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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특전사는 이렇지 말입니다”

드라마 밖 ‘태양의 후예’들

  •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진짜 특전사는 이렇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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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쪽’ 출신도 된다? 

특전 부사관을 선택한 이유는 제각각이다. A씨는 “친구들이 군대 나와서 알바하며 취업 준비하는 것에 비하면 부사관 생활을 4년 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이들은 대개 △직업군인이 되고 싶어서 △돈을 벌고 싶어서 △선배, 부모의 권유로 △경찰특공대, 국가정보원 등으로 진출하고 싶어서 자원한다. B씨는 직업군인을 꿈꾸며 특전사를 택했다.

특전 부사관 지원 홈페이지에서 꼽는 장점은 이러하다. △최연소 국가공무원 신분 취득(하사 9급, 중사·상사 8급, 원사 7급) △일반 부사관에 비해 높은 진급/장기복무 선발률(2011년 기준 장기복무 선발률은 일반 부사관 27.3%, 특전 부사관 62.2%) △일반 부사관에 비해 높은 급여(특전 부사관 160여만 원, 일반 부사관 150여만 원) △세계평화유지군으로서 해외 파병 기회 부여 △파병수당(하사 월 220여만 원) 지급 △경찰, 소방, 철도공무원 취업 용이 △20년 이상 복무 후 전역 시 연금 수혜, 33년 이상 복무 시 국가유공자 등록….

그렇다면 태후의 서 상사처럼 ‘깜깜한 쪽’(조직폭력배) 출신도 특전맨이 될 수 있을까. 가능하지만 조건이 있다. 군인사법 제10조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유예 중이거나 그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여야 한다. 아마도 서 상사는 중범죄를 저질러 법적인 처벌을 받은 적이 없을 것이다.



헬기 대신 택시

이제부터는 특전사의 생활을 살펴보자. 태후에선 국내에 있을 때나 파병지 우르크에 있을 때나 내무반 생활을 한다. 내무반에서 잠자는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실제와 같다. 특전사는 내무반을 회사원의 사무실처럼 사용한다. 일과시간은 동계 09시~18시, 하계 07시30분~17시30분인데, 훈련하지 않는 시간엔 이곳에 머문다. 퇴근 후엔 미혼은 2인 1실 숙소(BEQ), 기혼은 군인 아파트에서 지낸다.



통상 주말에는 근무를 안 하지만, 일반 특전사는 비상시 2시간 이내, ‘특전사 중의 특전사’로 불리는 707 특임대대는 비상시 30분, 1시간, 1시간 30분 이내 자대 복귀가 원칙이라 부대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한다. 많게는 한 달에 10번 이상 비상호출을 받는 경우도 있다. B씨는 부대 근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 비상호출을 받았는데, 그때 4명의 부대원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특전사 요원은 평소 경조사를 잘 챙기지 못한다.

유 대위가 군에서 전화를 받고 “단결! 예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번개같이 귀대하는 것도 이런 지침 때문이다. 하지만 전역자들은 “유 대위를 데리러 헬기가 오는 장면은 너무 비현실적”이라며 웃었다. 자대 복귀 시간이 엄연히 정해져 있기에 택시를 타고 가면 된다는 것. 이들은 “작전 중이면 몰라도, 작전을 ‘준비’하기 위해 사령관도 아닌 일개 대위를 태우러 헬기가 뜨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늘 비상대기조로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휴가는 1년에 21일인데, 휴가 기간엔 비교적 자유롭다. 반기(반년)에 한 번씩 6박7일 휴가를 가고 나머지는 연차수당을 받는 게 보통인데, 해외여행도 사전에 허가를 받으면 갈 수 있다. 그러나 장교 출신 C씨는 “미리 허가를 받아 비행기표를 사뒀는데도 여행을 3일 앞두고 비상을 이유로 취소한 경우를 봤다”며 “그때는 조직이 답답하게 여겨졌다”고 한다.

전역자들은 훈련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에서 자부심이 묻어났다. 특전사는 페이스북 계정에 ‘유시진 대위와 서대영 상사가 사는 바로 그곳! 육군의 최정예 부대 ‘대한민국 특전사’를 소개합니다’라는 글에 특전사 훈련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공수/고공강하교육(공수교육 이수 후 정기 강하로 자격을 유지하고 임무에 따라 고공강하교육으로 장거리 은밀 침투능력 배양), 산악극복훈련(산악지형과 암벽 극복에 대한 자신감 및 생존성 배양), 해상침투훈련(개인 전투수영 및 해상 침투능력 배양), 천리행군(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한계를 넘어 총 400km 주파), 연합합동훈련(연합전투참모단 구성 및 미 특수부대와의 연합특수작전 훈련, 해군·공군과 합동전술토의 및 공중, 해상침투훈련)….

태후에서 가상의 나라 우르크에 지진이 났을 때 유 대위를 비롯한 중대원들이 헬리콥터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은 특전사 훈련의 상징 격인 강하훈련과 닮았다. 다만 진짜 특전사는 더 높은 곳에서 낙하산을 펴고 내려온다. 이 과정에서 사고도 종종 발생하는데 특전병 출신 전역자 D씨는 “강하훈련 도중 낙하산이 엉켜 잘못 떨어지는 바람에 부사관 후보생이 반신불수가 된 사례를 목격했다”고 전했다.



‘태양의 노예’

“진짜 특전사는 이렇지 말입니다”

특전사는 송중기가 쓴 레이밴 선글라스가 아닌 오클리 레이더를 착용한다.

하지만 힘든 훈련을 마치면 성취감도 크다. 장교 출신 전역자 E씨는 “한겨울에 15일 동안 산에서 훈련하느라 동상이 걸리고 행색은 노숙자처럼 변했지만, 훈련을 무사히 끝내자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솟았다”고 한다. 장교 출신 C씨는 그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사실 우리는 ‘태양의 후예’라기보다 뙤약볕 아래서 죽어라 훈련받으며 버텨낸 ‘태양의 노예’였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특전사는 미군 등과 연합훈련도 한다. 부사관 출신 A씨는 “드라마에서처럼 연합작전할 때 미군 특수부대 대위와 우리 특전사 대위가 힘겨루기 하는 일은 없다. 미군의 철저한 군인정신을 보면서 배운 것도 많다”고 했다.

“평소엔 술도 마시며 흐트러진 듯한 미군들이 한미 연합훈련을 시작하니까 철저한 군인으로 돌아왔다. 우리 같으면 고된 훈련을 마친 뒤 몰래 술을 한잔 할 수도 있을 텐데, 그들은 ‘군인인 내가 이 정도도 절제 못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원칙에 철저해 스스로 부끄러웠다.”

혹독한 훈련도 버텨내는 특전맨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낡은 군수품이다. 전역자들은 드라마와 실제의 가장 큰 차이가 여기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파병된 윤 중위는 최고 사양의 보급품을 받아 놀라지만 실제로 특전맨들은 구식 보급품을 받고 놀란다.

적 후방에 침투해 주요 군사시설을 파괴하고 요인 납치, 암살 임무를 수행하는 특전사는 임무 특성상 개인 화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최근 전역병들은 1980년대 초에 제작된 국산 K1A 소총을 지급받았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도포와 수통(물통), 카멜백(긴 호스가 달린 물통)은 6·25전쟁 때나 썼을 법한 구형이고, 침낭은 허술하며, 전투화는 방수·보온이 안 되고 위장크림은 하도 오래돼 발리지도 않았다”고 했다. 전역자들은 하나같이 “이런 상황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유 대위’ 늘리려면…

“일각에서는 특전사를 가리켜 ‘5·18 광주 진압 때 동원된 부대(특전병 출신 D씨는 자신이 2012년 전역할 때까지 여단 면회실 ‘특전사의 10대 자랑’ 액자에 ‘광주 진압’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전술이 필요한 시대에 힘만 쓰는 돌대가리 부대’라며 비웃지만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현장 지원과 같은 ‘영예로운 순간’도 많았다.”

한편 드라마에서처럼 부하를 아끼는 사령관도 실재한다. 전인범 사령관(2013~2015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 현 1군사령부 부사령관)이 그런 사례다. 보급품 확충, 수당 인상, 사제품 허용, 간결한 훈시 등 여러 면에서 부하들을 꼼꼼하게 챙겼다.

“국회의원들을 초대해 특공무술 시범을 한적이 있는데, 그날 식사시간에 전 사령관이 의원들에게 전투식량을 건네 보이며 ‘우리 애들이 이런 대우 받을 애들 아니다, 더 잘 먹여야 훈련도 더 잘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후 정말 전투식량이 좋아졌다. 군에 그런 분이 많으면 나도 유 대위 같은 군인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부사관 출신 A씨)


유시진 대위는 707특수임무대대 소속?‘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가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유시진 대위와 서대영 상사의 캐릭터를 잡을 때 모델로 삼은 특전사 요원이 있다. 707이라는 특수부대에 계셨던 분인데, 그에게서 들은 에피소드와 그가 내비친 사명감이 드라마를 쓸 때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특전사 중의 특전사’로 불리는 707특수임무대대(이하 707특임대)는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국가 대테러활동지침’이 제정된 1982년 창설됐다. 특전사령관 직속으로 부대원은 200여 명이며 고공팀, 스킨스쿠버팀, 대테러담당팀 등으로 구성된다. 707특임대원은 남성이 대부분이지만 특수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여군도 있다.

‘신동아’ 2007년 10월호 ‘한국군 최초 대(對)테러부대 606부대 비사(秘史)’ 기사에 따르면 707특임대는 한국군 최초의 대테러부대 606특공부대를 본떠 만들어졌다. 707특임대 창설 주역은 606부대의 부(副)부대장 출신 장교였다. 606부대는 청와대 경호실 직속으로, 1978년 창설돼 비밀스럽게 운용되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 사라졌다.

707특임대는 공수특전부대가 채울 수 없는 특수임무를 수행한다. 전시에는 북한 주요 도시들을 공격하는 임무를 맡고, 평시에는 항공기 납치 등 인질사건 발생 때 대테러부대로 투입된다. 업무 특성상 부대원의 얼굴은 공개되지 않는다. 기자가 707특임대 취재 요청을 하자 육군본부 공보과 담당자는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부사관 출신 B씨는 707특임대 소속으로 있다 지난해 전역했다. 특전사 부사관 훈련기간 중 707특임대를 자원해 선발됐다. 707특임대원들은 평소 10~20km 구보 등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면서도 근무시간 전후로 2~3시간씩 따로 운동하며 체력을 다진다. 월급과 군수품 등에서 비교적 나은 대우를 받지만, ‘스스로에게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고급 군수품을 사비로 구입해 개인 역량을 키우기도 한다.

B씨는 아랍에미리트(UAE)에 파병돼 아크부대에서 6개월(현재 파병기간 8개월)간 복무하며 군사훈련을 UAE군과 함께 받았다. UAE 파견은 전투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1만 피트(3300m) 이상 고공 점프나 야간 점프만 해도 국내에선 6년 동안 해야 할 훈련을 UAE에선 8개월 만에 소화할 수 있다. 707특임대원들이 복무기간 중 최소 한 번 이상 가는 파병은 결코 드라마처럼 어영부영 쉬러 가는 게 아니다.

“진짜 특전사는 이렇지 말입니다”

[사진제공·블리스미디어]



신동아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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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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