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호

인터뷰

‘보험업계 이단아’ 김영웅 LKMS 대표

“적게 내고 똑같이 보장받는 보험혁명 이끌 것”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8-12-05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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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품 빼니 보험료 85% 줄어”

    • “‘비싸고 오래 낸다’ 통념 파괴”

    [김도균 기자]

    [김도균 기자]

    김영웅 LKMS 대표는 보험업계에서 ‘이단아’로 통한다.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싼 보험료를 내면서 똑같이 보장받는 보험 상품들을 기획해 내놓고 있다. 1년여가 흐른 지금, 이 보험들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그의 실험은 본격적으로 업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그는 “국민이 적은 보험료만으로 위험에 대비하고 노후를 준비하게 돕는 ‘보험 혁명’을 이끌 것”이라 말한다. 서울 여의도 IFC 빌딩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보험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요?

    “국내외 대학원에서 금융을 공부했어요. 외환위기 사태 즈음에 금융권에서 보험회사 인수합병 업무를 맡았죠. 그러면서 국내 보험 상품에 거품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 우리나라 기성 보험에 문제가 많은 편인가요?

    “위험한 질문인데요. (웃음)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구조가 있어요. 한국에 보험이 들어온 게 70년 정도 됐어요. 당시는 사람들이 은행도 못 믿어서 돈을 이불 밑에 넣어두던 시절이죠. 그러니 누가 보험에 가입하겠습니까? 야쿠르트 배달하는 아주머니들이 부업으로 보험을 팔고 그랬죠.”

    - 그 야쿠르트 아주머니들이 보험설계사의 효시쯤 되겠네요.


    “1960년대까지 해외의 대형 보험회사들은 한국에 전혀 신경을 안 썼죠. 1980년대 중반~1990년대 들어 변화가 생겼어요. 외국계 생명보험회사가 국내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죠. 이러면서 하나의 구조가 정착됐죠. 외국의 재보험사가 개발한 보험 상품을 국내 보험사가 가져옵니다. 그것을 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들이 고객에게 팝니다. 이 과정에서 재보험사와 국내 보험사와 보험설계사가 이익을 나누는 것이죠.”


    ‘월 9900원’을 ‘월 1500원’으로

    - 그렇다면 김 대표가 관여하는 보험 상품은 기성 보험과 어떻게 다른가요?



    “획기적인 보험 상품을 만들더라도 이름 끝에 ‘~보험’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많은 분이 ‘보험 하나 또 나왔나 보네’라고 생각하죠. 보험에 대한 안 좋은 고정관념이 있어요. 보험 하면 다들 ‘매달 내는 보험료가 만만치 않다. 오랜 기간 내야 한다’고 생각하죠. 저는 이런 고정관념에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 실제로 많은 사람이 주변 친척이나 친구인 보험설계사의 권유를 받아 마지못해 매달 3만~10만 원씩 5~10년을 납부하는 보험에 들곤 하죠. 이런 것이 보험에 대한 어떤 통념이라 할 수 있는데요.

    “그 통념을 바꾸기 위해 제가 7년 전부터 준비했어요. 다들 안 된다고 그랬지만 저는 된다고 확신했죠. 예를 들어, 자동차보험엔 모두 의무적으로 가입하죠. 이 자동차보험의 만기는 3년, 5년, 10년이 아닌 1년이거든요. 과거엔 잘 아는 보험설계사를 통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했어요. 그러다 보험설계사가 없이 온라인으로 가입하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이 나왔어요. 2017년 보험설계사를 통하지 않고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비율이 43%를 넘어섰습니다. 만기가 짧은 보험, 보험설계사가 없는 온라인 기반 보험이 이제 소비자에게 먹힌다는 것이죠.”

    LKMS는 지난해 12월 27일 ‘미니 보험’ 개념으로 새로운 운전자보험인 ‘운전자안심서비스’를 개발했다. 운전자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 시의 변호사 비용처럼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영역을 커버한다. 기존 운전자보험의 경우 보통 월 9900원의 보험료를 내는데, LKMS가 개발한 이 보험은 월 1500원으로 보험료를 대폭 낮춘 대신 동일한 보장을 제공하도록 했다고 한다. 보험료 가입 기한도 1년으로 했다.


    “더 낮춰도 돼”

    김영웅 대표는 “톱5 보험사들이 ‘같이하자’고 한다”고 말한다. [김도균 기자]

    김영웅 대표는 “톱5 보험사들이 ‘같이하자’고 한다”고 말한다. [김도균 기자]

    - 기존 보험료의 15% 수준으로 보험료가 대폭 낮아지다니 신기한데요.

    “외국의 재보험사로 나가는 비용, 보험설계사에게 주는 비용 같은 것을 줄이면 보험료가 낮아집니다. 저희가 개발한 상품들은 국내 대형 보험사들을 통해 고객에게 판매됩니다. 저희는 이 운전자보험을 출시하고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많은 고객이 이 보험을 선택했죠. 보험료가 훨씬 저렴하고 믿을 만하니까요.”

    - 회사가 손해를 보진 않았나요?

    “‘보험회사가 고객들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의 총합’을 ‘고객에게 지출한 보험금 등 제반 비용’으로 나눈 비율인 손해율이 50%가 안 넘어요. 보험료를 더 낮춰도 될 것 같습니다. 저희의 실험은 성공으로 결론이 나고 있죠. 이를 본 국내 대형 보험회사들과 온라인 몰 등이 저희와 제휴를 추진 중입니다.”

    - 월 9900원의 보험료를 낸 사람은 월 1500원을 낸 사람보다 사고 발생 시 더 많은 액수의 보험금을 지급받거나 더 많은 영역을 보장받을 것 같은데요.

    “9900원짜리 보험의 보장 내역과 1500원짜리의 보장 내역이 똑같습니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의 심의필까지 다 받아 올려놨어요.”

    - 예를 들어 운전하다 행인을 다치게 한 경우 운전자보험의 보상은….

    “자동차 사고를 처리하기 위한 변호사 선임비용으로 지급되는 보험금은 500만 원이 한도이고, 벌금 납부용으로 지급되는 보험금은 2000만 원이 한도이고, 교통사고처리 지원금은 3000만 원이 한도죠. 이 한도는 9900원짜리나 1500원짜리나 동일해요. 가입자가 변호사 비용 영수증을 보험회사에 제출하면 보험회사는 그 영수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만 보고 500만 원 한도 내에서 그 영수증 금액대로 지급하죠. 그러니 9900원 보험이나 1500원 보험이나 보장내역이 같죠. 기존 보험 상품 안에 거품이 그만큼 심하게 끼어 있었다는 반증입니다.”

    - 월 9900원의 보험료를 내는 보험을 갖고 있는 보험회사가 동일한 보장에 월 1500원만 내면 되는 보험을 함께 팔면, 이로 인해 원래의 9900원 보험이 안 팔릴 텐데요. 그러면 이 보험회사는 오히려 손해를 보지 않을까요?

    “소비자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할 땐 보험회사가 그런 손해를 볼 수 있죠. 이제 소비자가 똑똑해졌어요. 시대가 바뀐 겁니다. 저희가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이 1500원 보험이 한 달에 1000건씩 꾸준히 팔렸어요. 저희는 1년이 될 때까진 홍보를 하지 않기로 했죠. 미니보험을 팔고도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으니까요. 1년이 지나 기존 가입자들이 갱신하는 것을 보면 평가가 달라지겠죠. 왜 보험기간을 3년, 5년, 10년씩 길게 납부해야 하느냐? 저희는 이런 고민도 해결해드리려고요. 적게 짧게 내고 똑같이 보장받는 보험 상품을 여럿 출시할 겁니다.”

    LKMS가 개발한 16개의 보험 상품은 인바이유라는 회사 사이트와 마이리얼트립, 위비뱅크, 웨이즈 등 제휴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데, 이 가운데엔 여행자보험도 있다. 이 여행자보험은 해외여행 1회당 1만 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면 된다. 기존 여행자보험보다 보험료를 20~30% 줄였다고 한다. 1년여 동안 해외여행객 10만여 명이 이 보험에 가입했으며 12월 중 모바일 페이 서비스 회사들과 제휴하면 가입자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김 대표는 추산한다. 이 보험도 기존 보험과 보장내역은 같으면서 보험료만 낮춘 것이라고 한다.

    - 여행자보험을 통해선 어떤 실험을 했나요?

    “보통 가입자는 이미 정해진 보험 중에 하나를 고르죠. 그러나 이 보험의 경우, 가입자가 여행 기간을 감안해 사망 시 보험금 1억, 상해 시 1000만 원 등 한도를 정하고 여권 분실 시 재발급 비용, 휴대전화 분실 비용 같은 보장 내역을 넣어 자신만의 보험을 설계합니다. 그러면 이에 따르는 보험료를 산출해주죠. 저희는 소수자를 위한 배려 차원에서 장애인운전자보험도 내놓았어요.”

    - 홀인원보험도 있던데요.

    “아마추어 골퍼가 홀인원을 하면 보통 동반자들에게 한턱을 내죠. 이때 쓰라고 150만 원의 보험금이 지급됩니다. 보험료는 18홀 1회 라운딩당 5000원입니다. 이 역시 온라인 기반으로 설계해 골퍼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보험료를 확 낮춘 것이죠.”


    “바늘구멍 하나 뚫기 어려웠지만”

    LKMS가 개발한 16개 보험 상품의 경우,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는 모든 절차가 인바이유나 제휴사의 홈페이지에서 이뤄진다. 김 대표는 “다른 데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저렴하니까. 입소문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보험료가 싸고 납입 기간이 짧은 이런 미니 보험 하나를 설계해 시장에 내놓기까지….

    “한 5년 걸렸죠.”

    - 그러나 현재까지 출시된 보험들로 사람들의 생활 전반을 포괄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 상품의 종류를 얼마나 늘려갈 계획인가요?

    “여행자보험이 어떻게 보면 간단한 구조인데, 고객이 직접 보험료와 보장 내역을 결정할 수 있는 간편한 핀테크로 만드는 데에 5년씩이나 걸렸거든요. 대형 보험회사들과의 제휴와 감독당국의 허가 등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죠. 보험에 관한 기존의 사회 통념을 깨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겁니다. 하나 풀어내는 데 5년이었지만 나머지 15개를 푸는 데엔 1년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그만큼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어요.”

    - 이젠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톱5 보험사들이 저희에게 보험 상품 120여 개를 들고 와서 ‘같이 하자’고 해요. ‘이러이러하게 수정해 미니 보험으로 바꿀 수 없나’라는 문의가 쇄도해요.”

    - 완전히 위치가 바뀌었네요.

    “이젠 저희 위치가 굉장히 좋아졌고요. 바늘구멍 하나 뚫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하나 뚫어놓고 나니까 구멍이 서서히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 보험”

    - 그 대형 보험사들은 자사가 직접 미니 보험을 개발하면 될 터인데 왜 굳이 LKMS를 찾는 거죠? 

    “우리나라 보험회사들도 미니보험 개발 능력이 없지는 않겠죠. 다만, 영업관행, 생존방식에 비춰볼 때 미니보험이 필요 없었던 것이죠. 저희가 시작한 미니보험이 인기를 끌고 시장 반응이 나타나니까 대형사들도 각자 준비하거나 저희와 협업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동안 각 보험회사가 판매한 상품이 실은 거의 비슷해요. 하나의 재보험사에서 파생된 것이니까요. 보험회사는 어떤 손해율이 나올지 모르니 세계적으로 250~300개 정도인 재보험사에 보험을 들죠. 보험중개사(브로커)가 보험회사와 재보험사 사이에서 협상을 해줍니다. 이렇게 위험을 분산하는 대신 이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많이 발생하죠. 또 보험을 팔기 위해 다수의 보험설계사를 두면서 인건비가 증가하죠. 이런 점에서 저희가 강점이 있습니다. 저희는 브로커, 손해사정, 보험료 결정 업무를 위한 다양한 라이선스를 갖고 있고 컨설팅 역량도 지니고 있어요. 또한 보험설계사를 두지 않는 혁신적인 마케팅 기법을 제시해요. 이렇게 해서 보험에 낀 비용 거품을 제거하니 대형 보험사들도 저희와 손잡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김 대표는 보험업의 문법 파괴를 주도하려 한다. 교육, 의료는 물론 연금 같은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도 덜 내고 똑같이 보장받는 혁신적인 보험을 내놓을 것이라 한다. ‘국민 보험’을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는 “좋은 회사에 다니는 직원은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고 국민연금을 절반만 낸다. 모든 국민이 이런 혜택을 누리면서 편안한 삶을 사는 보험 혁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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