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호

김병준 “문재인보다 윤석열이 노무현에 더 가깝다”

[인터뷰] 盧 책사에서 尹 멘토로…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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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1-12-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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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인 위원장과 부딪칠 게 없다”지만…

    • ‘경제민주화’ 인정…다만 규제 더 풀어야

    • ‘손실보상 100兆’, 성장 정책과 함께 나와야

    • 文은 ‘정서적 좌파’, 그런데 그게 더 무서워

    • 盧 분권 기치로 인생 살았는데 文은 뭐했나?

    • 尹, 盧처럼 성장·분배 간 선순환구조 이해

    • 이재명 실행력 속에는 폭력적 심성 내재

    • 野 단일화…안철수건 김동연이건 다 모셔야

    • ‘윤핵관’ 누군지 모르지만 한 명은 아닌 듯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021년 12월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한 뒤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조영철 기자]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021년 12월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한 뒤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조영철 기자]

    김병준(68)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만나기로 한 장소는 여의도 당사였다. 정문 앞은 경찰의 삼엄한 경비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변으로는 크고 작은 집회가 이어졌다. 대선은 여야(與野)만의 싸움이 아니다. 지지자들 역시 가마솥처럼 과열된다. ‘같은 편’ 사이의 갈등이 더 첨예할 때도 있다. 확성기에서 나오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인터뷰 시간 내내 창문을 뚫고 들어왔다. 물어보니 한 보수 유튜브 채널 측에서 주최한 집회라고 했다. 중간중간 “이준석 탄핵” 따위의 단어가 귀에 꽂혔다. 가히 일촉즉발의 계절이다.

    ‘反김종인’의 레테르

    그를 만난 날은 2021년 12월 9일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기자가 웃어달라고 했을 때 그는 “오늘은 웃을 때가 아닌데”라며 겸연쩍어했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제쳤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같은 달 6~8일 전국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 다자대결에서 이 후보는 38%, 윤 후보는 36%의 지지율을 얻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그는 “윤 후보의 지지율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 자신했지만, 내심에서는 긴장감이 엿보였다.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한풀 꺾인 건 내홍 탓이다. 과거 대선에서 각 당 후보가 선출된 뒤에는 으레 경선 후유증이 생겼다. 언론의 요란한 관심에 취한 각 캠프 인사들이 ‘칼’ 같은 ‘말’을 핑퐁처럼 주고받았다. 국민의힘 경선이 끝난 뒤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선대위 구성을 놓고 날 선 대립각이 형성됐다. 그간의 경험칙으로 보면 ‘친(親)윤석열 대 친(親)홍준표’ 구도가 생겼을 텐데, 외려 ‘친(親)윤석열’과 ‘친(親)김종인(또는 이준석)’ 사이에 대치선이 생겼다.

    김병준은 이 구도의 한복판에 있었다. 언론은 그를 ‘반(反)김종인’의 레테르로 여겼다. 극적인 ‘울산 합의’로 갈등은 봉합됐으나, 개성 강한 김종인·김병준·이준석 사이는 휴화산 상태로 보인다. 그는 인터뷰에서 “김종인 위원장과 부딪칠 게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김종인노믹스’와 묘하게 결이 다른 세계관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늠해 보는 것은 야권 대선 캠페인을 읽는 주요 관전 포인트다.

    - 윤 후보의 지지율이 이 후보에게 역전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많은 국민이 윤 후보에 대해 단호하고 탁 자르고 싹 끌어오는 리더십을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선대위 구성이) 너무 지루하게 이어졌다고 인식했을 거예요. 그런데 ‘윤석열 리더십’이라는 게 기다리는 리더십입니다. 국민 사이에서는 그런 리더십에 대한 이해가 아직 없는 데다가, 경선 이후 과정에 대한 답답함도 있던 것 같아요.”



    - 2021년 11월 12일 윤 후보 인터뷰를 했을 때 제가 받은 이미지는 ‘단호함’이었습니다. 그 이후 TV에 비친 모습은 그와 동떨어져 보였고요.

    “단호해요. 다만 기다릴 만큼 기다려요. (검찰총장 시절) 문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온갖 화살과 비난을 받으면서도 버티잖아요.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해서 바로 조치하고 쫓아가기보다는, 조금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는 거죠.”

    - 윤 후보의 메시지가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는데, 한편에선 “최저시급제나 주52시간제라고 하는 게 중소기업에서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 단순기능직이 아닌 경우에 비현실적이고 기업 운영에 정말 지장이 많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세계 어디에도 이렇게 획일적으로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는 나라가 없어요. 기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제도를 마련했는데, 가령 서울 종로구와 강원 홍천군의 생활비가 다를 수 있잖아요. 생활비가 많이 드는 곳에서는 최저임금을 높이고,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에선 최저임금을 낮출 수 있죠. 노동시간도 많은 예외 조항을 두고 있지만 대체로 획일적이에요. 그런 면에서 (윤 후보는) 현장 목소리를 담지 않았다고 말한 겁니다. 폐지하자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죠. 그런데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폐지’라는 말이 나가버린 거지.”

    - 윤 후보가 과거 인터뷰에서 밀턴 프리드먼의 책을 인용한 적도 있는데, 이를 두고 너무 고전적 자유주의에 가까운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요.

    “그렇지 않아요. 프리드먼식의 경제 운용에 대한 관심도 큰 만큼 분배와 사회정책에 대한 관심도 큽니다. 내가 윤 후보에게 어떻게 사회정책에 관심이 크냐고 물어본 적도 있어요. 윤 후보 아버지가 사회통계학 교수여서 어린 시절부터 밥상머리에서 소득 5분위 배율이나 지니계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자랐다고 해요.”

    ‘손실보상 100조 원’ 카드를 쓴다면…

    -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는 어떤 식으로 역할을 분담하게 됩니까.

    “딱 부러지게 얘기하기가 힘들어요. 선대위라고 하는 게 굉장히 업무가 많을 뿐 아니라 또 가변적이에요. 그때그때 상황에 적응해 가는 거죠. 김종인 위원장은 총괄이니까 전체적으로 관심을 다 가져야 할 거고, 나는 정책이나 전략적 기조 쪽에 아무래도 관심이 많죠.”

    - 김종인 위원장은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김병준 위원장은 자유주의라는 원칙을 세우고 있습니다. 두 사람 간에 대선 공약을 놓고 견해차는 없겠습니까.

    “그러지는 않을 거예요. 사회정책이나 분배 문제에서는 국가가 신경을 써야죠. 최근에 내가 쓴 책 제목이 ‘국가,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없어야 할 곳에는 있다’입니다. 있어야 할 곳이 바로 사회정책·복지·분배입니다.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GDP(국내총생산)에서 사회비 지출이 차지하는 평균 비중이 20% 조금 넘는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12% 정도밖에 안 돼요. 장기적으로는 OECD 평균을 지향해야 합니다. (김종인 위원장과) 부딪칠 게 별로 없어요.”

    - 접점이 있다는 말이네요.

    “그럼요. 김종인 위원장이 말씀하시는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나는 인정합니다. 다만 내가 자유주의를 강조하는 이유는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기업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하니 (규제를) 풀어서 자유주의에 기초한 국가로 가야 한다는 얘기죠.”

    이렇듯 그는 김종인 위원장의 기조를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규제 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선결 과제로 삼는 ‘김종인표’ 자본주의와는 대별되는 지점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내건 ‘손실보상 100조 원’을 놓고도 두 사람 간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는 이 안(案)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전제 조건이 있다. 성장 정책이 같이 나와줘야 한다는 거다. 그와의 문답이다.

    - 어제(2021년 12월 8일) JTBC 인터뷰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100조 원안(案)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던데요.

    “윤 후보가 이미 말한 50조 원 투입안(案)이 있고, 그 뒤에 오미크론이 덧 씌워졌으니 플러스알파로 준비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 그런 이야기를 한 겁니다.”

    - 확정은 아니지만 열려 있다는 말인가요.

    “코로나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니 좀 더 열어놓을 필요가 있죠.”

    - 김종인 위원장은 100조 원 투입안이 민주당과 협상할 대상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서로 선거를 치르는 마당에 지금 협상할 일은 아니잖아요.”

    - 국가재정을 적극 투입한다는 것은 새로운 자유주의 개념으로 봐야 할까요.

    “위기관리에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죠. 물론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재정이 들어오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더 커져야 해요.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을 뿌리는 일이 많은데 성장 정책이 없다는 점이에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100조 원, 50조 원 을 쓴다면 적극적인 성장 정책이 함께 나와줘야 합니다. 그래야 균형이 맞아요.”

    노무현 정부의 ‘오른쪽 날개’

    지난 20년간 그의 행로는 ‘노무현’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국민대 교수였던 그는 노무현 정부 출범 뒤 청와대 정책실장,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 등 요직을 섭렵했다. 특히 그는 노무현 정부의 ‘오른쪽 날개’를 상징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서비스산업 육성 정책에는 그의 입김이 강하게 녹아 있다.

    - 과거 인터뷰에서 ‘노무현 우파’와 ‘노무현 좌파’를 구분한 적이 있죠.

    “문재인 대통령은 확실히 ‘노무현 좌파’죠. 물론 (문 대통령을 두고) 좌파다, 우파다 하는 이념적인 말은 사실 사용하고 싶지 않아요. 이념주의자는 나름대로 신념 체계를 아주 명확하게 갖추고 있는데, 문 대통령은 그런 분은 아니에요. 내가 봐서는 ‘낭만적 좌파’ 아니면 ‘정서적 좌파’예요. 그냥 좋은 거지. 그런데 그게 더 무섭다고.”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노무현을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문재인은 거리가 멀고 윤석열은 가깝다”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노무현을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문재인은 거리가 멀고 윤석열은 가깝다”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사이의 거리보다는, 노 전 대통령과 윤 후보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거리가 정말 멉니다. 노 전 대통령은 시장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깊어요. 시장 역동성을 어떻게 살릴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그것이 한미 FTA나 서비스산업 육성 같은 정책으로 나타났어요. 또 노 전 대통령은 국가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분이 아니었거든. 스스로 그랬잖아요.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권력의 한계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가졌던 분이죠. 문 대통령은 그런 점에 별로 고민하는 것 같지 않아요. 지역균형발전만 해도 노 전 대통령은 (균형발전위원회 회의를) 60~70회 할 때 30회 가까이 직접 주재했어요. 문 대통령은 30회 가까운 회의를 하는데 한 번 주재했어요. 아마 첫 상견례 자리였을 겁니다. 그래놓고 무슨 노무현을 닮았다고….”

    그의 말투는 단조(短調)에 가깝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그는 생각보다 강한 톤으로 문 대통령에게 날을 세웠다. 마치 밤을 새서라도 “노무현과 문재인은 다르다”는 근거를 조목조목 댈 수 있다는 투다.

    “노 전 대통령은 분권과 자율을 기치로 인생을 살았어요. 문 정부에서 분권에 대해 무슨 입법을 했죠? 아무것도 안 하다가 임기 끝날 때 되니 지방자치법을 개정했어요. 지금 지방자치단체는 시장·구청장과 의회가 구분돼 있어요. 미국에선 의회가 행정 전문가를 (시장으로) 영입하는 경우도 있죠. 과거부터 학계에서 도입하자고 했던 제도입니다. 이번에 (법을 개정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기관 구성을 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는데, ‘따로 법률에 정한다’고 덧붙여 놨어요. 결국 다시 법률을 만들어야 할 수 있는 거죠. 매사 그런 식입니다. 기만이죠.”

    이번에는 그가 노 전 대통령과 윤 후보의 연결 고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설명은 ‘노무현의 책사’였던 그가 왜 ‘윤석열의 멘토’로 변신하기로 했는지에 대한 명분처럼 보인다.

    “윤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구조에 대한 이해가 있어요. 자유주의 입장에서의 성장, 국가 개입을 통한 사회투자로서의 분배에 관해 균형 잡힌 시각이 있죠. 문 대통령에게는 성장 정책은 없고 분배조차 매표에 가까운 형태였는 데 반해, 윤 후보는 균형을 맞추죠. 그래서 오히려 문재인보다는 (윤석열이) 노무현에 더 가깝습니다. 노무현이 기준이 될 이유는 없지만, 굳이 노무현을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문재인은 거리가 멀고 윤석열은 가깝습니다.”

    - 윤 후보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노 전 대통령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요.

    “스타일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닮은 점이 있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 어떤 모습입니까.

    “말을 일부러 숨기지 않는 점이죠. 나오는 대로 이야기하고 사람에 대한 격의가 없어요. 검찰총장 출신이라고 해서 격식 따지는 모습은 전혀 없고요.”

    - 2002년 노무현 후보에게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없었다면 대통령 당선이 어려웠을 겁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尹, 스타일에서 盧와 닮은 점 있어”

    - 행정수도 공약에는 당시 노 후보의 가치와 철학이 다 담겼는데, 지금 윤 후보에게는 그와 같은 공약이 안 보입니다만.

    “사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것은 다 썼어요. 행정수도 이전, 제주특별자치도 같은 파격적인 안(案)과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혁신도시, 기업도시가 그때 우리 머릿속에서 나왔죠. 지금도 해볼 만한 정책들이 있어요. 다만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해서 아직은 말씀을 못 드립니다.”

    - 대선 맞상대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장점과 단점을 꼽아주십시오.

    “이 후보의 장점이라는 게 실행력 아니에요? 단점은 그 실행력의 바탕이 되는 기본이 무엇이냐는 점이죠. 실행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민주적 절차에 입각해 권위를 인정받아서 나오는 실행력이 있는데 그게 민주적 리더십이죠. 그런데 어떤 사람은 안하무인이에요. 자기 멋대로 해서 실행력이 생기는 수가 있어요. 이 후보는 후자예요. 자기가 원하면 냅다 하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전제적인 면이 있고, 그 속에 폭력적 심성이 들어 있는 겁니다. 그러다가 여론이 안 좋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싹 집어넣어요. 폭력적 심성과 포퓰리즘이 뒤섞인 겁니다. 나는 그래서 이분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이 후보가 “사법시험도 일부 부활했으면 좋겠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사법고시는 노무현 정부가 폐지를 결정했잖습니까.

    “정책실장을 했지만 로스쿨 문제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어요. 민정 라인에서 주도했죠. 그 핵심이 문 대통령이죠. 내가 주도했건 안 했건, 각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한국 로스쿨에 문제 많죠. 그런데 사법고시도 문제가 심각하거든요? 또 최근 법률 수요를 생각해 보세요. 농경사회에서는 일반적 지식의 소유자가 변호사 되고 검사 돼도 문제가 없어요. 지금은 우주산업에 바이오까지 엄청나게 전문화돼 있어요. 이런 상황에는 의학, 화학, 전자공학, 경제학 등을 공부한 뒤 로스쿨 가서 관련 분야 법조인이 돼야 법률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어요. 로스쿨의 문제를 해결할 1차 해법을 마련하고, 필요하면 부분적으로 사법고시 성격을 살릴 제도를 만들어볼 수는 있죠.”

    - 민주당 정부가 폐지한 제도를 이 후보가 되돌릴 수 있다고 한 격이라….

    “그럼 이 후보에게 묻고 싶어요. 사법고시를 부활하면 변화하는 법률 수요를 과연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요.”

    “‘이재명 정부’ 출범에 브레이크 걸어야”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력해야죠.”

    - 김종인 위원장은 부정적인 것 같은데요.

    “(즉답을 피하며) 하하. 국민들께 ‘단일화를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한번 물어보세요. 해야 한다고 답하겠죠. (안 대표를) 모시고 오면 표가 늘어나는 건 확실하잖아요. 모시고 와야죠. 어렵더라도 노력해야죠. 김동연 후보건 누구건 모시고 와야죠. 윤 후보가 얘기했잖아요. 아흔아홉 개가 다르고 한 개가 같으면 같이 가야 한다고요. 일단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는 걸 브레이크 걸어줘야 하는 상황 아닙니까. 그럼 같이 가야죠.”

    - ‘윤핵관’ 논란의 본질을 놓고, 일각에서는 ‘다 이긴 선거’라는 인식하에 차기 정부의 핵심 포스트를 놓고 벌인 권력투쟁 성격이 짙다고 봅니다.

    “우스운 얘기 하나 할까요? 2002년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경선 끝나고 한 달쯤 뒤부터 떨어져서 14~15%까지 주저앉은 상태로 몇 개월이 갔거든요.”

    -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도 나왔죠.

    “14~15%로 몇 개월을 가는 도중에도 캠프 안에서 권력투쟁이 심했어요.(웃음) 당선 가능성에 관계없이 모든 정치의 장에서는 권력투쟁은 있기 마련이에요. 다툼의 이유는 여러 가지죠. 자리를 얻기 위해 싸울 수도 있지만, 노선 투쟁도 있고, 서로 간 정서적 반감도 있죠. 과거 총무처와 내무부를 합쳐 행정자치부를 만들었는데, 총무처 출신과 내무부 출신이 10~15년간 밥도 같이 안 먹고 화장실도 따로 갔어요. 대선은 불과 3~4개월 사이에 치르잖아요. 그 조직이 화학적 결합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죠. 그 과정에서 윤핵관도 있고, 이핵관도 있을 겁니다. 뭐 윤핵관이 누구인지는 모르니까….”

    - 윤핵관이 누군지는 다 아는 것 아닙니까.

    “여러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내가 보기에도 한 명은 아닌 것 같아요.”

    -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한 적폐청산 작업을 해야 한다고 봅니까.

    “윤 후보가 전직 대통령을 수사한 경험도 있고, 여러 가지 느낀 점이 많았을 겁니다. 정치 보복에 대해서는 어떤 대통령보다도 부정적일 겁니다. 분명한 잘못에 대해서 그냥 두지는 않겠죠. 하지만 정치 보복이라고 할 정도의 행위는 없을 겁니다.

    - 중도 유권자는 윤석열 캠프의 면면을 보면서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혹은 박근혜 정부 시즌2가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 우려합니다.

    “한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어요. 윤 후보는 외부에서 왔는데, 경선에서는 50%의 당심을 얻어야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과 함께해야 당심을 얻을 수 있잖아요. 같이 갈 수밖에 없었죠. 그렇다 보니 당 중진들이 본부장을 맡았고, ‘어떤 본부장은 친박 출신, 누구는 친이 출신’ 같은 말이 나올 수 있죠.”

    “공무원 하다 나와서 삼성전자 만드는 격”

    그의 변호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윤 후보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대선 출마를 빗대 “공무원 하다 나와서 바로 삼성전자 만드는 격”이라 자조(自嘲)섞인 투로 말했다. 전례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일이라는 점에서 이 비유는 적확하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의 의미가 ‘과거로의 회귀’라면 그것은 명백하게 국가적 불행이 아닌가.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답답함을 느끼던 찰나, 그가 “그런데 이 구도가 언제까지 가겠느냐”며 이 말을 덧붙였다.

    “윤 후보가 당선되면 ‘윤석열의 스탠스’는 엄청나게 강해질 겁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니 윤석열의 철학과 국가관이 두드러질 테고, 당 중진들도 그걸 존중하게 될 겁니다. 희망을 걸어도 좋습니다.”


    #김병준 #윤석열 #김종인 #이준석 #이재명 #자영업자손실보상 #신동아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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