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호

나경원 “높은 정권교체 여론, 尹 지지율로 담는 게 큰 숙제”

[인터뷰] 외연 확대 위해 선대위 양보한 나경원 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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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1-12-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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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봉합된 원팀’이 ‘진짜 원팀’ 되도록 고도의 정치력 발휘해야

    • 박빙 예상되는 대선에서 확실하게 승리하려면 범야권 하나 돼야

    • 집권 후 어떤 국가 만들지, 5대 국정 비전 국민께 제시해야

    • 문재인 정부의 ‘나 홀로 종전 선언’ 추진은 구한말 쇄국정책 연상

    [홍태식 객원기자]

    [홍태식 객원기자]

    대통령선거는 대통령후보 한 사람의 당선을 위해 국회의원은 물론 원외 지역위원장 등 정당의 모든 구성원이 달려들어 진영 대 진영으로 맞붙어 치르는 총체적이고 전면적인 대회전이다. 과정은 치열하지만 승리한 쪽은 그 혜택을 오롯이 누린다. 당선자는 청와대 집무실에 입성하고, 그를 도운 의원은 장관에 임명돼 국정에 참여할 수 있으며, 원외 인사들은 청와대 비서실 또는 정부 유관 기관에 포진해 국정에 동참할 기회를 얻는다. 경선 캠프와 선대위 구성 때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위해 이른바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이 도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차기 정부 국정 참여를 위한 일종의 ‘보증수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차기 정권 참여에 뜻을 둔 이들이 ‘자리’ 뺏기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처럼 물밑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을 때 홀연히 백의종군을 선언한 이가 있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다. 나 전 의원은 “혹시라도 내 자리가 있다면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더 많은 국민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외부 인사 영입에 써달라”며 선뜻 양보의 뜻을 밝혔다. 윤 후보와 서울 법대 선후배 사이로, 4선 의원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역임한 그는 만약 윤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요직에 기용될 수 있는 중진이다. 그런 그가 선대위에서 ‘공’을 세울 수 있는 ‘자리’ 확보 경쟁에서 스스로 물러난 이유는 뭘까. 나 전 의원을 2021년 12월 10일 서울 시내 그의 개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권교체 뜻에 같이할 분 모시자

    - 선대위 합류 대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우리 당이 이뤄내야 할 지상명령은 정권교체다. 정권을 교체하려면 그동안 우리 당을 지지해 왔던 지지층뿐 아니라 더 많은 국민의 마음을 모아야 한다. 그러려면 중립적이고 중도성향 인사들을 선대위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대위에 내 자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먼저 자리를 비워줘야 정권교체에 뜻을 같이하는 분을 한 분이라도 더 모실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리했다.”

    - 백의종군 선언 이후 어떻게 지냈나.

    “직함은 없지만 정권교체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교육에 와달라는 요청이 많아, 여러 지역을 두루 다니고 있다. 어제 세 군데를 다녀왔고, 내일도 충남 천안과 대구에 내려갈 예정이다.”

    -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에 비해 윤 후보 지지율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점이 아쉽다. 최근 들어 우리 당 핵심 지지층이 많은 TK(대구경북)에서조차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박근혜 후보 시절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벌였던 ‘90-90프로젝트’를 다시 가동해야 할 것 같다.”



    - 90-90 프로젝트?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중도층 지지를 확보하려는 노력 못지않게 고정 지지층을 견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당 대선후보가 승리할 수 있도록 핵심 지지층이 많은 지역에서 투표율을 90%까지 끌어올리고, 우리 후보가 그중 90%를 득표할 수 있도록 핵심 지지층에 대한 선거운동을 집중하자는 선거운동 프로젝트다.”

    - 정치 신인 윤석열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정치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지도자에게 중요한 덕목은 자신의 철학에 따라 결단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윤 후보는 믿음직하다. 조국 사태 때도 그렇고, 추-윤 갈등 과정에도 윤 후보가 뚝심 있게 원칙을 지켜냈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지켜낸 윤 후보는 결단할 줄 아는 지도자라는 게 검증됐다.”

    -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영입 등 선대위 구성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당 안팎의 복잡한 관계를 조율하면서 원팀을 꾸린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은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위기의식으로 일시 봉합된 원팀일 수 있다. 그 점은 불안 요인이다.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또 대선 승리 이후 우리 당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내려면 고도의 정치력 발휘가 필요할 것이다.”

    이번 대선은 박빙 싸움 될 것

    - 그런 정치력을 윤 후보가 발휘할 수 있다고 보나.

    “후보께서 널리 듣고, 폭넓게 사람을 가까이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나 전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아쉬운 점은 당시 계파 논리에 너무 매몰돼 이른바 ‘원팀’이 되지 못했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당시 친박계가 내부에서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고, 친박계가 정권을 잡았을 때에는 친박, 진박이라며 서로 편을 갈라 논쟁하다 힘들어진 측면이 있다. 윤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데 반문재인 세력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은 사람에게 골고루 역할을 나눠줘 함께 뛸 수 있는 ‘진짜원 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을 해내야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고, 대선 승리 이후에도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 경선 이후 크게 상승했던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최근 들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더 많다는 점에서 우리 당과 윤 후보가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런 국민 여론을 윤 후보 지지율로 모두 흡수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 가운데 일부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하고 있다. 정권교체 여론을 윤 후보 지지율로 모두 담아내는 게 가장 큰 숙제다.”

    - 정권교체를 확실히 하기 위해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결국 이번 대선은 박빙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범야권의 힘을 하나로 모으려는 노력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다만 대선 완주 의사를 피력하고 있는 다른 정당 후보에게 우리당과 우리 후보의 승리에 필요하니 단일화를 하자고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어떻게 모양새 좋게 단일화를 만들어나갈지 지혜를 모야야 한다.”

    - 선대위에서 여러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면서 윤 후보의 국정 비전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에 맡기자는 김병준식 국가주의와 코로나로 야기된 양극화 해소를 위해 100조 원을 쓰자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말씀이 상충돼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있더라. 중요한 것은 보수적 가치에 뿌리를 둔 우리 정당이 집권 후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지금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복지 확충도 필요하고, 미래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정책도 함께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며 △ 상생과 공존 △ 경제안보 △ 100년 미래 먹거리 △ 5000만 국민 △ 글로벌 코리아 등 5대 국정 비전을 설명했다. 그는 “상생과 공존을 위한 비전은 윤석열 후보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약자동행위원회’와 같다”고 했다.

    그는 “반도체와 배터리, 5G, 조선·화학, 원자력발전 등 국부를 창출할 핵심산업에 대한 특별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요소수 등 생활 필수 재화에 대한 국가 차원의 수급 관리도 시급한 상황”이라며 “메타버스와 암호화폐, AI(인공지능), IT(정보통신), BT(생명공학) 등 4차 산업혁명 과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적극 모색해 100년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데 차기 정부가 주도적으로 역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저출산 극복을 통해 인구 5000만 명을 유지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과 “무너진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생산적인 한일관계를 수립해 한미일 공조 체제를 복원함으로써 글로벌 코리아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키우는 것 역시 차기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가 과제”라고 덧붙였다.

    나 전 의원은 2021년 가을 미국 워싱턴 DC에 한 달반 가량 체류하며 미국 의회와 국무성 관계자, 싱크탱크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며 느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은 기존 한미동맹을 안보동맹에서 경제동맹을 가미한 경제안보동맹으로 확장한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5G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어떻게 구축할지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었다. 한미동맹도 미·중 기술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고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오로지 종전 선언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종전 선언에 집착하는 문 정부의 모습은 한반도 주변 열강 등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외면한 채 쇄국정책을 고수했던 구한말을 연상시킨다. 지금은 종전 선언을 추진할 때가 아니라 북한이 스스로 태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전략적 무시’를 해야 할 때다.”

    종전 선언 추진할 게 아니라 ‘전략적 무시’해야

    그의 이 같은 인식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가 ‘종전 선언’에 집착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유지하려 할 가능성 때문이다. 이 후보 얘기를 들어보면 결국 한미동맹이 더 약화되고 친중 행보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5G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우리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키우는 데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에 이재명이 아니라 윤석열 후보로 정권교체가 돼야 할 분명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나 전 의원은 일본 기시다 총리가 취임 이후 ‘경제안보 담당상’을 임명하고, 아베 전 총리 재임 때 ‘일억총괄상’을 뒀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아베 전 총리가 임명한 ‘일억총괄상’은 일본이 인구 1억을 유지하기 위해 출산율을 어떻게 높일지, 그에 걸맞게 경제성장률은 어떻게 재고할지를 전담하는 일종의 특임장관이었다. 이번에 총리에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경제안보 담당상’을 임명했다.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치에서 일본이 무엇을 중시하는 지 ‘경제안보 담당상’이란 직책에 잘 드러나 있다. 차기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번 대선은 한미동맹을 어떻게 경제안보동맹으로 강화할 것인지, 저출산을 어떻게 극복해 5000만 인구를 유지해 나갈지, 누가 그 일을 더 잘 해낼 후보인지 선택하는 중요한 선거다.”


    #나경원 #정권교체 #백의종군 #신동아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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