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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시멘트? 쓰레기 시멘트?...시멘트를 보는 두 가지 시선

[우그그] 폐기물 재활용한 시멘트, 오염물질·중금속 줄어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그린 시멘트? 쓰레기 시멘트?...시멘트를 보는 두 가지 시선

  • ● 의성 ‘쓰레기산’ 절반 시멘트 업계가 해결
    ● 시멘트 제조 연료·원료로 폐기물 재활용
    ● 고열로 오염물질도 대부분 태워
    ● 전문가 “폐플라스틱 처리, 시멘트 소성로가 수단”
    ● 환경단체 “소성로 질소산화물 기준 낮춰야”
    ● 환경부 “시멘트를 식수용 설비로 써도 중금속에 안전”
    ● 탄소중립 시대, 국민 눈높이 맞춘 대응 필요성
*환경 플랫폼 ‘우그그(UGG)’는 ‘우리가 그린 그린’의 줄임말로,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입니다.

강원 삼척시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의 폐플라스틱 적재 창고. 페플라스틱은 시멘트 소성 공정의 연료로 사용된다. [뉴스1]

강원 삼척시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의 폐플라스틱 적재 창고. 페플라스틱은 시멘트 소성 공정의 연료로 사용된다. [뉴스1]

한때 시멘트 제조 공장은 폐기물을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곳 중 하나였다. 2000℃가 넘는 소성(燒成) 공정에서 폐기물을 연료로 태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골칫거리였던 폐플라스틱, 폐비닐이 이 공정에 적합한 연료였다.

시멘트 업계는 폐기물 처리 능력을 십분 활용해 ‘의성 쓰레기산’을 없애는 일에도 적극 협조했다. 2016년부터 경북 의성군에 쌓여 있던 20만t 규모의 폐기물 중 절반가량(약 9만t)이 시멘트 소성로에서 불탔다. 당초 환경부는 폐기물 소각·매립시설을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각 시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시멘트 업계에 지원을 요청했다. 올해 2월이 되자 폐기물 산은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해 시멘트를 만드는 공장은 드물다. 폐기물 연료로 만든 시멘트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일부 환경단체나 공장 인근 주민들은 시멘트 업계에 “폐기물 연료 사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일도 적잖다.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했으니 대기오염 물질이 다수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멘트 업계는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환경부 조사 결과, 소성 과정에서 유연탄을 쓰는 것보다 폐기물을 쓰는 편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었다. 하지만 사실과는 무관하게 시멘트 업계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에서는 시멘트 업계가 폐기물 재활용에 나서며 ‘그린 시멘트’라 불리는 데 유독 한국에서는 ‘쓰레기 시멘트’라는 인식이 생겼다”며 한탄하고 있다. 폐기물 재활용 시멘트는 어쩌다 이런 오명을 쓰게 됐을까.

시멘트 산업, 폐기물 처리 중요 역할

폐기물 재활용 시멘트를 둘러싼 의혹을 풀려면, 먼저 시멘트 업계가 어떤 방식으로 폐기물을 이용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시멘트는 석회질, 점토질, 규석류, 산화철을 섞어 만든다. 이 재료를 모두 분쇄해 섞은 뒤 고열로 끓여 ‘클링커(Clinker)’라는 중간 생산물을 만든다. 여기에 석고를 일정 비율 섞으면 건설 현장 등에서 흔히 사용하는 시멘트가 된다.

폐기물은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 연료로 사용되거나 시멘트의 원료로 재활용된다. 원료로 재활용되는 폐기물은 점토질, 규석류, 산화철을 대체한다. 석탄재나 오니류(하수처리 침전물)가 점토 역할을 하고, 규석류는 폐주물사(廢鑄物沙)를 재활용한다. 폐주물사는 금속 제품을 주조할 때 생기는 폐기물이다. 주조는 금속을 녹여 거푸집에 붓는 방식으로 제품을 만드는 일을 말하는데, 이때 거푸집의 재료가 되는 게 주물사다. 사용 후 버려진 주물사에는 다량의 규소가 포함돼 있어 시멘트의 원료로도 쓸 수 있다. 한편 산화철은 고철을 재활용한다. 폐기물을 재활용해 원료로 쓰는 경우 그 비율은 전체 원료의 6% 남짓이다.

폐기물이 연료로 쓰이는 공정은 고열로 재료를 가열하는 ‘소성’ 공정이다. 폐기물 중 연료가 될 수 있는 것은 폐플라스틱, 폐비닐, 폐타이어 등 석유로 만든 가공품들이다. 이것들을 선별한 뒤 잘게 썰어 고형연료(SRF·Solid Refuse Fuel)로 재가공해 연료로 사용한다. 역시 전체 연료 중 SRF가 차지하는 비율은 30%다.

한국시멘트협회(이하 협회) 관계자는 “시멘트 산업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폐기물의 오염물질 및 중금속 함유량 등이 정해져 있어 적합한 비율만 사용할 수 있다”며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폐기물 및 배출 오염물질의 양은 전부 각사 홈페이지와 환경부 산하 폐기물적법관리 시스템 ‘올바로(allbaro)’에 공시된다”고 밝혔다.

이동훈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폐플라스틱이 처리가 안 되는 상황에서는 태워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시멘트 소성로가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이 방법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소성로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 낮춰야”

시멘트 제조에 폐기물을 재활용하면 원료 및 연료 수급에 드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강준희 KDB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지난 1월 발간한 ‘시멘트 산업의 순환자원 활용 동향’ 보고서를 통해 “시멘트 업계가 순환자원(재활용 원료와 연료)을 활용하면 원료 및 연료 구입비용이 감소해 높은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며 “특히 유연탄은 수입의존도가 높아 국제 가격 변화에 따라 비용이 민감하게 변동하는데 순환자원 활용 시 비용 예측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진단했다.

폐기물 처리와 비용 감축을 동시에 할 수 있으니 시멘트 업계의 폐기물 재활용도 늘어나는 추세였다. 협회 집계에 따르면, 각 시멘트 업체에서 원료와 연료로 활용하는 폐기물의 양은 2017년 699만7000t, 2018년 743만5000t, 2019년 809만3000t으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폐기물 사용량은 807만8000t으로 소폭 줄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폐기물을 재활용해 시멘트를 만들면 환경에 더 나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며 “이런 의혹 때문에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시멘트 제조 공장은 점차 줄어들어 올 상반기에는 대부분의 공장이 폐기물을 재활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환경단체는 시멘트 공정의 높은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지적한다. 질소산화물은 환경부가 지정한 대기오염물질 7종(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먼지, 불화수소, 암모니아, 일산화탄소, 염화수소) 중 하나다. 시멘트 공장의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은 270ppm으로 제철·제강 제조시설(170ppm), 석유 정제 시설(130ppm)에 비해 높다. 시멘트 공장의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이 높은데다 폐기물 연료까지 사용하면 대기오염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박현서 열환경기술연구소 소장은 “폐기물 소각시설은 6단계 대기오염물질 배출 방지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시멘트 소성로 대다수의 대기오염 배출 방지 시설은 3단계뿐이어서 질소산화물을 과도하게 배출하게 된다”며 “시멘트 소성로의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 기준을 (현재의 시멘트 공장 배출 기준인 270ppm에서) 독일 등 유럽 국가처럼 80ppm까지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멘트 소성 공정에 폐기물 연료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협회 집계에 따르면, 2017년 SRF 사용량은 126만6000t, 오염물질 배출량은 7만7714t이었다. 2018년에는 SRF 사용량은 136만3000t으로 9만7000t 늘었고, 오염물질 배출량은 6만7104t으로 1만610t 줄었다. 2019년에는 SRF 사용량이 140만2000t으로 늘었고, 오염물질 배출량은 6만3587t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SRF 사용량이 172만t, 오염물질 배출량은 5만295t을 기록했다.

놀이터 모래보다 중금속 함유량 적은 시멘트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줄어들고 있다. 2017년 시멘트 업계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총 7만6491t, 2018년 6만596t, 2019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6만2546t, 4만9422t으로 줄었다. 시멘트 업계가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의 대부분이 질소산화물인 셈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소성로는 발전소나 폐기물 소각시설에 비해 고열이라 (SRF 사용량과 무관하게)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많다”며 “질소산화물을 최소화하는 연소 기술과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를 개발하는 등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는 내년 도입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멘트에 폐기물 원료를 사용하면 중금속 함유량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천연 원료가 아닌 폐기물이 원료로 재활용되는 만큼 그 품질을 믿을 수 없다는 것. 협회가 국내에서 생산되는 시멘트를 전수 조사한 결과, 폐기물 원료를 사용한다고 해서 중금속 함유량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폐기물 재활용 원료가 거의 쓰이지 않던 2010년 생산된 시멘트의 kg당 중금속 함량(mg)은 평균 153.92mg(△6가크롬 8.14mg △비소 11.27mg △카드뮴 1.21mg △구리 88.42mg △수은 0.03mg △납 44.85mg)였지만, 지난해 재활용 원료를 넣어 생산한 시멘트의 중금속 함량은 평균 134.78mg(△6가크롬 9.49mg △비소 11.00mg △카드뮴 미검출 △구리 65.76mg △수은 0.02mg △납 48.51mg)로, 어린이 놀이터에 쓰이는 모래의 중금속 허용치보다 적었다(놀이터 모래의 중금속 허용 기준은 납 200mg 이하, 비소 25mg 이하, 카드뮴 4mg 이하, 수은 4mg이하. 구리 관련 허용치 기준은 없음).

협회는 10월 발표한 ‘시멘트산업 환경 및 순환자원 관리현황’보고서에서 “천연 광물을 사용해 시멘트를 만들기 때문에 일반 토양과 시멘트의 중금속 함량이 크게 다를 수는 없다”며 “폐기물 재활용 원료와 천연 광물의 중금속 함량도 비슷하기 때문에 폐기물 재활용 원료를 사용한다고 해서 시멘트의 중금속 함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폐기물 재활용 원료로 만든 시멘트의 중금속이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대부분의 중금속은 내부에 고정돼 외부에 유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탄소중립 시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전략

한편 환경단체 측은 “시멘트로 건물을 지은 뒤 시간이 경과하면 일부 부서진 시멘트 가루가 중금속을 전달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건축업계는 건물을 지을 때 시멘트를 콘크리트로 가공하기 때문에 중금속이 배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콘크리트가 풍화돼 가루로 변한다고 해도, 신체에 유해할 정도로 중금속이 유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2008년 5월 발표한 ‘콘크리트의 중금속 용출시험 결과’에서 “국산 시멘트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제품과 폐콘크리트 자재를 시험해 본 결과, 식수용 수도 자재·제품위생안전기준의 절반 수준인 극미량의 중금속만 용출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폐기물을 재활용한 시멘트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객관적 실험 결과로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데다 최근 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멘트 업계도 국민 눈높이에 맞춰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강화하거나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세간에 퍼진 잘못된 인식을 잘 극복하면 시멘트 산업은 폐기물 재활용을 돕는 ‘친환경 산업’이 될 것”이라며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을 더 감축하기 위해 환경부와 협조해 오염물질 처리 및 감축 기술 개발과 적용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신동아 #SRF #시멘트 #친환경 #콘크리트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신동아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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