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도토리 돌려주기 운동
“청솔모가 도토리 숨겨놓는 장면 뭉클”
연세대 학생 동아리 ‘도토리수호대’의 사신원(22·중어중문학과) 대장이 활짝 웃었다. 이렇게 모은 도토리는 다시 숲에 뿌려져 다람쥐와 청솔모의 먹이가 된다고 한다.
그가 도토리에 빠져든 것은 1년 전. 캠퍼스에 ‘야생동물의 먹이인 도토리를 주워가지 마세요’라고 쓰여 있는 현수막이 있어도 도토리를 줍는 주민과 등산객이 많았다. 제지해봤지만 소용없었다. 대책을 궁리하다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 대화방을 만들고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았다.
학생들도 공감
사 대장은 이들과 함께 도토리를 모아 다시 뿌려주기, 도토리 채집 감시하기, 도토리 말리기에 나섰다. 알림을 띄우면 시간이 되는 학생들이 모였다. 회원 회비와 선배의 후원으로 큼직한 도토리 저금통 두 개를 설치했고, 최근에 작은 것 두 개를 추가로 나무에 매달았다. 최윤정 회원은 스티커와 배지를 만들어 교내에 뿌렸다. 도토리를 모으던 중 캠퍼스에 쓰레기가 많은 것을 보고는 쓰레기 줍기도 함께 한다. 이들의 활동이 입소문을 타 회원 수는 28명으로 늘었고 9월 1일 동아리로 발족했다.
“1년 만에 자리 잡을 줄 몰랐어요. 다른 학교에서도 저희처럼 해보겠다는 연락이 오고 있답니다. 주변의 인식이 바뀌어가는 것이죠.”
서울과학기술대의 고양이 돌보기 동아리인 ‘서고고(서울과기대 고양이 고맙다냥)’는 도토리 저금통을 4개 주문했다고 한다. 서고고 측은 “교내에서 도토리를 주워가는 사람들을 봐도 어쩌지 못했는데 도토리수호대 이야기를 듣고 같은 활동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재학생 목모(여·21) 씨는 “걸어 다닐 때 휴대전화만 들여다봤는데 요즘은 눈에 불을 켜고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를 찾는다. 다른 사람이 주워가기 전에 저금통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람쥐와 청솔모가 많이 사는 교내 청송대에서 근무하는 직원 천모(47) 씨는 “도토리수호대가 활동을 시작한 이후 외부인이 도토리를 주워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의 개입 최소화”
때로는 생태학적 질문에 부닥친다. 도토리수호대 대원들은 도토리가 달린 나뭇가지가 매끄럽게 잘려 있는 것을 자주 본다. 도토리거위벌레가 도토리를 땅에 떨어뜨리기 위해 가지를 자른 것이다. 대원들은 다람쥐든 벌레든 생태계의 한 부분이므로 벌레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도토리를 외부에서 구해 교내 숲에 뿌리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이 주워가서 다람쥐가 빼앗기는 몫만큼 채우면 되지 그 이상은 과도하다고 본 것이다. 대원들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들은 사람 냄새가 도토리에 스며들지 않도록 하려고 장갑을 낀 채 도토리를 다룬다. 사 대장은 “도토리를 낙엽 사이에 뿌린 지 1분도 안 돼 청솔모가 나타나더니 도토리를 가져다 땅을 팍팍 파고 숨겨놓더라.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연세대 글로벌인재학부 ‘미디어와 현대사회’ 과목 수강생이 홍권희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