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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명동 맞아? “월세 절반 할인”에도 “안 들어가!”

오미크론에 직격탄, 희망 잃은 명동 상권…인적 드문 거리에 ‘상가 임대’ 현수막만

  •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르포] 명동 맞아? “월세 절반 할인”에도 “안 들어가!”

  • ● “오미크론 변이 얘기 듣고 관광객 돌아오리라는 희망 꺾여”
    ● 공실률 소규모 상가 43.3%, 중대형 상가 47.2%
    ● “손님이 없는데 건물주 말고 누가 버티겠나”
    ● “30년 운영하던 포장마차 접고 ‘알바’로 생계 유지”
오가는 사람이 없어 텅 빈 명동 거리. 공실이 있음을 알리는 현수막만 펄럭이고 있다. [오홍석 기자]

오가는 사람이 없어 텅 빈 명동 거리. 공실이 있음을 알리는 현수막만 펄럭이고 있다. [오홍석 기자]

“오미크론 얘기를 듣자마자 희망이 꺾여버렸죠. 제가 요즘 너무 답답해 가게 안에서 법화경을 필사하고 있어요. 가만히 있으면 자꾸 나쁜 생각 하게 되니까.”

서울 중구 명동에서 9년째 환전소를 운영한다는 김모(66) 씨가 울먹이며 한탄한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덮치기 전까지 그의 주요 고객은 일본인 관광객이었다. 11월 단계적 일상 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며 해외 관광의 물꼬가 다시 트일 것이라 기대했던 김씨는 11월 29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돼 일본이 국경을 닫았다는 소식을 듣고 좌절했다. 김씨는 “2년째 빚이 불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버텨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2월 초 오미크론 변이 국내 감염이 확인된 후 다시 찾은 명동거리에서는 김씨의 말처럼 외국인 관광객을 보기 힘들었다. 중심가 한가운데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모으는 구세군 자선냄비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썰렁한 거리에 울리는 종소리가 텅 빈 건물에 튕겨 더 크게 들리는 듯 했다. 빨간 옷을 입은 관광안내원은 연신 허공에 대고 “찾으시는 곳 있으면 말씀해주세요”를 외쳤다. 거리에서 중국어로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인이 눈에 띄어 다가가 봤다. “한국에 놀러왔느냐”고 묻자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00대학교에 다니는 유학생”이라고 답했다.

명동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며 관광객이 돌아오리라는 희망마저 꺾어버렸다”고 울먹였다. 그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필사하고 있다며 기자에게 보여준 법화경. [오홍석 기자]

명동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며 관광객이 돌아오리라는 희망마저 꺾어버렸다”고 울먹였다. 그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필사하고 있다며 기자에게 보여준 법화경. [오홍석 기자]

장사 접고 싶지만 임차기간 남아 억지로 문 연다

명동거리에는 영업 중인 가게와 ‘임대’ 딱지가 붙은 빈 가게 비중이 엇비슷해보였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10월 27일 발표한 ‘2021년 3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명동의 소규모 상가(일반 2층 이하, 연면적 330㎡ 이하) 공실률은 43.3%, 중대형 상가(일반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 초과) 공실률은 47.2%로 나타났다. 상가 절반이 비어있다는 의미다.

해당 조사에서 홍대·합정 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4.7%, 중대형의 경우 17.7%였다. 서울에서도 유독 명동 상권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음을 알 수 있다. 명동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였다. 특히 연말이면 ‘겨울 날씨’를 느끼려고 몰려드는 동남아 관광객으로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거리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현장에서 만난 명동 상인들은 “트래블 버블도 가라앉은 상권을 부활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트래블 버블은 방역 우수국가 간 상호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을 뜻한다. 한국은 7월 사이판, 10월 싱가포르와 각각 트래블 버블을 체결했다. 그러나 12월 2일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확인됨에 따라 이조차 ‘일시정지’ 될 공산이 크다.

명동관광안내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해외 관광객 발길이 끊긴 뒤 명동을 주로 찾은 사람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들 정도였다”며 “트래블 버블 이후 싱가포르 관광객 수가 소폭 늘긴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최초로 단체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뿐 상권이 살아날 정도는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한 여성복 매장 상인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 장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임차 계약기간이 남아 억지로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매장 외부에 진열된 상품에 관심을 보이는 행인이 보이자 그를 붙잡으러 바삐 뛰어나갔다.

한때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즐겨 찾는 식당으로 유명했던 한 고깃집 주인도 한숨부터 내쉬었다. “요즘 주요 고객은 점심을 먹으러 오는 근처 회사 직장인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 명동에서 그나마 버티는 건 우리처럼 직장인 상대로 점심장사를 하는 식당이나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는 가게 정도”라고 말했다. 그의 식당 벽면에는 과거 방문한 유명 연예인들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들과 같이 찍은 사진 속 활짝 웃는 모습을 지금 그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명동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던 대형 화장품 로드숍들이 문을 닫은 모습.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발길이 끊어진 명동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홍석 기자]

명동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던 대형 화장품 로드숍들이 문을 닫은 모습.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발길이 끊어진 명동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홍석 기자]

한국 젊은 사람이 찾는 상권으로 재편해야

명동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노점상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열풍에 힘입어 ‘달고나’를 파는 노점이 간간히 보일뿐이었다. 한국 캐릭터 인형을 늘어놓고 있던 한 노점상 할머니는 “한국 사람들은 (노점에서) 먹을 것이나 사지 장난감은 안 산다”며 “매일 혹시나 하고 나왔다가 공치고 돌아가기 일쑤”라고 했다. “날이 추워지니 내일부터는 나도 안 나올 것”이라고 말하는 할머니 얼굴에 그늘이 가득했다.

명동에서 30년 간 포장마차를 운영했다는 이모(65) 씨는 코로나19 유행 후에도 근 1년을 버티다 올 초 사업을 접었다. 지금은 친분이 있는 동료 상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가 일하는 가게는 명동에서 이름난 ‘떡볶이집’으로, 그나마 내국인이 찾아오는 곳이다. 이씨는 “명동은 꽤 오래 전부터 외국인 위주 상권으로 재편됐다. 그런데 관광객이 발길을 끊으니 대부분 버티지 못하는 것”이라며 “요즘 오토바이 배달 일로 먹고사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장사하던 사람들 거의 다 소상공인인데, 어떻게 거의 2년을 이렇게 방치할 수 있느냐”며 “공무원들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명동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서모 씨는 “요즘은 하도 공실이 늘어나니 월세를 반만 받거나 일정기간 받지 않겠다는 건물주도 있는데,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해외 관광이 재개되지 않는 한 상권이 살아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더 늦기 전에 명동을 내국인이 찾을 수 있는 상권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인중개사 양모 씨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지 않나”라며 “지방자치단체 등이 나서 명동을 한국 젊은 사람이 찾을 수 있는 상권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아 202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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