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호

‘진짜 100세 시대’ 플러스알파 준비법

빠를수록 효과적인 은퇴설계 실전지침

  • 입력2018-12-1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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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4년생 10명 중 4명은 98세까지 산다”

    • 퇴직 후 필요 생활비 알아야 ‘준비 없는 은퇴’ 안 한다

    •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국민·퇴직·개인연금 포트폴리오

    • 건강관리, 가족관계 개선, 취미 개발 병행해야

    우리나라 노인 기준 연령은 만 65세다. 1954년생은 2019년부터 공식적으로 노인이 된다. 이들의 노후(老後) 생활은 얼마나 길까. 통계청은 1954년생 남자 기대수명을 82.83세로 발표했다.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1954년 태어난 남자 10명 중 4명(39.6%)이 살아서 98세 생일을 맞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계청 사망자 통계에 ‘예상보다 빠른 의학 발달’ 변수를 추가해 계산한 결과다.

    유엔은 2009년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를 내면서 100세 장수가 보편화하는 시대 인류를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고 명명했다. 각종 연구는 한국인이 ‘호모 헌드레드’를 향해 매우 빨리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령화 속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 ‘최빈(最頻) 사망 연령’(한 해 사망자 나이 가운데 가장 많은 값)도 매년 올라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최빈 사망 연령이 2020년 90세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당신은 생각보다 오래 산다

    국민연금공단 서울 종로중구지사에서 노인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국민연금공단 서울 종로중구지사에서 노인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반면 상당수 사람은 자기가 이렇게 오래 살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 보험개발원이 지난해 전국 만 30세 이상 59세 이하 비은퇴 가구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 ‘희망 수명’은 30대 87.8세, 40대 87.1세, 50대 87.7세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1년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59.3%)이 80~89세 사이에 죽기를 바랐다. 70~79세(20.9%)가 뒤를 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금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살게 될 게 분명하다. 60세 은퇴 후 40년을 더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때 준비 없이 맞는 은퇴는 재앙이 될 수 있다. 통계청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퇴 가구 중 60% 이상이 생활비 부족에 시달린다. ‘매우 부족’한 가구가 22.4%, 생활비에 여유가 있다고 답한 가구는 8.0%에 불과하다.

    이 조사에서 은퇴 가구주가 일을 그만둔 나이는 62.1세로, 아직 은퇴하지 않은 가구주의 은퇴 예상 연령(66.8세)보다 4.7세 젊었다. 예상보다 5년쯤 빨리 직장을 떠나는 게 현실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비할 길은 한시라도 빨리 ‘은퇴 이후 삶’을 계획, 준비하는 것뿐이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은퇴 설계 방법을 크게 4단계로 나눴다. 첫째, 필요 노후자금을 추정해 자산 목표를 정한다. 둘째, 내 현재 상태를 파악한다. 셋째, 1·2단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나의 노후 준비 수준을 측정·평가한다. 넷째, 노후 준비가 부족할 경우 자산 목표 달성을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

    이 로드맵에 따라 먼저 은퇴 후 필요 생활비를 생각해보자. 개인 생활방식에 따라 편차가 클 수 있다. 참고자료는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다. 여기서 은퇴 부부 최소 생활비는 월 192만 원, 적정 생활비는 월 276만 원으로 산정됐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노후보장 패널 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이 은퇴 후 최소 월 174만 1000원, 적정 236만9000원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이를 감안해 노후 생활비를 월 250만 원으로 가정했다. 법정 은퇴연령 60세에 은퇴해 100세까지 살 경우 필요 자산은 매년 3000만 원씩, 총 12억 원이다.

    다행스러운 건 실제 필요 자금이 이보다 적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노인 소비행태를 분석한 결과, 나이가 들수록 활동이 줄어 소비 또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소장은 “부부로 구성된 2인가구가 심한 질병이나 큰 상해사고 없이 건강한 노년을 보낸다고 가정하면 목표 노후자산을 좀 줄여 잡아도 된다. 노후생활비 감소 추세를 반영하지 않았을 때 나오는 액수의 60~70% 규모면 족하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필요 자금은 8억4000만 원(12억 원×0.7)이다. 지출액을 월 200만 원으로 할 경우 6억7200만 원으로 줄어든다.

    목표를 세웠으면 준비 상황을 점검할 차례다. 우리나라 노후준비 자산의 기본은 공적연금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국민·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에서 은퇴 후 내가 받게 될 연금액을 확인하자. 퇴직급여, 별도 가입한 개인연금 등에서 받을 수 있는 노후자금도 함께 점검한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100lifeplan.fss.or.kr)에 가면 가입한 모든 연금의 납입액 및 예상 수령액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즉시,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은 조회 신청 후 3일 뒤 알려준다.

    직접 계산해볼 수도 있다. 국민연금에 10년 이상 가입한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죽을 때까지 노령연금 수급 대상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주기적으로 가입자에게 통보하는 월 예상연금액을 기초로 은퇴 후 수령할 연금 총액을 계산할 수 있다. 소득과 가입 기간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월 소득 평균액 300만 원인 사람이 30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했을 때 수령액이 월 80만 원 안팎이다. 65세부터 100세까지 35년간 연간 960만 원씩, 총 3억3600만 원을 받는 셈이다.


    나의 은퇴준비 점수는?

    퇴직연금은 확정기여(DC)형에 가입했을 경우 현재 자산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매달 회사로부터 월 급여의 약 8.3%가 연금통장으로 들어온다. 그걸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다. 회사가 자금 운용을 담당하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최근 3개월간 월평균 급여에 근무기간(연수)을 곱한 금액을 대략적인 퇴직연금 자산으로 볼 수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 취업 연령은 남성 27.1세, 여성 24세다. 평균 은퇴연령은 남성 55세, 여성 47.3세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우리나라 직장인 월 평균소득은 50대 386만 원, 40대 383만 원, 30대 319만 원이다. 이를 기초로 계산하면 28년간 일하고 55세 은퇴하는 남성 직장인 퇴직연금 자산은 대략 1억800만 원(386만 원×28년)이다.

    근로 중 개인연금을 월 30만 원씩 꾸준히 납입했다면 개인연금자산도 있다. 대략 1억100만 원(30만 원×12개월×28년)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이른바 3층 연금자산에 더해 별도의 노후대비용 자산을 5000만 원쯤 보유했다고 가정하면 노후 자산 총합은 약 5억9500만 원이다. 이렇게 현재 자기 상태를 파악하면 은퇴 준비 2단계가 끝난다.

    이제 노후준비자산과 목표노후자산을 비교해 현재 준비 정도를 확인할 때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가 개발한 ‘100세시대 준비지수’(%) 계산법은 노후준비자산(5억9500만 원)÷목표노후자산(8억4000만 원)×100이다. 계산 결과 110% 이상은 여유, 90~110%는 적정, 90% 미만은 부족으로 보면 된다. 앞의 계산 값은 70.8%로 부족에 해당한다.

    이제 현실에 맞춰 대응 방안을 마련할 때다. 은퇴 후 필요자산에서 2억4500만 원이 부족한 상태. 은퇴 전 이만큼을 더 마련하면 ‘가난한 노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삶의 우선순위를 바꿔라

    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건 막연하기 때문이다. 은퇴 계획을 수치화하면 많은 부분이 좀 더 명확해진다. 은퇴 후 꿈꾸는 생활 청사진을 그리고, 그에 도달하려면 얼마가 필요한지, 지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하는 과정이 지금 삶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계획 수립 후 돌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상황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수정하면 된다. 은퇴 계획은 한 번 하고 마는 게 아니다. 살아가며 꾸준히 다듬어가는 것이다. 은퇴 후 필요자금 2억4500만 원을 마련할 방법은 다양하다. 먼저 개인연금을 추가 납입할 수 있다. 연금저축은 현재 판매되는 금융상품 가운데 세제 혜택이 가장 좋다. 연봉 5500만 이하일 경우 세액공제 적용률 16.5%로 매년 최다 66만 원까지 돌려받는다. 30대 직장인이라면 납입 기간을 25년 정도로 잡고 매년 980만 원, 월 82만 원 정도씩 저축 계획을 세우면 된다. 개인연금으로 부족분의 일부만 채우고, 임대수익 등 또 다른 자산 마련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 어쨌든 연금 적립 기간이 길어야 월 부담액이 줄어든다. 은퇴 설계를 빨리 할수록 유리한 이유다.

    개인연금을 추가 납입하려면 생활비 지출 조정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때 자녀교육비를 반드시 검토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2017년 11월 6~10일 11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가 가장 많이 지출하는 항목은 식비(55.1%)였다. 1인 가구(59.6%), 2인 가구(71.2%)의 경우 식비 지출 비중이 특히 높았다. 반면 3인가구 이상으로 가면 교육비 부담이 컸다. 1인 가구 지출 중 교육비 비율은 1.0%에 불과했지만 5인 가구의 경우 식비(37.0%)보다 교육비(41.3%) 지출이 많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2년 발표한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를 봐도 자녀 1인당 대학 졸업 때까지 22년간 들어가는 양육비가 총 3억896만 원으로 나타났다. 자녀 양육비의 상당 부분은 교육비, 그중에서도 사교육비가 차지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내 노후 준비가 어려워도 자녀 먼저 지원하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비은퇴자의 53%가 그렇게 답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있다. 준비 없이 은퇴를 맞은 부모는 자녀에게 짐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김유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모 부양 책임자’로 ‘가족’을 꼽은 비율이 최근 20년 새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1998년 89.9%에서 2002년 70.7%, 2008년 40.7%, 2010년 36.0%를 거쳐 2016년 30.6%로 내려앉았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부모가 노후 생활을 ‘스스로 해결’(8.1%)하거나 ‘사회·기타’(2.0%)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답한 사람이 매우 적었다. 그러나 2016년에는 국가와 사회에 부모 부양 책임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50.8%로 응답자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부모 스스로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대답 비율도 2002년 9.6%, 2008년 11.9%, 2010년 12.7%, 2016년 18.7%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부모 세대 또한 자녀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줄이고 있다. 2008년만 해도 부모 전체 소득 중 자식이 주는 용돈 같은 ‘사적 이전 소득’이 46.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22%로 떨어졌다. 10년 사이에 절반 이하가 된 것이다. 대신 가장 큰 수입원 자리에 오른 건 기초연금·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이전 소득’(36.9%)이다. 이것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노인 상당수는 추가 소득을 마련하고자 지금도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일하는 노인 비율은 조사 대상의 30.9%였으며, 이 중 대다수(73%)가 일하는 목적으로 ‘생계비 마련’을 꼽았다. 노인 근로자 종사 직종은 폐지 줍기 등 몸으로 할 수 있는 단순노무직(40.1%)이 가장 많았다.

    은퇴 후 삶이 10~20년에 불과할 때, 자녀가 ‘부모 노후는 내 책임’이라고 생각할 때, 경제성장으로 자녀 소득이 부모 소득을 앞질렀을 때는 ‘나보다 자식 먼저’라고 여겨도 괜찮았다. 그러나 이제는 은퇴 후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자녀 세대는 무한경쟁 사회에서 점점 자기 먹고살기도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노후 준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이유다.


    연금만이 살길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을 이용하면 국민·퇴직·개인연금 가입기간과 예상 수령액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을 이용하면 국민·퇴직·개인연금 가입기간과 예상 수령액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부모 세대가 ‘노후’보다 ‘자녀’를 앞세우는 모습은 퇴직연금 수령 방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정부는 2005년 근로소득자가 은퇴 후 노후자금을 매달 지급받아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급여를 연금 형태로 지급받기로 한 가입자(55세 이상)는 1.9%에 불과하다. 100명 중 98명 이상이 이직 혹은 퇴직 시 그동안 쌓인 돈을 일시불로 받았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연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 근로자 생애주기상 퇴직 시점에 자녀학자금, 결혼비용, 주택자금 등 현금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렇게 퇴직급여를 일시 인출하면 생활비 등으로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퇴직급여는 내가 마련한 돈이 아니라 회사에서 적립한 것이다. 은퇴할 때까지는 ‘내 돈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묶어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연금 개시 후 최대한 길게 받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감면해준다. 대신 매년 연금으로 찾아 쓸 수 있는 금액 한도를 정했다. 퇴직급여 총액을 ‘11―연금수령연차’로 나눈 금액의 120%가 한 해 받을 수 있는 연금 한도다.

    은퇴 당시 퇴직연금계좌 평가액이 5000만 원이라고 하자. 연금 수령 첫해에 받을 수 있는 연금액 한도는 ‘5000만 원÷(11-1)×1.2=600만 원’이 된다. 매월 50만 원꼴이다. 정부가 이 제한을 둔 이유는 퇴직급여를 10년 이상에 걸쳐 길게 받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연금은 은퇴 후 ‘노동 없이 받는 월급’이다. 자녀의 ‘부모 용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퇴직연금을 은퇴 설계의 상수로 여기는 게 중요하다.

    은퇴세대가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월급’은 하나 더 있다.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매달 월정액을 받는 주택연금이다. 한국 가계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전체 자산의 80.8%(작년 기준)에 달했다. 비중이 전년(74.4%)보다 더 높아진 상황이다. 바로 그 집을 노후 설계의 바탕으로 삼는 것이다.

    주택연금은 가입자 나이가 많고 주택가격이 비쌀수록 수령액이 많아진다. 예를 들어 만 65세인 사람이 6억 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면 매월 150만 원씩 종신연금을 받는다. 단 부부 기준 1억5000만 원 이하 1주택 소유자가 ‘우대형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일반 주택연금보다 8~15%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매년 한 차례 주택가격 상승률과 생존확률 등 변수를 감안해 수령액을 조정한다. 이에 맞춰 일단 연금액을 정하고 나면 가입 기간 내내 불변이다. 집값이 오르거나 떨어져도 가입 당시 약속한 연금액을 그대로 받는다.

    주택연금은 가입자와 배우자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종신형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일단 가입할 경우 오래 살수록 유리한 셈이다. 수급 기간이 길어져 연금액이 주택 가격을 초과해도 손해를 주택금융공사가 감수한다. 반면 부부 모두 일찍 사망해 돈이 남으면 주택 매각 후 차액을 자녀에게 상속한다.

    유의할 것은 집 명의자 사망 후 배우자가 계속 주택연금을 받으려면 소유권이전등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소유자가 별다른 유언 없이 세상을 떠나면 집은 배우자와 자녀에게 공동 상속된다. 이때 자녀가 남은 부모, 즉 어머니 혹은 아버지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 동의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자기 몫을 요구할 경우 주택을 매각해 비율대로 나누게 된다. 이 경우 주택연금이 해지된다. 이런 문제로 배우자가 평생 살던 집에서 나가게 되고 주택연금 또한 잃는 사례는 실제로 일어난다. 이를 피하려면 주택연금 가입 시점에 주택금융공사와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맺으면 된다. 신탁방식 주택연금을 도입하려면 한국주택금융공사법 개정이 필요하다. 주택금융공사는 2019년 중 이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명의자 사후 지정한 배우자에게 연금수급권이 자동 이전되도록 하면 문제 발생 소지를 없앨 수 있다. 신탁방식 주택연금을 도입하려면 한국주택금융공사법 개정이 필요하다. 주택금융공사는 2019년 중 이를 추진할 계획이다.



     2016년 3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시간선택제 일자리 박람회’ 및 ‘경력직-중장년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중장년 구직자들이 구직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있다. [서영수 동아일보 기자]

    2016년 3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시간선택제 일자리 박람회’ 및 ‘경력직-중장년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중장년 구직자들이 구직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있다. [서영수 동아일보 기자]

    은퇴 후 필요자금 부족분 2억4500만 원을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으로만 메우는 건 힘에 부칠 수 있다. 이때는 60세 은퇴 계획을 65세로 미뤄 추가 소득을 창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OECD는 ‘5년 동안 일자리를 갖지 않은 상태’를 실질적 은퇴로 정의한다. 이를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인 평균(2011~2016년) 은퇴 연령은 남성 72.0세, 여성 72.2세다. OECD 국가 평균(남성 65.1세/여성 63.6세)보다 매우 높은 수준으로, 노인 인구 다수가 젊은 시절 일자리에서 은퇴한 뒤 어떤 방식으로든 소득활동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기간에 좀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으려면, 역시 일찍부터 설계와 준비가 필요하다. 은퇴 전월 평균 300만 원을 받던 직장인이 은퇴 후 월 150만 원 급여 수준 직장에서 10년 더 일하면 추가 소득 1억8000만 원이 생긴다. 이에 대한 자신을 갖게 되면 평소 매월 적립할 개인연금 액수를 줄이는 등 자산 마련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수 있게 된다.

    탄탄한 노후 자산 설계는 은퇴 후 찾아오는 ‘소득불안’을 잠재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행복한 노후’가 완성되는 건 아니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퇴자에게 찾아오는 불안을 소득 불안, 건강 불안, 돌봄 불안, 외로움 등으로 구분했다. 각각의 해법으로 노후소득보장, 노후공공의료, 노후사회서비스, 노후커뮤니티(공동체) 등 다층적인 사회안전망 마련을 제안했다.

    건강관리, 관계관리, 취미개발

    사회뿐 아니라 개인도 이처럼 다양한 측면에서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 자산관리와 더불어 건강 및 인간관계 관리도 꾸준히 해나가는 게 좋다. 많은 사람이 은퇴 후 취미생활 등을 하며 즐겁게 보낼 것을 기대하지만,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통계청이 2015년 발표한 ‘여가활용 만족 비율’ 통계에 따르면 여가생활에 만족한다는 65세 이상 응답자는 16.6%로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25.9%), 40대(25.6%), 50대(23.4%)보다 오히려 낮았다.

    건강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은퇴 후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게 될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면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도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85~2015년 사이 노인 자살률은 60대(110.1%), 70대(163.3%), 80대 이상(126.7%) 모두 2배 이상 높아졌다. 같은 기간 10대 자살률은 8.7% 상승하는 데 그쳤다. 노인들은 경제적 어려움(40.4%)뿐 아니라 건강(24.4%), 외로움(13.3%), 관계 단절 및 갈등(11.5%)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자살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14년 보건복지부 통계)

    공적 연금을 활용하고 일찍부터 미래를 설계하면 ‘경제적 어려움’은 차근차근 해결할 수 있다. 동시에 규칙적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가족관계를 개선하며, 여가를 함께 보낼 친구 3명 이상을 곁에 두면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모든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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