘하락세’ 뚜렷
[뉴시스]
강남에 이어 실수요자 추격매수로 한껏 기세를 부리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과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아파트 값도 한풀 꺾인 모양새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거래는 올 8월 1만4979건, 9월 6702건, 10월 1212건으로 급감했다. 급등 진원지인 서울 아파트 몸값이 규제정책, 실물경기 악화 등 여러 요인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잠실주공5단지 84㎡(전용)는 19억1000만 원에서 17억2000만 원, 옥수동 어울림더리버 84㎡(전용)는 14억5000만 원에서 12억5000만 원으로 두 달 새 2억 원가량 떨어졌다. 거래절벽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9·13 주택시장안정대책발표’로 매물을 받아줄 다주택자는 물론이고 1주택자도 은행 대출이 꽉 막힌 데다 9·21공급대책으로 인해 무주택자조차 매수를 보류하거나 연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0월 31일부터 시행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돈줄 차단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연소득 대비 얼마인지를 감안해 대출을 관리하는 지표로서 고가주택, 2주택자, 규제지역은 사실상 대출이 막혔다. 금리 인상,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강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 조치까지 겹쳐 융단폭격을 맞은 주택시장은 자칫 초토화될 조짐마저 엿보인다.
정책 따라 롤러코스터 탄 부동산 시장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거래량이 3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 중인 11월 11일 오후 서울 올림픽로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내의 부동산중계업소. 손님이 없어 한산하다. [뉴시스]
그 결과 올 추석 이후엔 정책 약발이 먹히면서, 11월 이후 시장은 진정상태 내지 조정국면에 진입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매도자와 매수자 간 치열한 눈치싸움, 즉 관망세와 조정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를 두고 전문가들조차 견해가 엇갈린다. 내년 이후 상당기간 안정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긍정론(안정론)과 조만간 숨고르기 장세가 멈추고 내년 봄 이후 재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부정론(상승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11월 8일 경기전망보고서를 통해 내년 전국주택매매가격은 올해보다 1.1%, 수도권은 0.2% 각각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3.5% 오를 것으로 보이는 수도권은 6년 만에 마이너스(-)로 하락 전환하며, 지방은 올해(-1.2%)보다 하락폭이 커져 -2.0% 하락을 예측했다. 건산연은 수도권 집값 하락의 근거로 대내외 경제 상황의 부진, 부동산규제정책, 대출규제 등을 꼽았다.
새해 부동산 시장은 예측불허, 오리무중의 안개 속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공급자, 실수요자를 포함한 시장참여자 모두가 긴장감과 불안감에 떨고 있다.
DSR규제 강화가 집값 하락 견인
2019년 부동산 시장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주택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를 바탕으로 부동산 경기의 근본적인 흐름을 알아야 한다. 이때 주택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화요인(key factor)의 움직임과 10년 주기설, 벌집순환모형(Honeycomb- Cycle Mode) 등도 유용한 척도로 사용된다. 또한 부동산 경제론에 입각한 실물경기와 정부 정책, 금리, 수급, 심리 등 소위 5대 핵심 변화요인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먼저, 실물경기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 등이 발표한 예상 경제성장률이 2.5~2.7%에 그쳐 잠재성장률이 올해 성장률보다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부동산도 경제재 중 하나이고, 실물경기와 연동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부동산 시장에는 하락 요인이다. 고용감소, 미·중 간 무역전쟁, 유가인상, 환율변동 등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 또한 상당히 부정적이다. 이미 글로벌 주식과 자산시장의 조정 및 선진국 주택 시장의 하락은 국내 주택 시장의 전조현상으로 해석된다.
둘째, 정부는 지금까지의 규제정책 기조를 전방위적으로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재건축 규제, 다주택자 세금 중과, 금리 인상, 대출규제, 전매 제한 등 시장을 옴짝달싹 못하게 옥죄는 메가톤급 정책이야말로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을 날릴 게 틀림없다.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도 대출 중단으로 규제지역과 9억 원 이상 고가주택 매입이 어려워져 매수세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DSR(Debt Service Ratio·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대표적으로 주택시장에는 초고강도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규제정책의 부작용 즉, 규제의 역설에 의하면 규제는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공급을 줄여 집값 급등을 야기하고 서울 등 수요초과지역과 투자가치가 높은 ‘똘똘한 한 채’로의 쏠림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셋째, 내년도 기준금리는 지금까지의 저금리 기조가 마감되고, 미국발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다. 이미 주택담보대출금리와 시중실세금리가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금리와 부동산은 역의 관계로 반대로 움직인다. 고금리 시대가 도래할 경우 부동산 시장은 커다란 악재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금리 인상은 이자 부담 증가→수익률 하락→주택 수요 감소로 연결돼 강화된 대출 규제와 맞물릴 경우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게 뻔하다.
금리인상이 가장 큰 악재
넷째,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의 근본 원리는 수급법칙으로서 주택 시장도 궁극적으로 수요공급의 조건에 의해 집값이 결정된다. 예컨대, 서울은 절대적인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구조적, 장기적, 만성적인 수급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다. 주택보급률 지표와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서울 주택보급률은 98%로서 적정 주택보급률 105%에 한참 미달하며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를 보더라도, 일본의 약 450가구의 3분의 2 수준인 368가구에 그친다. 전국 주택보급률은 102.3%, 수도권은 98.6%로서 역시 공급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 공급 부족은 전월세 상승의 근본 원인이 되며 전세가 오르면 집값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규제정책은 투기수요 차단, 단기적 집값 안정이라는 긍정적 효과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공급을 줄이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는 점에서 양면성이 있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신규 입주물량 추이는 전국 34만8136호로 전년 대비 20.5% 감소, 서울 3만8503호로 10.2% 증가, 경기 12만963호로 25.3% 감소, 인천 1만6500호로 18.7% 감소, 지방은 17만2170호로 2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입주물량 증가 여부는 국지적으로 해당 지역에 상승 또는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섯째, ‘부동산은 심리’임을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는 심리적 요인이 중요 변수가 된다. 그런 면에서 현재 부동산 소비심리가 악화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11월 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은 매도자 우위에서 매수자 우위로 급반전했다. 매수우위지수는 11월 5일 기준 67.2로 올 9월 171·6을 정점으로 급전직하했다. 매수우위지수는 100 이상은 매수자가 상대적으로 많고, 100 이하는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다.
文정부 임기 말까지 하락세 지속
주택경기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좀 더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택경기순환변동 사이클인 벌집순환모형(HONEYCOMB- CYCLE MODEL)을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 5대 핵심 요인이 주택시장의 단기변동성 예측에 유효하다면 벌집순환모형과 10년 주기설은 10년 이상 중장기 예측에 매우 유용한 기법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택은 한번 매입하면 10~11년가량 장기 보유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1~2년 혹은 2~3년 앞을 내다보는 일도 중요하지만 10년 후 미래 변화를 읽는 안목이 더욱 중요하다.
지난 30~40년간의 빅데이터를 통해 집값 변동성을 살펴보면 10년 주기설이 뚜렷이 발견된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집값은 5~6년 상승하면 4~5년간 하향 안정되는 사이클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 수도권 주택경기순환변동을 보면 집값은 2013년경 바닥을 찍고 상승을 시작했으며 올해가 5년째 상승한 시점이다. 그러므로 올해가 고점 내지 변곡점을 맞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벌집순환모형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이 모형의 이론적 근거는 주택경기는 통상 7~12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거래량과 가격변수를 중심으로 시장 변동의 미래 흐름을 관측하는 데 매우 유용한 선진국형 분석모델이다. 예측확률은 70% 정도로 높은 편이다. 이 모델로 측정한 한국의 현재 주택시장 단계는 6단계 중 4단계 직전의 거래감소-가격하락 직전의 ‘전환국면(turning point)’에 놓여 있다.
조만간 거래감소-가격하락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에 추가적으로 집값이 오르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향후 3~4년간 거래감소-가격하락 국면을 거쳐 거래증가-가격하락 국면과 거래증가-가격보합 국면이라는 하향안정 흐름을 탈 것으로 추정된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과 맞닿아 있다.
“어디가 바닥일지가 관건”
결국 5대 핵심변화요인과 벌집순환모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대차대조표(貸借對照表)를 작성해보면 하락요인이 상승요인보다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주택경기의 변동주기로 볼 때 올해가 고점 내지 변곡점으로 올해 정점을 찍은 집값은 내년 이후 중장기적으로 조정기 내지 침체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지역적으로는 서울은 보합, 수도권은 약보합, 부산·대구·광주·대전 등 지방 대도시는 전반적으로 약세가 전망된다. 단 집값이 장기간 급등한 강남재건축 등 일부 지역 집값은 변동 폭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과거 경험 사례와 ‘평균회귀법칙’에 의하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산의 가치는 많이 오르면 많이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앞날이 우려되는 지역은 지방 대도시다. 지방은 경기침체에다 공급과잉, 수요부족이 한꺼번에 겹친 바람에 역전세난과 깡통전세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만일 내년에도 집값과 전세값이 동시 추락하면 전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처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 경기 침체의 최대 피해자는 투기수요자뿐 만아니라 실수요자와 지방 거주자라는 말이 실감나는 현실이다. 서울, 수도권도 주택경기 하락 내지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건설. 부동산 경기의 경착륙은 물론이고 제2의 하우스푸어, 깡통주택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주택 시장의 미래 불확실성과 집값 변동성이 커진 만큼 실수요자는 최소 1~2년 뒤 시장 흐름을 냉철히 지켜본 뒤 내 집 마련에 나서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정한 가격에 집을 구매하기에는 시기상으로 이미 늦었으며, 지금부터 서둘러 집을 사면 이익보단 투자 위험이 증가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집값 하락은 이미 시작됐다. 어디까지가 바닥일지가 관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