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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위작에 친필 서명? 갤러리H 통해 ‘작가확인서’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이우환 위작에 친필 서명? 갤러리H 통해 ‘작가확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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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확인서도 수사 중”

이우환 위작에 친필 서명? 갤러리H 통해 ‘작가확인서’

자료 : 검찰의 현씨 공소장(2016년 6월 7일) 및 경찰 백브리핑(2016년 6월 2일) 종합

그렇다면 그림 ①과 ②는 이 화백의 확인을 거쳐 진품감정서가 발급된 것일까. 이들 감정서에는 ‘출처가 작가가 확인한 작품과 동일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감정협회 관계자는 이 문구의 의미에 대해 “①과 ②는 이 화백이 직접 보고 진짜라고 한 작품들을 가져온 사람이 동일한 곳에서 구해왔다고 한 그림이라 진품감정서를 내보낸 것”이라며 “이 화백이 해당 그림들을 직접 본 것은 아니고 감정서 발급 이후에 이 화백에게 e메일로 해당 그림 이미지를 보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감정협회는 스스로 진품임을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진품감정서를 발급해 A씨와 같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데 일조한 셈이다. 감정협회 관계자는 “진위가 불확실한데도 진품감정서를 내보낸 그림이 26점”이라며 “이후 수사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우환 화백은 수사기관에 의해 위작으로 발표된 ③번 그림을 직접 보고도 자신의 그림이 맞다고 친필 서명을 한 것일까, 아니면 이 그림을 본 적이 없는 걸까. ③번 그림에 붙은 작가확인서는 위조된 것일까, 혹은 수사기관의 판단과 달리 ③번 그림은 진품일까.

신동아는 최순용 변호사를 통해 이 화백의 생각을 들어보려 했지만, 최 변호사는 “이 화백이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데다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6월 말 귀국해 경찰이 압수한 그림들을 직접 볼 예정이니 그 이후 취재를 요청해달라”고 했다.

갤러리H 고위 관계자는 작가확인서 발급 경위에 대한 ‘신동아’ 취재 요청에 “부탁을 받고(이 화백과 해당 그림을) 연결해줬을 뿐”이라며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③번 그림에 붙은 작가확인서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 포함된다”며 “해당 그림이 위작임을 입증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검찰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우환 위작 수사, 어디까지 왔나

이우환 위작에 친필 서명? 갤러리H 통해 ‘작가확인서’

서울 중랑구 묵동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 ‘가짜인 것 알고 팔았나’ 증명이 관건
영화 ‘검사외전’(2015)에는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이 영수증에 적힌 서명을 영사기로 확대해 벽에 비추고 그대로 따라 쓰기를 반복하며 현직 검사 사인을 손에 익히는 장면이 나온다. 이우환 위작을 제작·유통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현모 씨 역시 이런 방식으로 이우환 화백의 필체를 연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가짜 그림을 그렸다”고 고백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과 별개로, 해당 그림이 가짜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위작 사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검찰 관계자가 ‘신동아’에 “우리는 완벽하게 위작임을 입증했다”고 밝힐 정도로 이우환 위작 수사팀은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수사팀이 확보한 13점은 대체 어떤 ‘컨디션’인 것일까.

영사기로 확대해 사인 연습
위작 입증의 시작은 ‘기준작’에 있다. 경찰은 1990년대에 기증된 광주시립미술관 소장 작품 등 진품이 확실한 6점을 확보해 기준으로 삼았다. 서울시경 지능범죄수사대 측은 “경찰이 압수한 것들은 1978년, 1979년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보다 면밀한 입증을 위해 1973년에서 1980년 작품까지 기준작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전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과학감정 결과는 이렇다.

‘기준작 6점의 물감 원소 성분 및 캔버스 제작 기법은 서로 유사하지만 증거물에서는 기준작과 유사한 작품이 없음.’

이 화백은 신동아 2015년 8월호 인터뷰에서 “당시(1970년대 후반)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캔버스와 물감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는데, 6점의 기준작에서는 캔버스와 물감이 다른 작품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기준작 물감은 납(Pb) 성분 비율이 높았는데 13점의 증거물은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의뢰로 13점 중 12점의 그림에 대해 과학감정을 실시한 최명윤 전 명지대 교수(국제미술과학연구소장)도 국과수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 최 전 교수는 5월 28일 명지대에서 열린 한국미술과학회 2016 춘계학술대회에서 “물감도, 캔버스를 제작하는 방식도 4가지로 나뉘었다”고 밝혔다. 이는 현씨 외에도 가짜 이우환 그림을 제작하는 조직이 두세 개 더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경찰 역시 “현씨 외의 다른 위조범들도 수사 중이다”고 밝힌다.

최 전 교수는 “캔버스 뒷면에 갈색 칠을 하는 등 인위적인 노후화 흔적이 보인다는 점은 12점 모두 동일하다”고도 했다. 최 전 교수에 따르면 일부 그림에 사용된 캔버스 천은 2000년 이후에야 국내에 들어온 수입 원단이라고 한다.

현씨는 자신의 그림에는 몇 가지 특장점이 있다며 13점의 그림 중 자신이 그린 몇 점의 그림을 ‘정확하게’ 골라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씨를 도와 가짜 그림을 그린 ‘젊은 화가’도 같은 그림들을 골라냈고 △이들 그림의 물감 원소 및 캔버스 제작 방식이 동일하며 △경찰이 ‘젊은 화가’의 작업실에서 압수한 안료, 석채 등의 원소도 현씨가 골라낸 그림의 그것과 동일한 패턴으로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추가 기소”
검찰은 이번에 현씨만 구속기소했다. 공소장에는 현씨 외에도 현씨의 동업자인 ‘젊은 화가’, 현씨에게 일본 ‘후나오카’사 캔버스와 일본에서 유통되는 ‘스기나무’ 캔버스 틀을 공급하고 위작을 전달받은 부산의 이씨와 그의 아들, 인사동 K갤러리 대표 김모 씨,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로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또 다른 김모 씨 등이 등장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도 모두 수사 대상이고, 조만간 추가 기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팀은 지난해 여름 국내 굴지의 모 갤러리가 K갤러리와 수십억 원대 자금을 거래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기소 대상이 된 위작 3점은 1점당 4억4100만 원꼴로 팔렸다. 50여 점으로 알려진 현씨의 위작이 모두 이 가격대에 팔려나갔다고 가정하면 위작 거래 규모는 최소 22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그가 이씨에게 가짜 그림을 건네고 받은 돈은 2억4500만 원(그중 6500만 원을 ‘젊은 화가’에게 건넸다). 위작 유통으로 거액을 거머쥔 당사자는 따로 있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A씨 외에도 추가로 위작이 판매된 사실을 확인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수사팀 관계자는 “앞으로는 위작 유통에 가담한 사람들이 가짜 그림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판매했는지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진품으로 속아서 “위작을 구매한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며 “수사팀에 그림의 진위를 가려달라고 요청하면 면밀한 감정에 나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동아 201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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