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1 : 친분으로 변호사비 대폭 줄여?
李 재판서 13개 로펌, 30여 명 변호인단 선임
李 “변호인은 14명, 수임료는 2억5000만 원”
元 “李 해명 사실이라면 김영란법 위반, 거짓이면 뇌물”
의혹 2 : 제3자가 李 변호사비 대납한 것인가?
이태형 “수임료만 3억5000만, 주식 20억 받아”
李 변호인단, S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로 이름 올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018년 10월~2020년 9월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사용한 변호사 비용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동아DB]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의 11월 13일 논평 내용 일부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하 대장동 의혹)에 이어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후보가 공직선거법(이하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동안 대규모 변호인단의 변호를 받았고, 그 변호비의 대부분을 이 후보가 아닌 다른 사람(혹은 회사)이 대납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야권은 변호사비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후보가 변호사비를 기존 가격에 비해 300만 원 이상 덜 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을 어겼다고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제3자가 변호사비를 대신 냈다면 뇌물 수수 혐의를 받을 수 있다.
논란이 커지자 11월 15일 수원지방검찰청 공공수사부는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내역 등을 보관하고 있는 법조윤리협의회와 서울지역 세무서 네 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30명 변호인단 변호사비가 2억5000만 원?
이 후보의 변호사비 논란 시작은 경기지사에 당선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후보는 제7회 지방선거 직후인 2018년 10월부터 2020년 9월까지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1·2·3심을 거쳐 파기환송심에 이르기까지 약 2년에 걸쳐 재판을 받았다.이 과정에서 이 후보는 30여 명의 변호인을 선임했다. 화우, LKB, 평산, 소백, 중원, 김앤장, 다산, 덕수 등 10여 곳 로펌 소속의 변호사들은 물론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검사장 출신도 포함돼 있는 변호인단이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인단의 규모와 면면만 봐도 수십억대 수임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밝힌 변호사 수임 비용은 2억5000만 원이다. 이 후보는 10월 18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4명의 변호사에게 2억5000만 원을 변호사비로 지급했다”며 “(선임한 변호사들이) 대부분 사법연수원 동기거나 대학 친구들”이라고 밝혔다. 친분이 있어 저가 수임이 가능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변호사의 수가 30명이 아닌 14명인 데 대해서는 “사임한 1개 법인과 지지 차원에서 (선임계에) 서명한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임 회장 세 분까지 해서 총 14명”이라며 “한 사건에 변호사 이름 3~6명을 올리는 로펌은 한 곳당 1명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정감사를 생중계로 지켜보며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 후보가) 연수원 동기라서 (변호사가 수임료를) 할인해 줬다거나, 무료로 (변호를) 해줬다고 이야기하는데 전부 김영란법(청탁금지법)상 위반, 제3자가 (변호사 비용을) 내줬다면 뇌물”이라고 지적했다. 11월 16일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는 이 후보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이 후보의 재판에 참여한 변호사 한 명의 수임료가 20억 원이 넘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만든 정당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이하 깨시민당)은 10월 7일 이 후보를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깨시민당은 같은 날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출신 이태형 변호사가 이 후보 사건을 맡아 수임료로 현금 3억 원과 주식 20억 원어치를 받았는데도 이 지사가 거짓 해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11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진태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뉴스1]
부인 구하며, 李 법률 측근 된 이태형 변호사
이 변호사는 2018년 10월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명예훼손 사건 변호를 맡으며 이 후보와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당시 김씨는 트위터에서 적극적으로 이 후보를 지지하는 계정 ‘혜경궁 김씨(@08__hkkim)’의 실소유주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 계정은 2017년 10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전해철 의원(당시 경기도지사 후보 당내 경선에서 이 후보의 경쟁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을 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2018년 11월 “수사 결과 김씨가 이 계정의 소유주가 맞다”고 발표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검찰 송치 직후 이 변호사가 김씨 변호를 맡았다. 변호인 선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12월 11일, 검찰은 증거불충분이라는 이유로 김씨를 불기소처분 했다. 법조계에서는 “불기소처분을 이끈 핵심 인물이 이태형 변호사”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김씨 사건을 맡은 곳이 수원지검인데 이 변호사가 수원지검 공안부장을 지낸 이력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민구 깨시민당 대표도 “(이 변호사에 대한) 녹취록이 6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김씨 사건에서 자신이 어떻게 했는지(불기소처분을 이끌어냈는지)에 대한 내용”이라 밝혔다.
이후 이 변호사는 이 후보의 선거법위반 사건의 1·2심 변호인으로도 선임됐다. 지금까지도 이 후보와 관계를 이어와 현재는 이 후보 대선 캠프의 법률지원단에 소속돼 있다. 깨시민당은 “이 변호사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이 재판의 변호 비용으로 얼마를 받았는지 이야기하는 녹취를 입수했다”고도 밝혔다.
이 대표는 “다른 녹취록에서 이 변호사는 통상 착수금 5000만 원, 성공 보수로 3억 원을 받는다고 말했다”며 “이 후보의 재판에서는 (이 변호사가) ‘3년 뒤 팔 수 있는 주식 20억 원어치를 받았다’고도 말했다”고 밝혔다. 이후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가 변호사비로 쓴 금액이 2억5000만 원이라고 해명하자 깨시민당은 10월 21일 재차 “이 후보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대검에 추가 고발했다.
이재명 캠프 측은 고발 직후 입장문을 통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캠프 측은 “특정 단체 소속 인사가 의도를 갖고 이 후보를 왜곡·음해한 것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이미 확보했다”며 “고발 단체가 이 후보를 무고한 데 대해 즉각 사과하고 고발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관용 없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李, 변호인 다수 S그룹 관계사 사외이사
야당 및 깨시민당 관계자들은 이 변호사가 녹취록에서 언급했다고 알려진 주식이 S사의 전환사채(CB·Convertible Bond)라 보고 있다. 전환사채는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일정 기간이 흐르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이 대표는 “(이 변호사 관련) 녹취록에 언급된 ‘3년 뒤 팔 수 있는 주식’이 S사의 전환사채일 것”이라 주장했다.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10월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S사가 5명의 개인투자자에게 수익을 몰아준 정황이 있다”며 “이 5명이 이 후보의 변호인단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이 당시 밝힌 근거는 이렇다.
“S사는 지난해 4월 3일 CB를 발행해 45억 원을 조달한 뒤, 올해 3월 조기상환권을 행사해 4월 발행한 CB를 모두 회수했다. S사는 이 CB를 6월 10일 앞서 언급된 신원 미상의 5명에게 48억6000만 원에 매각했다. 당시 S사 주가는 이스타항공 인수 참여 소식으로 단기 급등해 CB의 가격도 100억 원으로 올랐다.”
이 후보의 변호인단 중 4명은 이 기간 S사와 그 계열사의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린 이력이 있다. S그룹은 △S사 △V사 △N사 △M사 △I사 등 5개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이 변호사는 2019년 3월~올해 1월까지 V사의 사외이사를 맡았다. 이 변호사가 설립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3명도 각각 2020년 3월부터 S사, V사, M사의 사외이사와 감사를 맡고 있다.
S사는 10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 자료에서 S사는 “아무 근거도 없는 의혹 제기로 애꿎은 기업들이 피해를 본다. 기업의 이미지는 물론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한 것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통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 밝혔다. 이 후보 캠프 측에서도 입장문을 통해 “S사와 이 후보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10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 “경찰·검찰의 압수수색영장 필요 없이 (변호사비 관련) 계좌 추적 및 조회에 모두 동의하겠다. 얼마든지 (계좌 추적) 하시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한편, S사가 2018년 11월 발행한 CB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의 자금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동아일보’는 10월 28일 “S사가 100억 원어치 CB를 전량 인수한 곳은 S사의 소유주 김모 전 회장의 개인회사 ‘C인베스트’다. C인베스트는 김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K그룹과 50억 원 규모의 자금 거래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K그룹이 한 상장사 인수를 위해 만든 컨소시엄 지분이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100억 원을 전달받은 B토목건설업체 나모 대표에게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S사 측은 “당시 CB 인수 자금은 상상인저축은행을 통해 마련된 것이고,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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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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