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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나] MZ세대가 고려청자 액세서리에 푹 빠진 이유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사바나] MZ세대가 고려청자 액세서리에 푹 빠진 이유

  • ● ‘고리타분한 옛것’ 고정관념 깬 전통의 ‘힙’한 변신
    ● 전통 의미 강조하되 현대 감성·라이프스타일 반영
    ● SNS에서 유행하는 ‘할메니얼(할머니+밀레니얼 세대)’ 취향
    ● 코로나 불황에 지친 MZ세대, 옛것에서 위로와 즐거움 찾아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전통매듭 디자인 브랜드 ‘송오와매선’이 만든 공예품. [텀블벅 홈페이지 캡처]

전통매듭 디자인 브랜드 ‘송오와매선’이 만든 공예품. [텀블벅 홈페이지 캡처]

대학생 한소라(24) 씨는 8개월 전부터 온라인으로 한국 전통매듭 공예 수업을 듣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강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시작한 취미 생활이다. 그가 전통매듭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전통매듭 디자인 브랜드 ‘송오와매선’의 감각적이고 세련된 작품 사진을 접하고부터. 강렬하고 쨍한 주황색 끈과 싱그러운 녹색 끈을 엮어 만든 전통매듭 공예품이 ‘힙(hip)’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독특한 매력이나 개성을 묘사할 때 ‘힙하다’라는 표현을 쓴다. 

한씨는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전통매듭을 보긴 했지만 그때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젊은 디자이너가 전통을 현대 감성으로 재해석해 대중적 스타일로 만들어낸 걸 보며 ‘나도 이런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송오와매선’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진행한 후원 펀딩에는 97명이 참여했다. 이들이 모아준 돈은 281만7000원으로, 당초 ‘송오와매선’이 목표로 한 50만 원의 563%에 달했다.

‘고리타분한 옛것’ 고정관념 깬 전통의 ‘힙’한 변신

고려청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기념품. [국립중앙박물관문화상품숍 홈페이지 캡처]

고려청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기념품. [국립중앙박물관문화상품숍 홈페이지 캡처]

직장인 변세훈(32) 씨는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이 온라인 사이트 ‘뮤지엄숍’에서 판매하는 공식 굿즈(기념품)를 자주 구매한다. 가장 최근에 산 건 ‘고려청자 운학문 스마트톡’. 스마트폰에 붙여 손잡이로 사용하는 액세서리다.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의 신비로운 푸른빛(비색)과 학 69마리가 날아가는 문양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 제품 디자인이 변씨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부터 고려청자 문양을 활용한 굿즈 시리즈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변씨가 구매한 스마트톡 외에도 많은 제품이 SNS 등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 새 제품이 나오는 날 구매자가 몰려 ‘뮤지엄숍’ 사이트가 일시 마비된 일도 있다. 변씨는 “꼭 국립중앙박물관 굿즈가 아니라도 요즘 전통 문양을 활용한 디자인 제품이 다양하게 나온다”며 “얼마 전 취업한 후배에게 조선시대 민화 ‘어변성룡도’가 그려진 휴대전화 케이스를 선물했더니 무척 좋아하더라”고 밝혔다. 어변성룡도는 물고기가 변해 용이 된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그림으로, 조선시대에 과거 급제나 출세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널리 쓰였다. 변씨는 “전통적 고전미와 현대적 세련미가 어우러진 작품에 독특한 의미까지 담겨 있어 선물하면서도 마음이 뿌듯했다”고 흡족해했다.



전통 기반 위에 현대 감성·라이프 스타일 반영

한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의상으로 화제를 모은 걸그룹 블랙핑크. [동아DB]

한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의상으로 화제를 모은 걸그룹 블랙핑크. [동아DB]

한때 우리 전통은 ‘고리타분한 옛것’처럼 여겨졌다. 지금은 다르다. 앞선 두 사례처럼 전통문화의 현대적 변용에 열광하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가 많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블랙핑크’는 지난해 6월 발표한 노래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 피날레 부분에서 세련된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 크롭톱(허리선 아래로 기장이 짧은 상의) 스타일 저고리와 과감한 문양이 큰 화제였다. 이 뮤직비디오 영상은 유튜브에서 2월 중순 현재 7억60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댓글도 404만 개 넘게 달렸다. 누리꾼들은 “누가 전통 한복을 크롭톱으로 만들어 입을 생각을 하겠느냐”며 “발상이 참신하다” 등 찬사를 쏟아낸다.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 시청자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 한국 관광 홍보 영상 ‘한국의 리듬을 느끼세요(Feel the Rhythm of Korea)’ 또한 과거와 오늘의 매력적인 조화를 보여준 콘텐츠다. 이 영상 배경음악으로 쓰인 국악밴드 ‘이날치’ 노래 ‘범 내려온다’는 2월 중순 유튜브 조회수 4600만 건을 넘겼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전통에 기반을 두되 현대적 스타일과 B급 코드 같은 하위문화 요소를 잘 녹여낸 콘텐츠”라고 평가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할매입맛’을 검색하면 노출되는 게시물들.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서 ‘할매입맛’을 검색하면 노출되는 게시물들.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할매 입맛’ 열풍도 전통과 현대의 어우러짐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특징을 확인케 한다. 할매 입맛은 인절미·쑥·흑임자·검은콩·미숫가루 등 향토 식재료를 이용해 만든 음식을 좋아하는 경향을 일컫는 신조어다. 2월 중순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할매 입맛’을 입력하자 ‘인절미라떼’ ‘흑임자아이스크림’ 같은 관련 음식 게시물이 2만7000개 이상 노출됐다. 자칭 ‘할머니 감성’에 빠진 MZ세대는 이런 게시물에 ‘할밍아웃(할머니+커밍아웃)’ ‘할메니얼(할머니+밀레니얼 세대)’ 같은 해시태그(#·검색을 쉽게 도와주는 기호)를 덧붙이기도 한다.

불황에 지친 MZ세대, 옛것에서 위로와 즐거움 찾아

그렇다면 최근 MZ세대가 옛날 감성에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그 배경에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유행하는 복고 열풍’이 있다고 진단한다. “삶이 고단하고 팍팍할 때면 사람들은 과거 좋았던 시절을 돌아보는 경향이 있다. 최근 코로나19 유행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다 보니, MZ세대가 옛날 감성에서 위로와 즐거움을 찾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MZ세대가 전통문화 유산에 관심을 갖는 건 기존 콘텐츠에서 볼 수 없던 차별성 덕분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박기수 교수는 “요즘 젊은이가 전통에 담긴 의미에 깊이 매료됐다거나 우리 선조들의 정신문화를 향유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전통의 변신이 현대적이고 새롭다 보니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쿨’하게 즐기는 것뿐”이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가치나 현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하지만 깊이 몰입하지는 않는 게 MZ세대 특성”이라는 게 박 교수 생각이다.



신동아 2021년 3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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