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매매 알고 보니 교복 입은 중년여성”
여자 후배에게 “맛있겠다”
지하철 몰카범에게 “고생이 참 많으시네요”
국방부 “육해공군 일선 부대에 10만 부 비치”
국정감사에서 ‘전량 폐기’ 요구 나와
여성민우회 “성폭행 희화화”
취재 결과, 국방부는 2016년 이 만화를 육·해·공군 일선 부대에 10만 부 정도 배포해 지금까지 비치해두면서 병사들이 읽도록 하고 있다.
이 만화의 ‘강간’ 편에서, 상병 강성기는 술이 취한 상태로 부대로 복귀하는 도중에 미미상회라는 가게를 찾았다. 혼자 가게를 지키는 주인의 딸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 딸을 강간했다. 강 상병이 이 사실을 상관에게 고백하자 상관은 “복귀 전에 사고를 치면 어떻게 해”라고 호통을 쳤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딸은 오래전에 자살했으며 강 상병은 귀신을 강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성기의 선임은 강성기에게 “귀신 예뻤냐? 안 예뻤냐?”라고 물었다.
이런 만화 내용에 대해 육군 모 부대 소속 한 병사는 “부대 내 도서실에 비치돼 있어 많은 병사가 이 만화를 읽어봤다. 내용이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예방교육 관계자는 “이 만화는 병사가 저지른 강간범죄를 ‘귀신에게 홀렸다’ ‘귀신을 강간했다’는 웃긴 에피소드로 그리고 있다. 군 관계자는 ‘그 귀신이 예뻤냐?’라고 매우 부적절한 질문을 한다. 국방부가 성폭력을 희화화하고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확산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해군 한 부대의 병사는 “‘25세 이상은 여자가 아니라며’라는 대사나 국군 병사가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하는 설정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예방교육 관계자는 “이 만화는 강간과 미성년자 성매매 같은 성폭력을 그리면서 ‘알고 보니 귀신이더라’ ‘알고 보니 교복 입은 중년여성이더라’라는 식으로 장난스럽게 가져간다. 성폭력 예방이라는 기획 의도와 전면 배치된다. 독자인 병사들이 이 만화를 보면서 무엇을 배울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여성단체들은 지난해 국방부에 ‘병사 대상 성폭행예방교육 교재를 공개적으로 검증받으라’고 요구했으나 국방부가 거부했다. 이 만화는 국방부가 성폭력을 어떻게 줄여나갈지에 대해 아무 고민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2017년 성범죄를 희화화하는 병무청 마스코트로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성폭행예방교육 자료로 쓰기 위해 2016년 이 만화를 육·해·공군 일선 부대에 10만 부 정도 배포해 반영구적으로 활용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아’ 보도가 국감 이슈로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신세대 병사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제작했다. 우리 군내 검수를 거쳤고 여성가족부의 검토까지 받아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세대 병사들이 성폭력 문제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신동아’의 이 온라인 보도는 국정감사로 이어졌다. 보도 다음 날인 10월 3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여성가족부는) 해당 자료를 전량 폐기하라고 국방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 만화를 제작해 배포한 2016년 여성가족부로부터 ‘폭력예방교육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와 관련해, 윤 의원은 “우수기관을 선정할 때 서면 평가뿐만 아니라 현지 실사까지 하게 돼 있는데도 성폭력을 희화화하는 내용을 교재로 삼는 국방부가 어떻게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의원은 “자체적으로 성폭력 예방 자료를 만드는 기관들의 검수과정에 성평등 교육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해당 부분을 살펴보니 여러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모니터링 과정을 강화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조금 더 면밀하게 확인한 후 문제가 있다고 하면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신동아’ 보도로 알려진 황당무계한 국방부 만화. 국방부와 여성가족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