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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맛 이야기’

매실청 대신 매실잼, 수박화채 다음엔 수박잼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매실청 대신 매실잼, 수박화채 다음엔 수박잼

갖가지 과일, 채소로 만드는 당절임은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Gettyimage]

갖가지 과일, 채소로 만드는 당절임은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Gettyimage]

소금과 간장을 신나게 사용하며 풋풋한 향 채소와 알싸한 마늘과 매운 고추 저장을 마쳤다. 밥숟가락 들 힘까지 땀으로 빠져버리는 한여름 반찬으로 냉장고 한 칸이 그득 찼다. 여름 식료품점의 진열대에는 색색 과일이 등장한다. 참외, 체리, 매실, 살구, 복숭아, 수박, 포도, 무화과 등등이다. 상상만으로도 코에 단향이 감돌고, 시원하고 단맛이 입안에 차오르는 것 같다. 

여름 과일은 냉동할 게 아니라면 보관해 먹을 생각을 잘 안 한다. 그대로도 충분히 맛있고, 달고 물이 많다. 아차하면 무르거나 상한다. 하나하나 개성 넘치는 과일로 당절임을 만들어두면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과일 비법 소스를 갖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절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역시 잼. 대체로 먹다 남은 무른 과일로 잼을 만드는데, 생생한 과일로 만들어야 재료의 산뜻한 향이 들고, 고유한 맛도 진하며, 오래 보관해도 쉬 상하지 않는다.

설탕 하나로 묶어두는 이 계절의 맛

제철 복숭아도 훌륭한 잼 재료가 된다. [Gettyimage]

제철 복숭아도 훌륭한 잼 재료가 된다. [Gettyimage]

나처럼 작은 식구 가정의 먹을거리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수박은 버거운 과일이다. 아무리 조각으로 구입해도 남아돈다. 게다가 두툼한 껍질은 많이도 남는다. 이럴 때 만드는 게 수박잼이다. 검은 줄무늬가 있는 진한 초록 껍질은 얇게 벗긴다. 연한 초록과 흰 부분은 과육과 함께 깍두기처럼 썬다. 귀찮더라도 씨는 보일 때마다 걷어낸다. 물이 많고 워낙 달콤한 과일이니 설탕은 수박 무게의 8분의 1 정도만 준비해도 된다. 이후 방법은 다른 과일 잼 만드는 것과 같다. 수분이 많기에 약한 불에서 꽤 오래 저어가며 끈기 있게 끓여 잼 농도를 만드는 일이 다를 뿐. 이렇게 잼을 만들면 껍질 부분 과육이 살아 있어 씹는 맛이 느껴진다. 뜨거울 때 잘 보관해두면 12월에도 수박 맛 잼을 빵에 발라 먹을 수 있다. 

매실은 청으로 주로 만들지만 잼도 해볼 만하다. 매실 꼭지를 따서 준비하는 것까지는 같다. 냄비에 매실을 넣고 설탕을 매실 양의 반 정도 붓고 골고루 섞어 30분 정도 둔다. 불을 켜고 매실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저어가며 졸인다. 그대로 차게 식혀 씨를 일일이 건져낸다. 씨가 큼직해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과육만 남은 냄비를 다시 불에 올려 약한 불에서 잼 농도가 나도록 끓여 뜨거울 때 병에 담아 보관한다. 무르익은 황매실로 만들면 당연히 더 맛있다. 

여름 복숭아도 놓칠 수 없다. 복숭아는 부드럽고 달콤한 과육을 그대로 살려 먹도록 하자. 껍질 벗긴 복숭아는 씨를 피해가며 큼직큼직하게 썬다. 냄비에 복숭아가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물 양 3분의 1 정도의 설탕과 레몬즙 조금을 넣고 아주 약한 불에서 뭉근하게 과육이 무르지 않도록 15~20분 동안 끓인다. 뜨거울 때 병에 담아 뚜껑을 덮어 뒤집어서 식힌다. 잼이라기보다는 과육을 즐기는 ‘콤포트’라고 할 수 있다. 



살구는 반 갈라 씨를 뺀 다음 매실과 비슷한 방법으로 잼을 만들면 된다. 나는 살구나 복숭아처럼 부드러운 과육으로 잼을 만들 때 마른 크랜베리나 건포도를 준비해 과일과 함께 넣고 끓인다. 먹을 때 쫄깃하게 씹는 맛과 새콤함을 더해준다.

무궁무진 당절임의 세계

감귤류로 청을 만들 때는 껍질 째 얇게 씨만 발라내고 차곡차곡 설탕과 함께 재우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하면 과즙과 과육 알갱이가 설탕 국물에 녹아들며 맛이 밴다. 이보다 한결 쓸모 있게 당절임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레몬을 준비했다면 길이로 한 번 썰고, 다시 그것을 길이로 반 썰어 두툼한 반달 모양을 네 조각 만든다. 이것을 소독한 병에 잘 담는다. 청은 대체로 설탕과 물 비율이 1:1이지만 이번에는 설탕을 물의 3분의 2 정도로 줄여도 된다. 설탕과 물을 섞어 냄비에 넣고, 설탕이 녹을 정도로 한소끔 끓여 뜨거울 때 레몬 위에 천천히, 골고루 끼얹어 한 김 날아가면 바로 뚜껑을 덮고 뒤집어서 그대로 식힌다. 이렇게 뜨거운 시럽으로 청을 만들어두면 국물뿐 아니라 껍질째 썰어 먹는 과육 맛까지 볼 수 있다. 청의 맛도 설탕을 천천히 녹여 만든 것보다 한층 깊고 은은하다. 뜨거운 설탕물을 끼얹은 청을 살펴보면 과육 표면이 조금씩 투명하게 익어간다. 일반 청처럼 중간에 과육과 국물을 분리하지 않아도 되니 한편으로는 편리하다. 

껍질 먹는 청을 만들려면 감귤류보다는 레몬, 자몽, 오렌지 등이 좋다. 수입 과일은 껍질에 묻은 농약이 다소 걱정되니 제주산 레몬과 팔삭, 탱자 같은 국산 과일을 활용한다. ‘제주 자몽’으로 불리는 팔삭은 껍질 벗기기가 쉽지 않고, 과육 맛이 끝내주지도 않는다. 큼직한 팔삭이야말로 끓인 설탕물에 재워 익혀 먹기 딱 알맞은 과일이다. 약재로 많이 사용하는 탱자 역시 과일 자체로 먹는 경우는 드물다. 탱자는 알이 작으니 반으로 잘라 청을 만들면 된다. 팔삭과 탱자 모두 제철에는 싼 값에 많은 양을 구입할 수 있다. 

나는 올해 이른 봄 구한 제주산 팔삭으로 담가 둔 청을 가지고 푸성귀 샐러드를 실컷 해먹는 중이다. 팔삭 청 국물은 단맛만 진한 게 아니라 쌉싸래한 맛과 향까지 있어 입맛을 돋우기에 그만이다. 팔삭 청 국물에 소금을 넣어 꽤나 짭짤하게 간을 맞춘다. 잘 익은 팔삭 덩어리를 꺼내 껍질 째 얇게얇게 썰어 넣는다. 마지막으로 양파를 굵직하게 다져 넣고 냉장실에서 서로 맛이 어우러지게 한두 시간 동안 둔다. 샐러드를 먹기 전 식초 두어 숟가락, 식물성 오일 너덧 숟가락을 넣고 열심히 저어 드레싱으로 먹는다. 식초는 맛이 너무 세지 않은 사과식초, 와인식초 등을 추천한다. 양파를 넣을 때 먹고 남은 토마토, 사과, 참외 같은 재료를 큼직하게 썰어 같이 재웠다가 샐러드에 끼얹어 먹어도 맛있다. 

당절임을 위한 재료가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주변 계절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당절임은 무궁무진하다. 껍질을 넣을지 말지 정하고, 재료가 가진 수분 양에 대비해 설탕 양을 고려하며(맛이 달지 않고, 물이 많이 생기지 않으면 끓이는 중간에 설탕을 넣어도 된다), 다른 재료 혹은 계피 같은 향신료를 곁들일지 말지 등 몇 가지만 골똘히 생각해보면 된다. 

과일뿐 아니라 양파, 당근, 파프리카, 토마토, 생강도 잼이 되며, 밤, 고구마, 단호박, 땅콩 등은 달콤하고 농후한 스프레드로 변신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 두면 빵이나 크래커에 발라 먹을 뿐 아니라 요거트와 아이스크림에 얹어 먹고, 파이나 구운과자를 만들 때 사용하고, 드레싱과 소스, 고기를 재울 때, 발효 치즈와 햄의 토핑, 음료를 만들 때 등 참으로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다.



신동아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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