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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이 빚은 작품에 숨이 멎었다”

우도, 가파도, 비양도...제주 ‘섬 속의 섬’

  • 조규희 기자 playingjo@donga.com

“신들이 빚은 작품에 숨이 멎었다”

  • 섬인 제주도에서 또 다른 섬으로 가는 건 마트에서 제품을 덤으로 얻는 ‘1+1’ 느낌이다. 짧은 시간 바다를 건널 때의 상쾌함, 옥빛 제주 내해(內海)의 이국적인 풍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1만8000여 신의 고향 제주에서 각각의 섬에 머무는 특색 있는 신들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8개의 유인도와 71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제주도의 또 다른 이름은 ‘신들의 고향’이다. 제주는 마을마다 신들이 머무는 당(堂)이 있는데, 이는 마을을 수호하고 모든 일을 관장하는 신을 모신 성소(聖所)다. 마을의 토지나 주민의 생사화복 등 제반 사항을 수호하는 신을 모신 본향당부터 아이들의 성장과 건강을 돕는 일뤠당, 해녀와 어부들의 바다 일을 관장하는 돈짓당 등 7~8개의 당이 있다. 신들의 고향인 만큼 제주도의 섬들은 신들이 빚은 듯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천연기념물인 마라도와 차귀도, 청보리 섬 가파도, 고요의 섬 비양도 등 아름다운 제주의 섬을 소개한다.

아름다운 산호섬 ‘우도’

우도.

우도.

조선 선조 10년(1597) 29세의 청년 임제는 과거에 급제한 소식을 제주목사인 부친에게 알리기 위해 고향을 떠나 제주에 도착했다. 임제가 고향을 출발해 제주에 머물다 다시 돌아가는 4개월간의 여정을 기록한 일기체 기행 수필 ‘남명소승(南溟小乘)’에는 당시 제주에서 우도로 들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시인 곽재구의 ‘포구기행’에는 임제의 수필 일부가 다음과 같이 실렸다. 

“정의 현감을 만나 함께 배를 타고 우도로 떠났다. 관노는 젓대를 불고 기생 덕금이는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 성산도를 빠져나오자 바람이 몹시 급하게 일었다. 뱃사공이 도저히 건너갈 수 없다고 말하자 나는 웃으며 ‘사생(死生)은 하늘에 달렸으니 오늘의 굉장한 구경거리를 놓칠 수 없다’고 하였다. 바람을 타고 배는 순식간에 우도에 닿았다. 이곳의 물빛은 판연히 달라 흡사 시퍼런 유리와 같았다. 이른바 ‘독룡이 잠긴 곳이라 유달리 맑다’는 것인가.” 

그때나 지금이나 우도의 바다는 남다르다.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소섬’ ‘쉐섬’으로 불려온 우도는 제주도 성산항과 종달항에서 배로 15분 거리다. 섬 길이는 3.8㎞, 둘레는 17㎞다. 쉬지 않고 걸으면 섬 일주를 하는 데 3~4시간 걸리지만, 우도 순환버스를 타고 주요 관광 명소(검멀레해변, 우도봉, 홍조단괴해변, 하고수동해변 등)에 내려 실컷 구경하는 것도 좋다. 관광과 함께 근처 카페에서 ‘우도땅콩라테’를 즐기며 휴식을 즐긴 뒤 15~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순환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선착장 입구에서 자전거와 바이크를 빌려 타고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마라도’

마라도.

마라도.

무엇인가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고 싶다면 마라도에 가보자. 대한민국 최남단 섬인 마라도는 29만7520㎡(약 9만 평) 규모의 섬으로 남북 최장 길이는 약 1.3㎞다. 가장 높은 곳이 해발 39m로, 섬 전체가 가파르지 않아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섬 한 바퀴를 도는 데 1~2시간 남짓 걸린다. ‘칡넝쿨이 우거진 섬(麻羅島)’이라는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 당초 원시림이 울창한 숲이었으나 화전민의 개간으로 숲이 모두 불타 없어져 지금은 섬 전체가 낮은 풀로 덮였다. 



마라도는 대한민국의 ‘땅끝’이라는 상징성 외에도 다양한 해양생물과 해양생태계 등으로 2000년에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제423호)로 지정됐다. 초원 위에 세워진 작은 건물과 가을만 되면 장관인 억새 사이에서 사색에 잠기거나 누군가의 손을 잡고 말없이 걷기에 좋다. 

할망당, 처녀당, 비바리당으로 불리는 마라도 본향당도 가볼 수 있다. 돌담으로 둥그렇게 쌓아두고 그 안에 제단을 마련했는데,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당이 있는 바위에 올라서면 바람이 세게 분다 하여 이를 금기시한다. 

제주도 운진항,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30분 정도 걸린다. 정기여객선과 관광유람선이 하루 수차례 왕복 운항한다.

바다일 바빠 뿌려놨던 청보리 섬 ‘가파도’

가파도.

가파도.

공식적으로 가파도 출입을 허가한 시기는 1751년(영조 27). 당시 제주목사가 나라에 진상하기 위해 소 50마리를 방목하면서 40여 가구 주민의 섬 출입을 허가했다. 지형이 평탄하고 풀이 많이 자라고 바다가 자연 경계가 돼 울타리가 필요 없는 가파도는 조선실록 곳곳에 말과 소를 길렀던 곳으로 기록돼 있다. 

지금은 바람에 넘실거리는 청보리밭으로 유명하다. 바다일에 바쁘고 일손이 부족한 주민들은 파종을 하면 잘 자라는 보리농사를 지었다. 다 자란 가파도 보리는 1m를 훌쩍 넘는다. 바닷바람에 넘실거리는 청보리밭을 보고 있으면 세상일에서 초연해진다. 청보리밭과 돌담길이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1~2시간이면 섬 전체를 걸을 수 있다. 

가파도를 걷다 보면 돌무더기를 볼 수 있다. 신석기시대 고인돌로 제주도에 있는 180여 기의 고인돌 중 135기가 가파도에 있다. 누군가의 무덤인지, 다른 존재를 향한 소망의 흔적인지 알 수 없으나 가파도의 역사를 조용히 말해준다. 청보리 관광과 올레길이 조성되면서 하루에도 3~4회 여객선이 왕복 운항하는 섬으로 제주도 운진항에서 탈 수 있다.

고요함을 즐기려면 ‘비양도’

비양도.

비양도.

제주 한림읍 협재해수욕장에서 보이는 섬인 비양도는 의외로 등잔 밑이 어두운(?) 곳이어서 인적이 드물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애기 업은 돌과 코끼리 바위를 볼 수 있다. 돌과 함께 여행 사진을 남기고 등대로 향하다 보면 대나무 숲과 갯무꽃 동산을 만날 수 있다. 비양도는 2~3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중국에 있던 한 오름이 갑자기 날아와 생겼다는 비양도 전설에 따르면, 이 오름이 제주 협재리 앞바다에 들어앉자 바닷속에 있던 모래가 넘쳐 올라 해안가와 집들을 덮쳤다. 그래서 지금도 모래 밑을 파보면 당시 사람들이 쓰던 그릇들이 나오고 부드러운 밭흙도 볼 수 있다. 여유로운 시간을 땅 파는 일에 소비하진 말자.

사람 발길을 허락한 천연기념물 ‘차귀도’

차귀도.

차귀도.

제주에서도 가장 잘생긴 섬, 아름다운 섬으로 꼽히는 차귀도는 대섬, 지실이섬, 와도 등 3개 섬과 수면 위로 솟은 암초로 구성된 무인도다. 2000년 7월 국가 천연기념물(제422호)로 지정돼 출입이 금지됐다가 2011년 말 대중에게 개방했다. 섬에는 들가시나무 · 곰솔 · 돈나무 등 13종의 수목과 해녀콩, 갯쑥부쟁이 등 62종의 초본류 등 총 82종의 식물이 자란다. 

제주에서 가장 큰 무인도인 대섬은 천혜의 낚시터로 유명하다. 참돔, 돌돔, 자바리 등이 강태공을 유혹한다. 1~3월과 6~12월 사이에는 손맛을 즐기려는 낚시꾼이 많이 찾는다. 제주 한경면 고산리 자구내포구에서 유람선을 타고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신동아 2020년 6월호

조규희 기자 playingj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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