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호

김지만이 낳고 이재웅이 키운 ‘쏘카’… IPO 결실은 박재욱이 거둔다

  • 조은아 더벨 기자

    goodgood@thebell.co.kr

    입력2022-05-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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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통 이겨낸 ‘쏘카’, 기업공개로 재시동

    • 2011년 제주에서 100대로 출범

    • 소비 트렌드 변화로 성장, 가입자 750만 명

    • 상장 시 기업가치 2조~3조 원 예상

    • 전기자전거·자율주행…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목표

    쏘카는 2011년 제주에서 차량 100대로 출범했다. 올해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 최대 3조 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쏘카 홈페이지 캡처]

    쏘카는 2011년 제주에서 차량 100대로 출범했다. 올해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 최대 3조 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쏘카 홈페이지 캡처]

    기업가치 최대 3조 원. 불과 11년 전 자본금 3억 원으로 출발한 쏘카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현재 조 단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쏘카는 명실공히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났다.

    쏘카의 성장세는 놀라운 수준이다. 감사보고서가 처음 나온 2013년 25억 원에 그쳤던 매출은 지난해 2567억 원으로 10배 뛰었다. 아직 적자를 내고 있지만 쏘카가 바라보는 미래는 장밋빛이다. 쏘카는 단순 차량공유 서비스를 넘어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자본금 3억 원→유니콘 기업

    쏘카는 출범 이후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야심만만하게 선보인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는 액셀을 밟기도 전에 시동이 꺼졌다. 거쳐 간 대표이사만 5명이다. 창업주인 김지만 전 대표에서 이재웅 전 대표, 현재 박재욱 대표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쏘카는 2011년 겨울 제주도에서 단 100대의 차량으로 차량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제주도는 대중교통이 부족해 차가 없으면 이동이 어려운 지역이다. 가구당 차량 보유대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 도민들은 성인이 되면 면허를 따고 차량을 사는 게 일반적이다. 관광객들은 렌터카를 이용한다. 비수기에 렌터카 업체들은 수백 대의 차량을 주차장에 방치했다.

    쏘카는 제주도에 살았던 창업주 김지만 전 대표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김지만 전 대표는 다음커뮤니케이션 경영기획본부에서 일하며 제주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불편함을 겪으며 ‘필요할 때 몇 시간만 사용할 수 있는 차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사업의 시작이었다. 방치된 렌터카의 낭비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쏘카의 슬로건은 ‘차가 필요한 모든 순간’이다. 쏘카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소유의 개념을 넘어, 차가 필요한 모든 상황에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쏘카는 날짜 단위로 대여 계약을 맺는 기존 렌터카와 달리 최소 30분부터 10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다. 차량을 반납할 때 주유비는 주행거리에 따라 자동 계산되며 쏘카존에서 시간과 관계없이 대여와 반납이 가능하다.

    소유에서 공유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쏘카의 성장세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현재 쏘카 가입자 수는 750만 명에 이른다. 국내 운전면허 보유자 5명 가운데 1명이 쏘카 고객인 셈이다. 제주도에만 한정됐던 서비스는 현재 전국 110곳의 도시에서 제공된다. 운행 차량은 1만 8000여 대, 쏘카존은 4000여 곳에 이른다.

    최근 수년 사이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된 점도 쏘카의 성장세에 힘을 보탰다. 렌터카를 이용하려면 직접 업체에 방문해야 했지만 쏘카는 스마트폰 앱으로 간단히 예약할 수 있고 차키를 받을 필요도 없다. 고객 충성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쏘카 차량을 100회 이상 운행한 회원은 2만7000명에 이른다. 쏘카로 1만㎞ 이상 주행한 회원은 1만5000명, 쏘카를 1000시간 이상 이용한 회원은 2만 명에 달한다.

    ‘타다 금지법’ 극복으로 IPO 급물살

    쏘카는 5월 중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6월 안에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둔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 12월 대표 주관사를 선정한 지 1년 반 만이다.

    기업공개 과정에서 타이밍은 중요하다. 상위 업체만 살아남는 플랫폼 기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쏘카의 기업공개 움직임이 빨라진 이유는 큰 악재였던 ‘타다 금지법’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데서 찾을 수 있다. 타다는 쏘카의 자회사인 VCNC가 2018년 10월 내놓은 승차공유 서비스다. 렌터카 기반 11인승 승합차와 대리기사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택시업계의 고질적 문제점인 승차 거부를 해소하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택시업계의 극심한 반발로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 발의됐고 2020년 3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타다 사업을 접은 쏘카는 직격탄을 맞았다. 2020년 쏘카 매출(2637억 원)은 전년(2566억 원)에 비해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타다 없이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차량공유 사업만으로 매출 2849억 원을 기록했다. 해당 사업 기준으로 2020년보다 30.9% 증가한 수치다. 그간 축적한 차량 이용 데이터를 활용해 차량 배치와 운영, 예약 시스템을 고도화해 이용시간과 이동거리 등 매출과 비례하는 주요 지표가 모두 상승한 결과였다.

    IPO를 앞두고 적자 폭을 줄이고자 종속회사 VCNC 지분도 대거 매각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VCNC 지분 60%를 넘겼다. 그동안 VCNC의 손실이 쏘카 실적에 100% 반영됐으나 거래가 마무리되면서 40%만 반영된다. 지분 매각으로 조달한 자금은 VCNC 성장을 위해 투입하기로 했다. 재무 부담을 낮추면서도 타다 사업의 명맥을 잇기 위한 판단이었다. 토스에 타다 사업의 주도권을 넘기면서 2000만 명에 이르는 토스 고객도 쏘카의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몸값은?

    관건은 역시 몸값이다. 3월 롯데렌탈은 쏘카의 지분 13.29%를 1832억 원에 매입했다. 업계는 당시 평가된 기업가치가 1조3000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해 상장 시에는 최소 2조 원의 몸값을 인정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 3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쏘카가 아직 적자를 내고 있기에 기업가치는 매출을 기반으로 산출될 가능성이 높다. 주가매출액비율(PSR) 또는 기업가치-매출배수(EV/Sales) 지표를 사용하는 것이 유력하다. 두 지표 모두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거나 수익성 변동이 심한 회사가 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쏘카는 몸값을 책정할 때 기준이 될 만한 비교 그룹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세계로 눈을 넓혀도 기업공개까지 이른 차량공유 기업이 드물다. 사실상 우버(UBER)와 리프트(Lyft)밖에 없다.

    쏘카의 지난해 매출 2849억 원에 지난해 초 우버의 PSR인 7배를 적용하면 쏘카의 기업가치는 2조 원 수준이다. 다만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의 주가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까지 내려앉으면서 PSR도 함께 하락했다.

    지난해 기준 쏘카의 전체 매출 중 90% 이상이 차량공유 사업에서 발생하는 만큼 국내에서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롯데렌탈 등을 비교 회사로 선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쏘카의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롯데렌탈과 비슷한 점이 부각될 경우 기업공개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8월 상장한 롯데렌탈은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 모두 관심을 받지 못했다. 상장 이후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5만9000원)를 웃돈 날이 하루도 없다. 상장 다음 날 장중 6만 원까지 올라서기도 했지만 반짝 상승에 그쳤다. 롯데렌탈 주가는 한때 공모가의 절반 수준인 3만 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기업들은 상장할 때 보통 전체 발행 주식의 20~25%를 공모주로 내놓는다. 이를 감안할 때 쏘카가 수요예측에서 2조 원의 기업가치를 확정하면 전체 공모액은 4000억~5000억 원 수준이 된다. 수요예측이 흥행하면 물론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쏘카는 지난해 12월 ‘스트리밍 모빌리티’라는 사업 전략을 제시하며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비전을 내놓았다. 기존 차량공유 사업이라는 틀에 머물 경우 기업공개 과정은 물론 이후에도 장밋빛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쏘카가 제시하는 스트리밍 모빌리티란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이용자의 필요와 취향에 맞게 언제 어디서나 제공되는 이동 서비스를 일컫는다. 특히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해 차량을 대여한 곳에 반납해야 하는 현재의 왕복 서비스를 벗어나 택시처럼 원하는 장소에서 출발해 목적지에서 반납하는 편도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쏘카의 최종 목표는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이를 위해 △한국 첫 공유 전기자전거 ‘일레클’ 운영사인 나인투원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 △차량관리 전문 기업 ‘차케어’ 등에 투자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완전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2030년까지 전체 서비스 차량을 친환경차로 전환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쏘카가 그리는 미래에 대한 기존 주주들의 믿음은 확고하다. 기업공개 과정에서 SOQRI, Sopoong, SK㈜, 롯데렌탈 등 쏘카의 주요 주주는 구주 매출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타다 금지법’ 통과 직후 물러난 이재웅

    2020년 2월 19일 이재웅(왼쪽) 쏘카 전 대표와 박재욱 현 대표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타다’ 불법 운영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2020년 2월 19일 이재웅(왼쪽) 쏘카 전 대표와 박재욱 현 대표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타다’ 불법 운영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여느 스타트업이 다 그렇듯 성장 과정에서 리더들의 카리스마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쏘카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다. 쏘카는 창업주인 김지만 전 대표가 2016년 회사를 떠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그의 뒤를 이어 2년 동안 다음커뮤니케이션 세일즈마케팅 본부장 출신인 이재용 대표와 마케팅 전문가 조정열 대표 체제가 이어졌으나 이 시기 쏘카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2018년 4월 구원투수로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주가 등판해 쏘카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쏘카 창업 초기 김 전 대표를 도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낸 경험이 있다. 그가 만든 벤처투자회사 ‘소풍’을 통해 쏘카에 투자해 왔던 만큼 사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고 애정도 깊었다.

    그의 존재는 투자 유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8년 IMM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600억 원, 2019년 알토스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500억 원 등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20년 상반기에도 LB프라이빗에쿼티,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510억 원을 받았다.

    이재웅 전 대표는 2020년 3월 타다 금지법이 통과된 지 일주일 만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그는 페이스북에 “타다 드라이버의 일자리도 못 지켰고, 투자자들의 믿음도 못 지켰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혁신의 꿈도 못 지켰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는 박재욱 대표가 쏘카를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VCNC를 만들었다. 2018년 회사에 합류했고, 2020년 4월부터는 쏘카를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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