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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해봤다!

중고거래 3개 앱 판매 체험기

“앱에서도 ‘밀당’이 젤 어려워”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중고거래 3개 앱 판매 체험기

  • ● 한 달 동안 중고품 9개 판매 성공
    ● 밀레니얼 세대가 이끄는 중고거래 모바일 시장
    ● 판매자가 ‘안전거래’ 기피하는 이유
    ● 직접 만나 얼굴 보고 거래하는 게 가장 속 편해
    ●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
중고거래 3개 앱 판매 체험기
“입금했습니다. 30분 후에 ◯◯역 5번 출구 앞에서 봬요.” 

“네, 확인했습니다. 노란색 니트 입고 있는 사람이 접니다.” 

4월 어느 주말 오후 3시. 나는 갑작스럽게 성사된 ‘쿨거래(중고거래 시 제품 상태나 가격 등을 따지지 않고 시원하게 구매를 확정하는 거래)’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게다가 한 동네에 사는 이웃과의 번개 만남이라니!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빠르게 채팅창에 답장을 했다. 일주일 전부터 나는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번개장터’의 판매자가 돼 잘 입지 않아 새것이나 다름없는 원피스를 판매하려고 시도했다. 

생애 첫 중고거래를 시도하는 지난 며칠 동안 제품 상태와 가격 절충을 놓고 상대편과 밀고 당기기에 맘 졸이고 지쳤던 터라, 이번에는 쿨거래를 하고 싶었다. 이 세계에서는 주로 입금 전까지 메신저나 문자 대화 3회 또는 전화 1통으로 거래를 확정 짓고, 입금도 폰뱅킹 등으로 곧바로 해 ‘쿨거래’라고 한다. 내 원피스를 사기로 한 구매자는 입금 전까지 번개톡 3번 만에 직거래를 약속했고, 입금도 5분 만에 해줬다. 

만나기로 약속한 오후 3시 30분, 지하철역 인근에서 얼굴을 마주한 채 옷을 건네받은 20대 후반의 여성은 “사진으로 본 것보다 디자인이 예쁘고 새 옷같이 옷 상태가 좋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흥정 · 결제 · 배달… 앱으로 한 번에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 메인 화면(왼쪽). 기자가 번개장터에서 판매한 상품들에 대해 구매자들이 남긴 거래 후기와 별점.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 메인 화면(왼쪽). 기자가 번개장터에서 판매한 상품들에 대해 구매자들이 남긴 거래 후기와 별점.

중고거래 앱은 본인 인증부터 매물 검색· 흥정· 거래· 결제· 배달· 후기 등록까지 앱 안에서 한 번에 이뤄지고, 보기 편한 디자인을 채택해 모바일에 친숙한 10~30대가 즐겨 사용한다. 번개장터 측에 따르면 번개장터 사용자의 80%가 10~30대라고 한다. 무엇보다 중고거래 앱은 휴대전화 번호나 소셜미디어(SNS) 계정으로 3초 만에 간편 로그인할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간단히 설명을 적으면 물품 등록이 가능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중고거래와 달리 게시물에 달린 댓글이나 쪽지를 일일이 확인 않고도 채팅 기능을 통해 구매자와 판매자가 대화할 수 있다. 

중고거래의 가장 큰 장점은 필요한 물건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판매자 역시 필요 없거나 안 쓰는 물건을 팔아 비교적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명의 다수와 ‘흥정’을 해야 하는 부담감과 번거로움 때문에 ‘판매자’가 될 생각은 선뜻 하지 못한다. 나는 이번 기회에 ‘편의성’을 무기로 내세우는 중고거래 앱의 도움을 받아 중고 판매자가 돼보기로 마음먹었다. 중고거래 앱 덕분에 큰 품을 들이지 않고도 돈을 벌었다는 후기들도 이번 결심에 한몫했다. 

2004년 개설된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를 중심으로 활성화된 중고거래 시장은 2010년 기점으로 중고거래 앱이 속속 출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의 중심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는 모바일 플랫폼은 번개장터,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이다. 2018년 11월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앱 가운데 국내 중고거래 앱의 실사용 순위는 당근마켓(171위), 번개장터(217위), 중고나라(344위) 순이다(안드로이드 다운로드 기준). 

국내 중고거래 앱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번개장터’다. 2011년 개발자 출신 장권위 대표가 개인 간 거래를 전자상거래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게 시작이다. 번개장터 시스템은 간편하게 제품 사진을 찍고 바로 게시물을 등록해 구매자와 거래하는 방식이다. 구매자 위치 기준으로 반경 2~10㎞ 범위 내에서 판매 중인 물품을 확인할 수 있는 거래편의서비스 ‘우리동네’, 거래 전용 메신저 ‘번개톡’, 편의점(CU·GS25) 택배 및 방문택배, 키워드 알리미 서비스, 카테고리별 세부 검색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한다. 

번개장터의 최대 장점은 개인 간 중고거래 피해 사례를 줄이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판매자본인인증제(실명인증), 안전결제시스템, 거래리뷰인증제(후기·별점), 거래명세서비스 ‘번개프라미스’ 등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중고나라’도 중고거래 모바일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꼽힌다. 무엇보다 중고나라는 회원 수 1700만 명, 하루 등록 중고물품 23만 개라는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와 연동돼 운영된다. 앱에 상품을 올리면 카페에도 게시물이 자동 등록되는 식이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의 사기신고 이력 조회 시스템 ‘사이버캅’, 중고제품 시세 조회는 중고나라만의 서비스로 꼽힌다. 중고나라 모바일(앱) 연간 거래액은 출시 첫해인 2016년 881억 원에서 2018년 3421억 원으로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웹에서 앱으로 이동한 중고거래

동네 이웃과 직거래할 수 있는 중고거래 앱도 있다. 대표적으로 인기를 끄는 앱은 ‘당신 근처의 마켓’이란 뜻의 ‘당근마켓’이다. 중고거래의 사기를 예방하는 확실한 한 가지 방법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대면하는 거래다. 당근마켓은 이러한 점에 주목해 여타 중고거래 플랫폼과 달리 ‘동네 직거래’를 표방한다(부득이한 경우 택배 거래 가능). 동네 인증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위치에서 6㎞ 이내 주민이 올리는 상품만 조회된다. 

2015년 7월 출시한 당근마켓은 짧은 이력에도 2018년 12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건수가 400만 건, 월간 순수 이용자 160만 명을 넘었다. 특히 물류비가 비싼 제주도에서 반응이 폭발적이다. 도민 인구 10%에 달하는 약 5만 명이 현재 당근마켓을 이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동네 주민들이 추천하는 동네 업체 정보를 모아 볼 수 있다는 것. 주민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도 인기다. 매일매일 집 근처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당근마켓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한 달 동안 중고거래 앱을 사용해본 결과 이용 방법은 매우 단순했다. 우선 앱스토어에서 앱을 내려받아 회원 가입 후 본인 인증을 거치면 ‘나의 상점’이 개설된다. 누구나 구매자이면서 판매자가 될 수 있는데, 판매자의 경우 ‘개인상점’과 ‘전문상점’을 선택해 상점을 운영할 수 있다. 개인상점을 운영하는 이들은 평범한 중고거래를 하는 1인 일반 판매자가 대부분이다. 전문상점의 경우 개인이 운영하기도 하지만 오프라인 숍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그 밖의 소감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회원 수가 많고 물건이 다양하다고 해서 거래가 다 성사되는 건 아니다’ ‘거래하다 보면 별별 황당한 일이 다 생겨 결국 ’쿨거래‘를 선호하게 된다’ ‘판매자 입장에서 안전거래는 다소 불편하다’ ‘중고거래로 얻는 기쁨과 즐거움이 크지만,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등이다. 

중고거래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거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렴한 가격만 보고 덜컥 돈 부쳤다가 사기를 당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협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돈과 물건을 주고받는다. 보통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앱 안에 마련된 ‘직거래하기’ 기능을 활용해 어느 상품을 어떤 거래 방식으로 얼마에 직거래할 것인지 협의한다. 거래 방식은 ▲상품 금액 선(先)입금 후 직접 만나서 물건 받기 ▲상품 금액 입금 후 택배로 물건 받기 ▲ 현장에서 물건 받아 상태 확인 후 상품 금액 입금하기 ▲ 먼저 물건을 택배로 받고 상품 금액 입금하기 등 크게 네 가지다. 

협의가 마무리되면 앱 안의 ‘계좌정보 보내기’ 기능을 통해 판매자의 계좌정보를 구매자에게 보낸다. 구매자는 상품 금액을 판매자의 계좌로 입금하고 입금 완료 사실을 판매자에게 알려준다. 대면 거래 시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서 만나 물건을 받고, 택배 거래 시에는 배송 주소로 물건을 보낸다.


‘상품수령’ 확인 안 하면 대금 수령 늦어져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 과(왼쪽) 
‘중고나라’(오른쪽).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 과(왼쪽) ‘중고나라’(오른쪽).

편리함과 신뢰를 무기로 삼는 중고거래 앱은 저마다의 안전거래(안전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안전거래는 전자상거래에서의 매매 보호 서비스로, 비대면 거래 피해 방지를 위해 거래대금의 입출금을 제3의 회사에 맡기는 시스템이다. 구매자가 업체에 대금을 결제하면 판매자는 상품을 발송한다. 구매자가 물건을 받은 후 하자가 없는지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상품수령’을 확인하면 대금이 바로 판매자에게 입금된다. 만약 구매자가 깜빡하고 ‘상품수령’을 확정하지 않으면 판매자는 일주일 뒤 자동으로 판매자에게 대금이 입금된다. 또 물건에 하자가 있어 환불하고 싶으면 결제 취소를 하면 된다. 

중고나라는 네이버페이를 차용해 쓰고 있고 번개장터는 ‘번개페이’와 ‘번개송금’ 등 자체 안전결제 시스템을 만들었다. 계좌이체는 물론 휴대전화 결제, 신용카드로도 결제 가능하고, 결제 방법별로 수수료도 차등 부과된다. 번개장터는 구매자가 건당 500원을, 중고나라는 판매자(결제 방식에 따라 수수료 상이)가 부담한다. 

안전거래는 말 그대로 안전성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판매자 처지에서는 다소 불편한 게 사실이다. 특히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를 기피하게 된다. 판매자가 물건을 받아보고 난 뒤에야 대금 수령이 가능하고, 물건을 받았더라도 구매 결정을 하지 않으면 판매자는 일주일 이상 늦게 돈을 입금받기 때문이다. 그사이 구매자가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일부 사용 후 반품하는 경우도 발생해 판매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 판매자는 배송 전 물건의 상태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 포장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할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4월 번개장터가 발표한 ‘2018년 번개장터 인기 거래품목 TOP 10’을 보면 의외의 품목들이 눈에 띈다. 바로 스타 굿즈다. 패션잡화, 여성의류, 남성의류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한정판 사진이 포함된 CD 앨범, 콘서트 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LED(발광다이오드) 응원봉, 포토카드 등 주로 아이돌 그룹과 관련된 상품들이 거래된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10대부터 30대로 구성된 번개장터 주 사용자의 상당수가 물건 판매자이자 소비자인 셀슈머(Sell-sumer)로 연예인 굿즈 외에도 생필품까지 중고로 거래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중고거래 시장의 중심축이라는 얘기와 같다. 이들은 중고거래를 알뜰한 소비 습관을 넘어 ‘트렌디한 소비’로 인식한다. 절판된 책, 스타 굿즈, 수공예품, 빈티지 물건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창구로 중고시장을 이용하는 것이다. 나 역시 최근 군 입대를 앞둔 후배를 위해 걸그룹 ‘레드벨벳’ 한정판 앨범을 중고거래 앱을 통해 구입에 성공한 적이 있다.


중고시장,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

지난 한 달 동안 3개 중고거래 앱을 통해 성사된 거래는 총 11건. 그중 판매에 성공한 물건은 다음과 같다. 옷(원피스·스커트·재킷) 4벌, 신발(로퍼·운동화) 2켤레, 화장품 2개, 벽걸이 에어컨 1대 등이다. 34일 동안 총 9개 물품을 팔았다. 구매 물건은 자전거 거치대(자전거 거치대 판매자를 만나 보니 자전거 상점을 운영하고 있어 바퀴 교체 서비스를 함께 받았다)와 스타 굿즈 등 총 2건이다. 중고거래 앱을 통해 거둬들인 수입은 총 33만7000원. 뜻밖의 수입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모든 거래가 수월하게 이뤄진 건 아니다. 중고거래 시작 첫날, 가장 먼저 올린 물건은 고가의 파운데이션. 정가(6만8000원)의 반값에 판매한다는 글을 번개장터, 중고나라, 당근마켓에 차례대로 올렸다. 친구한테 생일선물로 받은 거였는데 내 피부 톤보다 어두워 개봉하지 않은 상태로 석 달 넘게 화장대에서 잠을 자고 있던 거였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당일 저녁 채팅 메신저로 5명이 구입 문의를 해왔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거래가 불발됐다. 구매할 것처럼 이것저것 다 묻고 결국 사지 않은 사람은 양반 축에 속한다.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깎아달라고 조르거나 직거래하기로 약속해놓고 갑자기 잠수를 탄 사람, 이틀이 지나도록 입금을 하지 않는 등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경험했다.


판매자를 춤추게 하는 선한 댓글

파운데이션 화장품은 우여곡절 끝에 한 30대 여성에게 팔렸다. 그날 늦은 밤 휴대전화 수신음이 울렸다.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거래했어요. 감사합니다.”라는 후기가 내 개인상점 댓글란에 달렸다. 3개 중고거래 앱 모두 실제 거래가 이뤄지고 나면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거래 후기와 함께 별점 평가(5점 만점)를 매길 수 있게 돼 있다. 이 후기와 별점은 판매자의 신뢰를 가늠케 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즉 거래가 성사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좋은 내용의 후기와 별점을 받는 거다. 

30대 여성이 나에게 남긴 별점은 5개. 나는 해당 후기에 “이제야 화장품이 진짜 주인을 만났네요. 거래 감사합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중고거래야말로 건전한 자원의 순환이자 공유경제의 한 형태임을 절감했다. 자리만 차지하던 물건을 이렇게 돈을 받고 처분할 수 있으니 얼마나 남는 장사인가. 한편 그동안 필요도 없는 물건을 너무 많이 싸안고 살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 앞으로도 중고거래 앱을 이용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예스’다. 중고거래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는 이유다.




신동아 2019년 6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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